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이 땅에서 다양한 생명들로 가득 찬 자연하천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도시를 흐르는 하천은 말할 것도 없고 시골 마을 하천도 돌망태나 콘크리트 제방이 흉물스럽게 버티고 자리 잡은지 오래다.
어릴적 맨발로 뛰어놀던 강가 모래밭, 작은 늪, 수초와 나무뿌리 가득하던 아름다운 하천은 그저 어린시절에서만 존재하던 추억이 전부이다.
남구 삼호동과 무거동에는 주택가 사이로 무거천이 흐른다. 문수산에서 발원해 무거동 정골못을 지나 복개구간으로 흘러간 뒤 옥동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과 1차 합류하고 옥현주공아파트를 지나 삼호동을 거쳐 태화강으로 흘러든다.
삼호산에서 바라보면 활처럼 휘 굽은 모습이라 궁(弓)거랑이라고도 불리어졌고 비가 많이 오면 물난리가 나던 곳이었다. 재난을 막고 경제개발과 산업화로 무거천에는 강변도로와 복개도로 등이 들어서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하천속의 생명들은 흔적 없이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차 희미해졌다.
다행히 최근 남구청이 자연형 생태하천 사업을 추진해 몰라보게 달라진 무거천은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삼호6교에서 태화강 합류지점까지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형 호안으로 바꾸고 여울, 소, 습지 등 생태서식환경 조성과 더불어 녹지, 산책로 등 여가공간을 조성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하천으로 탈바꿈 시켰다.
덕분에 사라졌던 송사리떼와 소금쟁이도 돌아오고 수상식물도 뿌리를 내리는 등 아련한 향수들만 뇌리 속에 잔재해 있는 그 옛날의 생태적 가치를 되찾고 주민들에겐 마음의 안식처 같은 친수공간이 돼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더 자연 친화적인 무거천의 복원을 위해서는 옥현주공아파트에서 삼호6교까지 1.1㎞ 구간을 가꾸고 삼호동 복개공영주차장 개복 문제도 심도 있게 노크 중이어서 자연생태 하천으로의 옥동자를 잉태시키는 일만 남았다.
생태하천 복원과 친수환경 조성을 위해서 개복은 반드시 추진돼야 하지만 좀더 큰 테두리에서는 태화강 연안지구 종합계획과 연계해 기술성 등 다양한 검토를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숙제라 생각된다.
남구청은 이번 개복사업을 위해 올해 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았고 나머지 자연형 생태하천 조성비는 건교부를 통해 확보할 계획을 확정해 놓고 이미 사업구간에 대한 실시설계를 추진 중이다.
앞서 조성한 무거천과 같이 남은 사업구간에는 수변식물 식재와 주민 산책로, 여울, 징검다리 등을 조성, 무거천 전체가 자연생태하천으로 모습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남구는 이와 같은 사업으로 생태적 건강성을 확보한 뒤 향후 무거천을 건전한 여가 장소로 만들어 주민들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정책을 열심히 펼쳐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어려운 재정여건 하에서도 울산시와 남구에서는 5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힘들게 복원한 자연형 무거천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에 의한 지역사회 사랑활동이 필요하다 할 것인데 다행히 '삼호천 사랑회' 110여명의 회원들이 이미 그 실천에 앞장서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오염된 하천을 돌이킨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며 쓰레기와 오물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주민 스스로의 감시역할과 환경정화활동이 수반돼야만 행정에서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주민들이 보완하는 지킴이가 되고 확고한 주인의식이 고취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수질관리라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역할이 가장 핵심이 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산 아니 태화강 무거천을 지켜온 토박이 중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무거천에 물고기 떼가 올라와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시민들의 염원에 보조를 함께 했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상문 울산시 남구의회 의원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08.08.28 2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