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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내밀한 삶(Intimate Life) - 이론 통합 핵심노트
※ “동시대예술로서의 사진” 샬롯 코튼
※ 이론 부분만 통합하였다. 개별 작가의 생애, 작품명, 작품별 설명과 도판 설명은 제외하였다. 동일한 내용은 더 자세한 문장을 남겨 통합하였으며, 본문은 원문의 문장을 그대로 수록하였다.
[1] ‘내밀한 삶’의 의미와 범위
1. 개념의 정의
(1) 여기서 ‘내밀한 삶’은 단순히 은밀한 사생활이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친밀성과 그 이면의 상처, 갈등, 취약성을 포함하는 삶을 뜻한다.
(2) 이 장은 동시대 예술사진에서 가정 안의 삶과 내밀한 삶의 서사가 어떻게 제시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3) 여기에 소개되는 많은 사진들은 마치 자의식이나 특별한 연출 없이 찍힌 듯 보이며, 주관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순간들을 고백하듯 드러낸다.
(4) 이러한 방식은 동시대 예술사진의 영역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절제되고 치밀하게 사전 구상된 전략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5) 내밀한 삶을 다루는 사진에는 고립되고 홀로 떨어져 있는 인물을 담은 초상과 자화상도 포함된다.
[2] 일반 가족사진이 기록하는 것
1. 삶의 상징적인 순간
(1) 우리는 대체로 삶의 상징적인 지점에서 사진을 찍는다.
(2) 그것은 관계의 유대와 사회적 성취를 확인하는 순간이며, 정서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시간이다.
(3) 다시 말해 그것은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적 사건이자 통과의례이다.
(4) 일반적인 가족사진은 보통 삶의 상징적인 순간을 기록한다.
(5) 결혼식, 생일, 친족이나 친구 모임, 아이의 성장, 여행 등등의 기념할 만한 순간처럼, 우리가 정서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붙잡아두고 싶은 통과의례가 그 대상이 된다.
2. 가족 역할의 시각화
(1) 가족사진과 가족 비디오에서 축하의 감정은 대개 제 기능을 수행하는 가족 역할을 시각화함으로써 드러난다.
(2) 그리고 그 가족 역할은 대부분 이성애 규범적인 틀 안에서 구성된다.
(3) 이러한 사진들은 대체로 가족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이미지, 다시 말해 건강하고 안정된 가족 역할을 보여준다.
3. 가족사진에서 빠져 있는 것
(1) 그러나 그러한 이미지들 안에서 빠져 있는 것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금기시한다고 여기는 것들, 사소하거나 우발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들, 혹은 가족과 정서적 친밀성을 스스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해가는 모습들이다.
(2) 그러나 그 안에는 가족 안의 갈등, 금기, 우발적 사건, 비규범적 관계, 정서적 취약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3] 일반 가족사진과 내밀한 예술사진의 차이
1. 예술사진이 선택하는 대상
(1) 반면 예술사진은 바로 그 빠져 있는 부분을 주제로 삼는다.
(2) 예술사진은 가족 스냅사진의 미학을 빌려오지만, 그것을 축하와 행복의 장면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3) 반면 예술사진은 가족사진과 사회적 사진의 미학을 자주 빌려오면서도, 기대되는 장면 대신 그 정서적 반대편을 끌어들인다.
(4) 슬픔, 가족 간의 불화, 중독, 질병,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매개되고 굳어진 관습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사건과 맥락이 예술사진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5) 오히려 슬픔, 가족 간의 불화, 중독, 질병, 고립, 어긋난 관계,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친밀성 등을 드러낸다.
(6) 따라서 이 장의 내밀한 사진은 가족사진의 익숙한 형식을 사용하면서도, 그 형식이 보통 감추고 있는 삶의 어두운 정서적 층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2. 친밀함에 대한 관점
(1) 일반적인 가족사진은 결혼, 생일, 여행, 기념일처럼 축하할 만한 순간을 보존한다.
(2)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사진이나 사적 사진이 보통 숨기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3) 말하자면 이 책은 친밀함을 아름다운 관계로만 보지 않고, 인간이 타인에게 기대고 상처받고 무너지는 구조로 보여준다.
