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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일곱 살 태형군. 수줍은 듯 말문을 열지 않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연을 가족과 함께 만들어 볼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다. 지난 23일 이동엽(37)·장선(33·여)씨 부부와 아들 세형(9), 태형군이 경기 부천시 원미구 자택에서 전통문화단체 ‘한국연협회’ 이기태 회장의 도움으로 연을 만들었다.
이날 만들 연은 가오리 연이다. 가오리연은 방패연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는 방구멍 연과 함께 예부터 많이 날리던 우리 연이다. 이 회장은 “방패연은 연 가운데 구멍이 없는 연으로 일본에서 날렸다”며 “우리 전통연인 방구멍 연은 가운데 구멍이 있어 전후좌우 민첩하게 방향을 전환해 상대방의 연줄을 끊고 나오는 번개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오리연은 정사각형을 45도 각도로 세워놓은 형태의 연으로 마름모꼴로 길쭉한 서양 연과는 다르다.
가오리 연의 재료는 간단하다. 정사각형의 창호지(한지)와 대나무 살 두 개, 실과 테이프(목공용 풀)만 있으면 된다. “어렸을 때는 방문에 붙이던 한지에 대나무 살을 붙여서 만들어 주시곤 했어요.” 경기 이천 장호원이 고향이라는 장씨는 연을 보자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가 만들어 준 연을 날리곤 했다”고 말한다. 이동엽씨도 “연을 만들려고 대나무 살을 불에 달궈 휘던 생각이 난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연을 만들어 날리곤 했지만 이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연을 날린 기억은 없다. 세형이만이 작년에 학교에서 연을 한 번 만들어 날려본 게 전부다. 아빠 엄마도 오랜만에 연을 만들어 보는 게 즐겁지만 아이들은 더 신이 난 터다. 세형이는 “아빠와 함께 연을 만들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 노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가 보다. 아빠와 세형, 엄마와 태형이가 한 조가 돼 연을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쌀풀로 대나무 살을 붙였겠지만 이 회장이 이날 준비한 연은 잘 안 찢어지는 신소재 종이라 테이프로 살을 붙여 간단하게 연을 만들 수 있었다. 보통 한지로 만들 때는 목공용 풀을 이용해 대나무 살을 붙여 주면 된다. 먼저 연의 위아래를 가로지르는 중심살을 붙여준다. 예술 작품을 만들듯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붙여 나가는 태형의 모습이 진지하다. 연의 균형을 맞추고 잘 날게 하려면 살의 무게중심을 잘 맞춰야 한다. 중심살은 위쪽보다 아래쪽이 얇도록 조금 깎아 주면 좋다.
그다음에 좌우를 가로지르는 날개살을 활 모양으로 휘게 해서 붙여준다. 날개살은 좌우의 마디가 같아 균형이 맞아야 한다. 여기에 꼬리를 달고 목줄을 매면 완성이다. 꼬리는 연의 밑에 달아주면 된다. 이동엽씨가 “전에는 연의 좌우에도 꼬리를 달아준 것 같다”고 하자 이 회장이 “좌우 꼬리는 균형이 안 맞을 때 달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목 줄은 대나무 살을 붙인 반대쪽(앞면)으로 달아준다. 연을 날리기 전에 목줄과 얼레를 연결해 준다. 다 만든 연을 들고 좋아하는 태형에게 기자가 “아빠 엄마 중 누가 더 잘 만드느냐”고 물었다. 대답하기 난감한 듯 고민을 하던 태형은 “내 연이 더 좋다”고 말하며 웃는다.
“설에 시골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연을 날릴 거예요.” 세형이는 연을 날릴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연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기원전 400년경 철학자 플라톤의 친구인 알타스가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 한나라 때 한신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송나라 고승의 ‘사물기원’에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다. 선덕여왕이 죽고 진덕여왕이 즉위한 해(서기 647년) 비담과 염종 등이 군사를 일으켜 여왕을 폐하려 했다. 비담 측과 여왕의 군사가 맞붙어 싸우다가 큰 별이 여왕의 주둔지 쪽으로 떨어지자 비담 등은 ‘여왕이 패망할 징조’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이에 김유신 장군이 사람들을 시켜 연에 허수아비를 달아 띄우고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문을 퍼뜨려 사기를 올렸다고 한다.
연은 전쟁 도구로 많이 쓰였는데,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제주도(당시 탐라)에 거주하고 있던 몽고인들이 일으킨 ‘목호의 난’을 평정할 때, 성벽에 가시덤불이 무성해 진군이 어렵자 연을 이용해 갈대 씨를 뿌리고 다음해 가을 갈대가 자라 말랐을 때 가시덤불과 함께 태우고 성을 점령했다는 기록이 ‘동국세시기’에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연을 제작해 섬과 육지 등이 서로 연락하는 통신 수단과 작전을 지시하는 암호 수단으로 사용했다.
민간에서도 연을 즐겼다. 조선 영조 때는 궁 안에서 청·홍으로 편을 갈라 연을 날렸으며 동네마다 백성들의 화합을 위해 연날리기를 적극 장려했다. 연날리기는 농한기인 음력 12월 시작돼 설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절정을 이뤘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는 자기의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써서 하늘 높이 날린 후 연줄을 끊어 날려 보내는 ‘액막이’ 풍습이 전해진다.
〈도움말: 전통문화단체 한국연협회 이기태(사진) 회장,
자료: 속초문화원〉
>>연 날리는 법
바람이 부는 방향을 등지고 서서 손으로 연을 잡으며 30㎝ 정도 실을 풀어주면 연이 바람을 탄다. 이때 실을 풀어주면서 연을 높이 띄우면 된다. 바람이 불고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연을 날리면 된다. 한강시민공원, 중량천변, 난지도 노을공원 등이 연을 날리기 좋다.
>>연 만드는 법
연 만들기 세트나 재료는 인사동, 한국연협회(www.kokfa.or.kr)홈페이지 등에서 구입 가능하다. ① 한지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른다. 한지 대신 신문지를 사용해도 된다 ② 목공용 풀이나 쌀풀을 이용해 중심살을 수직으로 세워 붙인다 ③ 날개살을 반달 모양으로 붙인다 ④ 가운데 밑부분에 꼬리를 붙여준다 ⑤ 중심살과 날개살의 교차 지점에 대각선 방향으로 구멍을 뚫은 다음 실로 맨다 ⑥ 연의 밑쪽 4분의 3 되는 지점에 구멍을 뚫고 실로 매준다 ⑦ 위아래 목줄을 함께 묶어 매듭을 짓는데, 이때 윗줄을 아랫줄보다 2㎝ 짧게 한다 ⑧ 목줄을 얼레와 연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