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둔감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인구의 10% 정도는 초둔감에 속합니다.
먼저 특징부터 알아볼까요.
둔감한 기질을 많이 타고난 초둔감 체질은 받아들이는 정보가 매우 적은 편입니다.
이게 잘못 이해하시면 멍청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것과는 다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정보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가령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라고 할 때, 민감해서 정보를 다량으로 획득하는 사람은 머리카락 색깔, 모양, 눈썹 위치, 옷, 신발 등등의 정보가 들어옵니다.
반대로 초둔감한 사람은 '사람이 지나가네' 정도의 정보만 획득합니다. 어쩌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의 정보만 획득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자극의 강도도 약하게 인식합니다. 주황색 머리카락을 봐도 그냥 '머리카락이구나...' 정도가 되는 것이죠. 민감한 사람이라면 '주황색'에 강렬한 느낌을 받을 텐데, 둔감한 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초둔감한 분들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지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심각한 길치인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표적으로 둔감한 분입니다.
민감한 분들은 길을 가면서 주변의 정보를 계속해서 확보하기 때문에, 길치가 잘 안 됩니다. 한두번은 헷갈릴 수 있지만 금방 파악을 하죠.
그런데 '야 너 어디야'라고 했을 때, '높은 건물 앞'이런 대답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게 주변 정보를 조금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민감한 분이라면 바로 어떤 건물 앞에 나무가 얼마큼 있는, 주변에 뭐가 더 있는'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이런 분들이 초둔감 기질을 가지는 분들이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멍청한 것과는 다릅니다.
이분들에게 미로찾기 그림을 주고 하라고 하면 평균 수준이 나옵니다.
획득할 정보가 한정되고, 자신이 그것을 획득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인식되거나, 정보가 너무 다양하면 어려움을 느끼지요.
자신이 다친 것도 크지 않으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 얼굴도 잘 못 알아봅니다.
근래에는 조금 더 특징적으로, 이런 분들은 핸드폰을 무지하게 귀찮아 합니다.
귀찮아한다기보다는 필요를 못 느끼는 느낌. 가끔 핸드폰을 완전히 놓고 사는 것 같은 사람 있잖아요?
본인에게 중요하지 않으면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를 잘 못 느끼니까 핸드폰도 귀찮게 여기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런 분들은 paradox 게임을 굉장히 어려워하겠죠 ㅋㅋ 정보의 홍수인 게임이잖아요?
이 카페에는 초둔감에 해당되는 분은 얼마 안 계실 것 같아요.
특징을 조금 더 살펴봅시다.
이런 분들은 특징적으로 본인의 손해에 둔감합니다.
그래서 좀 부당하다고 여겨져도 우직하니 자기 일만 계속하지요.
군대에서 병사로 부려먹기 좋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행보관이 뭐 시키면 남들은 막 불평 불평하면서 하는데, 그냥 계~속 땅 파는 그런 느낌.
물론 그렇다고 막 부려먹으면 이분들도 저항을 합니다. 어디까지나 그런 느낌입니다.
민감한 분들은 여러 정보를 획득해서 자신에게 손해가 오기 전에 예방하려고 하고 그것에 대해서 불안해한다면, 둔감한 분들은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를 획득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냥 내가 이 부분은 참아버리지 뭐,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돈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씁니다. 다만, 신용카드가 생기면 좀 무계획적이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혜택 같은 것은 절대 안 챙깁니다. 이게 피곤하거나 지쳐서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이란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냥 쓰다 보니 할인받았다?
장점은 무던하다는 것입니다.
대인관계가 깊어지기 전까지는 아주 좋은 상대입니다.
그러나 단점이 치명적이에요.
같이 Co-work을 하거나 대인관계가 깊어지면 이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획득하는 양이 작다는 것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부장님이 화낸 것인지, 진지하게 충고를 한 것인지 구별이 안됩니다.
뉘앙스로 뭔가를 전달하는 정치 같은 것은 꿈도 못 꿉니다.
이런 분들은 '살아남기'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초둔감인 분들이나 초민감인 분들이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각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초민감인 분들은 자기가 겁나게 피곤한 게 문제이죠.
초둔감인 분들은 자기는 그냥 살고 있는데 주변에서 배척하기 시작해서 외톨이가 됩니다.