[4] 기술적 결함이 친밀함의 언어가 되는 방식
1. 결함처럼 보이는 형식
(1) 내밀한 사진에는 흐린 초점, 어색한 프레이밍, 고르지 못한 플래시, 기계 인화 스냅사진 같은 색채, 즉흥적인 구도 같은 요소들이 자주 나타난다.
(2) 일반적인 사진 기준에서는 이것들이 실수나 결함처럼 보일 수 있다.
(3) 하지만 내밀한 사진에서는 바로 이런 결함들이 중요한 표현 언어가 된다.
(4) 숙달되지 않은 사진처럼 보이는 형식은 오히려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의 가까운 관계, 즉 카메라가 외부 관찰자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매개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2. 기술보다 중요한 관계와 순간
(1) 중요한 것은 사진의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 사진을 찍게 만든 관계와 순간이다.
(2) 가족이나 친구를 찍은 사진에서 렌즈를 손가락으로 가렸는지, 플래시가 고르지 않았는지, 눈이 빨갛게 나왔는지는 궁극적인 기준이 아니다.
(3) 중요한 것은 그 사진이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감정적 필요에 의해 찍혔는가이다.
3. 스냅사진 미학과 고백적 사진
(1) 사진 형식도 중요하다.
(2) 이런 형식은 훗날 ‘스냅사진 미학(snapshot aesthetic)’이나 ‘고백적 사진(confessional photography)’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3) 거칠고 입자가 굵은 흑백사진, 직접적이고 피할 수 없는 장면들, 친밀하지만 불안한 거리감은 이후 ‘내밀한 사진’과 ‘주관적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5] 사적 사진 속에 숨어 있는 하위 텍스트
1. 관계의 단서
(1) 내밀한 사진은 또한 우리의 사적 이미지들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하위 텍스트들을 다시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2)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개인 사진 속에서 특정한 가족 관계의 밑바닥에 흐르는 감정과 긴장을 발견할 수 있다.
(3) 가족사진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늘 관계의 단서들이 있다.
(4) 단체사진에서 누가 누구 옆에 서 있는가? 누가 빠져 있는가? 누가 그 사진을 찍고 있는가?
(5) 단체사진에서 누가 누구 옆에 서 있는가, 누가 빠져 있는가, 누가 카메라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가 같은 질문들은 가족관계의 보이지 않는 위계, 애착, 거리감, 긴장을 드러낸다.
2. 시간이 지난 뒤의 독해
(1)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면, 우리는 이후에 일어날 사건들을 예고하는 운명의 증거처럼, 사진 속에서 시각적 단서들을 찾아보게 된다.
(2) 결혼식 날의 사진에서 훗날의 이혼을 암시하는 징후를 볼 수 있는가?
(3) 혹은 한 아이의 자세 속에서,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걸어가게 될 삶의 방향을 예견하는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가?
(4)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사진 속에서 이후의 사건을 예고하는 듯한 징후를 찾기도 한다.
(5) 결혼식 사진에서 훗날 이혼의 징조를 읽으려 하거나, 아이의 자세에서 어른이 되었을 때의 삶의 방향을 예견하려는 식이다.
[6] 내밀한 사진은 병리학적 작업이다
1. 병리학적 작업의 뜻
(1) 이와 마찬가지로 내밀한 사진은 일종의 병리학적(pathology)작업이기도 하다.
(2) 그것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방어 없이 드러난 듯한 사적인 순간들을 편집하고 배열함으로써, 사진 속 인물들의 감정적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3) 여기서 “병리학적 작업”이라는 말은 사진이 인물의 삶을 진단하듯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4) 내밀한 사진은 겉보기에는 아무 방어 없이 찍힌 사적인 순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순간들을 선택하고 배열함으로써 한 사람 혹은 한 관계의 정서적 구조를 드러낸다.
(5) 그래서 내밀한 사진은 단순한 사생활의 노출이 아니라, 감정의 기원과 관계의 균열, 가족과 사랑의 불안정한 구조를 탐색하는 작업이 된다.
(6) 이처럼 내밀한 사진은 사적인 순간들을 편집하고 배열하면서, 인물들의 감정적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표면화되는지를 보여준다.
