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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8일
창원대학교 종합교육관 대강당에서 가진
<2011 창원 세계아동문학축전> 행사의 하나로
<2011 창원 국제아동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그날 여러분이 아동문학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그 중 우리 경남아동문학회 전임 회장인 김태두 선생이
"지역아동문학의 현실과 한계극복 방안>을 발표하였다.
귀중한 연구자료라 올려 놓는다.
김태두
지역아동문학의 현실과 한계 극복 방안
지역아동문학의 현실과 한계 극복 방안
아동문학이란 작가가 아동이나 동심을 가진 아동다운 성인에게 읽히기 위해 쓴 모든 작품으로 문학의 본질에 바탕을 두면서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가 함께 갖는, 어린이가 골라 읽어온 또는 골라 읽어갈 특수문학으로서 동요, 동시, 동화, 아동소설, 아동극 등의 장르를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다.
그러면 지역아동문학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중앙의 상대적 의미로서의 지방이 아닌 각자의 장소를 평등하게 보고자 하는 ‘지역’이란 단어와 ‘아동문학’이 합쳐진 ‘지역아동문학’ 이라는 용어 사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단 아직까지도 지역아동문학연구는 연구자들에게만 그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장소의 의미를 개별화하고, 상징화하는 능력에 힘입어 공간을 공동체 사회나 지역성의 기반으로 삼는다. 그리고 한번 마련된 장소감은 주요동기로 삼고 있는 문학작품을 통해서 문학지역주의의 한 양상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생활하는 삶의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동문학에서 고향을 소재로 한 작품은 수없이 많고, 여행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장소 경험을 다룬 작품 또한 많다. 도시에서의 삶을 다룬 생활동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역아동문학인 것이다.
지역아동문학이란 이러한 장소 경험을 다룬 작품 중 한 지역에 중점을 두어 다룬 작품이며, 지역문학에 대한 관심은 지역사랑과 이어진다. ‘글로벌’이란 말이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보편화 되었지만, 나를 알아야 너를 알고, 나와 너의 관계 맺음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지역아동문학의 필요성이 나온다.
■지역아동문학의 현주소
아동문학은 각 지역 혹은 뜻을 같이하는 동아리의 필요에 따라 아동문학회란 조직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중앙의 한국아동문학인협회와는 관련 없이 독자적인 지역아동문학회가 나름대로 그 지역의 특수성을 업고 아동문학이란 보편성을 안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격까지 갖춘 아동문학회로는 강원아동문학회, 부산아동문학회, 전북아동문학회, 대구아동문학회, 충북숲속아동문학회, 인천서해아동문학회 등 즉 지역 명칭을 딴 문학회가 그것이며 동아리 성격을 띠는 것으로는 계몽아동문학회, 혜암아동문학회, 푸른아동문학회, 새바람아동문학회, 불교아동문학회, 겨울새문학회, 새싹회, 색동회, 섬진강도깨비마을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유일하게 기초 지역단체로 상주아동문학회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름을 기준으로 동아리 색깔의 아동문학단체는 배제하고, 시도의 지역대표성의 이름을 가진 아동문학회로 한정으로 하여 그 실과 허를 논하고자 한다.
그 다루는 길로 전국 지역아동문학회를 일일이 그 탄생과 발걸음,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아동문학과의 고리를 잡아매는 것은 방대하기도 하려니와 대동소이한 업적들을 논한다는 것은 비능률적, 비생산적이라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대표성 보다는 표집으로 끄집어내어 전체 지역아동문학 동향을 파악코자 한다. 따라서 가장 쉬운 대상인 필자가 속한 경남아동문학회를 도마에 올린다.
1. 지역아동문학회(경남)의 어제
아동문학 하면 경남이 발원지라고 경남 아동문학인들은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역사의 강물을 거슬러 한국문학의 태동기로 들어가 선배 아동문학인들의 면면을 훑어볼 것 같으면 빈 말이 결코 아니다.
우선 경남 출신 아동문학가들을 열거하자면 참 자랑스럽다. 이원수, 이주홍, 최계락, 서덕출, 조유로, 손동인, 김사림, 남대우, 차보현, 이수정, 이일래, 최순애, 문신수, 황선하 등 작품 문학지도를 확실하게 그려 놓고 있다. 유치환, 이은상, 박목월……, 성인문학을 하면서 훌륭한 동요를 남기신 분들도 있다.
