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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제25회
방송일 1999년 4월 21일 수요일 밤 9시55분
$#1. 신형의 집 안방, 낮
진숙, 혜자 서서 얘기하고 있다. (27부 엔딩씬 연결)
진숙 : 내가 보기엔 니딸 똑똑한 것 같던데, 바른 결론을 내리겠지. (하고 돌아서면)
혜자 : (돌아서는 진숙 팔 붙잡고) 뭐라구?
진숙 : (혜자손을 세차게 걷어 내며) 빚쟁이 대하듯 하지마. 나 니 빚 다 갚았잖아. 사람대접 할려면 똑똑히 해. 사돈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안그래요 사부인?
혜자 : (어이없고 기가 찬 듯 진숙 보며) 사부인? 누구 맘대루 사부인? 내 딸 처녀귀신으로 늙히는 일이 있어두 너랑은 사돈 안맺어.
진숙 : (기죽지 않고 혜자 보며 비웃음 섞인 말투로 말한다) 끔찍한 말두 한다. 솔직한 말루 처녀귀신으로 늙히는 것보다야 내 조카랑 결혼 하는게 낫지. 암튼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앞으로 좀더 살아보자구. 어떻게 나든 결말이 나겠지 열내지 말어. 얼굴 붉어졌다. 너 병원에 가봐. 심장 안 좋은가 본데. 음? (하고 나간다)
혜자 : (진숙 나간 쪽 보며 기막힌 표정)
$#2. 신형의 집 거실
진숙, 안방에서 나와 거실 지나쳐 가려하는데 이층에서 신형, 아무 생각 없이 내려오며 말한다.
신형 : 엄마, 손님 아직 안 가셨어요?
진숙 : (신형의 그 말에 신형 본다)
신형 : (내려오다 멈춰 서서 진숙보고, 멈칫하는)
그때 혜자, 안방에서 나와 신형 보며,
혜자 : (신형에게) 너 올라가.
진숙 : (혜자 맘에 안 들게 보고 나가 신형보고 작게 웃으며) 안녕, 신형씨.
신형 : (조금 당황스런, 진숙에게) 안녕하세요.
혜자 : (신형 보며, 속상해 나무라는) 넌 니 방에 있으라니까, 왜 내려와, 엄마 말이 말 같지가 않아서 그래, 왜 그래?!
신형 : (난감한)
진숙 : (너그럽게 신형 보며) 엄마 말씀 들어요. 나중에 또 봐요? (하고 혜자 보며) 나올 거 없다. (하고 현관으로 나간다)
신형 : (그런 진숙 보며, 속상한)
$#3. 신형의 방, 대문 앞
진숙, 대문 나와 담담하게 걸어가는.
$#4. 신형의 집, 거실
신형, 혜자와 다투고 있다.
혜자 : 너 오늘 학교 가지마, 학기 끝났는데, 뭐한다고 뻔질나게 학굘 드나들어?!
신형 : (답답한) 공부하러 간다잖아요.
혜자 : 공부? 공불 꼭 학굘 가야만 할 수 있어? 집에서 해.
신형 : 엄마.
혜자 : 너 학교 간단 핑계대고 재호 그놈 만나러 다니는 거지?
신형 : (속상한) ...
혜자 : 너 정진숙, 아니 재호 이모 언제 만났어. 언제 만나서 둘이 통성명 했길래, 그렇게 다정스럽게 인살 나눠?
신형 : (안보고) 전에 한 번 뵀어요.
혜자 : 전에, 언제!
신형 : 엄마, 그 집에 다녀오시고... 안 좋았다길래 사과 드리러 한번 갔었어요.
혜자 : 뭐, 사과를 드려? 내가 그 집에 뭘 잘못했길래, 니가 사괄드려? 넌 니 엄마가 그 집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상관 없는거야? 사괄 받아야될 사람은 바로 나야! 누가 누구한테 사괄해, 얘가 지금!
