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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댁 며느리 된 남자들의 끙끙 앓는 심정 아시나요?”
결혼 3년째인 주부 김모씨(29)는 요즘 남편과 친정어머니 사이에
끼여서 영 마음이 불편하다. 한 번씩 친정에 갔다오면 남편은 남편대로
장모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다음날이면 친정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사위 흉을 보기 일쑤다.
친구 소개로 만나서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린 김씨의 남편이
‘남편의 권위는 어느 정도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친정어머니는 동갑인 아버지와 평생을 친구처럼 지냈다. 아직까지
김씨의 아버지는 함께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집안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익숙하게 보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한 걸로 여겼다. 아버지와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김씨의 친정어머니는 ‘사위’라고 해서
특별히 잘 해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었다.
결혼하고 한달쯤 지났을 때, 김씨는 미처 가져오지 못한 물건을 챙기러
친정에 가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가려고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서 만났다. 남편은 바빠서 점심을 대충 때웠더니 몹시 배가
고프다면서 ‘장모님이 맛있는 거 해주시겠지’하며 싱글거렸다.
은근히 걱정이 된 김씨는 출발하기 전에 친정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친정어머니는 “밥은 먹고 오는 거냐”고 물었고, 김씨가 집에
가서 먹을 거라고 하자 “집에 밥도 없고 나도 입맛이 없어서 아직 못
먹었으니까 오는 길에 초밥 좀 사오라”는 것이었다.
한번은 친정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농담처럼
“장모님! 씨암탉은 언제 잡아 주실거예요?”
했을 때였다. 김씨의 친정어머니가 냉정하게
“곱게 키워서 남의 집에 보낸 것도 아까운데 뭐가 예쁘다고 닭을 잡나.
얘가 공짜로 시집갔나. 난 ‘사’자 붙은 사위라도 그런 건 일없네”
하고 맞받아서 썰렁한 분위기를 만든 적도 있었다.
사위가 와 있어도 친정아버지에게 그릇 좀 꺼내오라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장모를 보고 남편은 ‘당신 어머니 참 대단하신
분이야’그런 말을 자주 했다. 김씨 부부가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던
것도 친정에 다녀와서였다. 친정집에서 내내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남편이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무심코 “애초에 장모님이
저런 분인 줄 알았으면 당신과 결혼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았을
거야. 딸은 엄마를 닮는다잖아”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명절이나 생신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친정 나들이는
자연스럽게 김씨 혼자 다니게 되었다. 오히려 갈등 일으킬 일이 없어서
김씨는 혼자 가는 게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작년에 하나 있는
여동생마저 결혼하자 친정어머니는 부쩍 자주 큰딸을 호출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이가 보고 싶다’ ‘밑반찬을 가져가라’
‘감기 걸려서 나갈 수가 없으니 장 좀 봐와라’ 등 다양했다.
호출이 있을 때마다 친정에 가서 사나흘씩 머물고 오는 일이 계속되자,
남편은 친정 나들이를 줄이라고 화를 냈다. 사위가 김씨의 잦은 친정
나들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친정어머니도 질세라
사위를 헐뜯기 시작했다.
뒤늦게 김씨가 친정 나들이를 줄이면서 양쪽의 갈등을 줄여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장모와 사위는 쉽게
화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김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사위 사랑은 장모’ ‘백년손님’도 이제는 옛말
김씨의 남편과 친정어머니처럼, 사위와 장모가 크고 작은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IMF로 인한
경제적 난관, 여권의 신장,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들이 처가의
거리를 본가만큼이나 가깝게 끌어당기면서, 사위와 장모의 갈등이
고부갈등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든가 ‘사위에겐 씨암탉이라도 잡아준다’는
옛말들은 오래전부터 장모의 사위대접이 각별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백년손님’이라 해서 사위는 세월이 흘러도
항상 어려운 존재로 여겨왔다. 딸의 인생을 사위에게 맡겨야 했던
시절에 융숭한 사위대접에는 ‘내 딸에게 잘 해달라’는 애틋한
당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요즘 세태는 조금 다르다. 장모의 눈치를 보는 사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위를 손님으로 대접하며 은근히 딸을 부탁하던
장모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딸 내외의 부부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집집마다 어머니의 파워가 강해지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강한 어머니들은 자기 가족뿐 아니라 사위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대개 하나 혹은 둘을 낳아서 정성들여 딸을 키운 어머니들은 딸이
조금이라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 살면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부부싸움을 하고 친정으로 하소연하러 찾아온 딸을 무조건 나무라는
친정어머니는 줄어들고 대신 사위나 시댁 식구들의 험담을 함께 하며
딸을 위로하는 어머니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헤어지라’며 이혼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혼까지 부추기지는
않더라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장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위들이
많고, 장모의 언사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이렇게 진단한다.
