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포기하는 일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이것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좋다! 결단했다' 배낭을 챙겨들고 맥빠진 두 다리를 끌면서 패잔병이 되어 하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존심이 상할 수가 있을까.
이 여행을 위해서 얼마나 깊이 생각했던가.
그런데 여기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포기 하다니 정신없이 한 발 한 발 내려가다가 이상한 오솔길을 발견했다.
내가 올라왔던 길이 아닌 옆으로 지나가는 길이 햇빛에 녹아 조금 나타나 있다.
그 길은 내가 있는 언덕과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쪽으로 향해있다.
길이약 5미터만 나타나 있지만 방향을 대충 연장시켜 추측해보면 올라오면서 봤던 얼음터널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의 원 줄기를 가로질러 통과하는것 같다.
조심스레 그 길을 따라 몇 발자국 걷다보니 홀연히 눈 밑에서 굉음을 지르며 흘러가는 물소리가 눈밑에서 숨을 죽이며 쿠르릉 쿠르릉하고 들려온다.
이 길을 간다는 것은 곧 눈에 덮여 보이진 않지만 폭포의 원 줄기가 되는 홍수같은 물 위로
걸어간다는 뜻이 된다.
과연 빠지지 않을까.
만에 하나 빠진다면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눈을 돌려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보니 누군가 가늘고 긴 꼬챙이로 두 곳을 깊이 찔러본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건너간 발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맥이 빠진다.
겨우 희망을 잡았다 싶었는데 허사가 되고 말았다.
배낭을 엉덩이 밑에 깔고 한참을 곰곰이 생각했다.
이왕 포기하기로 했으니 또다시 미련을 갖지 말자.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그러나 한편 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지 않는가.
죽을 때는 죽더라도 한번 시도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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