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산에 올라
백 상 봉
높지도 않으면서 명당에 자리 잡아
궁산, 관산, 파산, 성산 진산까지 더하여
저마다 다른 사연은 영산(靈山)임을 알린다.
대성전 양천향교 궁과 같다 궁산(宮山)으로
한양을 방어하는 요해처라 관산(關山), 관중(關中)
삼국시대 지명을 따라 파산(巴山)이라 부르고,
산 중턱 둘러쌓은 산성 있어 성산(城山)으로
권율이 진을 치고 적을 쳐서 진산(鎭山)되니
그 이름 하나하나가 역사 속에 남았네.
입구의 땅굴에는 일제 흔적 볼 수 있고
숲속의 성황 사엔 민족 신앙 뿌리 남아
산정에 허리 굽은 솔 너를 보니 알겠구나.
공원길 돌고 돌아 소악루에 올라서니
달 비친 아리수는 숲 너머 멀리 있어
겸재가 다시 온다면 무슨 그림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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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동의 추억
백 상 봉
예부터 기름진 땅 볏골이라 부르던 곳
골골이 농사지어 한양사람 먹여 살린
그때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히 멀리 있다.
초록동 김촌 마을, 능꼴마을 박장마을
역마을 까치마을, 더부리 곰달래 말
촌스런 마을이름은 개발 속에 묻히고
봉제산 우장산을 씻어 내린 흙탕물이
다리 없는 개천 길을 청소하며 지나갈 때
징검다리 건너던 곳이 여기인가 싶구나.
비오면 땅이 질어 장화 없인 못 간다고
택시도 가기 싫어 뒷걸음을 치던 곳에
하이웨이 주유소는 시내버스 종점자리.
국민주택 자리 잡은 구도로의 끝자락에
새살림 차린 지가 반백년이 지났지만
정들면 고향이라고 못 떠나고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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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역 앞에서
백 상 봉
증미와 향교사이 9호선 전철 역 앞
양천로 화곡로가 만나는 네거리서
사방을 돌아보아도 옛 모습 하나 없네.
북쪽엔 가양대교 아리수를 건너가고
남쪽을 바라보면 강서구청 멀리 있는
이사 온 마포, 경복이 자리 잡은 화곡로.
동서로 뻗은 길은 양천원님 울며 가고
김포를 오고가는 버스가 다녔는데
공항로 생긴 뒤로는 뒷길이 된 양천로.
강변에 유명했던 민물고기 요릿집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고
공장이 있던 자리는 아파트가 차지해.
강산이 몇 번 변해 상전벽해 되었으나
역사의 명승자리 공원으로 명을 이어
그곳을 만나보려고 가양 역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