지금도 경향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호, 주평, 오규원, 박일, 강현호, 김상남, 공재동, 신충행, 손효경, 장성유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아동문학계의 대들보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아동문학 세미나의 효시를 이룬 것도 경남이었으며 소년문학 운동도 전국에서 맨 먼저 일어난 곳도 경남 진주다. 그 열띤 기운으로 이원수 문학관, 이주홍 문학관을 건립하게 되었으며, 이일래기념비, 문신수기념비 등을 세워 작고문인을 기억하고 기리는 행사가 도내 곳곳에서 해마다 이루어지고 있다.
창립기에 전국 아동문학회원(부산, 광주, 대구, 전북 등 참가)을 마산 양덕초등학교로 초청하여 배구대회를 갖는 등 한국아동문학의 진로를 위한 담론을 가졌었다. 이런 휴머니티즘에 입각한 아동문학의 새바람을 일으킨 것도 역시 우리 경남아동문학회이다. 지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울산아동문학회도 경남아동문학회서 제금 나간 집안이다.
경남아동문학회 태동은 아동문학의 활발한 활동이 뒷받침되어 1974년 5월 마침내 발족하게 된다. 임신행, 김현우, 문신수, 이창규 조평규, 석명옥, 이재천, 김복근, 황선하, 조무근, 강순아, 류승룡 등이 산파역할을 한 분들이다. 초대 회장으로 김현우씨가 선임되어 임신행씨는 한걸음 물러나 경남아동문학회 전반에 걸쳐 노력, 힘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 지역아동문학회(경남)의 얼굴 -연간집
당찬 출발을 한 경남아동문학회는 1977년 회원들의 작품집인 <하얀찔레꽃들>이 마침내 창간호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된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으로 10여년 잠을 자다가 1989년 2호<눈으로 크는 아이>가 발간된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연간집이 착착 선보인다. 책제목에서부터 지역 특성을 담은 것, 지역현안 문제를 다룬 것, 자연환경 사랑 등이 보인다. 참고로 제호는 다음과 같다. 3호<고향의 봄> 4호<지리산 푸른 바람> 5호<풀꽃 무지개> 6호<바다를 곁에 두고> 7호<황금물총새> 8호<도깨비와 괭이갈매기> 9호<꽃 열차 타고> 10호<꽃바구니> 11호<풀꽃 여울> 12호<산을 끌고 온 아이> 13호<두만강을 건너온 꽃제비들> 14호<책장을 넘기는 그 작은 소리들> 15호<지리산 물푸레나무숲> 16호<산마다 꽃은 피고> 17호<낮도깨비를 팔까말까>18호< 내놔라 꽁꽁 못 내 놓겠다 꽁꽁> 19호<하늘 땅 별 땅> 20호<수수깡 안경> 21호<산들 늪에는> 22호<진퍼리새들> 23호<세계는 한 지붕> 그리고 올해 24호가 곧 나올 예정이다. 한편 회원대표선집으로 동화집<물새는 물새끼리>와 동시집<풀꽃은 풀꽃끼리>를 펴내는 여력을 보였다.
3. 지역아동문학회(경남)의 명예 -아동문학상
전국 아동문학상 중에서 먼저 경남아동문학상이 제정되었다. 1988년 진주문학회 모임이 경남예총회관에서 있었는데 그 자리에 지역사업가 부산교통 조옥환 사장이 동석하였다. 여기에 임신행씨가 남명정신을 잇는 데는 아동문학부터라는 필요성을 역설하여 마침내 조사장을 후원자로 이끄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남명 조식 선생의 자손으로 남달리 아동문학문학인에게 애착을 갖고 있었으며 본회의 취지에 동감하고 지금까지 해마다 거르지 않고, 시상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여기에 1995년부터는 남명특별문학상까지 제정하여 해마다 수여하고 있어 경남아동문학인에게 큰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4. 지역아동문학회(경남)의 특색 -남명정신 계승 전국백일장과 아동문학의 날 행사
먼저 남명정신 계승 전국학생백일장 개최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경상남도교육청의 지원금을 받아 경상남도 중심 도시인 창원(마산)과 남명이 머물렀던 덕천서원이 있는 곳에 동시에 열리던 것을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한곳으로 모았다. 도내 각처에서 많은 초 중 고 학생이 몰려들며 우수 학생에게는 경상남도교육감상을 비롯한 각 시군 교육장상 본회 회장상 등이 나가는 한편, 우수지도자상도 마련하여 글짓기 지도에 긍지를 심어주고 있다. 우수 작품은 따로 모아 우수 작품집을 발간하고 있다.