신형 :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가려한다)
혜자 : (신형의 팔 잡으며) 너 엄마가 말하는데, 어딜 일어나!
신형 : (혜자 보며, 속상한, 가라앉은) 엄마, 나 정말 너무 속상해.
혜자 : ...
신형 : 엄마가 먼저 그 사람들 찾아거서 그 사람들 자존심 짓밟고, 욕하구. 엄마, 그러는 건 아니잖아. 나 자꾸 엄마한테 실망하게돼. 엄마가 한 행동들이 챙피해.
혜자 : (기막힌) 뭐... 챙피해.
신형 : 죄송해요, 저두 이렇게까진 얘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고 나간다)
혜자 : (멍한, 힘들게 쇼파로 와서 앉는다. 기가 차 눈물이 날 것 같다)
$#5. 대현그룹내, 면접 사무실 밖
사람들 면접을 보려 의자에 앉아 있다. 카메라, 돌아가면 재호 긴장한 얼굴로 한쪽에 앉아 있는. 그때, 면접실에서 여사원 호명한다.
여사원 : 346번 강재호씨 들어오세요.
재호 : (긴장해, 여사원쪽 보는) ?
$#6. 면접실 안
회사간부들, 긴 책상 위에 5명 정도 일렬로 앉아있고, 앞자리에 재호 당당한 얼굴로 앉아있다. 간부1, 재호의 서류를 들척이며 보다가, 재호 보며, 건조한 목소리로.
간부1 : 학점이 좋습니다.
재호 : 감사합니다.
간부1 : 마게팅쪽에 입사원서를 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재호 : 전공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마게팅 부서내에 컨설턴팅 부서가 따로 있다는 것도 마케팅부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대현그룹이 다른 회사보다 체계적인 마케팅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부1 : (재호 보고, 서류 뒤척여 본다) 군대를 안 다녀오셨네요.
재호 : (잠시)안 간게 아니라, 못 갔습니다.
간부1 : 이유는?
재호 :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간부1 : 서류엔 어머니가 살아계신 걸로 되어있는데...
재호 : 실종되셨습니다.
간부1 : (맘에 안드는) 남자가 군대를 안 다녀왔다는 건, 그 만큼 인맥이 부족하다는 건데... 마케팅은 인맥사업입니다... 아무래두 이 부서를 잘못 선택하신 거 같네요.
재호 : 전 인맥으로 마케팅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현그룹의 대외 신뢰도와 제품으로 마케팅 할겁니다.
간부들 : (재호 보는) ?
$#7. 대현그룹내, 화장실
재호, 거칠게 세수를 한다. 그리고 세면대에 손을 얹고 거울을 본다. 오기 어린 얼굴이다.
간부1E : 합격자발표는 목요일 오후 3시입니다. 사내게시판에 공고가 붙을 거예요. 좋은 결과 바랍니다.
재호, 다짐하듯 이 앙다무는
$#8. 학교 전경
길진E : 너무 심했다.
$#9.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 길진 마주 앉아있다.
길진 : (신형 보고, 걱정스런) 아무리 화가 난다고 엄마한테 그런말을 하는건... 심했어.
신형 : (속상해, 길진 안보고 말하는) 나두 알어.
길진 : 알면서 왜 그랬어?
신형 : 우리엄마 막무가내신게 너무 화나. 원래 안 그런 분이셨잖아. 내가 엄말 그렇게 만들었단 생각하니까, 더 속상해.
길진 : 부모님이랑 안 좋아지면 재호랑두 편할 수 없어.
신형 : 재호, 사는게 힘든데, 나때문에 버틴데... 헤어질 순 없어.
길진 : 헤어지란 얘기가 아니야. 재호와의 관계가 소중한 만큼 부모님과의 관계도 소중한 거야, 그건 알지?
신형 : 알지.
