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가 열네 살 때, 그와 지척에 있던 한 소년이 벼락을 맞아 숨졌다. 여름방학 캠프에 갔을 때의 일화라고 한다. “잊지 못할 일입니다. 스무 명 가량 되었던 우리 일행은 거기, 뇌우가 퍼붓는 숲속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습니다. 누군가 공터로 나가야 한다고 했고, 우리들은 철조망 아래를 일렬로 기어야 했습니다. 내 앞에 섰던 아이가 철망 아래로 기어들자마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나는 그 아이와 (내가 당신과 지금 앉아있는 거리 이상으로) 매우 가깝게 있었는데요, 머리가 그 애 발치 아래 있었죠.”
오스터는 그 아이가 즉사한 것을 즉각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공터로 끌어내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그 아이가 삼키지 못하도록 혀를 꼭 집고 있었어요. 사정없는 폭우가 쏟아 붓고 난데없는 번개가 빗발쳤습니다.” 가까이 있던 두세 명의 다른 학생들은 충격속에 울고불고 난리였다. “아수라가 따로 없었죠. 그 애의 낯빛은 조금씩 퍼레졌고 두 눈은 반은 감긴 채 흰자위로 덮이고 있었어요.” 오스터는 꽤 오래 그런 모습에 빠져있었고, 잠시 후 벼락이 또 떨어졌다. 그 모습은 자신의 모습일 수가 있었다. “당시의 일을 늘 달고 살게 되고 말았죠. 순전한 비작위성(이었습니다).” 하고 그는 말한다. “생각건대. 그때의 일은 뭔가 내 인생에 결정적인 걸 제시했습니다.”
그것과 유사한 삽화(揷話)가 오스터의 신작 4321 에 나온다. 전도유망하고 호밀밭의 파수꾼 과 첫 키스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13세 소년 아치 퍼거슨 이 여름캠프에서 폭우 속에 나무 아래를 달린다. 벼락이 그 나무에 내리치고, 부러진 나뭇가지에, 그는 변을 당한다. “굳어버린 그의 몸이 흠씬 젖은 땅바닥에 쓰러질 때 … 천둥은 요란스레 계속되었고, 지구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신들은 침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