그리고 5월 1일 아동문학의 날 행사를 올 들어 일곱 번째 함안 가야초등학교 강당에서 열었다. 이 행사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 동안 이 행사는 경남문학관, 고성영현초등학교, 밀양밀성초등학교에서 돌아가며 개최하여 그 지역 문인들과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함은 물론 3회 행사 때에는 최계락 유족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문인들을 초청하여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였다. 또한 같은 날 경남문학관이 기획한 <아동문학과 그림 만남전>을 열어 아동문학인의 날 행사가 더욱 푸짐하게 만들었다. 이 행사에서는 부산의 아동문학인도 참석하였으며 도내 문인들도 대거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이 행사로 인하여 우리 아동문학인의 위상이 한층 더 높였다.
또한 회원들 상호간의 친목도모와 작품 질 향상을 위하여 정보공유 차원에서 달마다 월례회를 갖기로 하고 첫 모임을 오하룡 댁인 창원동읍 오정식당에서 열었다. 물론 거리와 시간 관계로 먼 곳 회원은 참석할 수 없지만, 문호는 열려 있으며 자유참가로 부담 없이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장소는 경남문학관, 삼랑진복숭아밭, 마산가포해변, 마산감천골 최상일회원댁, 함안산인 김재순회원댁으로 옮겨가며 세미나를 열었으며, 태동기의 방정환 등의 업적과 생애, 현대아동문학사, 마해송 생애와 작품세계, 윤석중 생애와 작품세계, 최계락 집중조명, 이주홍 문학세계, 경남문학 여름호에 실린 동시 살피기, 아동문학과 판타지, 마해송상 작품 유영소의<겨울 해바라기> 독후활동 등을 다루어 회원 개개인의 창작 열의와 수준을 높이는 한편 경남아동문학인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역아동문학을 옭아매는 것들
그렇다면 지역아동문학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단체를 구심점으로 하여 아동과 동심을 가진 어른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문학 활동을 하는데 아무른 제약이나 한계가 없는 것인가? 여기에 몇 가지 조항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모범 답안은 일반화하고, 문제점은 추출하여 그 극복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단숨에 뛰어넘을 수 없는 공간
지역아동문학을 앞서 말한 정의대로 지방이 아닌 지역이라 본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활동도 하나의 지역아동문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나라 중앙에 위치하고 있지만, 많고 많은 것 중 하나의 지역아동문학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역아동문학은 자연히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지게 되어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활동범위가 축소된다. 더구나 극단적인 애향심을 담아 그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게 된다면 편협한 배타적 감정이 발산할 우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거대한 문단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물론 지역아동문학의 활발한 창작활동이 모여 하나의 한국의 문학의 큰 줄기를 형성하기는 한다.
지역아동문학회에서 발간되는 작품집을 분석하면 증명된다. 그 지역 지명이나 특산물을 중심으로 소재를 잡은 작품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으로 다룰 수 있는 소재들로 짜여있다. 그렇다면 소재 분석으로는 지역 공간에 갇혀 있지 않고, 날개 달고 훨훨 날아다니는 철새가 된다. 그러나 소재가 자유로운 반면 지역아동문학이 추구하는 이상과 지역아동문학회가 지향하는 목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지역아동문학인 창작활동에 아무른 제약이 없는데도 우리나라 잘 나가는 아동문학가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100쇄를 찍은 작가들- 원유순(까막눈 삼디기), 황선미(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권정생(강아지똥, 몽실언니), 김중미(괭이부리말 아이들), 채인선(내 짝꿍 최영대), 고정욱(가방을 들어주는 아이), 이금이(너도 하늘말나리야) 등을 보면 지방을 압도하는 수도권에는 세계의 문화적 흐름이 있음을 간과할 수도 없다. 즉 공간적 문제가 대두된다. 그 문제는 날아다니는 높이 차이로 나타난다. 힘차게 내닫는 날갯짓이 없어서 겨우 산봉우리를 넘는 형국이다 보니 안테나에 잡힐 일이 없다. 서울근교에 세운 각종 출판계나 언론사, 방송매체들이 저 먼 곳에 날고 있는 새가 보일지라도 극히 작게 보여서 상업적 계산으로 도저히 게임이 안 되는 중앙에서 먼 지방 아동문학인들의 고충이다.