[7] 편집·배열·사진집을 통한 서사의 구성
1. 구체적인 삶에서 보편적인 서사로
(1) 그것은 관객이 사진 속 인물들의 구체적인 삶만을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 경험에 관한 보다 보편적인 서사들을 생각하도록 이끄는 방식이었다.
(2) 성적 관계, 남성의 사회적 고립, 가정폭력, 약물 남용과 같은 주제들의 본질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성찰한 작업이었다.
2. 사적인 삶과 사회적 문제의 연결
(1) 주변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은 축하와 상실의 감정을 서로 맞물리게 했다.
(2)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미술 관객들이 그것들과 깊이 마주하게 만들었다.
3. 기억을 붙잡는 사진
(1) 그것은 자신의 역사에 대한 자기만의 버전을 붙들어두기 위한 방식이었다.
(2) 사진은 추억을 예쁘게 보관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라질 사람들, 사라질 감정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세계를 붙잡아두는 절박한 방식이었다.
4. 사진집과 서사
(1) 일기적이고 내밀한 사진이 책이라는 형식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보여준다.
(2) 사진집은 지면 위에서 이미지들을 병치하고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냄으로써 서사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내밀한 사진의 자기 보호적 성격
1. 삶과 사진의 결합
(1) 내밀한 사진에는 특히 부정적인 미술 비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가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
(2) 사진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의 작업 세계를 발전시킬 때, 그는 자신의 삶을 계속 사진을 찍는 행위와 연결하게 된다.
(3) 따라서 새로운 책이나 전시가 완전한 실패로 평가되는 일은 드물다.
(4)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사진가의 동기뿐 아니라 그의 삶 자체에 대한 도덕적 비판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 부정적 비평이 어려워지는 이유
(1) 내밀한 사진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사진가 자신의 삶, 가족, 친구, 연인, 상처, 중독, 질병, 상실 같은 사적인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 그래서 어떤 작품이나 전시를 “실패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 그것이 단지 사진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사진가의 삶 자체나 그 삶을 찍어야 했던 동기까지 비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3) 비판이 곧 그녀의 삶과 고통, 애도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3. 진정성의 서사와 윤리적 논쟁
(1) 작업을 일기적 기록으로, 다시 말해 진정한 욕망을 기록한 것으로 읽는 방식은, 작업이 지닐 수 있는 포르노그래피적 측면이나 착취적 측면에 대한 잠재적 논쟁을 상당 부분 제한한다.
(2) 이미지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읽힐 수 있는 몇몇 해석들 앞에서 비평이 물러서는 이러한 태도는, 내밀한 사진이 다른 많은 동시대 예술사진가들과 사진 이미지 전반을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우회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9] 주관적 사진 리얼리즘과 패션 사진
1. 내밀한 사진의 형식이 패션 사진으로 이동하다
(1) 1990년대 중반, 주관적 사진 리얼리즘이 지닌 함의는 미술계가 아니라 패션 사진의 영역에서 더 뚜렷하게 부각되었다.
(2) 예술과 패션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일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사진이 미술 시장 안에서 자신의 위상을 확립해가면서 예술적 실천에서 비롯된 양식적 징후들이 필연적으로 패션 사진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
(3) 특히 내밀한 사진의 부상은 패션 이미지 안에 더 강한 현실감을 주입하는 자극이 되었다.
(4) 1980년대 후반부터, 주로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사진가, 스타일리스트, 아트 디렉터들을 중심으로, 곧 ‘그런지’ 패션 사진(grunge fashion photography)이라 불리게 될 이미지들이 라이프스타일 잡지의 지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 가짜 매혹에 대한 반작용
(1) 1990년대의 신진 패션 사진가들과 그들의 창작 동료들은, 1980년대 중반에 널리 퍼져 있던 대규모 제작 방식의 패션 촬영이 만들어낸 가짜 매혹에 맞서고자 했다.
(2) 대신 그들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변형하고 규정한 방식 그대로의 패션을 보여주려 했다.
(3) 더 어린 모델들이 캐스팅되었고, 짙은 화장과 공들인 헤어스타일링은 버려졌다.
