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가장 기대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그 지방의 음식이다. 요리의 천국 중국에 가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통상적으로 중국에는 ‘8대요리(八大料理)’니 ‘4대요리(산동요리, 사천요리, 회양요리, 광동요리)’니 하여 각 지역마다 그 지역 이름을 붙여 각기 맛의 특징을 갖고 있다. 흥미 있는 것은 모든 음식의 이름이 그렇겠지만 중국음식 또한 이름만 보면 무슨 재료를 사용해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북경고압(北京烤鴨-베이징카오야)’은 오리(鴨-ya)를 불에 구운(烤-kao)요리이고, 신강(新疆)에서 제일 유명한 ‘카오양로우촨(烤羊肉串)’은 양고기(羊肉-양로우)를 깍두기 모양으로 쇠꼬챙이에 꿰어(串-촨) 불에 구운(烤-카오) 요리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작장면(炸醬面:자장미엔)은 춘장(중국된장-醬)을 기름에 살짝 볶아서(炸-자) 면과 섞어 먹는 음식이다. 이렇듯 중국요리는 대개 요리 제법의 몇 가지 특징만 알고 음식점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면 대개 이름을 보고 음식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다음은 중국의 어느 음식점에서 본 메뉴판의 일부이다. 메뉴판 윗면에는 양채(凉菜)와 열채(熱菜)라고 적혀있다. 양채 아래에는 양반해대사(凉拌海帶絲:량반하이다이쓰)-4元(우리 돈으로 700원 정도), 소총반두부(小葱拌豆腐:샤오총반도우푸)-3元, 피단두부(皮蛋豆腐:피단도우푸)-4元, 양반고과(凉拌苦瓜:량반구과)-6元, 계사황과(鷄絲黃瓜:지쓰황과)-5元, 사천량채(四川泡菜:쓰촨파오차이)-3元이라 쓰여 있고, 열채 아래에는 홍소가자(紅燒茄子:홍샤오치에즈)-8元, 궁폭계정(宮爆鷄丁:궁바오지딩)-10元, 송서계어(松鼠桂魚:숭수구이위)-80원, 산용두묘(蒜茸豆苗:산롱도우먀오)-8元, 가상두부(家常豆腐:자창도우푸)-8元이 적혀있다.
일단 맨 위에 있는 양채는 차갑게 한 요리(凉:서늘할 량)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야채류나 어떤 재료를 생채나 익혔다가 식혀 놓은 것으로 만든 요리일 것이고, 열채라는 것은 불에 익혀 뜨겁게 한 요리(熱:뜨거울 열)이다. 그래서 열채의 종류에는 주(煮:끓이다), 둔(炖:주재료에 국물을 붓고 푹 고는 것, 푹 삶다), 전(煎:기름에 부치거나 지지는 것), 작(炸:다량의 기름으로 튀기는 것), 초(炒:중간불로 기름에 볶는 것), 고(烤:불에 직접 굽는 것), 폭(爆:끓는 물이나 기름에 살짝 데치는 것), 증(蒸: 찌는 것), 훈(熏:재료를 연기로 찌는 일종의 훈증식)처럼 불과 관계되는 불(火)관련 제법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재료에 따라 쇠고기를 사용하면 우육(牛肉-니우로우), 돼지고기를 사용하면 저육(猪肉-주로우), 닭고기를 사용하였으면 계(鷄-지)나 봉(鳳-펑)으로 나타낸다. 또한 용(龍-룽)은 뱀, 호(虎-후)는 고양이, 전계(田鷄-텐지)는 개구리를 재료로 요리하였음을 나타낸다.
더불어 재료의 모양에 따라, 얇게 조각으로 썬 것은 편(片-피엔),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것은 정(丁-딩), 가늘게 실처럼 썬 것은 사(絲-쓰), 아주 잘게 간 것은 말(末-모어)라고 한다.