아동문학가의 꿈은 불후의 명작을 생산하여 책으로 펴내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는 것이라 본다. 작품의 수준과 품격이 상투성 글감잡기와 안이한 전개로 일정한 도달점에 오르지 못한 점도 그 원인이겠지만, 그 보다도 공간적 원거리에서 오는 한계가 더 큰 장벽이 아닐까? 가까울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기다가 상술의 덧옷을 입혀 나오니 춤출 하늘도 넓다. 날개달린 천사가 되어 더 높이 멀리 날아간다. 지역아동문학인은 날아다니는 하늘이 좁은 것인지, 날갯짓이 서툴러 날아다니는 하늘이 한정 되어 있는지?
앞의 공간적 장애가 지역아동문학회의 외적 요인이라면 내적 요인도 도사리고 있어 만만찮다. 경남아동문학회의 경우 아동문학을 전공하는 작가가 대충 100명 선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경남아동문학회의 울타리 안에 적을 두고 있는 회원은 50명 안팎이다. 거기다가 행사 모임에 적극 동참하는 회원은 20여명이니 여기에 공간내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위치적으로 중심부인 창원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거창, 함양, 합천, 하동, 남해, 등지에서 행사참여는 무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각종 회의, 세미나, 백일장, 문학기행 등이 힘을 잃어 그 목적하는 바가 반감된다. 따라서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응집력이 부족한 것이 지역아동문학회 활동의 큰 맹점이다.
2. 목마른 볏논의 물꼬
지역아동문학회는 지역아동문학의 산실이다. 아동문학인이면서 이 지역의 대표적 문학단체 참여에 등을 돌리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간적인 장애가 큼이라 앞서 언급했다. 그리고 다음의 장애가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회비 및 잡다한 경비부담이 될 거라고 제기해 본다.
볏논에는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꼬에 물이 콸콸 흘러 들어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아동문학회에 돈줄이 언제든지 신이 나서 흐를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어야 한다.
단체의 재정이 튼실하면, 연간집의 원고료나, 백일장 심사료, 세미나 강사료 등 푸짐하게 회원 개개인의 뒷바라지에 충실하게 되어 인맥 확보는 손쉽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독불장군의 창작활동인 야인생활 보다는 탄탄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것이 개인으로 보나 지역문학으로 보나 우리가 바라는 삶의 질을 높이는 창작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남아동문학회의 경우, 첫째도 둘째도 소원은 전용 아동문학회관을 갖는 일이다. 회원들의 저서를 모아 진열해 두는 서가는 물론, 각종 회의나 세미나를 열 수 있는 회의실,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 줄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서있고, 탁자가 놓여 있는 공간, 때로는 밤새워 토론하고, 담소할 수 있도록 침대가 놓인 방, 간단하게 라면 정도를 끓여먹을 수 있는 주방 등을 갖춘 다목적용 회관을 오래전부터 꿈꾸어 왔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때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역시 금전관계로 해결이 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채 폐교 값만 반갑지 않게 치솟아 점점 요원해지기만 한다.
지역문학단체 부양책으로 기업과 손을 잡아주는 사업이 일어나고 있어 서광이 비취는 듯도 하나 각 지역에는 아동문학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 기초단위 문학단체, 여성단체, 종교단체, 장르별 여러 단체 중 아동문학단체는 하나뿐일 따름이라 손잡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논바닥을 적셔야 할 땅은 많다. 벼만 아니라 가뭄이 들면 콩밭에도 마늘밭에도 물줄기가 들어가야 시들지 않는다. 아동문학회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연간집을 위해서 손수 발품을 팔아야 하고, 수상자를 정해놓았으면 그게 걸맞는 상금을 마련하려고 기업의 어려운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구걸 행위 차원에서 벗어난 당당하게 후원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지역아동문학회 자체적으로 밥벌이하는 타결책은 없을까?
