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마떼오 (피자 / 종로구 동숭동) 맛있는 파스타 집조차 드문 강북 지역에서 피자 맛에 관한 한 첫 손가락에 꼽는 집이다. 디마떼오라는 이름은 피자의 본고장 나폴리에 있는 전통적인 피자 전문점에서 따왔다. 피자의 맛이란 토핑도 중요하지만 역시 도우(피자 피) 맛이 우선이다. 이태리에서 온 주방장이 반죽을 하고, 도우를 만든 후, 화덕에서 강한 불로 짧은 시간에 피자를 구워낸다. 장작불이라 약간씩 탄 부분도 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피자 맛을 이끌어낸다. 옥수수, 치즈, 크림이 올라간 부드러운 알마이스(1만 7000원)나 매콤한 맛이 우러나는 디아블로(1만 7000원) 등 다양한 피자 메뉴들로 이태리 맛을 즐겨 보자. 미국식 피자에 길들여진 사람은 입맛이 안 맞을 수도 있다. 피클도 나오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 마로니에 공원 뒤쪽 골목 안에 있다. 전화로 문의하는 게 낫다. (02) 747-4444
- ▲기조암 (우동 / 종로구 동숭동) 우동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갔을 집. 수타(수타) 우동집은 정통적인 맛의 우동을 내놓는 집이다. 면 맛은 일품이다. 쫄깃쫄깃하면서 탱탱한 탄력이 느껴지는 면을 뽑아낸다. 사누끼 우동인 가마뎅(7000원)은 따뜻한 우동을 메밀소스에 찍어먹는다. 사누끼 우동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면의 한쪽 끝은 위장에, 다른 한쪽 끝은 입술에 걸치도록 목구멍을 그냥 통과시키면서도 끊지 않고 먹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면발의 길이는 50cm 정도로 뽑아낸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우동, 여름철에는 시원한 자루소바 등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면을 먹을 수 있다. '일본 면과 우리 국물'의 조합이라고 하면 어울릴 듯한 시도도 많이 한다. 김치를 넣은 김치우동(7500원)이나 얼큰한 국물의 육개장우동 등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찾아가는 길: 대학로 KFC 골목 끝까지 들어가서 막다른 곳에서 우회전하면 왼편에 간판이 보인다. (02) 766-6100
- ▲손칼국수 (칼국수 / 종로구 혜화동) 주택에서 그냥 영업을 하기 때문에 먼 친척집쯤 가서 식사를 하는 것 같다. 칼국수(4000원)는 사골을 우려낸 뽀얀 국물과 통통하고 꼬들꼬들한 면발 위에 쇠고기와 애호박을 보기 좋게 얹었다. 사골을 우린 국물은 걸쭉하면서도 개운하다. 이 집이 푸근한 느낌을 주는 듯한 정서는 이런 맛에서 기인한다. 토실토실 쫀득한 면 맛을 잘 받아내는 국물 맛이다. 면과 국물이 어울려 중후한 맛이 난다. 김치와 싱싱한 무생채가 국수 맛을 더한다. 칼국수를 먹기 전에는 간전(1만원)이나 고추전을 청하는 것도 좋다. 계란에 묻혀서 부친 간전을 먹다보면, 힘줄이 있는 부위는 약간 질겅거리며 씹힌다.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부드러움과 씹는 맛이 교차한다. 찾아가는 길: 혜화동 로타리에서 성북동 가는 길 영화마을 비디오 숍 골목 안에 있다. 전화 요망. (02) 764-7947
- ▲연건삼계탕 (삼계탕 / 종로구 연건동) 극히 전통적인 삼계탕 맛을 보는 데 모자람이 없는 집이다. 삼계탕(8000원)은 크지 않은 닭 속에 찹쌀밥과 인삼, 대추, 밤 등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 닭은 육질이 좋고, 찹쌀밥은 쫄깃쫄깃하다. 기본에 충실한 삼계탕 맛이다. 기름기가 동동 뜬 삼계탕 국물로 배를 채울 만하다. 닭곰탕(4500원)은 저렴하면서도 이 집의 '닭 잡는' 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메뉴다. 삼계탕과 마찬가지로 부글부글 끓이면서 내오는 닭곰탕 국물은 뽀얗다. 뜨거운 닭곰탕과 밥 한 그릇, 극히 서민적인 음식이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닭곰탕은 겉절이와 깍두기만으로도 충분히 어울린다. 메뉴가 이채로운 건 나머지 하나 남은 메뉴가 전복죽(8000원)이라는 점이다. 점심시간에는 줄 설 각오를 하는 게 낫다. 찾아가는 길: 대학로 서울대학병원 옆 주택은행 뒷골목에 있다. (02) 762- 5084
