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원전고개)-155봉-244봉-안남골재-배토재-602봉-527봉-돌고지재-안양재
2004. 8. 28.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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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밤재(원전고개)는 인적없어 적막감이 맴돈다. 여기도 맥은 도로로 절개되어 본래의 모습은 아니다. 이동거리가 멀어 오전7시에 출발해도 8시50분이 되었다. 대원들 모두가 처음온곳 아니 낙남의 산마루를 가지 않으면 이 지역은 아마 평생 발 디딜일이 없을 미지의 땅이다.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완벽한 구도의 산마루 아니 원래의 산마루는 1대간 9정맥 그리고 작은 기맥에도 없다는것을.. 개발이라는 명제아래 그렇게 전 국토의 산 허리는 곳곳에 망신창이가 된것이다. 결국 대간의 맥이 잘라져 국운이 쇠락하는건 아닌지... 최근 백두대간 보호법 제정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중이나 여기에 종속되어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민과의 마찰은 과연 어떻게 될까? 왼쪽 절개지를 올라 산길로 들어서니 어느새 따라 왔는지 그림자도 산길 따라간다. 태풍의 영향인지 제법 세찬바람이 불어 부회장 모자를 날려 하마터면 다시 밤재 도로로 내려갈뻔했다. 이제 지리산자락 계절도 가을로 가고있다.
이제 지리의 준봉들이 하나둘 보인다.
14구간 하산지점 이동시 밤색 지리산 표지판이 계속 눈에 들어와 정겹다. 근.중.원경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조화를 이뤄 웅장한 산세를 뽐내는 영원한 어머니의 산 지리산. 이 산자락은 졸자를 산과 만나게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지인과의 情이 절절히 남아 있는곳이다. 하동 북천 그 이름모를 작은계곡에 속세를 잠시 접어두고 발담그며 망중한과 술잔에 진한 정을 담던... 산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사람을 좋아했던 병호형 다시한번 이승에서 다가가지 못한산들 거침없이 다니시고 당신을 알고있는 모든 산사람들 산길 온전하게 인도해 주소서 그대 자신이 산길 이었으니 말이요. 마곡리와 은사리를 우측을 두고 우리는 기분좋게 간다. 옥정산 및 244봉 벌초하여 잘 정돈된 해주오씨 묘지를 지나면서 산길 오는동안 후손들의 발길이 끊어진 비목만 남은 묘지를 보면 마음이 왠지 착잡했다. 237봉을 지나 09:54. 내리막길을 내려가자 좌측 밤나무엔 밤이 익었다. 벌어진 밤송이엔 가을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며 산객을 반긴다. 어느새 계절은 또 잰걸음으로 고개를 넘을려나... 그 밑에 서있는 단감나무에도 가을이 영글어 파란하늘과 마주보며 가을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우측 조경밭의 소나무는 아마 물 건너온 외국종인가보다.
오늘 종주길은 배토재까지는 넉넉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등고 차이가 거의없어 주변조망과 억새의 춤사위. 가을들꽃의 웃음 그리고 파란하늘의 뭉개구름 그 어느것하나 아름답지 않은것이 있으랴 . 산은 삭지않는 그리움이다. 특히 메아리 쓸쓸히 들리는 가을산은 기암과 억새.사람과 억새가 함께 詩를 읊는다. 끝없는 은빛물결 일렁이는 능선엔 가슴 메어지는 그리움이 솟아오른다. 아니 눈물나는 그리움과 보고픔이 둥실 솟아오른다. 산은 70대도 60대도 청년을 만들고 50대는 청춘을 만드는가? 문득 산객의 집 거실에서 본 족자의 글이 생각나 옮겨보면 (월간 산 誌에도 있었음)
日日見山 : 매일 산을 보면서. 慕其高 : 그 높음을 기리고. 學其重 : 그 장중함을 배우며. 愛其麗 :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友其舊 : 그 오래임을 벗하라. 실로 선인들은 산에대한 예의가 매우 각별 하였음이 아닌가?
배토재. 백구가 재에 내려서는 대원들을 반기고...
11시40분 특이한 이름을 가진 배토재에 도착했다. 도자기 원료로 쓰여지는 고령토(백토)가 많이 나온다는 의미로 백토재가 배토재로 개명된걸로 짐작된다. 낮선 산객을 진도개 종인 백구가 조건없이 대원들을 반긴다. 졸자에게 잽싸게 달려오더니 카메라를 꺼내자 함께 찍어 달라는듯이 대원들 있는곳으로 간다. 그리고는 우측 동서산업 공장과 (주)범우산업쪽 임도를 함께 따라 오더니 영리하게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공장마당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한땀 흘리며 510봉에 도착했고 빙둘러 앉아 점심을 꺼내 넉넉하게 먹었다. 반주도 곁들이며...
602봉 활공장
점심식사후 602봉을 가는길은 가파르고 가시덤불과 억새와 싸리나무가 울창해 앞으로 나가기가 용이하지 않다. 오늘 아무도 가지않는 이 산길을 가며 다시한번 인생의 의미를 새긴다. 산은 단절과 불신의 벽이없다. 한발 한발 내디디면 새롭게 펼쳐지는 무한한 공간의 세계가 열린다. 602봉 정상은 아마 페어글라이딩 활공장 인가보다 아무렇게나 갈겨쓴 활공장 표지판과 억새가 어울리지 않지만 그곳에 사람이 서면 이내 봉우리는 두팔벌려 안는다. 15시16분 깊은 방공호가 있는 547봉에서 지리를 조망하니 준령이 어께를 서로 맞대며 침묵으로 장쾌한 능선을 늘어놓고 정수리마다 흰구름을 두르고있다.
쓰러진 산불 감시초소가 흉물로 변한 455봉을 지나 돌고지재를 내려오던중 대전의 모 산악회 낙남정간 종주대를 만났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선두와 중간 그리고 후미와의 거리 차이가 엄청나다. 아마 1시간 30분 이상은 되는것같다. 창고앞 절개지를 위태하게 내려서니 커다란 창고가 있고 횡천면과 청암면의 도로 표지판이 차량 뜸한 지방도를 지키고 있다. 이어 들리는 노래소리 산 가지않은 대전의 모 여성 산악회원들 오전부터 마신건지 여자 몇분 술에 취한건지 아니면 지리 산자락에 취한건지 횡설수설이다. 돌고지재서 현수막을 꺼내 기념사진을 찍고 내일 종주를 위해 약 1km를 더 진행하기로 하고 맞은편 산속으로 다시올라 안양골재로 짐작되는 재에 도착해 오늘 여정을 마감한다.
8. 29.종주한 제15구간은 마지막 구간 (9. 5.)종주후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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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의 생동감 있는 종주기로 자연산악회의 낙남정맥(정간)종주는 더욱 빛났니다.화이팅!
가을의 갈대처림 산들산들 미소가 넘치는 여러분이 바리 짱~입니다...
욕봐심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