3. 느리게 가는 시계바늘
지금 지역아동문학회는 격랑의 한복판에 서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아동문학은 언제까지 '지역아동문학회' 중심일까, 그리고 어디로 흘러갈까. 필자는 그래서 '지역아동문학'을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개념으로 보고자 한다. 이는 지역아동문학이라는 공간은 우리나라 여타의 문학공간과는 다른 시계를 적용해야 시간이 맞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 있으면서도 문화의 흐름은 중앙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언어도 그렇다. 지역아동문학어는 실상 지역어로서 표준어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주민들이 사용하는 생활언어는 표준어에 비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지역아동문학인들 중 상당수는 어떤 사람과 만나면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을 듣는다. 그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어와 흡사하여 지역아동문학어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아동문학'이라는 시간은 언제쯤이 될까. 이와 관련한 문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전국 주요 도시들의 시간을 재보면 흥미 있는 결과가 나올 듯하다. 얼핏 생각해봐도 서울의 시간과 부산의 시간은 분명히 다를 것이요, 또 대구와 광주, 목포와 울산의 시간이 다르고, 청주와 원주의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을 표준시로 삼고, 지역아동문학의 시간을 잰다면 어느 시점에 놓을 수 있을까?
하지만 지역아동문학의 전체가 그런 시간대에 놓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아동문학 안에서도 양산, 김해와 산청, 진주, 통영, 거제, 밀양, 창녕의 시간이 각각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아동문학을 손바닥만하다고들 하지만 이른바 지방 속의 지방색(Locality in local)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아동문학이라는 시간의 흐름에서 볼 때, 문학, 예술의 시간을 재면 또 다른 시간이 산출된다. 아직도 지역아동문학의 문학과 예술은 과거 지향적이고, 그 내용은 다분히 서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의 시간은 상당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 싶다. '문학'은 당대인들의 생각과 삶의 양식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異見)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실상 지역아동문학문학에서는 최근 독자들의 생각이나 현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실제로 최근에 발간되는 지역아동문학 작가들의 작품은 지역아동문학이 안고 있는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과거 우리 선조들이 겪어온 우여곡절을 작품화한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결국 지역아동문학문학이 '지역아동문학'이라는 시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지역아동문학문학이 안고 있는 핵심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시(詩)는 역사나 현실의 기록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현실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동화의 경우는 양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하게 시대 반영만을 전제한다면 다소 문학성이란 측면과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격변하는 지역아동문학과 지역아동문학인이 안고 있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문제작이 없다는 것은 우리 문인들이 지역아동문학의 현안에 대해 외면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평야지대를 흐르는 강물은 흐름이 느리다. 편안한 삶의 결과는 제반 사회문제에 무관심, 소극성을 띤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단군 이래 가장 평온한 시대라 본다. 따라서 지역아동문학이 매너리즘에 젖을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도도히 흘러가는 물줄기이지만 결코 평화롭지 않다.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품고 흘러가는지 직시해야 한다. 나라 안으로만 봐도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 상존, 농촌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다문화가정, 어린이 성범죄, 자연환경의 훼손, 청소년문제, 사기, 도박, 마약, 자살, 폭력조직, 집단따돌림, 전자오락중독, 나라 밖으로도 지구온난화, 지진, 화산폭발, 기아, 질병, 전쟁, 테러, 인종문제, 종교분쟁, 영토분쟁, 사막화, 지적소유권문제, 무역불균형, 등 지역아동문학이 발 벗고 나설 일이 많다. 물결은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런데 지역아동문학은 평지를 가는 느린 물줄기가 되어 신선함을 잃고 자꾸 뒤처지고 있다. 지역아동문학이 중앙에 비해 제반 여건이 불리한데 노력 또한 게을리 하면 점점 빈부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다.
■두드려 보자! 열어 보자!
