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맑음
오전에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주일미사를 드렸다.
아내와 함께 신자의 기도 한 꼭지를 맡아 하면서
치앙마이에서의 한달을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원님만에서 점심을 하고 썽태우를 타고 타페게이트 (올드타운 동문) 쪽으로 갔다.
아내가 라탄 모자가 하나 필요하다하여 라탄상점에 들렀다가 게이트 안으로 입장했다.
오늘은 선데이스트리트마켓이 열리는 날이어서
많은 상인들이 길가에 짐을 쌓아놓고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켓의 공식 오픈은 오후 5시이다.
그들에게 이 마켓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그틀의 열의에 찬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선데이마켓은 이제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치앙마이의 또는 올드타운의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듯 했다.
우리의 인사동에서, 전주 한옥마을에서, 교토의 기온거리에서, 베이징 왕푸징거리에서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처럼 장을 벌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란나민속박물관에 들렀다.
삼왕상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다는 인터넷 평가가 주류긴 하지만
스스로 보고 생각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입장했다.
입장료는 내국인 20바트, 외국인 90바트였다.
차별 받는 느낌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내부가 2층 목조로된 건물은 협소하고
전시실도 작은 방 20여개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마치 역사에 관심있는 개인이 수집한 자료들을
분류 정리한 수준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불교 관련 자료가 절반 이상이고
민속자료와 전통의상 관련 자료가 나머지였다.
민속박물관이라 했는데 민속자료보다
불교자료가 더 많은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불교 관련 자료는 발굴된 작은 불상이나 벽화 등이 있고
의상은 직조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이
완성된 의상을 전시하는 수준이었다.
민속자료는 라탄 바구니 재작장면이나 제조물,
토기류의 세라믹들, 민속악기 몇점 등이 전부였다.
민속에 대한 정의와 분류, 그에 적합한 자료의 수집 정리 등
기초적 노력이 더 필요해보였다.
수장 자료가 부족하여 자주 모상(模像)이나 현재의 용례를 전시하고 있어
진정한 란나시대의 유물박물관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워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앙마이 시정부가
과거 그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물발굴 등 더 많은 수장자료등을 얻게 된다면
현재의 박물관은 한층 풍부해질 것이다.
지금의 올드타운이 가지고 있는 유적으로서의
수많은 사원과 성곽들과
관련한 자료들의 발굴과 전시만으로도
또 한 개의 박물관을 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중앙이나 지자체 또는 대학들의 선진적 박물관 전시 관리 노하우를
이곳 치앙마이 시정부나 대학과 협력하여 전수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서는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일본의 전매특허이기는 하지만...
마침 치앙마이대학에서 한국의 영상업체와 대학이 협력하는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므로
이러한 협력사례들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함께하는 란나민속박물관 방문이었다.
박물관을 나서니 마침 삼왕상 광장에서 큰 규모의 행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설치 중인 무대 앞에서 한 무리의 여성 전통무용수들이
소위 네일댄스nail dance를 추고 있었다.
공연전 리허설인 듯했다
진지하고 아름다운 춤사위에서 란나의 진정한 민속을 보는 듯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한 무리의 서구 여성들이 길 한가운데서 즐겁게 따라하고 있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문화의 포용이고 즐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