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순절 서른한째 날 묵상 4월 5일(수요일)
말씀 본문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가복음 10장 14b-15절)
묵상 제목 : 어린이처럼
초기 그리스도교에 대해 조사했던 로마의 지식인 켈수스는 이해(理解)할 수 없는, 아니 용인(容認)할 수 없는 사실을 발견(發見)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들의 예배(禮拜)에 ‘어린아이들’까지 끼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그들은 자기들만큼의 이성(理性)도 갖고 있지 못한 어린이들과 부녀들을 만나서 괴이(怪異)하고 경악(驚愕)스런 사실들을 말한다.”라고 그리스도인들을 비난(非難)했습니다. 어린이가 신성한 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에게 진리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종교(宗敎)가 아니라 미신(迷信)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로마의 종교뿐이 아닙니다. 유대 랍비들도 어린이와 아녀자들은 함께 율법(律法)을 논할 상대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금기사항(禁忌事項)만 만들어 그들이 지켜야할 몫으로 남겨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려와서는 축복(祝福)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제자들은 그들을 나무랐지요.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태도(態度)였을 것입니다. 당시 어린이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待接)받지 못했고, 종교적으로는 더욱 그러했던 까닭입니다. 하물며 하나님 나라 대업으로 분주하신 예수님께로 아이들까지 데려온다면 어찌하란 말입니까? 왜 이렇게 생각이 없이 행동한다는 말입니까? 애들은 가라! 제자들은 아이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그 제자들을 보고 예수님께서 화를 내셨습니다. 분노(忿怒)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왜 화를 내셨을까요? 그것이 그토록 분개(憤慨)하셔야할만큼 중대한 문제인가요?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화를 내신 것은 오늘 본문이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로 어린이들이 가는 길을 막는 것은 분개하실만큼 잘못된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로 데리고 오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예수님의 품에 안겨야 하고, 축복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제자들을 물리치고, 아이들을 품에 안으신 예수님은 어린이들을 축복하셨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예수님은 안그래도 놀라있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막10:14)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의 나라가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어린아이들이야 말로 하나님 나라를 차지할 하나님 나라의 주인공(主人公)들이라는 말입니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를 무시(無視)하고 막아섰지만, 예수님은 이 어린아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른들은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어른들이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출입(出入)을 허락(許諾)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오늘도 이러한 어린이들을 예수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누구인가요? 바로 어른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디로 이끌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예수님에게 나아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잘 인도(引導)하고 함께 나아가지는 못할 망정말입니다.
우리도 어린아이처럼 예수님의 품에 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받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셨을 때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렇게 대답(對答)했었습니다. “나는 아이입니다.”(렘1:6)
찬송
찬송가 565장(통300) 예수께로 가면
기도
어린이를 안고 축복하신 주님! 우리 어른들이 어린아이가 주님께로 가는 길을 훼방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도 어린아이처럼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원문
『복음의 길을 따라서』, 서재경 목사, 한국기독교대한장로회총회교육원, 2017, 130-132쪽
※ 1. 우리 학생들을 위해 일부 상용단어들은 한자 병기하였습니다. *^^*
2. 제가 했던 설교를 첨부하면서 원본과 조금 달라진 부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