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몬드라곤, 일자리 창출의 비밀
스페인 기업 순위 7위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에 관한 2회 연재 기사 첫 번째 글이다. 1호에서는 이제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몬드라곤 일자리 창출의 방식을 다룰 것이다. 2호에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원칙과 방식, 글로벌 경쟁 속에서 몬드라곤이 당면한 과제와 몬드라곤이 택한 생존전략,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서의 몬드라곤의 의미를 다룰 예정이다. 그러면 1956년 5명의 공동창업자가 만든 난로공장에서 출발한 몬드라곤이 8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을 살펴보자.
스페인 7위 재벌기업, 몬드라곤
2010년 매출 ?13,989,000,000, 총자산 ?33,099,000,000, 금융, 제조, 유통, 지식의 4개 부문, 260 여개의 회사에서 8만4,00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스페인 7위 ‘재벌기업’으로, 260여개 기업 중에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2,1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스페인 제일의 대형 마트 체인점과 전국에 420여개 지점을 보유한 노동인민금고라는 이름의 스페인 10대 은행을 보유한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제트엔진용 가변전지도 만들고, 위성 발사용 로켓 센서설비도 만든다. 세계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도 이 기업에서 만들어 올린 것이다. 의료장비, 엘리베이터부터 소세지, 도시락, 사료까지 만들어서 판다. 여행사무소, 헬스클럽 사업도 벌이며, 유치원, 대학, 보험 및 연기금도 자체저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인수를 위해서 3억 유로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고, 또는 직접 28억 유로의 비용을 들여서 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780만명의 연구자가 일하는 5,900만 유로 예산의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연구소 중에는 ‘에틱 마이크로소프트’ 라는 이름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설립한 연구소도 포함되어 있다.
1956년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세워진 몬드라곤은 금융, 제조, 유통, 지식부문에 속한 260여 협동조합 기업으로 이루어진 협동조합 그룹이다. 금융부분에서 대표적인 조직으로 노동인민금고와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라군-아로 보험과 생명보험을 담당하는 라로-아군 생명보험이 있다. 제조부분에서 파고르 전자와 빌바오구겐하임 미술관을 시공한 우르사 건설사가 대표적이다. 유통부분에서는 스페인 최대 슈퍼마켓 체인점인 에로스키가 있고, 지식부분에는 기술연구소와 몬드라곤 대학이 대표적이다.
몬드라곤에서는 1인1표 원칙에 따라서 운영되는 조합원 총회에서 주요한 모든 사안이 결정되고, 통상 수익의 50%를 기업 내부에 적립하여 재정건전성 확보에 애쓰며, 40%는 출자금에 대한 이자 및 배당 등의 형태로 조합원에게 배분되며, 나머지 10%는 지역사회공헌기금으로 사용된다.
스페인 기업 순위 7위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이곳은 세계 최고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이다. 1956년 창업초기부터 지금까지 몬드라곤의 1차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이 목표를 위해서 몬드라곤은 끊임없이 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5명의 공동창업자가 만든 난로공장에서 출발한 몬드라곤이 8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놀라운 몬드라곤의 4 단계의 창업지원 프로세스에 있다. 몬드라곤만의 창업지원 프로세스를 통해서 몬드라곤이 어떻게 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지 살펴보자.
1단계
창업 희망자는 노동인민금고 내에 있는 기업가 담당국 the Entrepreneurship Division에 시장조사 결과가 포함된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서는 시장조사와 제안서가 잘 만들어 질 수 있게 매니저를 파견해서 창업 희망자를 돕게 한다.
2단계
제안이 타당할 경우, 기업가 담당국은 창업 희망자가 구상한 사업 관련 전문가를 해당 그룹에 파견하고 전문가와 해당 그룹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심화 학습을 시작한다. 노동인민금고는 8개월에서 2년에 걸쳐 진행되는 학습기간 동안에 필요한 매니저 인건비를 해당 협동조합에 대출해 준다.
3단계
해당 협동조합은 노동인민금고 내 운영위원회 앞에서 심화 학습 결과를 발표하고, 이 위원회에서 해당 사업의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4단계
사업 승인을 받는 협동조합은 정식 사업을 시작하게 되며, 기업가 담당국은 이 협동조합의 경영이 손익분기점에 이를 때까지 전문가를 해당 협동조합에 계속해서 파견해 둔다. 협동조합은 매달 경영과 재무 상황을 기업가 담당국에 보고하고, 기업가 담당국은 모든 데이터를 확인하고 저장해서 수시로 기업의 경영과 재무 상황 등을 점검한다.
기업 경영이 어려울 경우, 기업가 담당국은 개입전담부서 The Intervention Department에 업무를 이관하여 개입전담부서 개입하고, 각 단계(매우 위험, 위험, 경고)에 맞게 경영개선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매우 위험한 상태, 즉 부도위기가 임박한 상황으로 평가받으면 개입전담부서에서 파견한 전문가가 기업경영권을 넘겨받아 기업을 운영한다. 회생이 불가능할 경우 폐업이 될 수 도 있지만,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파견된 전문가는 원래의 경영자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부서로 귀환한다.
