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08:45
동풍이다. 여기서 맞는 바람은 대부분이 남서풍이다.
내가 바라는 바람은 이런 바람이다. 그래야 깃발이 제대로 보인다.
땡큐 바람!!
19일 침탈에 의해 파괴된 텐트들을 열흘만에 복구했다.
바람 때문에 비 때문에 미루어졌다.
방사탑 4기는 새로 세웠다.
10:30
그녀들이 왔다.
'생명평화결사' 태원행님이 '행복의 나라로'로 맞았다.
구럼비에선 맨발이어야 한다.
스타이넘과 현경
'여성주의자 들'이라고 했다.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녀들 앞에만 서면 왜 난 작아지는지.....
그래서 멀리 떨어져 가까이 들여다 보았다.
망원렌즈를 꼽았다.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구석진 곳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곳을 좋아한다.
청바지 외 모든 옷은 검은색이다. 팬티 런닝도.
난 블랙을 좋아한다.
그녀들도 블랙이었다. 나와의 유일한 공감대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 출연한 '페이 더나웨이'를 좋아한다.
그녀도 이처럼 늙지 않았을까?
스타이넘....
34년 생이니 지금 77세다.
홍일점 벤자민
프랑스 '깐느'에 여동생이 산다고 했다.
깐느에 오면 여동생 집에 재워준단다. 여동생 한텐 물어보지도 않고?
글쎄 깐에 갈 일이 있을까? 만약 깐느영화제에 갈 일이 생긴다면 필히 연락해야겠다.
다들 한 스타일 하신다.
즉석 모금이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한번 와 본다고 해서 투쟁하시는 마을분들에겐 별 도움이 안된다.
투쟁기금이라도 모아 드리는게 가장 실질적이다."
누님 참 현명하시다.
그자리에서 70만원 가까운 돈이 모였다.
마을회장님 모처럼 낯빛이 밝다.
역시 돈이다. 돈! ㅎㅎ
아는 사람은 안다. 돈!
이노무 돈!
'We shall over come'을 손에 손잡고 불렀다.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 하리라!
한 목소리로 " 해군기지 결사반대" 를 외친다.
다음 일정에 따라 대부분은 가파도로 가고, 구럼비에 남고 싶은 사람은 남았다.
스타이넘과 현경 그리고 몇몇의 그녀들이 남았다.
파파라치 처럼 맴돌며 따라다녔다.
그녀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열매'님이 인터뷰한 글을 재인용해서 그녀들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강정마을에 온 느낌은? "
"이러한 삶이 특수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이라고 생각되었어요.
내가 영국의 고헨 마을에 갔을때,
미군기지 반대를 하느라고 사람들이 열심히 싸울 때임을 기억하는데,
그때 그 사람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해 참 감명을 많이 받았지요
거기는 미군기지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여기는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의 생물학적 보고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싸움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어떠한 이유나 영적인 이유로 싸우는 운동도 중요하겠지만,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경제적인, 전체적인 면으로 봤을때도
이것은 그렇게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제주가 세계 사람들을 끌어드릴려면,
군사기지가 없어야 사람들이 오지요.
그렇게 길게 볼 때 경제적으로도 훨씬 큰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분들 중에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잘살게 될것이다라는 생각은
너무나 좁은 근시안적인 시각입니다."
/Gloria Marie Steinem
"저는 지금 이 일이 너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것은 평화문제, 환경문제, 민주주의의 문제 등 그 모든 것이 관련된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상황을 보니까, 그래서 이것은 작은 마을의 싸움 이지만,
굉장히 큰 우리들이 지향해가고 있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명을 위한 싸움에 상징적인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힘을 실어들이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책에서 한국의 여성들의 21세기의 할일을 살림이스트라는 말로 표현을 했어요.
살림이스트란 뭔가하면 모든 것을 살려내는 사람이예요.
나 자신을 살려내고 내 생명의 힘으로 내 마을을 살려내고, 내 나라를 살려내고, 내 사회를 살려내고
이 지구를 살려내자는 살림이스트가 저는 한국이 세계에 갖고 나가는 제일 큰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강정마을에 주민들이 싸우는 그 힘이 살림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싸우시는 모든 분들을 살림이스트라는 이름을 드리고 싶어요.
살려내는 사람들. 삶을 지키는 사람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그런 신학이나 영성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이렇게 체화되고 역사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런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현경
5월 24일 한국에 온 모양이다. 그녀의 또다른 인터뷰들을 인용한다.
“우리는 항상 언어로부터 리더십의 영향을 받는다.
