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버즈 컬릭
출연: 스티브 맥퀸, 엘리 웰라치

헌터(The Hunter)
1980년 미국영화
감독 : 버즈 쿨릭
출연 : 스티브 맥퀸, 엘리 왈라키, 캐서린 해롤드
벤 존슨, 리처드 벤추라, 트레이시 월터
르바 버튼, 토마스 로세일즈 Jr.
스티브 맥퀸의 마지막 영화

1981년 1월 1일 새해, 당시 서울시내 '10대 개봉관'이었던 '명보극장'에서 불과 2개월여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의 마지막 작품 '헌터'가 개봉했습니다.
'헌터'는 영화자체만 놓고 본다면 상당한 '범작'입니다. 하지만 작품성 여부를 떠나서
굉장히 의미깊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명배우 스티브 맥퀸의 25년간의 배우생활을
정리하는 '유작'이 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1872년 미국법원은 피고들의 보석금 보증인에 대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보증인들은 민간인들을 대리인으로 고용하여 보석금 위반자를 추격하고 체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집을 부수는 것도 허용되었습니다.
문명의 시대가 되고 서부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현상금 사냥꾼(바운티 킬러)'라고
불리우는 이들의 시대도 사라져갔습니다.
스티브 맥퀸은 '현대시대'의 실존했던 바운티 킬러였던 랄프 '파파' 도슨역을
연기했습니다. 랄프 파파 도슨의 실존적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실제의 랄프 파파 도슨이 '바텐더'역으로 카메오출연을 하기도 합니다.
랄프 도슨은 1992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스티브 맥퀸보다 무려 12년을
더 살게 된 셈입니다.




냉혹한 바운티 킬러인줄 알았는데 만삭의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따뜻한 남자였다.
'현상금 사냥꾼'인 랄프 도슨(스티브 맥퀸)은 '파파'라는 애칭으로 불리웁니다.
그는 경찰을 대신하여 골치아픈 인물을 체포하여 끌고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수난을 겪기도 합니다. 그에게 주요 업무를
의뢰하는 인물은 리치(엘리 왈라키)라는 늙은 중개인. 비록 위험한 삶을 사는
바운티 킬러지만 랄프 도슨은 만삭의 아름다운 여자친구 도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험한 세상에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책임과 아빠가 된다는 것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랄프, 학교선생님인 도티는 랄프와 정식 결혼하지는 않은 동거관계지만
아기를 낳고 랄프가 좋은 아빠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서로 깊이 사랑하지만
아기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위험한 인물을 데려오러 시카고로 떠나야 하는 랄프를
냉랭하게 대하는 도티, 그 와중에 랄프의 목숨을 노리는 사이코 킬러 메이슨
그리고 삶의 좌절에 빠진 랄프의 친구 스포타, 이런 주변의 복잡한 상황을 랄프는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개봉당시의 포스터를 보면 참 과장된 홍보문구등으로 굉장히 냉혹한 액션물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지만 의외로 이 영화는 굉장히 따스한 영화이며, 스티브 맥퀸도
'람보'나 '007'같은 인물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인물로 나옵니다. 악당을 체포하려다가
오히려 곤경에 몰리기도 하고, 헐떡거리며 상대방을 쫓아가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사랑싸움을 하면서 난감해하기도 하고,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간간이 등장하는 액션.
하지만 총격전은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
무엇보다 타워링 이후 무려 6년만에 다시 한국 극장에 소개되었던 영화가 헌터인데
스티브 맥퀸의 팬들이었다면 그의 모습에 감회에 젖었을 법 합니다. 미개봉된 78년
영화나 들려오는 소식이나 사진등의 모습에서 비대하고 수염을 기른 완전히 다른
초로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안타까워 했음직한데 헌터에서는 타워링의
그 모습 그대로 찾아왔습니다. 50대에 접어드는 만큼 깊고 굵게 주름살이 파이기는
했지만, 초기작품인 '황야의 7인'에서의 인간적이고 날렵한 모습과 변함없는 분위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청바지에 공군점퍼를 입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전형적인 스티브 맥퀸의
그 모습 그대로가 헌터'에서 다시 재현됩니다.
'헌터'는 스티브 맥퀸이 말년에 발표한 또 한편의 영화 '톰 혼'과는 굉장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톰 혼은 마치 그의 죽음을 예언이라도 하듯, 적막하고 황량한 분위기로 흘러간 영화로
살인혐의로 '교수형'을 당하는 그의 쓸쓸한 종말이 안쓰러웠던 작품이지만 '헌터'는
의외로 따스하고 인간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작'이라기 보다는
'재기작'같은 느낌이 들고, 아기를 안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God bless You'라고 말하는
그의 마지막 대사는 마치 훌훌 털고 희망적인 새 출발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고 얼마 안되어 쓰러진 그의 삶이 그래서 더욱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병마속에서 출연한 듯한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것 같은 영화속의 스티브 맥퀸의
모습이 여운이 남습니다.



기차에 매달리는 수난을 당하는 스티브 맥퀸.
바운티 킬러의 수난.


이 장면이 생전의 스티브 맥퀸이 영화속에서
보여준 마지막 장면이다.
헌터는 기본 스토리나 액션이나 등장인물의 행동 동기등이 좀 어설프고 설득력이 없는
부분이 많이 있는 작품으로 '액션영화 범주'로 볼 때는 그냥 시시한 영화입니다. 사이코 킬러의
행동 자체로 어찌보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고. 하지만 모처럼 '자기모습'으로 복귀하여
의욕적으로 출연한 스티브 맥퀸의 '유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가 만약 생존했다면 80년대에도 충분히 좋은 작품으로 찾아왔을 것 같은 예감이 들게한
영화속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실베스타 스탈론을 대신하여 '람보'에 출연했을지
아니면 해리슨 포드나 로버트 레드포드나 버트 레이놀즈에게 돌아갔을 역할의 일부를
가져왔을지 모를 일입니다. 타워링 이후로 작품이 뜸했던 그가 모처럼 2편의 영화를
선보였던 80년이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누구보다 아까운 스타를 잃은 손실이었습니다.
헌터의 오프닝자막으로 바운티 헌터의 존재가 잊혀져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스티브 맥퀸은 이렇게 잊혀져가고 말았습니다. 현상금 사냥꾼 랄프 '파파' 도슨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ps1 : 더티 해리와 좀 유사한 장면들이 몇 번 보이는 것 같습니다.
ps2 : 랄프 파파 도슨이 아마도 마지막 '바운티 킬러'였을까요?
ps3 : 며칠상간으로 스티브 맥퀸의 데뷔작 '상처뿐인 영광(얼굴이 나오는 장면 30초도 채 안됨)'과
마지막 작품 '헌터'를 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