폐업 또는 사업축소 발생시
어느 경우에도 몬드라곤에서 해고는 없다. 경영 악화로 인원이 감축이 불가피할 경우, 감축대상 인원은 통상적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기업으로 이직이 되거나 일시적 ‘백수’ 상태에 놓이게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사업이 정상화되고 구조조정으로 감축된 인원과 일시적 실업에 빠졌던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 때까지 비용절감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정규직 고용이 금지된다. ‘백수’ 상태 일 경우에도 몬드라곤이 제공하는 각종 보험, 보장을 100% 지원받으며 월급의 80%를 지급받는다. 58세가 되어서 은퇴를 결정하거나 조합을 탈퇴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자발적 실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직에 필요한 교육 역시 그룹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폐업에 따른 채무나 비용은 노동인민금고기금을 통해 충당하며, 그 비용을 폐업된 기업의 경영자나 조합원에게 추징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누구나 시장조사를 해서 창업을 하려 들지 않을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원하는 바이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창업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몬드라곤이라는 사회적기업이 지향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몬드라곤은 준비만 되어 있다면 조합원 어느 누구라도 창업을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시스템을 갖추어 지원하고 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매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많이 본받을 부분이다.
사실 몬드라곤에서 경영자가 된다고 해서 더 좋을 것이 없다. 왜냐하면 평근로자로 살더라도 어지간히 풍족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평균적으로 4~5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으며, 출자금에 대한 이자와 배당까지 합하면 조합원의 경우 대략 7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이자와 배당은 조합원 구좌로 입금되며 조합을 탈퇴하거나 정년이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없으며, 비조합원의 경우 출자금이 없기 때문에 이자와 배당을 받지 못한다.) 조합에서 44억 유로의 기금을 조성해서 근로자의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실업급여까지 책임지고 있으며, 퇴직 시 조합원은 연평균 1,800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는다. 급전이 필요할 경우 누구나 노동인민금고에서 3~4%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실 경영자가 되더라도 임금연대의 원칙에 의해서 현실적으로 평조합원의 3~4배 이상의 임금을 받기는 힘들며, 스톡옵션이나 연말보너스 같은 것은 일체 지급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평조합원 총회를 통해서 경영자가 선출되고 경영자는 조합원 총회의 지시를 따라야하며, 경영실적이나 조합원 총회 결과에 따라서 경영자가 교체될 수도 있다.
몬드라곤 성공의 비결과 그 의미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조합원의 동의만 얻을 수 있다면 몬드라곤에서는 누구나 경영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영자는 개인과 조합의 발전, 목표 실현을 위해서 편안하고 부담이 적은 평조합원으로서의 삶의 유혹을 떨쳐낸 사람들이다. 몬드라곤 성공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몬드라곤은 보다 헌신적인 사람, 보다 자발적인 사람, 보다 능력있는 사람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권한을 제공한다. 그리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를 모든 조합원이 공동으로 나누어 가진다. 실패를 할 경우, 힘들게 적립한 노동인민금고의 기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다른 조합의 조합원이라고 해도 지금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몬드라곤에서는 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집단지성이 발휘된다.
몬드라곤은 창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실패를 용인하고 공동의 기금을 사용하여 손실을 나누어 가진다. 물론 이익도 동등하게 나누어 가진다. 그리고 특정 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많게는 3만명이 넘는 몬드라곤의 조합원이 집단지성과 집단구매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조합원의 자발적 동의와 합의, 참여에 의해 결정되고 추진된다. 이것이 몬드라곤의 힘이다.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이 부딪힌 문제를 근본까지 되짚어 보면 결국은 노동자의 시민권과 사유재산․시장 간의 충돌이다. 객관적 상황이 만들어 내는 갈등의 정도에 따라서 둘 간의 충돌의 정도가 미미할수도 격화될 수도 있으나 ‘현재의 삶의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 대답을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지금 우리에겐 대안이 필요하며, 몬드라곤은 이제까지 양립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시민권과 사유재산․시장을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가장 성공적 사례 중 하나이다. 2011년 12월말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었고,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다. 2012년은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와 시도가 활발할 한 해가 될 것이다. 협동이 만든 시스템을 통해서 개인의 욕망을 사회적 가치로 성공적으로 변환시키는 힘. 우리가 협동조합에 주목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원칙, 당면한 과제와 그 의미를 다룰 예정이다.
참고문헌
윌리엄 화이트, 캐서린 화이트,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김성오(옮김), 나라사랑, 1992
김성오, 몬드라곤의 기적, 역사비평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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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0). "M[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ondragon and the Global Economic Meltdown." The Distributist Review. [Online]. http://distributistreview.com/mag/2010/06/m[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ondragon-and-the-global-economic-melt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