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기억 외 3편
을사신년乙巳新年
형상기억을 믿는 민족에게
신의 축복을 기원하며
창조주를 흠모한 나머지
뜨거운 불[火]을 탐 낸 피조물의
어린 생각까지 보듬어 주시온
끝 모를 사랑 앞에
세상사
인간의 조건을 들먹거리며
다수결이 천심天心이라는
이
발칙함을
굳이
용서하시나이까
지구地球에서
저절로 잘났다는 미물 집단을
두고만 보시렵니까
싹 다 그냥
죽여주시옵소서
부디
티끌로 돌려놓으소서
본래
형상대로.
관리 대상
언제부턴가
금붕어가 튀기 시작했다
물 샐 틈 없는 수족관에
미네랄 생수 채워
육식, 초식, 별미에
용궁 스토리텔링 장식 꾸며
때 되면 연등 달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장식하고
바람 불면 풍차 달고
유한마담, 자유부인 그리고 돌싱에 젠더까지
펜트하우스 이방 저방 제 멋대로 살고지고
한 세상 떵떵거리며
강남오렌지 안 부럽게 해주었건만
에라이!
두고 보자보자 하니까
그것도 못 참고 펄쩍 폴짝 내튀어?
잘 해 줘봤자 다 소용없어
배려해줘도 앙탈이야
삼백예순날
관리 대상인줄도 모르고.
요지경瑤池鏡
내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현실이 사실이고
눈에 보이는 사실이 진실이다
지구는 늘 우측으로 돌고
시계바늘도 유원지 목마도
우측으로 돌고 뛰는 이 세상이다
그런데
당신은 세상이 좌측으로 돈다며
지구도 시계바늘도 목마도
좌측으로 돌고 뛴다며
게거품을 물며 우겨대는데
그대는 왜 날 볼 때마다
마주 보고 따라 하나
내가 하는 말이
이 세상이
그리도 우습게 보인다는 건가
당신은 말이야
당신이 사는 세상에서
이마에 붉은 띠 매고
당신 발로
아스팔트 바닥을 뛰어다니며
땀이나 흘려봤냐고
입만 갖고 떠들면서
글 좀 쓴답시고 저 잘났다고
우겨대지 않았더냐
이런!
닦고 또 닦다보면
해맑은 거울처럼
밝은 세상 오지 않을까
당신도 내 맘처럼
거울같은 세상에서
맑고 밝게 살고지고
바삐 우로 돌리주니
그 꼴 정말 보기 싫다
죽자사자 좌측으로
뺑뺑이를 치네
이럴 수가!
니나 내나 못난 것들
지 주장만하고 사니
세상은 요지경
유원지 목마는
몸만 다 큰 철딱서니
애어른들 다시 오려나
오늘도
붙잡힌 공간 속에서
하릴없이 덜컥대며
메리 고 라운드!
슈퍼 문
정초正初
큰 달이 뜬다는 날 밤
슈퍼에 갔다
당기세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올 때 또 당기세요
밀다말고 당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할 때마다
당기둥둥 밀기둥둥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더러듕셩 다로리로러
을사년乙巳年 첫
큰 달 뜬 날 밤
꽃집에 갔다
백장미 있나요
이슥한 밤에
내 아니 부끄러우시면
이 꽃 따다 바치오리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꽃 저 꽃 가리다
신물 난 사내
아로리 당실 가로리 둥실
호박꽃은 없나요
눈 삔 사내 못잖게
아흐 당최 그러리 마러리
수천 년을 헤매이다
큰 달 뜬 날 밤
쥐불놀이 숯깜댕이
밤 내 꼭두서니
처용處容 따라 용두龍頭서니
얄리 얄리 얄라리
얄라리 얄라성
큰 달 밝은 밤이어면
백수광부白首狂夫 은하수
물길 따라 넘나든 길
어긔야 어강됴리
다신 못 올 피안彼岸 길
언제 그 강 건너지 마오
마고할미 졸음 쏱다
아흐 다롱디리.
용강龍江, 저동苧童, 갯벌, 한강韓江 권녕하
한강문학회 회장, 《한강문학》 발행겸편집인,
전)해동문인협회 명예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학비평가협회 감사(역임), 한국문화네트워크 상임대표,
수상:기자언론상(1999년), 올해의 작가상(2007년), 해동문인협회 특별공로상(2008년),
국토해양부장관상(2012년,녹색환경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2013년,문화예술발전부문), 세계평화문화대상 수상(2015)
《교단문학》詩부문 등단(박화목 추천,91년), 《해동문학》천료(성기조, 정광수)
詩集:《숨어 흐르는 江》, 劇詩集《살다 살다 힘들면》, 산문집:《겨울밤, 그 따뜻한 이야기들》외,
역서:《세일즈맨의 죽음》(A.밀러), 《파리떼》(J.P.싸르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