앞글에서는 지역아동문학 문학의 현실을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에 대한 당면과제를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그 한계점의 극복 방안을 제시코자 한다. 또한 큰 줄기는 구체적인 작품의 생산은 당대의 사회와 작가의 의식이 결합한 결과라는 관점에서 지역아동문학이라는 환경과 작품의 관련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1. 온라인으로 공간을 뛰어넘는 지역연대 구축
지역아동문학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의 문제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지역아동문학이 요구된다. 지역아동문학은 지역아동문학회의 전유물이 아니라 아동문학인, 및 독자 모두에게 내재된 능력으로 간주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범위로까지 확대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역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그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와 아동문학인과 아동문학인, 아동문학인과 독자들의 만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유일한 온라인 접속창구는 카페를 통한 만남이다. 이 카페야 말로 공간적, 시간적 장애요소를 뛰어넘는 만남의 광장이니 회원 개개인은 물론 비회원도 포용해야 하며 나아가 다른 지역아동문학회나 다른 장르문학단체와의 교류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연대 없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다른 아동문학인들이 서로 손을 잡는 것, 그렇게 아픔과 희망의 공감을 통해 연대를 발견하는 것, 여기에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다른 지역과의 연대성이 필요함을 발견하게 된다. 연대감의 형성은 고립된 개인이 감당해 내지 못하는 지역 현실의 문제들을 극복하는 대안적 가치이기에 중요한 메시지다.
참고로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문학회는 일곱 곳이고, 나머지는 카페를 운영하지 않고 있거나 아예 지역이름을 쓰지 않는 아동문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카페활용 랭킹으로 보면 부산(51), 경남(39), 울산(38), 대구(23), 대전(16) 등이고, 카페회원수로는 부산(157), 울산(105), 경남(99), 대구(64), 경북(62) 등이다.
2. 피돌기를 원활하게
동맥과 정맥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실핏줄이 구실을 잘해야 몸이 건강하다. 여기에서 동맥은 아동문학가의 작품 질을, 정맥은 스폰서의 후원으로 본다면 지역문제를 다루는 작품, 우리 이웃의 문제해결에 동정하거나 공감하는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작품 즉 우리 시대의 공통 감각을 지닌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보겠다. 지역아동문학인들이 치열한 프로정신으로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 작품을 쓰는 일이 먼저고, 다음은 스폰서와 연결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그려보는 것이다.
지역아동문학의 향상과 발전을 위한 추진동력은 무엇보다도 재정에 달려있다. 모든 과업을 수행하는 데는 재정이 윤활유 역할을 하므로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사업의 예산편성과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지역 내의 법인 기업체 그리고 출향인사 가운데 재력가나 뜻있는 독지가들과 메세나 운동을 전해해 나감으로서 문학에 관한 매체발간, 시설, 도구, 장치, 환경조성 등 지역문학 발전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아동문학과 관련 있는 초등학교나 유치원, 그리고 아동도서출판사, 소아과병원, 문구점, 장난감가게, 아동의류상, 제과점 등이 대상에 오르나 극히 한정적이다. 그렇지만 두드려 볼 일이다. 뜻밖에 상생의 스폰서를 만날 행운도 있을 것이니까.
아무튼 지역아동문학인은 지역사회를 위해, 지역사회는 지역아동문학인을 위해 관심과 사랑을 담아 물레방아처럼 돌아가야 건전한 사회가 되고, 지역아동문학이 건강한 꽃을 피울 것이다.
참고로 경남아동문학 최근 연간지에 실린 동화의 경향을 살펴보면, 2009년도 <진퍼리새들>에는 14편의 작품 중 환경보호 2편, 가족사랑 3편, 생명 중시 4편, 조상숭배 1, 농촌문제1편이며, 2010년도<세계는 한 지붕>편에는 17편 작품 중 가족사랑 6편, 인성교육 5편, 생명 중시 2편, 농촌문제 2편, 소질계발 1편 공공질서 1편 등이다. 그리고 특집으로 2009년도에는 작고한 경남아동문학인의 생애와 작품을 실어 지역현안의 과거를 조명 했고, 2010년도에는 팔만대장경을 특집으로 넣어 지금 한창 뜨거운 감자가 된 팔만대장경을 다루어 지역아동문학 잡지다운 면모를 보여 도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이 되었다.