(4) 이국적인 촬영 장소 대신, 텅 빈 스튜디오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공간들, 특히 교외의 실내 공간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3. 반상업적 제스처의 상업적 흡수
(1) 그러나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패션 산업 전체는 곧 이러한 반상업적 제스처들을 인쇄 광고와 잡지 화보 안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2) 그 결과 패션계가 아동 학대, 섭식 장애, 약물 복용을 조장한다는 미디어 비판도 점점 거세졌다.
(3) 전반적으로 동시대 예술사진은 패션 사진이 마주했던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
(4) 아마도 이는 앞서 이 장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내밀한 사진의 자기 보호적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5) 사진가의 전기가 지니는 진정성, 혹은 내밀한 삶의 슬프고 정서적으로 추한 이면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분명한 상업적 목적을 지닌 패션 사진은 사회적 반감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0] 이미지의 맥락·복제·유통·물질성
1.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와 유통 방식
(1) 잡지, 미술관, 책 등 다양한 맥락을 실험하면서, 자신의 이미지가 지니는 의미와 유통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자신 있게 이해하고 있었다.
(2) 1990년대 초, 청년 문화 잡지들이 취했던 반상업적 태도는 젊은 사진가의 작업이 실릴 수 있는 흥미롭고도 접근성 높은 매체가 되었다.
2. 사진 이미지의 복제 가능성
(1) 그는 사진 이미지의 복제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역동적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2) 엽서, 잡지에서 뜯어낸 지면, 잉크젯 프린트, 컬러 프린트를 다양한 크기로 뒤섞었다.
(3) 이를 통해 사진을 바라보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비위계적인 방식을 만들어냈다.
3. 설치와 사진의 물질성
(1) 설치 작업은 축적된 과거 이미지들을 일종의 원재료처럼 사용한다.
(2) 그리고 각각의 전시 장소에 맞게 그것들을 새로운 리듬과 상호 관계 속으로 조직한다.
(3) 그 결과 관객은 사진과 사진이라는 매체의 물질성을 한층 더 즉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4) 사진을 액자에 넣어 일렬로 걸어두는 전통적이고 정제된 갤러리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은 예술사진 전시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11] 사진을 바라보는 비위계적인 방식
1. 비위계적 보기의 정의
(1) 사진들을 배열하거나 대상을 다룰 때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하다는 서열을 만들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2) 사진에서 말하면, 보통은 인물사진이 풍경사진보다 중요하다거나, 사적인 장면보다 역사적 사건이 더 중요하다거나, 예술적인 이미지가 일상적 스냅사진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3) 그런데 비위계적인 방식은 이런 구분을 일부러 약화시킨다.
2. 서로 다른 이미지의 관계
(1) 이때 작가는 “이 사진이 중심이고, 저 사진은 보조적이다”라는 식으로 질서를 세우지 않는다.
(2)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같은 평면 위에서 관계를 맺게 한다.
[12] 친밀성·협업·재현·저자성
1. 촬영 대상과의 협업
(1) 접근은 촬영 대상과의 협업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제스처와 시점의 적극적인 연출을 통해 사진적 상황이 지닌 상상적이고 변형적인 힘을 설득력 있게 끌어낸다.
(2) 친밀성을 전제로 한 가까운 거리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3) 그리고 관습적 재현이 만들어내는 거리 두기의 시선을 넘어, 인간 존재가 실제로 현존하는 듯한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4) 정동을 스펙터클화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이 타자성의 공간, 그리고 이러한 개인적 서사와 연대의 관계 안으로 초대된다.
2. 자기 재현과 사진가의 역할
(1) 사진적 협업은, 소녀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를 중심에 둔다.
(2) 이 과정에는 종종 연극적 수행과 역할 놀이가 포함된다.
(3) 여기서 사진가의 역할은 그들의 재현을 안무하는 사람이기보다, 소녀들의 자기표현을 기록하거나 그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데 가깝다.
(4) 가깝고 신뢰에 기반한 관계로부터, 다른 종류의 이미지들, 곧 더 관찰적인 사진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3. 협상된 평등과 유동적 저자성
(1)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사진적 공간 안에서는 협상된 평등이 발생한다.
