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유蛇口喩 외 4편
조연호
묻은 그림자는 균처럼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의 남은 기념품은 아주 약간
나도 그것을 뉘었을 것이다, 작은 반지에 먹힌 동물 은유를
엉터리 물건에서 지평선이 늘어난다 그것은 짧게 도는 팽이 같고
성에 대한 죄악으로 툇마루가 잘린 사람이 두드리며 운다
아 도와다오 끈끈이에 붙은 아이에게 보조개를 쥐어주던 물주전자 은유를
이불 쓴 서커스의 나무 위에, 슬퍼할 게 못되어 오래 맞잡은 손아귀에
안일향安逸鄕 - 잘 씻긴 곳으로 입에 거품을 내고 있는 친구를 데려간다
손바닥의 령齡
1령齡 - 엄지와 집게를 구부려 만든 전해 여름을 그해 여름에도 결정하지 못했다. 녹는점을 찾는 날에도 누군가의 첫 입술은 계속 증발하고 있었다. 나는 눈초리가 찢어진 나이, 피리를 불면 억세지는 물체였다. 아버지의 무성한 창틀을 그때그때 알맞게 고쳐주고 알뜰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찌 된 형편인지 다시 고쳐서 쓸 수 없는 것에 대해서만은 손바닥 찍힌 요판凹版이 늘어나 있었다.
2령 - 동물이 그 땅에서 이어 살 수 없었기에 나는 사람이자 목동으로 전락했다. 태양에겐 당사자라는 뜻 이외의 것은 없었다. 채에 잡혀 곤충망 속으로 들어간 눈송이가 너무 많아 여름날로 혼자 멍청히 떠날 준비를 했었다. ‘당신의 푸념처럼 그곳엔 정말 돌볼 가루가 의지할 가루보다 더 많은가요?’라 반문한 것은 너무한 것이다. 한동안은 4대 6이나 5대 5 정도로 발목이 고치 같은 것 속에 들어있었다.
3령 - 손가락을 움직여 처녀비행을 그려보곤 한다. 그걸 삼켜 되새기면 허공도 살아있을 뿐 역시 죽는다.
입모양을 입모양으로 바꾸는 사랑을 하던 것은 오른편이었다. 백과사전에는 뻗은 넝쿨보다 길이가 더 짧은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 산화미酸化美가 미美에게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핥아 굽게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오른손과 왼손은 함께 원뿔에 감겨 올라간다, 함께 밤을 생각하기 위해. 고치막을 뜯으면 새잎에서 새잎으로 수레가 굴러 떨어진다.
넉잠 - 팔베개마다 포플러가 흔들린다. 한 사람의 생일로만 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연고를 발라 나의 성표性標를 지켜줄 생각은 없었다. 내게도 반쯤 탄식하는 액세서리는 있었던 것이다. 깨끗하고 바르게 뜰의 주인은 파수 보는 일을 끝내고 아마도 영원히 나무들은 사냥개에 쫓기는 공포로 미친 것이라고 말한다. 나를 낳은 사람에겐 얼굴 터진 헝겊인형 하나가 잡종의 털을 달고 가만히 날아 들어와 있었다.
5령 - ‘깃이 포개지는 곳에서 낙담하고 맙니다. 실을 풀고 집을 매달 곳으로 기어간 조용한 웅성거림은 세 배, 네 배씩이나 낙담하고 맙니다’ 노소蘆蘇의 사람들은 버드나무를 피워 지저분한 불꽃놀이를 하고 고향의 신들을 휘저으며 자신들의 수난을 한탄한다. ‘물에 뜬 얼굴에 머리를 부딪치면 물들은 편을 갈라 뺨을 맞대고 웁니다’ 던져진 부케처럼 그들은 내 주머니 안쪽으로 골고루 산회散會했다. 손을 펼치면 풍향은 다섯 가닥. 우린 가난하므로 비와 바람을 또한 그처럼 다뤘다. 노소 사람의 불은 ‘사람은 타는데 베옷은 타지 않네’ 여러해살이 노래를 부른다.