“IMF 이후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권위를 잃어버린
가장들이 장모와의 불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있죠.
그동안 육아문제, 가사보조 등으로 딸 내외의 생활에 깊이 관여해왔던
친정 부모들이 사위의 경제적 무능으로 인해 딸이 불행해질 것을
염려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 장모와 사위 사이에도 적극적인 애정표현(?)이 필요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거리상으로나
심정적으로 처가와 가깝게 지내고, 자주 왕래하는 사위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육아 문제,
가사보조 등을 이유로 처가 근처에 살거나, 아예 처가로 들어가서 사는
경우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 세태는 잔소리 많은 장모로 인해,
혹은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자세로 딸을 괴롭히는 사위로 인한 갈등만
불러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넉넉한 품성을 지닌 장모와
애교많은 사위가 정답게 데이트를 즐기거나, 장인 선물은 안해도 장모
선물은 꼭 챙겨서 사랑받는 사위들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처가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은 가부장적인 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시부모에게 잘하라’고 첫날밤부터 부인에게
다짐을 받는 남편들이, 오랜 세월동안 처가 식구들은 내몰라라 하며
살아왔다. 고부갈등을 대체하고 있는 장모와 사위의 갈등은 한 세대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는 즈음에 일어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
이옥 소장은 “시어머니든 장모든 자식의 인생에 너무 깊이
개입하려는 것은 오히려 자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자신의 부모와 배우자가 갈등을 일으킬 때 남편 혹은 부인은 보다
독립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양자의 화합에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사위는 처가부모도 내 부모와 같다는 생각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참고 마음을 다스리며 부모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서로 만날 때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며 건강한 가정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당부한다.
사위와 장모 사이의 갈등은 어쩌면 ‘뒷간보다도 멀어야 옳았던
처가’의 위치를 가깝게 끌어당기고, 정서적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일 수 있다. 잘 풀면 건강한
관계가 되고 잘못 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고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수히 등장했던 해법들도 여기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늘 모든 문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이해와 솔직함, 그리고 애정, 이 세가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을 것 같다.
CASE 1. 시시때때로 무리한 요구하는 장모와 인연 끊고 싶다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는(40) 장모를 생각하면 머리부터 지끈거리며
아파온다. 중매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결혼 전에는 장모의 성격을 잘
몰랐다. 다만, 어려서부터 성격이 강하고 다혈질인 어머니의 서슬퍼런
기에 눌려서 자란 탓인지 아내 정모씨(37)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남편 최씨에게도 순종적인 편이다. 문제는 장모에게도
너무나 순종적인 딸이라 어떤 요구라도 거절을 못한다는 것이다.
장롱이 낡았는데 바꿔주면 안되겠느냐, 계모임에서 여행을 가는데
경비를 대달라, 동생 등록금이 모자란다 등등.
최씨는 장모 때문에 화가 치밀다가도 착한 아내가 울먹이는 것을
보면서 간신히 마음을 달래며 참아오곤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장모의 요구는 늘어만 가고, 이제는 중간에서 장모의 요구를 슬기롭게
차단하지 못하고 매번 자신에게까지 끌고 오는 부인이 미련맞게
여겨졌다.
인테리어 자재를 취급하는 최씨는 IMF이전에 한창 건설 경기도 좋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을 때는 제법 가게가 잘 되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경제적 사정을 아내에게 자세히 들은 장모는 ‘사위도
자식인데 우리집이 너무 낡아서 수리를 해야겠다’며 전적으로 그
모든 경비를 최씨에게 떠맡겼다. 최씨가 알기에는 장모도 어느정도
경제력이 있는데도 매사를 딸에게만 의존하려고 했다.