(2) 그곳에서 생각은 교환되고, 관찰은 조용히 이루어지며, 저자성은 두 사람 사이를 유동적으로 오간다.
[13] 사적 삶을 보편적·사회적·역사적 맥락으로 확장하는 방법
1. 개인적 삶 속의 원형적 서사
(1) 자신의 가족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개인적 삶에 깃든 원형적 서사를 감각적으로 강조한다.
(2) 예를 들어 어머니와 딸 사이의 유대, 혹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3) 사진가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기록하면서도, 각각의 장면을 어느 정도 추상화하고 세부의 특수성을 덜어냄으로써, 이러한 관계의 유대와 삶의 순간들이 지닌 보편성을 느끼게 하는 사진의 형식이다.
2. 세부를 덜어내는 방식
(1) 의식적으로 세부를 덜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2) 옷차림이나 미장센처럼 사진을 특정 시대에 묶어두거나 지나치게 개별적인 장면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절제하는 것이다.
(3) 이러한 접근은 개인적 관계를 담은 이미지들이 특정한 가족사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보다 상징적이고 보편적인 관계의 장면으로 읽히게 한다.
(4) 옷차림, 실내 장식, 시대적 유행 같은 정보가 너무 강하면 관객은 “아, 이건 어느 특정 가족의 특정한 순간 이구나”라고만 보게 된다.
(5) 그런데 그런 세부를 덜어내면, 사진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 “아이의 성장”, “가족 안의 애정과 긴장”처럼 더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 읽히게 된다.
(6) 즉, 사진 속 장면이 너무 구체적인 개인사로만 보이지 않도록, 작가들은 시대나 장소를 특정하게 만드는 세부를 줄인다.
(7) 그 결과 관객은 그 사진을 한 가족의 사적인 기록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녀 관계, 성장, 가족적 유대 같은 보다 보편적인 의미로 읽게 된다.
3. 가족의 시간과 세계사의 시간
(1) 가정 안의 이미지들을 풍경과 건축적 장면, 그리고 오래된 가족사진들과 서로 엮어낸다.
(2) 이를 통해 자신의 가족을 묘사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지리적, 개인적 맥락을 부여한다.
(3) 이 사진집의 핵심은 가정 안의 삶을 사적인 기록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4) 따라서 집과 가족의 기억을 기록하면서도, 그 사적인 친밀성이 낯선 관객에게도 보편적인 감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5) 사적인 가족의 시간이 세계사의 시간, 장소의 기억, 상실의 분위기와 겹쳐지는 구조다.
4. 가족의 이야기와 사회 구조
(1) 한 가족의 이야기를, 탈산업화 이후의 환경이 개인의 삶과 공동체에 남긴 유산이라는 맥락적이고 비판적인 흐름 안에서 다루었다.
(2) 하나의 가족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유대와 강인함을 함께 드러낸다.
(3) 동시에 이 사진들은 이른바 ‘더러운 산업(dirty industries)’의 쇠퇴와 그 영향이 전체 공동체에, 그리고 그 산업 안에서 노동해온 삶과 몸들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더 넓은 이야기로 서술한다.
[14] 가족·신체·정체성·문화에 관한 규범의 해체
1. 모성의 비이상화
(1) 중요한 점은 이 책이 모성을 이상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여기서 어머니는 희생적이고 숭고한 존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3) 아이와의 신체적 접촉, 피로, 불안, 애정, 갈등, 출산 이후 변화한 몸, 돌봄의 반복적 노동이 모두 함께 드러난다.
(4) 모성이 실제 삶 속에서 얼마나 육체적이고 감정적이며 복합적인 경험인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5) 가족사진의 사적 언어를 예술사진의 영역으로 가져온 사례로 볼 수 있다.
(6)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아주 개인적인 장면들을 찍지만, 그것을 단순한 가족 앨범으로 남기지 않는다.
(7) 오히려 모성, 여성의 몸, 아이와의 관계, 가족 안의 친밀성과 긴장을 동시대 예술사진의 주제로 확장한다.
2. 순수한 청춘이라는 통념의 해체
(1) 십대를 불편함이 제거된 존재나 서정적인 존재로 재현해온 관습대로 그리지 않는다.
