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스매시는 오늘도 여전히 밋밋했고, 어제에 이어서 랠리를 끝내야 할 순간에 끝내질 못하는 모습이 몇 차례 보였다. 어차피 안세영에게 야마구치나 천위페이 레벨의 강력한 대포알 샷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반드시 랠리를 끝내야 할 순간들은 있는 것이다. 또한, 파워가 약하면 코트 구석을 향해 각도라도 예리하게 내리꽂아야 하는데, 상대방 몸통을 향해서만 날리는 경향이 강하고, 당연히 수비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최소한 지난 중국 마스터스 야마구치와의 준결승전만큼의 예리함이 항상 발휘되지 않으면, 안세영을 이기기 위해 체력과 수비력을 끌어올린 상위 톱 10 랭커들을 상대로 계속 힘든 경기를 하게 되리라.(야마구치나 천위페이 레벨은 힘들더라도, 오늘 상대했던 초추웡이나 어제 상대했던 미야자키 레벨의 스매시 파워는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다. 안세영이 그 정도 스매시 파워만 갖추면, 천위페이나 야마구치가 아무리 업그레이드를 해도 더 이상 안세영의 적수는 될 수 없다고 필자는 장담한다. 이 둘에 미치지 못하는 다른 나머지 선수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조차 없고...... 안세영이 지닌 훌륭한 신체 조건에, 적절한 노력만 동반된다면 절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지금 당장 더 걱정되는 것은 안세영의 체력적인 부분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 도중 안세영이 상대보다 더 지쳐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어제 미야자키와의 제2게임, 그리고 오늘 초추웡과의 제1게임에선 안세영이 더 많은 땀을 흘리고 힘들어하는 게 역력했다.(오늘 제1게임에서 스트로크 실수도 많았고, 심지어 비교적 쉬운 인 아웃 챠징에서마저 오판이 이어진 것도 체력 저하와 연관이 있으리라.) 물론, 게임 막판에 특유의 정신력을 발휘하며 이기긴 했지만, 체력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아무리 대회가 2주 연속 이어지고 있고, 지난 대회에서 중도 탈락하여 휴식 시간이 많았던 미야자키나 초추웡보다 힘들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는 해도 전혀 안세영답지가 못하다. 필자는 안세영이 훈련을 게을리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얼마 전 고질적인 다리 부상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운동을 오래 쉬었을 것이고, 이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경기 감각을 빠르게 회복했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선 아직 회복이 덜 되었을 수 있다고 추리한다. 이것을 안세영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다면 걱정할 건 없다. 그러나 다쳤던 근육을 다시 단련해서 예전 상태로 되돌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부상 재발의 공포 때문에라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보다 단련을 게을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안세영 본인은 예전만큼 똑같이 훈련하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이 안세영을 이기기 위해 극강의 체력 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둘 중 어느 쪽인지를 안세영은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다시금 다른 선수들보다 지구력의 우위를 확보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현재 여자 단식 탑 10 안에 드는 선수 중 안세영은 한유에와 더불어 스매시 파워가 가장 약한 수비형 선수이기에 그렇다. 수비형 선수가 공격형 선수를 이길 유일한 방법은 랠리를 오래 끌고 가면 이길 수 있는 지구력의 우위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지구력이란 게 무한대로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그리고 상대의 강력한 대포알 점프 스매시는 그리 쉽게 연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이쪽도 최대한 랠리를 빨리 끝내기 위해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거고.
대다수 언론과 팬들은 안세영이 내일도 지난번처럼 야마구치를 압도하며 손쉽게 우승하리라 기대하겠지만, 필자의 예상은 다르다. 오늘 있었던 아래 경기 영상들을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중국 마스터스 때에 비해 안세영의 컨디션은 현저히 저하된 반면(그나마 오늘 제2게임에선 본연의 움직임이 회복된 듯하여 다행스럽긴 했다. 일부러 기어를 천천히 끌어올린 걸까? 그렇다면 내일 경기는 쉬울 수도 있고.), 야마구치는 여전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야마구치는 안세영과의 상대 전적에서 다시 앞서나가기 위해 더욱 필사적으로 덤빌 것인데, 안세영은 지금 오랜만에 모국에서 치르는 대회이다 보니 기분이 많이 들떠 있다. 내일 경기를 다음 올림픽 결승이나 배드민턴 인생 마지막 경기 정도로 가정하고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아 임하지 않으면, 되레 큰 망신을 당하게 되리라. 지금 체력적으로도 야마구치에 비해 전혀 우위에 있지 않기에, 이런 집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b2iHDgjXehU
https://www.youtube.com/watch?v=eSla4XD1x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