문제는 초둔감인 분들은 한 번 퇴출돼버리면 돌이키기 어렵게 그냥 홀로 지내버립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적은 분들이라서,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못 만나는 소위 찐따라고 불리는 계열과 상당히 다릅니다.
정말 퓨어하게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려요.
이분들은 하나만 하면 됩니다.
대화와 학습을 통해서 '그 시간에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정보 한 가지'를 파악하는 거예요.
대인관계든, 직장생활이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막 시작할 때 파악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같은 것이죠.
여자 친구가 맛집에 몰두한다면 그날 여자친구가 당기는 것,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날 입은 옷 같은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죠.
가끔 변주를 줘도 됩니다만, 어려울 테니 하나만 주야장천 팝니다. 그럼 그게 또 나름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초둔감인 분들은 이 글도 끝까지 다 안 읽으실 가능성이 높지만... (컴퓨터도 잘 안 하심)
그래도 시리즈 물이어서 쓰고,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첫댓글 길치에서 오 나도!라고 하고 군대보고 오 나도! 했는데, 핸드폰에선 아니구나 했습니다...어떻게 핸드폰 없이 살지.. 확실히 사람은 민감과 둔감 그 어딘가에 있나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네네 ㅎㅎ 대부분 섞여 있지요. 꼭 구별할 필요는 없는데, 이런 사람이 있다... 라고 알아두시면 가끔 다른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ㅎ
전 제가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오히려 둔감에 가까운것 같네요
오... 이런 분은 많지 않은데 신기하네요 ㅎㅎ
그런데 제가 대인관계나 사회성이 힘들어서 외부자극을 차단하려고 둔감해진건지 둔감해서 대인관계가 어려운건진 모르겟네요.
어렸을 때 어떠했는지를 떠올려보시거나, 자극이 받아들여지는 강도(세기)를 생각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색감이나 냄새 등등?
둔감한 분들은 피곤해서 외부자극을 줄인다기 보다는 획득자체가 안되거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피로하다는 느낌은 잘 받지 않는 것 같아요. 둔감한 분들은 더 받아들이려고 할 때 피곤해지는 느낌?
전 이때까지 제가 둔감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비슷한데 다르네요. 본문에 적힌 예시대로라면 외부 자극을 느끼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건 얼추 하는데 무슨 자극이 들어와도 그냥 그러려니 해버려요. 결과적으로 행동이나 외부로 표출되는 피드백은 둔감형과 흡사한것 같네요.
사람들은 대부분 적당히 섞여있어서 그렇게 느끼실 것입니다 ㅎㅎ 극단에 해당하는 영역이니까 이런가보다~ 하시면 됩니다.
이번 글 읽어보니 뭔가 초민감하고 초둔감이 어떤 면에서 딱 나누기 힘든 부분이 있지 않은가 싶네요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요
극은 어쨌든 모두 다 일상생활, 사회생활이 힘들죠... 한쪽 면이 지나치면 결국 문제가 일어나서 ㅎㅎ 정신과의사 입장에서는 중간이 적당합니다.
간혹 보면 초민감인데도 부분적으로 둔감한 사람도 있더라구요 ㅎㅎ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민감 글을 읽고 난가 싶엇는데, 역시 전 둔감 쪽이 맞군요. 길치에 히키코모리에 무던한 성격ㅋㅋㅋ 새로운 사람 만나는게 너무 귀찮고 피곤해서 어릴때 좋은 친구들을 미리미리 사귀어 둔게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들어 두면 언제든지 좋죠 ㅎㅎ 좋은 일입니다!
사람들이 방향감각이 없는 길치랑 저 둔감해서 길치인 사람을 잘 구분 못하더라구요. 전자는 지도가 있어도 해매는 사람이고, 저같은 둔감류는 찾으려고 맘먹고 지도앱만 키면 가고싶은곳은 다 갈수있는데.. 대신 몇 번 다녀본곳도 지도를 켜야된다는게 문제지만ㅋㅋ
오 좋은 구분점이네요 ㅎㅎ
정말..이야기를 보면..점..점..더 신기하네요..민감한건지..둔감한건지..저도 저를 잘 모르겠..ㅎㅎ
대학, 군대, 직장에서 둔감한 사람 겪을 때는 처음에는
신입이니까 눈치 없지.. 하다가..
저 정도로 눈치 없다고?!
하는 경우 생기는데 그래도 원시 사회와 같은 상황을 생각하면 그래도 둔감한 사람도 사회구성원으로 활약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