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로운 제주의 멋과 아름다움을 맛보는 날이었다.
김령성당 미사 참여 후 점심 시간 즈음, 교래자연휴양림에 가던 중 차량이 많이 서 있는 밀면집을 발견하여 무작정 들어갔다.
맛집 탐색은 궂이 검색이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하는게 더 분명하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는 바, 방문객이 많은 집은 실패의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점심을 위해 우연히 찾은 이곳은 뜻밖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작은 테마공원이었다.
'파파빌레'라고 이름붙인 공원은 30여분이면 산책 삼아 둘러볼 수 있다.
산책 중 공원의 주인을 만나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경륜있는 제주 언론인 출신 아방(공원주인)은 제주의 돌문화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특히 뒷마당에 펼친 현무암 돌문양 '흙용' 은 주인의 꿈 속 계시에 따른 수년에 걸친 수작업의 결정체로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이 공원의 메인콘텐츠인 듯 했다.
약 7000여점에 이르는 인상석(사람 얼굴모양 돌)의 수집 진열도 작지 않은 노력의 결과물로 보였다.



꿈의 계시라는 신비화나 현무암의 음이온 배출에 대한 과학적 검증 등 스토리텔링을 위한 고민도 엿보인다.
면적이 협소하고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전문성 등이 미진한 것 같아 아직 파크라는 이름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발전의 잠재력과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었다.


파파빌레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목적지인 교래휴양림에 입장했다.
안내자의 권유로 큰지그리오름을 왕복하는 오름 탐방에 나섰다.
오름의 이름이 독특했다.
지그리란 용어는 동사 지그리다에서 온 것인가?
지긋하다는 형용사는 가만히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니 옛말에 사립문을 지그리다라고 한데서 용례를 찾을 수 있다.
오름의 모습이 완만하여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인가 짐작해보지만 확실치는 않다 .
시간은 오후 3시이고 거리는 편도 4km이니
산길임을 감안해도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수차레의 제주 오름탐방 경험이 있지만 오늘의 탐방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오름 자체는 해발 525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오르는 과정에 펼쳐진 다양한 수목과 좁고 긴 오솔길, 숯가마터,
특히 곶자왈과 편백나무 숲 등은
다른 오름 탐방과정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무엇보다 긴 뱀의 등허리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완만하고 굴곡진 S자형의 오솔길은 최고의 힐링로드였다.
우거진 잡목들이 햇살을 가려 오래 걸어도 덥거나 뜨겁지 않고,
중간중간 자리잡은 곶자왈엔 고비와 이끼를 비롯한 키낮은 초목들이 푸른생명력을 자랑하며 넓게 펼쳐져 있다.

오름 정상 직전에 식목된 편백나무 숲은 곧고 우람한 자태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큰지그리오름은 그 이름처럼 그를 찾아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큰 가슴으로 지그려주는 듯 했다.

왕복 세시간 정도면 여유있는 거리여서 크게 부담되지 않고
오르내리는 길이 완만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