3. 지역 환경과 아동에 눈높이 맞추기
먼저 문인 스스로가 지역문학의 중심이라는 차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문학발전과 위상을 높여가기 위한 사명감으로 헌신하고 노력하려는 결의와 자세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지역문학을 활성화 시키는 구성요소의 일원이지만 문학작품의 창작은 오직 혼자만의 작업에 의한 성취이므로 자기의 확고한 문학세계를 구축하고 빼어난 작품을 생산해내기 위하여 부단한 자기계발과 절차탁마에 더 많은 시간과 피나는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작품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결국 지역아동문학의 위상과 직결된다.
이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는 창작된 작품에 대한 토론 합평회, 동시 낭송회 개최, 수정 개작 등의 작업과 창작의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한 전래동화감상, 동요 부르기, 상호독서정보교환, 동극 무대올리기 등 공동체적인 사고와 노력 점을 통한 창작 역량 강화와 알차고 풍부한 정보교환은 질 높은 작품을 생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지역문학이 타 지역에 비해 중심되어 우뚝 서기 위해서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며 특성화된 문화 콘텐츠를 펼쳐 나가야 한다.
시대 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는 쟁점이나 운동을 공동의 목표로 삼아 전개해 나가는 것도 앞서가는 지역아동문학으로서 뜻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예를 든다면 도덕 재무장이나 멸실된 전통문화의 복원과 계승발전, 물질문명과 산업화의 와중에서 상실한 인간성 회복과 사랑의 실천운동, 생태문학운동, 다문화 가정문제, 노령 사회문제 등등 주변에 산재해 있는 많은 문제점을 지역설정이나 환경 여건 등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지역문학이 다루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현안문제에 눈높이를 맞추는 이상으로 아동문학인 만큼 아동과의 눈높이도 참 중요하다. 아동과 눈높이를 맞추는 시선은 어린이 관심을 도출해내는 척결이다. 여기에서 아동과 눈높이 맞추기란 아동문학 일반적인 눈높이, 즉 문학으로서 소양을 갖춘 작품을 생산하는 그것이요, 다른 하나는 지역 문제를 다루어 아동이 관심과 사랑하게 되는 특수적인 눈높이 맞추기다.
아동문학 일반적인 눈높이 맞추기에서 중요한 것은 니꼴라예바(Maria Nikolajeva)가 말한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 이다. 비슷한 소재나 주제를 이야기하더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면 어린이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말하느냐를 고민하지 않은 채 다양한 글쓰기를 포기하는 것은 작가의 안이함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안일함은 소재와 주제의 선택에서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형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습화된 경향은 이러한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되는데 소재와 주제의 빈곤함 뿐만 아니라 문학적 실험 정신의 결여에도 있다. 해피엔딩에서 벗어난 열린 결말의 시도, 옛이야기를 끌어와 현대화한 동화, 추리소설 양식 차용, 성인문학에서도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 씨리즈, 등 새로운 예술 형식의 동화가 선보이고 있다. 문학적 완성도가 높아도 어린이 독자가 다 수용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 독자의 인지적 능력과 독서 수준은 놀랍도록 빨라지고 있다. 결국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들의 실험정신이 중요하다.
아동문학 특수적인 눈높이 맞추기를 위해서는 그 지역의 특수문화를 잘 살펴보고, 특화사업이 무엇인지도 알아내든 새로 만들든 관심 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즉 그 지역의 역사, 전설, 유적지, 관광지, 지리적 환경, 기후, 인물, 동식물 분포, 주민기질, 말씨, 행사, 고적지, 관공서, 특산품, 과수 등을 세세히 파악하여 작품화하는 것이다. 아동들이 자신들과 가장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할 것은 분명하다. 가 본 절 이름이 나오고, 오르내리던 산 이름이 나오고, 냇가에 헤엄치는 물고기 이름이 나오는데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누가 이런 걸 식상하다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지역현실을 그대로 그려내면 곤란하다. 즉 지역현실에 맞서는 눈높이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지금껏 다루어 온 소재의 경계를 허물게 될 것이다. 여기에 지역현실에 맞서는 눈높이란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내는 눈높이, 현실을 조용히 응시하는 눈높이, 독자와의 소통을 요구하는 강렬한 눈높이, 가려지고 배제된 것을 드러내는 눈높이로 결국 이 뜻은 현실의 모순과 결핍을 정치(精緻)하게 드러내거나 독자들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확장된 의미에서의 정치적 눈높이를 갖자는 것이다.
