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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구읍사무소가 앞에 보이고 읍사무소 건물 뒤쪽으로 형제사진관 간판과 계단, 군인극장이 보인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와 ‘흑두건’ 이라고 적힌 극장 간판이 보인다. |
1960년대 양구 유일 ‘문화 공간’ 역할 ‘벤허’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감동 선사 고려당·북극당 아이스케키 맛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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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구 출신인 김갑균(51·군인)씨가 군인극장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을 주 무대로 한 ‘시네마천국’이라는 영화를 보면 전쟁으로 가난하지만 영화가 있기에 행복한 주민들의 얘기가 나온다. 지역 주민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낡은 영화관, ‘시네마 파라디소’. 양구 군인극장. 아름답고 아련한 옛 추억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섬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공무원의 못다한 가수의 꿈도, 첫사랑의 달콤했던 떨림도, 벤허를 보며 박동치던 어린 심장도, 모두 그곳에 묻혀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아이스케키’라고 외치면 금방 보물섬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듯하다. 지금은 아파트가 떡하니 버티고 섰지만 30~40여년 전만 해도 그곳은 양구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문화공간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마법의 공간이었다.
군인극장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군부대 시설로 보이지만 부대측에도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는 않다. 윤희완(68) 양구향교 전교는 60년도 쯤에 생겼다고 하니 그것으로 됐다.
이름은 군인극장이지만 군인만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양구지역 어디에도 변변한 문화시설을 찾아보기 힘든 때였다. 반공영화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줄을 이었다. 물론 일반영화도 상영했다.
당시 군인극장은 지금의 극장과는 전혀 개념이 달랐다. 지금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라고 해서 10여개의 상영관과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군인극장은 1개 상영관으로도 멀티플렉스의 감동을 능가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각종 위락시설이 극장 1곳에 집약돼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군인극장 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각종 기념행사와 전시, 공연장의 역할을 해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군인극장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폐건물 안에서 패싸움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연산군’ ‘저 하늘에도 슬픔이’ ‘미워도 안녕’ ‘돌아오지 않는 해병’ ‘십계’ ‘벤허’ ‘OK 목장의 결투’ 등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영화들이다. 양구주민에게 이 영화들의 감동을 선사한 곳도 군인극장이다.
영화 관람료는 얼마나 했을까. 양구군청 자치행정과에 근무하고 있는 김봉철(51)씨는 당시 군인극장 입장료가 8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됫병 하나에 10원이었고 4홉 하나에 5원하던 시절로 됫병 하나면 영화 한편 보고 껌 한통 사서 씹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덧붙인다.
김씨는 양구출신 코미디언 배삼용 씨를 비롯 도금봉, 장동희 씨 등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되뇌인다. 이들 모두 군인극장에서 펼쳐진 각종 쇼의 단골 등장 배우였다고 한다. 노래하고 춤추고 만담이 이어지는 연예인들의 공연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개봉관과 각 시도에서 돌고 돌다 군인극장까지 온 필름은 스크린 하나 가득 ‘비 내리는 영상’을 보여줬다. 게다가 자꾸 끊어지기도 해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우는 일 또한 군인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하나의 재미였다.
장수오골계 대표 김종배(58)씨는 군인극장과 관계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16살이 되던 어느 날 겨울, 영화 구경이 너무나 하고 싶어 푸세식 화장실 밖에 설치된 맨홀 뚜껑을 열고 얼어 있는 똥통 위를 통과해 극장 화장실로 무사히 잠입한 일도 있다고 추억한다. 똥이 묻을까봐 신문지로 온몸을 감쌌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군인극장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스케키에 얽힌 추억이다. 당시 양구읍 상리지역에는 고려당이라는 제과점이 있었고 하리지역에는 북극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제과점에서 제빙기를 이용해 만든 아이스케키를 학생들이 통에 넣어 팔곤 했는데 군인극장 지역은 하리에 속해 북극당 아이스케키를 파는 학생들이 독점을 했다는 얘기에서 부터 아이스케키 팔러 나갔다가 혼자 다 먹어서 입금을 못시켜 혼이 났다는 얘기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설탕물 얼린 것에 불과한 아이스케키를 왜 그리 좋아했는지.
또 군인극장을 아는 주민들에게 형제사진관이라는 이름 또한 낯설지 않을 것이다. 형제사진관은 군인극장으로 이어지는 100여개의 가파른 계단이 시작하는 곳에 있었다. 당시 누구나 한장쯤은 계단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갖고 있을 만큼 안두희 별장과 함께 출사지로 이름을 날렸다.
군인극장은 양구읍 주민뿐 아니라 면단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누구나 하나씩의 추억을 선사했다.
양구군 군정홍보담당인 고순길(50)씨는 70년도 당시 남면 도촌리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호객행위를 한다고 법정에까지 가는 시대지만 당시만 해도 군용트럭이 면단위를 돌며 군인극장에 가는 손님을 태우러 다녔다.
고씨는 군용트럭에 타고 있는 사람이 많아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트럭 뒤에 20여분씩 매달려 도촌리에서 양구읍을 왕래하곤 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또 당시 군인극장을 올라가는 계단이 100여개인 것을 3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유도 가위바위보 계단 오르기를 자주 했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양구읍사무소 뒤로 보이는 군인극장은 지금 자리에 없다. 하지만 군인극장은 여전히 양구주민들의 추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과거로 자리잡고 있다. 양구/박수혁 |
첫댓글 오랫만에 다시보는 군인극장이네~ 저앞에서 사진들 많이 찍었는데... 감회가 새롭네~^^*
호~ 이것이 어디에 실린 기사인고? 양구출신 김갑균씨는 모델료 받았남? 계단에서 찍은 사진 늘 봐도 정겹다.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기사인데 사진 제공자는 임태용이드만... 모델료는 없구 신문 몇 부 보내준대...ㅋㅋㅋ
와~~~ 옛날 생각난다 ㅎ ^^*~
그시절이 엊그제 같은데...아련한 추억속의 군인극장이 되어버렸네....^^*
정말 좋네^^^^^^
옛 추억의 군인극장 아~~~아~~
정말 추억의 장소다 ..여기서 사운더오브뮤우직도 봤고.. 아라비안나이트도 봤는데...사진도 찍었고..김명희랑 순희랑 봉순이랑 찍은사진 어디 찾아보면 있을텐데...찾으면 나도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