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외국 산악인은 한국의 산에 감탄해 마지 않는다. 서울만 해도 어디서든 지하철로 30분 안팎이면
산에 갈 수 있다. 등산을 하려면 도시 외곽으로 몇 시간씩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 도시와는 딴판이다.
한국은 70%가 산악 지대다. 산이 많다 보니 등산 인구 비율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지리산·북한산 등 전국 25개 국립공원 지역 내 산을 오른 사람은 2349만8512명이라는
집계를 했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요즘 전국의 모든 산이 등산 인파로 넘친다. 빨강·노랑 등 갖가지 색깔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 꽃이 어우러져 산마다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산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등산복과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운동화 등산은 금물
등산 초보자는 산행 시간이 4시간을 넘지 않는 가벼운 산행(트레킹)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럴 경우 전문가용 고기능성
등산복이나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다.
등산화는 발목을 덮지 않는 트레킹용 ‘로컷’ 경등산화를 선택하면 된다. 무거운 통가죽 제품보다 가벼운 재질을 쓴 제품을
고르는 게 편하다. 하지만 바닥만큼은 딱딱해야 한다.
등산·레저 전문지 월간 ‘아웃도어’의 박요한 편집장은 “바닥이 물렁하면 신발 속에서 발이 밀리고 충격 흡수도 제대로 안 돼
발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며 “밑창이 부드러운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하면 발과 다리가 많이 아픈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어 7시간 이상을 보내는 하루 코스 산행을 즐긴다면 신발 목이 복숭아뼈 정도까지 오는 ‘미들컷’ 등산화를
장만하는 게 좋다.
등산을 자주 갈 요량이라면 처음부터 이 제품을 선택하는 게 무난하다.
산에서 하룻밤 이상을 보내는 장기 산행을 간다면 발목을 덮어주는 ‘하이컷’ 제품을 신는 게 필요하다. 등산화가 발목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줘야 긴 산행에 따른 피로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전문가용으로 분류되는 하이컷 제품들은 20만원대를 넘어간다.
등산화 가격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거죽과 밑창의 소재를 어떤 것을 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에는 거죽 소재로 고어텍스를 사용한 등산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고어텍스는 방수·방풍·통풍 기능이 탁월하다.
신발 밑창 소재로는 이탈리아의 ‘비브람(vibram)’ 브랜드가 유명하다.
밑창에 ‘비브람’ 로고가 있다면 괜찮은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국내 업체 트렉스타의 밑창 브랜드 ‘하이퍼그립(HYPERGRIP)’도 비브람 못지않다. 하이퍼그립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등산화를 고르는 법은 일반 신발을 사는 것과 조금 다르다. 등산화는 평소 신는 신발보다 5~10㎜ 큰 것을 선택해야 한다.
두꺼운 양말을 착용하고 등산화를 신은 뒤 뒤꿈치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끈을 조였을 때
발가락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만 발 전체가 앞뒤로 놀면 안 된다.
바위 산을 탈 거라면 특수 등산화를 신는 게 좋다. ‘릿지화’다. 이 제품은 일반 등산화보다 바닥이 무르고 마찰력이 좋아
바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릿지화의 밑창 브랜드는 미국의 ‘트랙스(TRAX)’와 ‘스텔스(STELTH)’가 유명하다.
릿지화는 일반 등산화와 달리 발에 꼭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릿지화는 밑창이 그리 두껍지 않아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쉬 아프다. 따라서 릿지화를 신고 장거리 산행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암벽을 오르려면 암벽등반용 제품을 신는 게 좋다. 암벽등반용 등산화는 신발 앞 부분이 길쭉하게 앞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로 릿지화보다 접지력이 더 좋다.
등산복은 보호장구
산의 날씨는 예측불허다. 변화무쌍하다. 언제 비가 오고 바람이 불지 알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산에 오를 때 이너웨어(속옷)·
미들웨어·아우터(재킷)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속옷은 면 소재 제품보다 땀이 빨리 마르는 기능성 제품을 장만하는 게 좋다. 면은 땀을 흡수만 할 뿐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온이 급강하할 경우 체온을 빼앗아 가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또 속옷에 땀이 차면 축축하고 불쾌해 즐거워야 할 산행이
오히려 짜증으로 바뀌게 된다.