(2) 십대의 삶을 이미 성인 사회의 폭력, 욕망, 무책임, 중독, 질병의 구조 안에 놓인 것으로 보여준다.
(3)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결코 순수하거나 보호된 시간이 아니다.
(4) 오히려 욕망이 처음으로 폭발하고, 폭력과 자기파괴가 시작되며, 사회가 감추고 싶은 불안정한 에너지가 드러나는 시기다.
3. 기억과 정체성의 재구성
(1) 핵심은 가족사진을 단순한 사적 기록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장면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2) 어린 시절의 기억, 어머니와 할머니와의 관계, 에콰도르계 혈통, 원주민적 상상력과 구전적 이야기 구조를 사진 안에 겹쳐 놓는다.
(3) 공식 역사나 가족 앨범 안에서 쉽게 말해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기억과 몸의 이야기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4. 정체성과 검열
(1) 자신의 과거 속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게이 남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고 인정하는 사진적 행위가 된다.
(2) 삶을 이루는 두 중심적 지리적 축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불협화음은, 성적 정체성이 말해지지 않았던 공간 안에 설치된다.
(3) 동시에 그 공간은 LGBTQ+의 가시성이 강하게 검열되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나라 안에 자리하고 있다.
(4) 이 문맥에서 LGBTQ+ visibility는 LGBTQ+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보이고 말해질 수 있는 상태, 즉 LGBTQ+의 가시성을 뜻한다.
5. 미디어 주도의 통념과 문화적 재현
(1) 일상생활 사진들은, 중동의 일상, 특히 이란의 삶이 어떤 모습일 것이라는 미디어 주도의 통념과 기대를 가로지른다.
(2) 형식적으로 정돈된 이미지와 보다 일상적이고 우연적인 구도의 이미지들을 함께 사용한다.
(3) 이슬람 미술과 일상적 현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활용하는 동시에 그것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4) 이처럼 거대하고, 오랜 역사와 복합성을 지닌 문화가 하나의 시각 형식만으로는 결코 재현될 수 없다는 점을 제안한다.
[15] 공간·몸짓·저자성과 사진의 증거성
1. 사진가의 위치와 시점
(1) 기울어진 카메라 각도와 흐릿한 이미지는 가족의 일상적 습관과 상호작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기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사진가 자신은 사진 속에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포착하는 장면들 속에서 그의 존재와 시점은 분명히 느껴진다.
(3) 때로는 사진 속 인물들이 사진가와 카메라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반응할 때, 이러한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4) 더 미묘한 방식으로는, 가족들이 집 안에서 먹고, 자고, 씻고, 움직이는 어느 순간에 그들을 촬영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방식 속에서, 가족 안에 자리한 사진가의 위치가 암시된다.
2. 공간적 연결과 심리적 거리
(1)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숨은 관계를 드러내는 의례, 몸짓, 환경을 기록한다.
(2) 카메라 뒤에서는 활동과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
(3) 사진가가 빠르게 장면을 구성하는 동안, 피사체들은 그의 작업에 순응하며 잠시 자신의 움직임을 멈춘다.
(4) 사진에서는 인물들 사이의 공간적 연결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5) 그리고 그 공간적 관계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심리적 가까움과 거리감을 표시하는 징후가 된다.
3. 사적 이미지의 예술적 전환
(1) 사적인 이미지들의 저장고 안에 사진에 대한 이해와 이미지 제작 방식에 관한 지식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2) 가족과 마주치는 일상적 장면들 속에서 형식적 구도를 찾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3) 사진들은 자기 삶의 일상적 현실을 더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의 태도를 담고 있다.
(4) 사진들을 회화를 위한 보조 자료가 아니라, 가족 관계의 역학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5) 작가가 서사를 주도하는 내밀한 사진이 사진예술을 만들어내는 정당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6) 내밀한 사진이 이미 하나의 확립된 장르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4. 공적 표면과 사적 현실
(1) 사진은 여전히 시각적 ‘증거’를 전달하는 통로로 남아 있다.
(2) 그리고 이 장의 맥락에서 볼 때, 사진은 인간 문화가 공적으로 구성해온 외면적 표면과, 우리의 내밀한 삶이 지닌 사적인 현실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