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충북(20130312) 화병
문1. 자, 매주 화요일은 건강 상식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님 나와 주셨는데요. 원장님, 오늘은 ‘화병’에 대하여 말씀 해주신다고 하셨는데요. 원장님, 이 화병이라는 것이 정말 정식 병명으로 사용되고 있나요?
답1. 네, 정식 병명 맞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양방에서 정식병명으로 사용하지를 않았었습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 몸에 불이 나는 병이니, 화병이라는 병명이 맞지 않았었겠지요. 하지만 워낙 임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니, 외국에서도 인정이 되게 되었습니다. 그 예로 1996년도에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는 화병을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도 h,w.a,-b,y,u,n,g이라고 불러서, 아예 고유명사화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이 되는 추세입니다.
문2. 아, Fire- disease 가 아니라 화병 발음 그대로 명칭이 되었군요. 이런 걸 국위선양으로 반가워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한의학적인 병 개념이 서양에서 인정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원장님, 일단 화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로 봐야하겠지요?
답2. 네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에 대해 우리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화나고 슬프고 억울하고 기분 나쁜 감정들만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사실은 이 밖의 모든 감정들이 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칠정(七情), 즉 일곱 가지 감정 상태로 풀이하는데요, 기쁘고 화나고 걱정하고 생각하고 슬프고 무섭고 놀라는 감정 모두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봅니다.
특히 “저는 스트레스 같은 거 받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기 때문에, 그런 거 없어요.~“ 말하시는 분들은 그 말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다고 실토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문3.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말씀이시네요.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원장님, 기쁘고 즐거운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는 말씀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푸는 것들 아닌가요?
답3. 네, 많은 분들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치료목적으로 환자의 감정 상태와 다른 감정을 일으키게 해서 치료를 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도 매일 화만 내는 부인을 상대로 웃음요법을 적용해 치료하는 케이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것이든 작용이 있다면, 그만큼 반작용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너무 심하게 한참 동안 웃다보면 기운이 빠지고 몸이 힘들고 심지어 통증이 생기는 것을 경험해 본 적 있을 겁니다. 또 다음날 소풍간다고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한 경험도 해보았을 겁니다. 즉 좋은 감정 상태라 하더라도, 인체에 해를 줄 수도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문4. 네, 잘 알겠습니다. 원장님 그러면 본격적으로 화병의 증상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아무래도 차가운 증상 보다는 열 증상이 많이 나타나겠죠?
답4. 옳은 말씀이십니다. 화와 열에 의한 증상이기 때문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라든지,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생기며,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명치끝에 딱딱한 덩어리 등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심화(心火) 즉 마음에 화가 생긴 때문에 그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병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증상이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더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병도 다양해서, 각종 신경성 위장병이나 고혈압 당뇨 중풍과 같은 성인병까지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병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문5. 아 네, 원장님, 화병이 중풍의 원인도 될 수 있군요? 위로 열이 올라오기 때문인가요?
답5. 맞습니다. 예전에 오신 환자분 중에 굉장히 다혈질이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요, 이분이 평소에도 자주 화를 참지 못해서, 툭하면 코피가 터지시는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모 대학병원 앞에서 회식을 하다 코피가 터졌는데 멈추지를 않아 응급실로 갔더랍니다. 그랬더니 담당 레지던트가 다시는 코피가 나지 않게 해주겠다며, 레이저로 코 속 혈관을 지져서 봉했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이 환자분은 더 이상 코피는 나지 않게 되었는데, 그 대가로 다음번 열이 위로 뻗쳐올라 왔을 때, 어디로 샐 구멍이 없어, 그대로 머리까지 열이 올라가서 뇌혈관이 터졌답니다. 결국 화로 인해 중풍이 오게 된 것이지요.
문6. 아, 치솟는 열을 배출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뇌혈관이 터졌던 것이군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장님, 그러면 말이죠, 이렇게 응급 상황 때 살짝 피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건가요?
답6. 네, 이렇게 화나 열이 갑자기 위로 치솟을 때는, 손가락 발가락 끝을 살짝 따서 출혈을 일으키는 것이 도움 됩니다. 물론 근본치료가 되지는 않지만, 응급상황을 모면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 중풍 발작 시에 손가락 발가락의 십선혈에 사혈요법을 했을 때, 혈압을 비롯한 많은 상황이 호전되는 논문들이 발표되어 있습니다. 역시 선조들의 지혜가 뒤늦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좋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문7. 네 화병으로 인해 응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응용할 수 있는 응급 처치법까지 알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런데 말이죠, 삼국지를 보게 되면, 적벽대전이 끝난 후에 오나라의 장수 주유가 촉나라의 제갈공명에게 속아서 성을 빼앗기고 난후에, 화를 못 이겨서 그만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혹시 이것도 가능한 일일까요?
답7. 네 역시 일전에 찾아오신 환자분의 얘기로 답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주머니 환자 분이 한분 오셨었는데, 이분은 특이하게 피를 토하는 증상 때문에 저희 한의원에 찾아오셨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저한테 온 것은 아니고요, 피를 토할 때 마다 양방 병원에 가서 식도와 기관지 등 모든 검사를 다 해봤지만, 항상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의사 선생님이 슬며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더랍니다. 그래서 씩씩대며 저한테 찾아온 것이었는데요.
일단 제가 언제 처음으로 피를 토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하시던 그 분은 어느 날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면서 왈칵 피를 토했었다고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더군다나 다시 생각해보니, 평소에는 괜찮은데, 부부싸움하면서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항상 피를 토했다고 하더군요.
네 맞습니다. 답은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습니다. 화병으로 인해 피를 토한 전형적인 케이스인 것입니다. 소설 속의 얘기가 마냥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있을 수 얘기인 것이지요.
문8. 네 재미난 얘기 잘 들었습니다. 화병은 가볍게 넘길 병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원장님, 끝으로 한 말씀해주시죠.
답8. 네, 일반적으로 화병은, 다른 말로 울화(鬱火)병이라고 얘기합니다. 즉 쌓이고 쌓여서 누적된 화병이라는 뜻입니다. 스트레스 한번 받았다고 화병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화가 쌓이게 되면 화병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알아본 바와 같이, 화병은 방치했을 때 심각한 질병이 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화병의 증상이 느껴지게 되면, 빨리 가까운 한의원에 찾아가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