미디어의 영향을 말할 때 꼭 짚고 싶은 것이 바로 언어의 정치성이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인도에서 공부할 때의 얘기다.
당시 (서구 중심의 제국주의 관점에서 생긴) ‘극동지역’이란 표현을 썼더니 사람들이 ‘극동’이라 함은
어디서부터 멀고 또 어디서부터 가까운지 묻더라.
언어엔 특히 여성과 남성이 대비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언어의 편향된 정치성을 지우기 위해선 언어부터 성평등을 꼭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유럽의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 사이에 성범죄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바로 성범죄는 인간의 본성이 아닌 권력의 문제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이들 원주민 문화권에선 여성이 출산권 행사를 중시하면서 성인의 수가 늘 아동의 수를 초과하도록
신경을 썼는데, 이는 그만큼 아동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지금 현실에서 보듯이 이 반대의 경우에 아동폭력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가.
인상적인 것은 이들 원주민 문화권에선 우리 모두가 곧 자연이라고 보기에
자연과 인간 그리고 성별을 구분하는 언어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이를 다시 종교적 영성과 관련지어 말하자면 우리 여성들은 모든 생명체에 신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 알 것이다. 때문에 여성으로부터, 또 자연으로부터 신의 개념을 분리했던 것은 남성들이
여성과 자연을 분리시키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 여성들은 종교의 정치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이를 반대해야 할 것이다.”
"불평만 해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어떤 일에 대해 분노를 느낄 때, 그 분노를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바람직한 변화가 가능하다.
‘화’를 나 홀로 속으로 삭히면 혼자 우울증만 걸릴 뿐이다.
'자신의 분노를 다른 이와 나누고 연대해야 사회 변혁은 가능하다.”
“여성이 아직도 자신의 마음이나 머리가 아닌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어떤 신문사 편집국에선 나를 보고 ‘멍청한 금발머리는 필요없다’고 퇴짜를 놓은 적도 있다.
여성에게 외모는 무기이면서 한계다.
하지만 나는 아름다움이 좋다. 나 스스로를 치장하는 것도 좋아한다.
패션과 스타일은 다르다.
패션이 브랜드 중심의 세계라면 스타일을 지킨다는 건 나를 표현하는 일이니까.”
Gloria Marie Steinem(1934년 3월 25일 ~ )
"1960년대부터 인종 및 남녀 차별 철폐 운동에 앞장서온 페미니즘계의 스타이자 산증인이다.
뉴욕 타임스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스럽다(Gloria Steinemesque)’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그가 1971년 공동 창간한 잡지 ‘미즈(Ms.)’는 여성을 결혼 유무에 따라 ‘미스(Miss)’와 ‘미세스(Mrs.)’로 나눴던 차별을 부숴버렸다."
또한 그녀에게 늘 따라다니는 '중산층 지식인 여성주의자'라는 레떼르.
그녀의 한계일 것이다.
한계 없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
있긴 있다.
스타이넘과 현경 앞에서 벌거벗은 두 놈.
이 둘은 이시간 이곳에서 늘 벌거벗고 논다.
하필이면 이곳에 그녀들이 왔다.
양윤모 선배가 발가벗고 놀던 곳 이기도 하다.
곧, 얼마 지나지않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놈은 '당당'이고 또 한놈은 '다우리' 다.
지 놈들이 어쩌겠는가.
모자이크 처리한다는 약속을 깨고 그냥 이 사진을 올린 들....
그래도 더 가까이 다가간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낚시하던 어떤이 다가와 하는 말...
"저기 그 밑에 있는 성게 좀 잡아주시오."
"뭐 하시게요?"
"미끼로 쓰게..."
멍청한 '다우리' 또 열심히 잡는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스타이넘도 현경도 당당도 다우리도 구럼비와 하나 아닌가.
어떤이의 질문이다.
"왜 페미니스트를 두려워할까."
“남성들이 찔리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복수를 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인종차별도 백인들이 ‘흑인들을 내버려두면 결국 우리를 몰아내고 억압할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존재했다.”
난 두려워하진 않는다.
다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 이다.
나도 가까이 하고 싶다. 너무나.
세리님의 넓은 등판에 새긴 스타이넘과 현경... 그녀들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한번해서 끝날 일이 아니고, 이게 끝나면 또 딴게..
이것은 끊임없는 우리 삶의 연속적인 일이기 때문에.
삶의 진실이기 때문에, 그러니 한번에 끝내지 말고,
일생을... 세상을 변하게 할려면 일생을 해야하는 일인데,
일생을 해야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합시다.
/Gloria Marie Steinem
"I'm behind you"
"神나게 이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