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사는 고등학교 교사인 올케가 막둥이 조카와함께 캐나다의 친오빠 집에 가는길에 시누이들도 보고 미국을 구경하고 가고싶다면서 우리집에 다니러왔다
18시간 서울서 날아온 올케와 조카는 일정이 바쁜 까닭에 겨우 하루 쉬고서 나를 운전사삼아 8시간을 가야하는 뉴올리언즈의 동생집으로 달려갔다. 화씨15도의 매서운 미시시피 강바람을 맞으며 뉴올리언즈의 겨울바다를 온 몸으로 느낀다. 지난가을 허리케인 '릴리'의 흔적이 남아 황량하기만 한 주위풍경은 올케가 전해준 고향의 어르신들 이야기와 함께 나의 마음을 한없이 할퀴어왔다. 가슴아픈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어찌 풀어야할지....
동생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다음날아침 늦은 아침식사를 챙겨먹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올리언즈의 명소 프렌치쿼터로 차를 몰았다. 프랑스인들이 처음 이주해와서 그곳에 정착해 프랑스문화를 정착시킨곳 평소엔 길눈이 밝기로 소문난 나였지만 세여자의 수다와 두조카들의 보챔으로 길을 잃어버려 한참을 헤매는 불상사를 겪었다. 어제와 달리 바람은 잠잠했고 따뜻한 햇빛은 기분좋은 가을날씨를 연상케했다. 뉴올리언즈는 미시시피강 하류의 삼각지로 시 전체가 수면보다 낮아서 물가로 높은뚝을 쌓고 그곳에 강변공원을 조성, 많은 예술인들의 꿈을 키워주는 곳이 되었다.
어렵사리 주차공간을 찾아 차를 주차하고 관광전차를 타고 구경을 시작했다 기타치며 노래하는이, 탭댄스에 열중하는이, 스트리트 댄스로 눈길을 모으는 무리들.... 기다란 풍선으로 만들어진 멋진 풍선묘기는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고 트럼펫을 불던 흑인 할아버지가 우리가 한국인임을 듣고'이리와봐'한다. 깜짝놀라 돌아보자'이리오십시오'라고 다시말한다. -아리랑-을 부는 트럼펫에 맞춰 손뼉장단으로 함께 따라 부르고 '사랑합니다'와 '다시봅시다'까지 들으며 작아지는 세계를 피부로 느낀다. 그고장 특유의 맵고 짠 '케이젼 음식'으로 점심을 마치고 태풍으로 탑이 무너진 세인트 루이스 성당앞, 잭슨광장에서 남북전쟁의 영웅 앤드루 잭슨장군을 동상으로 만났다.
아이들은 다리 아프다고 징징거리는데 아름다운 꽃들이 좀 봐달라고 애원한다 깃털모자를 쓰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말과 마차에 올라 동네한바퀴 돌며 재미있게 설명하는 마부 아저씨의 구수한 이야기도 듣고 거리의 재즈음악사들, 화가들, 점쟁이들, 마법사들, 인간동상들을 보고 '마리그라' 가장행렬로 유명해진 깃털가면등 기념품을 몇개샀다.
톰 소오여가 탔던 스팀보트로 미시시피강을 두시간 유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하나의 명물인 지상 공동묘지를 둘러보았다. 돈있는 사람들은 예쁘장하게 작은집을 지어 관을 들여놓지만 죽어서까지 땅 한뙈기 얻지못해 셋, 넷씩 포개어 관을 들여논 아파트촌 묘지는 인생의 무상함을 더욱 더 느끼게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피곤으로 늘어져 잠이들고 우리들의 수다또한 흐르는 재즈음악과 붉어오는 노을에 묻혀 그 기세가 꺾어져버렸다.
하룻밤쉬고 돌아가면 아틀란타 지역은 혼자서도 구경할수 있다하니 다행이지만 캐나다로 떠나기전에 동부해안을 보고싶다니 돈쓰면서 다니는 가이드역할도 쉬운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