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영웅, ‘전우’ 나시찬 >
70년대 중반으로 당시 흑백 텔레비전 조차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
우리 마을에 텔레비전이 있던 집이 서너 곳 남짓이었으리라 기억된다.
볼거리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드라마는 다름 아닌 반공드라마 ‘전우’였고 당시 내게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텔레비전이 있던 성삼이형 집으로 또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고 중학생이 이었던 형님은 마치 선생님인양 의기양양 했었다. 우리들은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삼이형 보는 앞에서 두가지 관문을 거쳐야 만 했다
그 첫 번째는 용의(容儀) 검사였다. 입고 왔던 옷에 흙은 묻지 않았는지 발은 깨끗이 씻고 왔는지 행여나 발에 때가 있거나 흙이 묻어 있으면 되 돌려보내기 일쑤였고 재검사를 받아야 했다. 용의 검사를 통과한 아이들은 안방에 서서 2차 관문을 기다려야 했다.
2차 관문은 안방내 자리배치였다. 장난기가 심했던 형은 또래 친구끼리 1:1 닭싸움을 시키거나 팔씨름을 시켜 이긴 순서대로 형의 옆자리인 안방 아랫목을 내주었다.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은 문지방 밖 물래에 무릎 꿇고 봐야 했고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 눈물을 삼키며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야 만 했다.
드디어 성삼이형이 굳게 다친 흑백 텔레비전 양쪽 덮개를 펼치자 우리는 함성을 터트렸고 바라던 ‘전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숨을 죽이며 텔레비전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전우’에서 소대장역을 맡은 나시찬의 모습을 보며 나도 커서 용감한 군인이 되겠다고 꿈을 꾼 적도 있었다.
다리에 총을 맞고 빗발치는 포화속에서도 우리의 영웅 소대장 나시찬은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전장을 누비며 인민군을 물리쳤고 승리의 기쁨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 순간, 극중 울러 퍼지던 전우의 노래 가사 몇 구절은 삼십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생생하게 내 입가에 실타래 풀리듯 흘러 나온다.
구름이 간다~ 하늘로 흐른다~ 피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 건너 들을 질러 앞으로 간다
우리 나이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전쟁 드라마 ‘전우’
드라마가 끝난 다음날 어김없이 동네 또래 녀석들끼리 막대기를 총삼아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전쟁놀이 하던 그 시절.
잠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전우’의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회상해본다.
나의 영웅~ ‘전우’란 드라마가 만들어 낸 국민 영웅! 나시찬
그는 지금 떠나고 없지만 그 이름은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들리는 가! 소대장 나시찬을 찾는 피끓는 전우들에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