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진 국도 7호선. 동해바다에서 숨막힐 듯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진 긴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여행길은 지친 일상을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삶의 희망과 의지를 되살려 내기에 충분하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떠난 주말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파도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깊은 바다와 설악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맛갈스런 음식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줌은 물론 여행지에서 또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황태요리
한 겨울 고성으로 가는 길목인 진부령 어귀는 국내 최대의 황태덕장이다. 고성을 대표하는 어종인 명태는 잡는 방법과 지방에 따라 여러가지로 불린다. 유자망으로 잡은 것은 '그물태' 또는 '망태(網太)'라고 하고 연승으로 잡은 것은 '낚시태', 겨울에 잡은 것은 '동태(凍太)', 3∼4월 봄에 잡은 것은 '춘태(春太)', 산란을 해 살이 별로 없이 뼈만 남다시피 한 것은 '꺽태'라고 하는 등 그 이름만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에서도 산란기 중에 잡힌 명태를 원료로 덕장에서 매서운 겨울추위를 이겨내며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만든 것을 황태라고 한다. 황태는 노리끼리한 색이 껍질과 속살에 돌고 눌러보면 조금 딱딱한 정도의 스펀지처럼 부드럽다. 맑은 햇빛과 바람에 의해 3개월간 얼고 녹기를 거듭하며 자연스레 부들부들해진 황태는 눈속에서 자연상태로 말리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가장 고급스런 명태의 가공식품으로 꼽힌다. 황태요리는 중장년층에겐 숙취해소를 위한 해장음식으로, 젊은이에겐 구수하고 쫄깃한 영양만점 별미로 인기가 있으며 찜, 구이, 전골, 튀김, 국밥 등 어떤 요리든 맛이 최고이다. 고성 진부령 일대는 국내 최대의 황태덕장으로 전국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되며 진부령 정상과 인제 용대리 일대에는 다양한 황태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 물회
물회는 뱃일에 바쁜 어부들이 손쉽게 한끼를 때우기 위해 요기삼아 먹었던 음식에서 유래한다. 옛날 어부들은 생선회를 거칠게 썰어 초고추장을 푼 물에 말아 '후루룩' 먹으며 배고픔을 잊고 밤새 술에 지친 속을 달랬다고 한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가자미, 오징어, 해삼 등이 각종 야채와 초고추장을 푼 칼칼한 국물과 어우려져 담백하고 신선한 맛을 낸다. 아침 해장거리로 물회를 들이켜 본 술꾼들은 숙취로 쓰린 속 다스리기에 물회만 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바닷가 아낙네들이 솜씨 좋게 생선회를 뜨고 큼직한 사발 한그득 야채와 함께 고추장 양념을 푸짐하게 담아 내고 여기에 삶은 국수를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별미이다. 어부들이 간단히 먹던 물회는 이제 고성을 대표하는 간판 먹을거리로 자리잡고 외지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즐비한 횟집이라면 어느곳에서나 물회를 맛볼 수 있지만 고성지역에서 물회의 원조라면 단연 가진항을 한결같이 꼽고 있다. 가진이 물회로 유명하게 된 것은 물회맛의 핵심인 오징어, 생선, 해삼 등 횟감이 펄펄 살아서 뛸 정도로 싱싱한데다 자연산 만을 고집하다 보니 그만큼 맛부터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 고성과 인제군을 잇는 미시령터널이 개통되면서 가진항은 주말이면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객들로 붐빈다.
■ 생태찌개
고성군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태의 고장이다. 지구 온난화로 동해안의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매년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지만 고성군은 우리나라 명태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여서 누구나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명태를 꼽는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차가운 겨울바다의 깊은 맛을 품은 명태는 흔히 '1어(魚)4색(色)4미(味)'라는 말로 그 맛이 표현되기도 한다. 회냉면에 얹기도 하고 김치소에 넣어 찌개로 끓여 먹거나 말려서 무쳐먹기도 하고 찜으로 먹기도 한다. 내장은 창란젓으로, 알은 명란젓으로 만들어 먹는 명태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버리는 것이 없다. 이렇듯 쓰임새가 많은 명태요리 가운데에서도 단연 명태의 제맛을 느낄수 있는 것이 생태찌개. 무와 두부 등을 넣고 끓여낸 생태찌개 국물은 시원하기 그지없어 애주가들의 속을 시원하게 달래기에 그만이다. 생태찌개는 한겨울에 잡히는 어종의 특성상 요즘 제맛을 내며 겨울미각을 유혹한다. 명태의 주산지인 고성 거진항 주변에는 명태 뿐만 아니라 곰치국, 대구탕, 도치 두루치기 등 겨울 동해바다의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 많다. 고성/최 훈
■ 가볼만한 곳 - 청정 자연·분단 아픔 체험
고성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히는 설악산과 청정한 동해바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가 빚어낸 호수가 어우러진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고성지역에는 때묻지 않은 자연·생태와 옛 선조의 숨결, 그리고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겨울바다와 어촌의 정취를 가장 가깝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동해안 항포구. 명태의 주산지로 유명한 거진항과 동해안 최북단 대진항을 비롯, 고성지역 곳곳에는 소규모 항포구들이 있으며 항포구 주변에는 횟집 등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경치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화진포 호수변에는 동해안 최초이자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해양박물관이 있어 해저생물의 생태관찰은 물론 바다속을 걷는 듯한 신비와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인근에는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 등 역사안보전시관도 둘러볼 수 있다. 한국 4대 사찰중 한곳으로 신라 법흥왕(520년)때 지어진 건봉사에서는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와 보물 제 1336호인 능파교 등의 소중한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으며 철새 도래지인 송지호변에는 국가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된 왕곡마을에서 우리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또 7호선 국도를 따라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끝나는 지점, 비무장지대와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통일전망대에서는 북녘땅이 발아래로 펼쳐진 곳에서 분단의 현장을 직접 느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