- ▲동숭불고기 (숯불구이 / 종로구 동숭동) 고기는 숯불에 직접 굽는 게 제일 맛있다. 두툼한 등심(1만 8000원)을 석쇠 위에 올려놓으면 지글지글. 강북에서는 보기 드문 양질의 고기다. 주로 횡성, 인제 지역에서 고기를 골라다 쓴다고 한다. 양도 적당하고, 육질도 좋다. 양념에 살짝 버무린 주물럭(1만 8000원)도 달착지근하고 가벼운 양념 맛에 먹을만 하다. 점심 메뉴로는 쇠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옛날고깃국(5500원)이 있다. 장터에서 먹던 국밥 같은 맛과 분위기다. 주인은 예전에 대학로에서 북창동 돼지갈비를 했었다. 알만한 사람은 알던 집이다. 그 집이 갑자기 사라져서 궁금했는데 얘기하다가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만큼 고기를 보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집이라고 보면 된다. 찾아가는 길: 문예회관 대극장 뒤쪽에 골목 안에 있다. 전화 문의 요망. (02) 766- 4647
- ▲오박사네 돈까스 (돈까스 / 성북구 성북 2동) 요즘은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정식 등을 파는 이른바 '또랑'을 보기 힘들다. 시내 어딜 가나 있던 경양식집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박사네 돈까스의 음식들은 왕년에 또랑에서 먹던 버전의 '대중판'이다. 돈까스(5000원)는 크기가 정말 크다. 크기만 놓고 따진다면 최고 수준이라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다. 양이 푸짐하고, 바싹 튀겨서 바삭바삭거리는 튀김 맛에 먹는다. 크림 스프와 고전적 데미글라스 소스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정식(6000원)도 있다. 돈까스, 생선까스, 함박스테이크가 각각 한 덩어리씩 삼총사로 나온다. 깍두기, 양배추샐러드 등이 찬으로 곁들여진다. 풋고추도 준다. 기사식당이라 먹는 속도들이 빠르다. 기사식당으로서의 장점 하나. 커피는 공짜로 준다. 찾아가는 길: 혜화동 로타리에서 과학기술고 쪽으로 올라가면 도로 오른 편에 보인다. (02) 3673- 5730
- ▲혜화칼국수 (칼국수 / 종로구 혜화동) 칼국수는 참으로 수더분한 음식이다. 하지만 일일이 반죽하고 칼로 써는 중간과정이 어설프면 맛이 나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편하게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집으로 혜화칼국수를 빼놓을 수는 없다. 담백한 사골 국물에 가늘게 썬 국수를 넣어서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구수한 국물과 가벼운 면이 산뜻하게 만나는 칼국수(5000원)다. 그 외에도 이 집 메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바싹불고기, 생선튀김, 문어 등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는 메뉴 몇 가지가 쓰여있기 때문이다. 바싹불고기(1만 8000원)는 양념한 쇠고기를 석쇠에 '바싹' 구운 것, 생선튀김(1만 8000원)은 튀김옷을 입혀 노릇노릇하게 튀긴 대구, 문어는 삶아서 포를 뜨듯이 납작하게 썬 것이다. 칼국수 먹기 전에 어느 메뉴나 입맛에 맞게 시켜먹을 만하다. 찾아가는 길: 혜화동 로타리에서 파출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02) 743- 8212
- ▲곰보추탕 (추탕 / 동대문구 용두동) 같은 미꾸라지를 넣어서 끓인 탕이지만 서울식과 지방식은 다르다. 지방에서는 추어탕이라고 부르지만, 서울에서는 추탕이라고 부른다. 이 집은 상호만 봐도 어느 쪽인지 알 수 있다. 불행히도 많은 여자들이 서울식을 즐겨 먹지 못한다. 유일하게 추탕만큼은 서울이 지방보다 더 시골스럽고 징그럽기 때문이다. 추탕 국물은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낸다. 그 속에 미꾸라지들이 통째로 떠다니고, 두부, 호박, 양파 등이 들어간다. 미꾸라지는 뼈 채 아작아작 씹어먹는다. 오랜 전통을 간직한 집답게 담백하고, 듬직한 추탕을 내놓는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정 못 먹겠다면 '갈아서'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끓여준다. 하지만 역시 서울식 추탕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본다면 꼴불견일 수도 있다. 찾아가는 길: 신설동에서 고대 쪽으로 가다가 대광고등학교 지나서 안암교 근처 천변에 있다. (02) 928-5435
