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발칙한 상상,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2009년 01월 30일 (금) 경남도민일보
학교 졸업과 입학을 앞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 속에 있는 우리 국민은 교육으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오늘이다. 거기에다가 2012년도에는 대입 완전자율화를 앞두고 일부 사립대학들이 본고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학교는 4·15 학교자율화 조치로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국제중 설립 등 큰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또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까지 강행하고 있으니 우리의 10대는 획일적인 입시 전쟁터로 내몰려 하루 평균 1.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입시 전쟁터로 내몰린 가정·학교
지금 광란의 교육에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박탈당하고 교사는 입시기술자가 되어야 하며 학부모는 사교육비 굴레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경제적 문제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 발칙한 상상을 하자. 바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이다. 우리는 1969년 초등학생을, 1974년에는 중학생을 입시 지옥에서 구출하기 위하여 무시험평준화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당시 제기된 문제가 '학생의 전인적 발달 저해, 이기적이고 비협동적인 성격 형성, 학교 격차 조성, 사교육비, 학교교육 불신, 출신학교 위주의 인간평가'였다. 이 문제는 현재 2009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것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지금 초·중등 교육이 학벌로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과정으로 등수와 등급의 노예가 되어 피폐해진 인성, 주입식 교육으로 닫힌 상상력과 창의성,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계속 용인한다면 이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으로 정글의 논리 지배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사회가 학벌경쟁에서 이긴 자가 보상으로 갖는 지위·명예·권력과 부는 인정하지만, 그것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오로지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로 무장할 때 그 폐해는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평준화를 말하면 경쟁을 싫어하고 하향식의 평준화를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인식으로 꼼꼼히 따져 봐야 할 일이다.
평준화 교육으로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이 상위권에 있다. 그래서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면서 많은 나라가 관심을 두고 있다. 핀란드는 사교육, 일제고사, 등수로 매긴 성적표가 없다. 즉 '평등이 곧 효율'이라는 것이다. 우열반이 따로 없으며 통합교육을 지향하면서 교실에서 개인별 맞춤 교육을 한다. '교육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지 정치나 경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시험은 절대평가로 하며 대학까지 평준화가 되어 있는 나라이다. 또한, 나라마다 교육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등의 유럽 나라들은 대학까지 평준화가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살인적인 입시과열, 경쟁 무풍지대를 만드는 패거리 학벌주의, 경제를 왜곡하는 사교육비 같은 우리 교육을 망국으로 이끄는 3대 병폐를 끊어야 한다. 이것이 입시를 폐지하고 대학을 평준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입학자격고사(Pass/Fail)로 계열별 전국단위 통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자. 국·공립대학과 일부 사립대학을 국·공립으로 전환하여 거주지 등을 고려하여 대학에 입학하여 재학 중에는 학점교류, 전학·전과 등을 허용하고 엄격한 학사관리로 졸업자격을 부여하여 전국 공동학위 수여를 하는 것이다. 이들 학교에는 충분한 재정지원, 등록금 인하, 교수들의 처우 개선 등으로 대학 교육의 질적인 상향 균등화가 전제됨은 당연하다.
핀란드의 '평등이 곧 효율' 정책
대학평준화는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더욱 국·공립대 평준화는 아주 쉬운 길이다. 교육은 무상과 평준화가 기본이 되어야 하듯이 대학평준화도 국가가 학생선발권을 회수하여 학벌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이라는 이기심을 규제하여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연대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육이 삶의 희망을 주는 배움터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계속 학벌을 얻기 위한 전쟁터가 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중대한 길목에 서 있다.
발칙한 상상.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자.
신종만(창녕 남지여자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