이외에 조미료로 설탕을 사용하면 당(糖-탕), 식초를 사용하면 초(醋-추), 고추를 사용하면 라초(辣椒-라자오)등이 쓰이며, 재료의 배합 형태에 따라 삼선(三鮮-싼센), 팔보(八寶-빠바오)등이 요리 이름에 들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양채 중에서 소총반두부(小葱拌豆腐)란 것은 작은 파(小葱)와 두부(豆腐)를 무친(拌) 요리임을 알 수 있고, 열채 중에서 10元(우리 돈 1700원정도)하는 궁폭계정(宮爆鷄丁)은 닭고기를 작은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기름에 데쳐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다.
그 외 ‘간작홍린어(干炸紅鱗魚-간자훙린위)’는 튀긴 붉은 잉어 요리이고, ‘청초하인(靑炒蝦仁-칭차오샤런)’은 새우 살을 기름에 볶은 요리이며, ‘어향육사(魚香肉絲-위샹로우쓰)’는 가늘게 썬 돼지고기에 위샹(물고기 향)이라는 소스를 올린 요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여행 중에 혼자 식단을 보고 메뉴판의 글을 짐작해 가며 중국 요리를 한 번 주문해 보자. 작년 2월 말 오도구(五道口) 동승원이란 곳에 둥지를 틀고, 매주 토요일 날은 하숙집 동료들과 함께 북경 시내 명승지와 유명 음식점을 다니기로 하고 첫 번째로 갔던 곳이 집에서 가까운 원명원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2차 아편전쟁 때 영·프 연합군에 의해 목조 건물은 정말 흔적도 없이 모두 불타버리고 남은 거라고는 베르사이유궁전인지를 본뜬, 파괴된 대리석 궁전 건물뿐이었다.
오늘 같은 2월, 생각해보니 추위에 달달 떨며 그 넓은 황실 가원을 돌아보고 후문으로 나와, 동행한 문선생과 수홍이와 뒷문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시킨 몽구베이라는 한 컵의 고량주와 위샹로우쓰, 간자리지라는 요리가 삼삼하게 떠오른다.
이렇듯 추운 2월이 되면 질척거리는 오도구 거리와 한 컵의 몽구베이가 생각납니다.
첫댓글 처음 북경에서 중국요리 배울 기회가 있어 두
정도 배웠어요.. 무조껀 기름 한 국자, 미원 한 국자, 그밖에 소금 파마늘간장 양념을 넣어 음식을 만들었는데 지금 그걸 만들라고하면 저는 못 만듭니다. 초챠이는 할수있어도.....정말 기름기가 많아 제대로 먹지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되었습니다.. 거의가 다 퓨젼형태로 나옵니다.. 한국사람들이 잘 먹는거 있잖아요...찐장로쓰(돼지고기), 위샹로쓰(돼지고기),라즈지(닭고기) 티에반카우로우(철반소불고기), 마라또부(마라두부),(띠싼시엔)채소를 비롯하여,투돌쓰, 
황과등.. 다들 잘 드신던데요.. 카우야도 바싹한 따통카오야나 리췬캬오야는 잘 드시고...샤부샤부등...
음식의 이름으로 식재료를 짐작해서 마치 그 음식에 대해 잘 아는 듯하면서 주문할 때 제가 즐겨하는 꼼수(?)중 하나입니다..^^* ㅋㅋ 사람이 이성적으로 통제가 어렵거나 곤란한 3가지 욕구에 속가의 나이가 40을 넘기면 두어가지가 추가되는 욕구(망)가 있으니 배움에 대한 욕구가 그 하나라 하겠습니다. 지난10여년은 배우면서 깨우치고 반성하고 노력하였으나 여전히 모자람을 느끼면서 비록 위편삼절의 노력은 아니라도 잡편을 두루두루 읽어오니 그나마 어디가서 사람을 만나도 수인사 후 어색함을 풀어줄 재담은 익혔듯이 오늘 세체님 글로 인해 음식에 관한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