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중심은 아이들… 과거·이념 넘어 혁신 이루겠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취임 인터뷰
새로운 지식·창의력 생산 시대 달달 외우는 주입식 교육 변해야
2014년 07월 15일 (화) 22:01:18 지면보기 5면 최현구 기자 chg5630@jbnews.com
'아이들이 희망입니다' 라는 주제로 취임한 제16대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모든 교육행정의 중심은 오직 아이들이며,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다니는 학교를 만들겠다"며 "지난 충남교육의 아픔에 대해서 도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지난 2년여간 교육전문직 비리 사건 등으로 교육가족과 충남도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었다"며 "이제 충남교육청의 최고 수장으로서 정식으로 사과한다. 앞으로 다시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깨끗한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2만여 충남교직원들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롭게 심기일전해 출발하자"고 강조했다.
▶교육감에 출사표를 던진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9대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으로 활동한 동안 저는 언제나 현장을 중심에 두고 일을 해왔습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충남에 있는 교육기관에 어디에 어떤 돌이 놓여 있고 계단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까지 전부 기억하고 많이 다녔습니다. 이렇게 현실을 잘 파악하고 도의회와 충남교육청에 현실 개선을 요구해도 시정되지 않는 벽을 느끼게 됐습니다. 거기다 3명의 교육감이 비리와 부패 문제로 중도낙마 하지 않았습니까? 외람되지만 충남교육을 청렴교육으로 바꾸고 현장중심의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저 뿐이란 생각으로 출사표를 던지게 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습니다. 교육변화에 대한 새로운 열망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이런 기류의 변화는 어떻게 보십니까?
-무엇보다 이제 경쟁교육, 국영수 달달 외우는 주입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21세기는 지식경제 시대 아닙니까? 새로운 지식과 창의력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인데, 그저 잘 외우기만 하라는 식의 교육은 이제 맞지 않는 낡은 옷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서 창의력을 키워주고 인성을 중요시 하는 후보들에게 일을 맡기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보수를 떠나서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교육과 교육의 가치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두루 학생들 교육에 영향을 주어야만 학생들이 균형 잡힌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을 억지로 둘로 나누고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중심, 아이들 먼저'라는 원칙으로 교육감 역할을 해내려고 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어른의 잣대로 그 사람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가리지 않고 중용할 것입니다. 아주 구체적인 사례로 말씀드리면 유치원의 문턱 같은 겁니다. 어른들에게는 문턱이 약간 높아도 큰 문제없지요?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문턱이 하나의 큰 장애물이고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그 문턱 하나를 만들더라도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낮춰 만들면 그게 곧 가슴높이 교육이 됩니다. 또 가난하든, 공부를 못하든, 장애가 있든, 다문화가정이든, 조손 가정이든, 차별과 소외없이 학교에서 언제나 선생님께 듬뿍 사랑 받는 것. 그게 제 교육 철학입니다.
▶그동안 충남교육감의 연이은 낙마로 도민들의 실망감이 컸습니다. 이제 새로운 교육감이 비리를 어떻게 끊어 낼 것이냐에 대해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투명한 교육행정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일단 교육감이 청렴해야 전체 교육계의 청렴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선거기간동안이나 그 전까지 누구에게 빚지거나 꼬투리 잡힐만한 일을 한 적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비리부패에는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비리부패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생각입니다. 단 한 번의 업무상 비리라도 발견되면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는 교육비리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실시하겠습니다. 또 그동안 큰 문제를 일으켰던 장학사 선발제도를 대폭 개혁해 승진의 도구로 이용되던 병폐를 없애겠습니다.
▶고교평준화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으로 인재가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고교평준화가 되면 저는 오히려 학생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재교육을 하는 학교가 없어서 학생들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학교서열화가 학생들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학교서열화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큰 상처입니다. 어떤 교복을 입었느냐에 따라 주눅 들기 때문입니다. 고교평준화를 하면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미리 고교입시를 준비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도 적게 듭니다. 그리고 전체 학력도 올라갑니다. 이미 교육부가 의뢰해서 연세대학교에서 연구한 조사에 따르면 고교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평균 5~10% 가까이 성적이 높습니다. 40년 동안 이 정책이 지속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창의교육을 실현하고 충남의 지역 특성에 꼭 맞는 충남형 혁신학교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감을 믿고 응원해준 충남도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210만 충남도민 여러분. 저는 무엇보다 '학생중심, 아이들 먼저'라는 원칙을 가슴에 새기고 눈높이를 넘어 가슴높이 교육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우리 교육가족과 공유하고 함께 손 붙잡고 그동안 어른들의 이기심과 갈등으로 상처 입은 학생,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충남교육 대화합의 이름으로 치유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잘하는 일이 있으면 칭찬해주시고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사정없이 혼내 켜 주십시오. 도민들의 말씀에 귀와 가슴을 열고 실천하는 겸손한 교육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약력
1987년 ~ 2006년 제1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교사협의회 회장
아이들 건강을 위한 국민연대 홍보대사
천안 학교급식협의회 공동대표
태안여자중학교, 성환고등학교, 천안여자고등학교 교사
천안중앙고등학교, 합덕농공업고등학교, 덕산고등학교 교사
천안공업고등학교, 천안북중학교, 천안신당고등학교 교사
2006년 7월 ~ 2010년 6월 제5대충청남도교육위원회 위원
천안학교급식협의회 상임대표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본부 추진위원장
천안 교복공동구매 네트워크 자문위원
2010년 7월 ~ 2014년 6월 충청남도의회 교육위원회 교육의원
2014년 7월~ 제16대 충청남도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