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아(고대 그리스어: ᾰ̓πορῐ́ᾱ)는 난관, 난제, 모순, 막다른 골목길을 뜻한다. 부정 접두사 'a'와 다리, 길을 뜻하는 'poria'가 합쳐진 단어이다. 나의 상황이다. 사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다리 없는 막다른 길을 만났다. 상관없다. 번개 맞은 대추나무로 다리를 만들어가면 된다. 아니면 그냥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날아가거나 벼랑으로 가도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시비를 건다.
나무의 흔들거림도 풀잎의 들썩거림도 무채색의 바람도 다 싸움을 건다. 독 오른 여자 복어가 남자 복어에게 뽀뽀하다 보톡스 맞은 것 같은 삶이다. 왔다 갔다 하는 비에도 화가 났다. 내가 만만해 보이나 보다.
대전 "청주 식당"에서 "문학 사랑" 모임이 있었다. 평균연령 80세 남자 어르신들께옵서 회의 전날 문자 하나 날리시고 무조건 오라고 하셨다.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알려 주셨어야 하는데 구시렁거리다 갔다. 그냥 왔다 사라지는 천둥을 동반한, 번개팅을 주선하셨다. 남자복은 왜 이리도 많은지! 7명의 남자들에 둘러싸여 밥을 먹었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도 아니고 내가 난쟁이인 아주 특별한 하루였다. 길이가 다른 쇠기둥들이 조화로운 음을 내는 날, 이 나이에 공주인들 난쟁이인들 어떠랴!
그럼에도 감사히(?) 참석했다. 참고로 어르신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어르신이다. 반드시 주의하시길! 오빠나 언니나 형님을 선호하신다. 돈 들거나 힘든 일 아니니까 이 시대의 언니나 오빠로 불러 드려야겠다.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누군가가 부를 때 빨리 가야 한다. 안 그러면 버림받는다. 물론 잊힘이 좋으면 상관없다. 명심해라! 3번 이상 당신을 초대하는 곳은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뿐이다.
이 낯선 모임이 재미있는 하루로 둔갑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전날엔 끔찍하게 싫고 스트레스받았던 일인데 막상 닥치면 좋은 시간이고 잠만 자다 시간 낭비했을듯한 시간을 잘 활용한 듯한 뿌듯한 추억이 된다. 버려질 물건을 주워 재활용이나 업사이클에 성공한 듯한 느낌이다.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나도 모르는 생애 처음으로 "이사" 작위를 받았다. 물론 명예직이다. 국개 의원처럼 돈이 되거나 권력의 상징도 아니고 수행장이나 비서를 붙여주는 것도 아니다. 몸도 피곤하고 돈만 나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마음은 부자가 된듯한 느낌이 든다. 기부금도 내고 왔다. 재벌처럼 돈 쓰기 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돈이란 게 어느 정도의 임계점이 지나면 사실 의미가 없다. 한계는 개인마다 다르다. 난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 불러서 밥 살 정도로 지갑만 언제나 두둑하면 된다. 나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주는 것과 같은 일이다.
실로 국개 의원이 불쌍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들은 수시로 거짓말해야 하고 비난을 잘해야 세상의 칭찬을 받는다. 난 젊지도 늙지도 않은 오십 대이다. 1900년대 초기나 몽골이나 피그미족들의 평균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된 삶이라는 축복 아닌 저주를 받은 시간이다. 누군가는 손가락질하겠지만 나를 아는 자들은 절대로 나를 욕하지 못한다. 감히 내가 견뎌내는 시간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피로 쓴 고백서를 지나온 삶을 부적처럼 지니고 산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슬픈 자화상이다.
"문학 사랑"을 향한 열정만으로 모였다. 비영리 단체이다.
자문이신 리헌석 선생님께서는 통 크게 재능과 돈을 기부하셨다. 누구나 등단이 가능하다. 남의 돈으로 절대로 호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국민의 돈 함부로 쓰지 않는 정치인이 있다면 난 50년 동안 믿었던 종교조차 환승할 자신이 있다.
베일에 싸인 그는 누구일까? 평소에는 답장 한번 안 하다 선거철이면 폭탄 문자를 보낸다. 유튜브의 얼굴을 보니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중병 든 환자처럼 보인다. 헛소리를 계속하는 것을 보니 정신도 이상한 것 같다.
넉넉하기지만 절대로 이유 없는 돈 쓰지 않기와 상대방이 갚지 못할 만큼은 절대로 베풀지 않기이다. 오늘의 안건은 "회장 선거"였다. 내가 툭 던진 한마디로 회의가 끝났다.
"푸틴과 시진핑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만 현 회장님께서 그냥 계속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종국 회장님께서 연임되었다. 모두가 동의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하루,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
오로지 나를 위해 쓰는 글,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