이 노력은 지역사랑과 직결되고, 지역 발전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기에 일반 주민들도 지역아동문학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어 지역아동문학인의 권역을 벗어난 범지역아동문학의 형성으로 지역아동문학 지평확장을 기대해 본다.
■지역아동문학의 현재
이상으로 지역아동문학문학의 현실과 한계점 그 극복방안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지역아동문학 문학의 현재는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다만, 문학 사회의 구성원인 작가-사회-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행사가 좀 더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며, 이를 위해 지역 문학사회에 드리는 몇 가지 제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는 더 이상 변방의식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특히 의식의 선봉에 선 문인들은 우선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문학 활동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불필요한 소외감에 싸여 배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더 이상 어떤 독자에게도 설득력이 없다. 과거의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발전적인 미래를 열지 못한다면 지역 아동문학의 운명은 불보 듯 뻔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특히 다른 장르에 대한 배타성은 지역아동문학의 미래를 위해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좁은 한반도에 살면서, 그것도 지역아동문학에 살면서 너와 나를 구분하고, 다른 지역아동문학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역아동문학이 당면한 지구촌이라는 관점에서 아직도 이러한 배타성이 유효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국제화의 격랑에 휘말린 지역아동문학을 문학 작품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본다. 현실을 외면한 채 음풍농월을 일삼을 때, 현실과의 괴리는 독자와의 괴리를 낳고, 그것이 문학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문학은 자체의 미(美)를 추구하는 일이기도 한 동시에, 지역 문인으로서는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역아동문학에 터전을 삼고 살아온 독자들과 그들의 삶을 언어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아동문학의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격랑에 휘말린 지역아동문학과 지역아동문학인,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작품으로 구현될 때, 지역아동문학을 바르게 이해하고 알릴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인 환경을 지닌 지역아동문학, 문학적인 지역에 살면서, 작품다운 작품이 많지 않다는 다른 문인들의 비아냥은 흘려들어서는 안 될 고언(苦言)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속 단체를 불문하고 협력할 일은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분위기를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지역의 문화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요, 대외적으로는 지역아동문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을 지역 아동문학인들이 앞장서서 맡아야 할 일일 것이다. 이렇게 당대를 사는 지역아동문학 문인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비단 우리가 '지역아동문학'이라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셋째, 지역아동문학 활성을 위한 인프라구축이다.
중요한 것으로는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가진 아동문학평론가의 확보와 이들을 키워내는 일이 요구된다. 평론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들이야말로 문학관리자로서 창작하는 문인들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지역아동문학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는 향토이며 아울러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작품을 전국에 널리 소개하고 직접 독자들과 관계를 맺어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덧붙여서 지역아동문학이 지향하는 바의 목표도달을 위한 사업을 기획하고 각종 내용을 실천해 나갈 기획 편집 실무 등의 능력이 뛰어난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전문 인력이 없이는 지역문학이 답보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거주 문인은 가급적 지역 내 출판사를 통해 작품집을 발간함으로써 출판문화를 촉진시킴은 물론 도서생산과 유통구조를 더욱 건실하게 하는 촉매역할을 하리라 본다.
지역아동문학이 보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기 위해서는 지역과 전국의 언론매체들과도 깊은 연대감을 나타내야 할 것이다. 작품이 가장 먼저 소개되는 공간이 TV 라디오 신문 등의 언론매체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문학을 효율적으로 널리 소개하고 보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매체들을 이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끝으로 뿌리를 같이하는 연대의식의 지역끼리는 보다 광역화로 확대 통합해 나가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겠고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역아동문학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은 인간관계가 아닐까?
어느 저명인사의 지역에 대한 발언이다. 오늘 이 자리에 딱 어울리는 말 같아서 결론으로 삼을까 한다.
-지역은 희망의 원천이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속에 보다 환희 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지역의 연대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인간이 인간답게 가슴을 펴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들고 역사를 만드는 무대가 바로 지역이다.-
※ 참고문헌
◇창비어린이 34호
◇한정호의 지역문학의 이랑과 고랑
◇김석규의 지역문학 활성화를 위한 제언
첫댓글 김태두 선생님, 귀한 자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심포지엄 책이 남아 있으면 우리 회원들에게 한권씩 돌렸으면 합니다. 한번 알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