최근에는 장모와 함께 사는 손아래 처남이 건강이 안 좋아 콩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부인 정씨를 통해서 동생의 수술비를 대라는 요구를
해왔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고 불황인데, 다시 돈을 요구하는 장모
때문에 최씨는 괴롭기만 하다. 아내한테 ‘그럴 수는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라고 냉정하게 얘기했지만, ‘그래도 동생이 아픈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면서 하루 종일 울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 괴롭고 너무나 장모가 원망스러웠다. 요즘
최씨는 장사도 잘 안되는데 차라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민이나 갈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CASE 2.“처가에서 나는 늘 이방인 같다”
회사원 이모씨(32)는 처음 결혼할 때부터 처가에서 그리 달가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대학 때 미팅에서 만난 부인 하모씨(31)와는 대학과
군대시절 내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다가 그냥 서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결혼을 결심한 사이.
오랫동안 알았지만,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으로 처가가 될 집에 인사를
갔다. 뒤에 부인에게 들으니 친정 식구들이 이씨를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큰 하자가 없기 때문에 결혼을 허락했다고.
기분이 나빴지만 딸을 주는 입장에서 그럴 수 있으려니 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집은 장인의 권유에 따라 처가에서 5분거리에 얻었다. 이씨의
부모님은 시골에 계시기 때문에 한쪽이라도 가까이 사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13평 전세 아파트를 얻는 데 모자라는 돈은 장인에게
빌렸다.
그러나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는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인은 짐만 신혼집으로 옮겨왔을 뿐, 몸과
마음은 여전히 친정에 머물러 있었다. 이씨가 출근하면 바로 친정으로
직행해서 하루종일 있다가 퇴근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비어 있던 집이라 아무리 부인이 한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도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고,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임신을
하고부터는 일요일 같은 때는 아예 아침부터 처가에서 해결하고
저녁까지 먹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씨가 “친정에 가는 것은 좋지만, 우리집에도 좀 신경을 쓰라”고
얘기하자, 다음날, 당장 장모에게 전화가 왔다. 사소한 부부싸움을
해도 다음에 처가에 가면 이미 알고 있는 장모에게 한마디 훈계를
들어야 했다. 처가에 가면 처가식구들끼리 똘똘 뭉쳐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말수가 적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소심하고 주변머리가 없다’는 얘기가 들렸다.
주식을 하다가 조금 손해를 보았는데, 장모는 전화로 노발대발하며
“그렇게 날릴 돈이 있으면 나한테 가지고 오게. 몇 배로 불려 줄 수
있는데 자네 주변머리로 뭘 하겠다고…” 그랬다. 다른 곳으로
이사가자는 얘기를 꺼냈다가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씨는 2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중이다.
CASE 3. 장모님을 위한 사랑의 꽃배달을…
결혼 7년째인 장모씨(37)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장씨가 특별한 용건 없이 처가에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장모와 각별한 사이가 되면서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미안함을
잦은 전화 통화로 대신하고 있다. 통화 내용이라야 늘 비슷했다.
“식사하셨어요” “요즘은 무슨 책 보세요” “저번에 서점에서
예쁜 노트가 있길래 하나 샀어요. 애들 엄마편에 보낼게요” 주로 그런
내용이다.
장인이 살아 있을 때는 처가에 가면 장인과 술을 마시거나 바둑을
두면, 장모는 그저 조용히 음식을 내오거나 딸과 다른 방에서 얘기를
하는 정도였다. 장씨는 결혼한 지 4~5년이 지나도록 말수가 적은
장모와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다. 더구나 장인이
돌아가시고는 부인이 더욱 자주 드나들어도 장씨는 오히려 명절 때
잠깐 들르는 것 외에는 발길이 뜸해졌다.