옷 속의 보물
해가 져서 들춰보면 너무 적어서 실망했던 옷 속의 보물
무딘 반딧불이 늘어서 있을 뿐 구김은 일어서 있지 않았다
특정 부위이길 원하면 밤에서 얻은 차액으로 그렇게 할 것이지만
나의 떼까마귀는 진통기陣痛期로 공중을 헹궈내는 곳에 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물 귀를 잘라오면 내 등은 썰매를 끌었다
이날은 무늬를 흔드는 새도 즐겁지만 목을 따이고 허적이는 새도 즐겁다
맹독이 푸르게 열릴 나뭇가지 아래서
농약을 고른 사람과 함께
여러 번 옷걸이를 바꿔 걸었다
무사한 이쪽을 반 수레의 숯으로 감으면
아마도 그에겐 한낮의 머릿니를 잡던 현세의 집이 가만히 떠오른다
비렁뱅이는 이 말을 담을 자루를 얻은 것을 기뻐했다
하지만 저녁은 너무 적어서 실망했던 보물
긴 투겁 속에 손을 감추고 타로카드 0번 바보를 뽑는다
우애
저승으로 이끄네 시를 켜놓고,라고 올해의 우애가 말했다. 그리움이 짙지 않으리라는 것은 달그림자에 깔아놓은 작은 자갈들로 알 수 있었다. 집달리가 문을 두드리고 가면 버드나무를 구부려 서로 엮은 것뿐으로도 그녀의 사랑이 갈라지는 돌로 변성되었다. 우애가 말했다. ‘하루가 길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집이 조금씩 줄어들 뿐입니다’ 그 시기의 퇴적층을 지났던 태양이 반복해온 종교법도 산 밑에서 월동동물을 깨우는 사람에겐 세속법이었을 것이다. 도감을 보면 지구 반대편 사람의 손엔 털투성이 허공이 떠있었다. 물감 덩어리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짝사랑도 되고 광물도 되었다. 올해의 우애가 말했다, ‘이렇게까지 자기를 방치하기 때문에 밤은 밤의 속임수에 대해 예술가의 비교 기준이 되어왔으며’ 난 다음과 같은 신념을 악귀와 공유하고 있다. 내 뙤약볕은 부서지고 아무리 가난한 거지라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 물질은 밤을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쪼개고 났을 때 남는 것, 이제 난 그 우애에 대해 개미를 택한 작은 동료를 손끝으로 눌러 차례차례 삭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생벌이 날아온다
「바닥이 우거진 수면은 죽은 자의 머리에 씌운 꽃관冠에 가깝다」 이 푯말이 대낮의 얼굴을 가진 저녁이어서 후회한다. 개의 얼굴을 한 부인이 내게 과자를 내밀지만 사랑은 결국 망한 듯 싶었다. 동물은 잎을 떼어내고 인간을 흉내내는 줄기에 맡겨졌던 것이다. 기쁨과 맞서자 그는 실존 인물이 되었다. 그 기쁨을 몇 송이의 꽃과 바꾸고 있어서 그는 다시 거부되었다. 기생벌이 날아온다. 자기라는 가장 깊은 의문의 세계로 채워진 곳에서 진눈깨비가 악사를 부러뜨리고 있었다.
철봉이 마지막 한숨에 걸려 한 바퀴가 완성되지 않는다. 미망인과 귀를 나눠 파고 우린 물결에 물린 척하기. 우는 벌레를 엮어 우린 오줌 밖으로 새어나오기. 무엇이든 그녀는 개와 하고 있다. 날마다 몸을 씻겨 얻은 열매는 늘 이런 맛, 있는 것은 그냥 그대로, 없는 것은 두엄으로 덮어 강 건너 보이는 할머니들을 갈색으로 만들어놓지.
지금은 젖먹이도 큰 손발을 가지고 그냥 풀밭에 뒹굴고 있는데, 깊숙한 베개만 아름다운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 개의 화병을 품에 안고 조심조심 부어오른 고달픈 하급사람이 매듭져 있었다. 숭고에 그어진 자연의 상처 한 줄에 묶여, 평상복인 채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바람은 우리의 의뢰에 따라 부딪치면 귀머거리가 되는 소리를 완성한다.
「사람이 온다, 나는 죽는다」 이 푯말이 낮은 사람에 대한 나이어린 자의 비유여서 후회한다. 동물에서 잎을 떼어내고 나는 파우스트-흔들리는 배에 글을 쓴다, 그러자 바다 한복판에서 편지가 왔다, 너는 어떤 것을 범하기 위해 남지 않고 싶은 자인가?-를 반복한다. 소매 속에 숨긴 두 무릎은 나란히 층계 수를 착각하고 있었다. 밤이 아무것도 꺼뜨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음란한 실수였다. 나는 아직도 나를 팔아넘긴 포유동물의 촛대를 굵게 섬기고 있다.
조연호/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농경시』 『천문』 『저녁의 기원』 『죽음에 이르는 계절』. 산문집 『행복한 난청』. 제10회 현대시작품상 수상. 제16회 현대시학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