- ▲개성집 (조랭이떡국 / 동대문구 용두 2동) 개성은 예로부터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가래떡을 작게 썰어서 대나무로 가운데를 밀면 누에고치 모양의 조랭이떡이 된다. 뽀얀 육수 국물에 담백하고, 졸깃졸깃한 조랭이떡국(6000원) 한 그릇이면 정월이 도래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오이소백이(2000원)는 가격을 받는다고 해도 꼭 먹어봐야 할 이 집의 별미다. 찬 국물에 동치미처럼 나오는 오이소백이가 시원, 개운하다. 개성 손맛을 골고루 맛보고 싶다면 기본상(4인 4만 1000원)도 좋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간 동그랑땡, 북어찜, 만두, 파전, 순대 등이 좌르르 나온다. 할머니는 연로하셔서 일찍 들어가신다. 예전에는 소골을 팔았었다.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깨끗하게 손질한 하얀 골. 다시 파는 날 꼭 가고 싶다. 찾아가는 길: 신설동사거리에서 대광고 지나서 안암동으로 가다가 오른쪽 골목 안에 있다. 전화 문의 요망. (02) 923- 6779 ▲도일처 (중화요리 /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으로 불리던 시절까지만 해도 이 동네에는 이름난 중국집이 많았다. 지금은 옛 자취밖에 남은 게 없지만 짜장면의 진아춘, 요리의 함춘원, 전통의 금문 등 혜화, 동숭 일대의 중국집들은 참 다닐만 했다. 혜화동 로터리 금문만 주인이 바뀐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일처는 그런 대학로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중식당이다. 다양한 세트 메뉴가 많다. 2만원 짜리 코스를 주문하면 해파리냉채, 게살 스프, 유산슬, 칠리 소스의 새우, 탕수육 등을 먹고 기스면이나 짜장면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4만원 짜리 코스 정도면 푸짐하게 펼쳐지는 음식들을 양껏 즐길 수 있다. 특품 냉채, 게살 샥스핀볶음, 해삼과 전복, 왕새우 칠리 소스, 송이 야채요리, 매콤한 복어와 함께 먹는 꽃빵 등 요리들이 화려하다. 꼭 코스가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한 끼 식사를 하기에 좋은 집이다. 찾아가는 길: 대학로 동숭아트센타 못 미처 왼쪽에 있는 건물 2층에 있다. (02) 741- 7577
- ▲형제추탕 (추탕 / 성북구 하월곡동) 전통의 추탕 명문. 서울 시내에서 전통의 3대ㆍ3고 추탕을 꼽으라면 용금옥, 곰보추탕, 형제추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밖에는 대부분 추어탕집일 뿐만 아니라, 이 세 집의 명성을 따라갈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식 추탕(8500원)이다 보니 역시 제 맛은 미꾸라지가 통째로 들어있는데 있다. 푹 익은 미꾸라지가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된장을 푼 구수한 국물, 그리고 우거지가 혀를 철썩 치면서 녹는 맛이다.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느껴진다. 뜨끈뜨끈한 국물에는 매울 때 느껴지는 후끈거림이 있다. 미꾸라지를 갈아주는 추어탕(7500원)은 추탕보다 싸다. 국물 맛은 배지근하지만 전체적인 중량감은 추탕에 비해 떨어진다. 역시 추탕집에서는 추탕을 먹는 게 적격. 튀김과 숙회도 한다. 찾아가는 길: 미아삼거리에서 성가병원 지나서 육교 지나자마자 오토바이센타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02) 919- 4455
- ▲겐뻬이 (일본라면 / 종로구 동숭동)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을 수도 있는, 그러나 일본식 라면의 원형에 가까운 맛을 내는 집이다. 국물의 짭짤함이나 개운함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간다면 그때부터 이 집은 제 맛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소라면, 소유라면, 스테미나라면 등 짜고, 맵고, 혹은 고소한 등 맛은 다양하다. 면발 맛은 부들부들, 졸깃졸깃하며 일품 요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연두부를 튀겨서 가쓰오를 얹은 아게다시도후, 겨울이면 더 맛이 나는 굴 후라이, 그 외에도 튀김과 구이 종류들이 있다.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꼭 가볼만한 집이다. 일본인 주방장이 직접 조리를 한다. 신촌에 있는 모 일본라면집처럼 갑자기 맛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찾아가는 길: 동숭시네마테크 옆 골목에 있다. (02) 765- 6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