기능성 속옷 브랜드로는 국산 엘캡(EL CAP)이 가장 유명하다. 기능성 속옷을 살 때는 쿨맥스·폴라텍 등의 기능성 섬유가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고 비싸도 ‘쿨맥스 50%’라면 ‘쿨맥스 90%’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
기능성 속옷은 개당 2만~5만원대.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마운틴이큅먼트’ 매장의 박훈 점장은 “등산로 주변에서 파는
5000원, 1만원짜리 저가 제품은 땀 배출 기능이 많이 떨어진다”며 “최근에는 땀 냄새를 막아주는 기능을 갖춘 제품도
나왔다”고 말했다. T셔츠나 남방 등 미들웨어도 땀 배출 기능이 중요하다.
기능성 속옷에서 배출한 땀이 미들웨어에서 막힌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미들웨어 역시 쿨맥스나 폴라텍 등 기능성 섬유를
많이 함유할 수록 좋다. ‘나노스피어’ ‘3XDRY’ 등이 쓰여 있는 등산복은 물기나 습기의 침투는 막아주면서 땀 배출은 잘 되도록
표면을 특수 처리한 옷감을 사용했음을 뜻한다.
바지는 신축성이 중요한데 암벽등반 시 주로 입던 몸에 착 붙는 스판 바지가 트레킹용 바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바지 소재로는 ‘쉘러’가 유명하고 ‘애슐러’ 소재도 최근 많이 팔린다.
따뜻한 날씨에 떠나는 한나절 산행이라면 고가의 재킷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하루 이상을 산에서 보낼 계획이라면
기온이 급강하해도 견딜 수 있는 고기능성 재킷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등산복은 관리를 잘해야 본래 기능을 제대로 유지한다. 세탁기에 넣고 돌리거나 드라이를 맡기면 특수 가공 처리한 등산복
표면이 손상돼 기능이 떨어진다. 등산복은 손으로 살살 물빨래해 그늘에 말려야 한다. 세제 사용도 피해야 한다.
외출복으로 손색 없어
최신 등산복은 평상시 외출복으로 입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디자인이 좋다. 골프장이나 공원 등에 갈 때도 등산복을 입는 게
어색하지 않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일부 브랜드는 어린이용 등산복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색상도 다양해졌다.
이전엔 빨강·파랑·검정이 주종을 이뤘지만 요즘엔 오렌지·연두·분홍색 등 파스텔 색상이 인기다.
코오롱스포츠가 올 봄 선보인 ‘트랜지션 라인’은 봉제선을 없앤 제품으로 입으면 날씬해 보인다. 친환경 흐름은 등산복도
예외가 아니다. K2가 선보인 ‘코코나 시리즈’ 아웃도어는 코코넛 껍질에서 추출한 섬유를 사용한 제품으로 친환경적이면서
악취 제거 효과까지 있다. 코오롱의 ‘대나무 스판바지’와 K2의 ‘대나무 스트레치 바지’는 대나무 섬유를 사용한 제품으로
항균 효과와 정전기 방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이한 기능을 갖춘 제품도 눈에 띈다. 라푸마의 ‘MP3 스포츠 선글라스’는 선글라스에 1GB의 대용량 메모리를 장착해
산행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디아플렉스 재킷은 착용할 때 체온을 기억하고 있다가 신체에서 열이 나는 것이 감지되면 바깥으로 빠르게 체온을
배출시키는 제품이다. 코오롱스포츠 정행아 디자인실장은 “올 봄엔 기능성과 패션성을 강조한 아웃도어 웨어가
외출복 시장의 새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며 “남성은 기능성 바람막이 재킷, 여성은 화사한 색상에 꽃무늬가 프린트된
재킷을 갖추면 일상복과 코디해 멋지게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