1년 전 장모의 생신 때였다. 우연히 서재에 들어갔다가 장모님이 읽다
만 책을 펼쳐 보았다. 어떤 원로 시인의 시집이었는데, 그 갈피에 말린
꽃잎을 넣어 둔 것이 영락없이 소녀취향이라 웃음도 나고, ‘우리
장모님한테 이런면이…’하면서 새삼 장모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
뒤에 업무관계로 도움을 준 사람이 꽃배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선물했다. 처음에는 부인에게 보내려고 했는데, 문득 책
사이에 꽃잎을 끼워 말리는 장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꽃 바구니
보낼 주소를 처가로 적고 잊고 있었는데, 며칠 뒤에 장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장서방인가?” 장모는 그가 보낸 꽃바구니에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말을 잇기 힘들어했다. 장씨는 작은 관심과 애정에도 큰 기쁨을 느끼는
장모의 모습에서 자신의 노부모를 떠올리고, 새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몇년 동안 어려운 사위, 장모의 형식적인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진정한 가족으로 새로운 정을 쌓아가고
있다.
- 외국의 사위, 장모 관계는? -
“‘장모 죽이기’가 유머소재 될 만큼 견원지간”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9백30세까지 살았고, 이브는 8백세 이상을 살았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 아담은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그야 당연하다.바로
장모가 없었기 때문이지.”
유태인들의 우스개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모시는 정서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장모가 없어서
장수했다는 얘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브가 오래 산
이유는 ‘시어머니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까.
미국에서는 ‘결혼한 미국 사람의 반수가 이혼을 하고, 그 이혼한 사람의
반수가 여자편에서 이혼을 제기하고 이혼을 제기한 여자의 반수를 장모가
뒤에서 조종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가정에 있어서 여권의 힘이
강한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장모와 사위는 서로 가까이 지내기 힘든
견원지간으로 되어 있다.
장모의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는 ‘장모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받아 본 사위’가
압도적 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혼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장모에게 잘 보이려고 하다보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탓인지, 장모에게
따라붙는 형용사들도 대개 잔소리 많은 장모, 사나운 장모, 오만한 장모,
심술쟁이 장모 등이다. ‘장모 죽이기’가 빈번하게 유머의 소재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런 장모와 사위의 험악한 사이를 좀 완화시켜 보자는 의도에서 10월
넷째 일요일을 ‘장모의 날’로 정했을 정도라고 한다.
- 전문가 조언】 이옥 소장(한국 남성의 전화)
예전에는 주로 아내의 혹은 자신의 외도로 인해 장모와 사이가 나빠졌다거나,
반대하는 결혼을 한 후에 감정이 회복되지 않아서 불화를 겪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IMF 이후에는 단연 경제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해져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해결책을 묻는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 양식과 가치관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대다보니 요즘엔 고부문제
못지않게 모녀, 장모와 사위 사이에 문제가 부각되는 등 세대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부모나 자식이나 모두
독립된 자세와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직도 결혼한 딸을 자신이 간섭하고 돌봐주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문제지만, 육아나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평소에는 처가 신세를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정작 사위로서 듬직한 손길이 필요할 때는 ‘사위는
한치 건너’라며 슬쩍 외면한다면 갈등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일단 갈등이 생기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한다면, 어떤 경우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젊은 세대는 어른을 대할 때 미래의 자신을
투영하면서 마음을 헤아리고, 부모세대도 아랫사람에게 섭섭한 감정을 쌓지
말고 그때그때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해결의 열쇠인 셈이다.
- 현명한 딸이자 아내가 취해야 할 태도 6가지
① 서로 들어서 기분 나쁜 얘기는 전하지 않는다
② 친정의 조력을 받을 때는 그만큼 시댁에도 신경을 쓴다
③ 가끔 선물을 사서 ‘엄마가 당신 주래’라든지, ‘이거 김서방이 엄마
주려고….’하면서 전한다.
④ 친정어머니라고 해서 소홀히 대해서는 안된다. 감사할 일은 꼭 인사를
챙긴다.
⑤ 친정의 조력을 받을 때는 꼭 남편과 상의한다.
⑥ 친정 부모가 터무니없이 남편을 꾸짖을 때는 남편 역성을 든다. 나중에
부모님께 사과하며 이해를 구한다.- 여성동아 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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