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순 / 2023《한강문학》여름호(32호)신인상 당선작 시 부문 / <봄 비> 외 2편
봄 비
이 유 순
봄비는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를 내며 온다 했다
비 소리가 좋다며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시던 어머니
나도 어머닐 닮아서일까
지금 창가에 서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도
그때
당신의 어머니를 생각 했으리라
비오는 날 창가에서
어머니를 회상하며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운다
어머니
불효를 용서 하소서
이 자식
봄비로 찾아오시는 어머니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불효를 뉘우칩니다.
조물주의 뜻
가수로 태어난 매미
춤 무용수로 태어난 나비
일꾼으론 개미
봉사에는 꿀벌
땅굴 지하철의 개척자 두더지
밤에도 일한다 베짱이 여치
지구는
몇 자나 될까 땅을 재는 자벌레
집을 지킨다 강아지
마을의 파수꾼 까치
새날이 밝았다 긴 목청 뽑는 닭 우는 소리
우주만물
다 조물주의 뜻
나도 그 뜻대로 산다.
제 갈길
비가 오면 어디 제 자리에 머물던가
제 갈길 찾아
흘러간다
세월도
바람도
구름도
다 마찬가지다
나도
지금 내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우주공간에 먼지 같은 내 존재
세월 따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대지라는 어머니 품에
한줌 흙이 되기 위해
이 모두가 다 대 우주의 축복이다.
《한강문학》32호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 이유순 심사평
처음 밖으로 드러내는 맘 꽃!
꽃들의 잔치는 늘 눈부시다.
어찌 산과 들에만 꽃이 피었으랴!
도심의 길거리 꽃밭에도 저마다의 고운 빛깔로 꽃 잔치다.
사람들이 어찌 구경만 하고 있으랴!
산수傘壽의 나이를 넘긴 이유순님도 고운 맘을 펼쳐 여러 편의 말 꽃! 시詩를 보내왔다
그 중 〈봄비〉, 〈제 갈길〉, 〈조물주의 뜻〉 3편을 골라 《한강문학》 32호(2023, 여름호) 신인상으로 뽑았다.
나이에는 상관없이 처음으로 밖으로 드러내는 맘 꽃!
두렵고 자신 없고 부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노년에 참한 맘 드러낸 시를 보면 모양과 크고 작음
그리고 향기로만 좋다 부족하다 평하지 말아야 하겠다.
어머니가 아이를 출산할 때의 그 심정이 아닐까 싶다.
두렵고 부끄럽고 가슴 벅차고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용기를 가지고 꽃으로 피웠으니 꽃인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쉼 없이 정진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지게 살아온 황혼의 고운 꽃 피우시길 바라며 응원합니다.
《한강문학》 신인상 상임고문 김 중 위 《한강문학》 신인상 추천위원 이 종 래 《한강문학》 신인상 심 사 평 허 홍 구 |
《한강문학》32호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소감-이유순
세상에 이런 기쁜 일이
80넘어 미수를 바라보는 나이에 시인 소리를 듣게 됐다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이 기쁨을 어디 누구에게 먼저 자랑할까?
내 마음은 날개를 달고 詩를 품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이종래 회장님의 권유를 받고 소싯적에 써놓았던 졸작 몇 편을 보여드렸더니 벌어진 뜻밖의 대사건이었다.
부족한 글을 심사하시고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하나님 감사 합니다.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드립니다.
이유순
시인, 《한강문학》 32호(2023,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신앙인, 한강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