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숙은 방송에서 가부장(家父長)이 아닌 가모장 역할을 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성깔 좀 있어 보이는 큰 눈을 굴리며 연하의 남자에게 유학비용을 대주겠다고 큰 소리치고, 상대 배역에게 생일 선물로 묵직한 현찰을 건네면서 어스대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기가 올라가니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맞붙게 될 가능성이 큰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크게 웃는 모습이 신문에 나란히 실려 있었다.
그런데 힐러리의 눈이 더 크고 웃으면서 벌린 입은 트럼프보다 힐러리가 훨씬 더 커 보였다. 눈이 더 크고 빛이 나니 더욱 큰 시야로 세상을 보고 더욱 밝게 본다는 뜻이며 입이 더 크고 힘이 있다는 것은 나의 말이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한다는 뜻이어서 힐러리는 가모장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
만약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모장이 아니라 나라의 우두머리인 ‘국모장(國母長)’이라 불러야 될 거다. (우리나라에도 ‘국모장‘이 있으나 용인(用人),소통, 설득의 리더십이 부족하여 실적이 영 시원찮다.)
가모장이 되는 전제조건은 무어라 해도 경제력이고 사회적인 위상 즉 권력이다. 경제력을 다져온 골드미스를 거쳐 가모장이 되어 경제적인 주도권을 쥐면 밥하고 빨래하고 애 키우는 일은 자연스럽게 남편이 떠맡아야 가정에 평화가 오는 것이다.
주역 에서 가정을 중시하는 괘로 ‘풍화가인(風火家人)이 있다. 밖의 바람(風)이 안으로 들어오고 나무가 불(火)을 살리니 안이 환하게 밝아 가정이 편안하다는 괘다. 부부가 일심동체로 움직이면 운이 열려 번창하며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길한 괘다.
이 괘의 원래 설명은 “가인은 여자가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家人 利女貞” 하여 여자가 집안에서 가사를 돌본다는 뜻인데 가정의 평화라는 차원에서 주역의 구절을 바꾸어 본다면 든든한 가모장을 두고 남자가 바르게 가사를 돌보아도 길하다 (家人 利男貞)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가 돈 더 잘 벌면 남자가 가부장하고 수입이 서로 비슷하면 같이 벌고, 여자가 더 잘 벌면 남자는 시시껄렁한 체면 따위는 다 벗어던지고 처를 가모장으로 모셔놓고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면 가정에 윤기와 평화가 자리 잡을 것이 아닌가?
사실 나도 젊은 시절로 되 돌아가 처가 유능한 가모장의 역할을 한다면 아득바득 가부장의 위상을 지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가사에 전념하였을 것이다. 얼마나 편안할 것인가. 처가 출근하고 애들 학교 가고 나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돌면 문화센터에 가서 사주공부등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을 생각만 해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