길진 : 그렇다면 노력해. 부모님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말이란 한 번 입밖으로 나오면 주워담을 수 없는 거야. 부모 자식사이에도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거야.
그때, 노크 소리나고, 길진, 신형, 돌아보면, 재호 서 있다.
$#10. 학교 벤치
신형, 재호 앉아 얘기하고 있다.
신형 : (재호의 졸업장 보며) 조기졸업은 이게 나뻐. 졸업식두 하는둥 마는둥... (따뜻한 눈빛으로 재호 보며) 그래두 졸업 축하해.
재호 : (웃고)
신형 : 면접은 잘봤어? 발표 언제야?
재호 : 주중에 난대요.
신형 : 합격하면 나 뭐 사줄거야?
재호 : 뭐 사줄까요?
신형 : (작게 웃으며) 필요없어, 너만 있으면.
재호 :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다. 신형 못보고 말한다) 만약에 떨어지면 어떡하죠.
신형 : (어이없게 웃으며) 떨어지면 어때∼ 다른데 또 시험보면되지. 회사가 뭐 거기뿐인가? 그리고 만약에 너 떨어뜨리면 그 회사에서 후회하게 될꺼야. 너같은 인재를 못알아 본거니깐.
재호 : 정말 떨어져도 실망 안할꺼죠?
신형 : 왜 이렇게 자신없어해? 너답지 않게. 성적좋아서 조기졸업까지 하구선. 분명히 합격할꺼야.
재호 : 그래요, 그렇게 될거예요.
신형 : 나, 너 믿는거 알지?
재호 : (신형 보고 서글프게 웃고, 일어나며) 시장에 가봐야 되요. 저녁에 연락할게요. (하고, 간다)
신형 : (그런 재호 걱정스레 보는)
$#11. 학교전경
재호, 힘없이 걸어간다.
$#12. 현수의 사무실
현수, 자기 자리에서 업무를 본다. 그러다, 문득 고개 들어 앞자리 보면 비어있다. 상상. 비어있는 자리에 재호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다. 현실. 현수, 서글픈 웃음 번지, 다시 재호 자리보면, 텅 비어있다. 현수, 착잡한 마음 다 잡고 일하려하는데, 실장 와 옆에 선다.
현수 : (실장 보면)
실장 : 대현그룹 최부장 만나고 왔습니다.
현수 : (실장 보다, 담담하게 일하는)
실장 : (현수 보다 가고)
현수 : (일하다, 펜 놓고 잠시 생각하는)
$#13. 신형의 교수실
신형, 공부하고 있는데, 전화벨 울리고 전화 받는다.
신형 : 여보세요?
남자E : 이신형씨 부탁드립니다.
신형 : 네, 제가 이신형인데요.
남자E : 여긴 청주 유림댑니다. 저희 학교에 이력서 넣으셨죠?
신형 : (기대에 찬)예 그런데요?
남자E : 서류심사에 합격하셨습니다.
신형 : (얼굴에 웃음 번지는, 마음 가라앉히고) 네... 그럼...
남자E : 다음 학기부터 강의 하실 수 있을겁니다. 면접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건 의례적인 겁니다. 면접일은 추후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신형 : 예 감사합니다. (하고, 전화 끊고, 편한 웃음 입가에 띤
$#14. 시장일각
재호, 도매상과 함께 트럭에 물건을 싣고 있다.
도매상 : 지금 트럭에 싣는 물건은 방배동에 깔고, 창고물건은 신사동에 깔아라.
재호 : (일하며) 그럼 3만원 갖곤 안 되는데, 5만원은 주셔야 되요. 두탕인데.
도매상 : 알았어. 근데, 너 언제까지 이렇게 남의 일만 할거냐? 취직해야지?
재호 : (안보고) 그렇잖아도 시험봤어요.
도매상 : 그래? 그럼 곧 여기 정리해야겠네. 도매상들한테 깔아논 거 아직 안 거뒀지?
재호 : (심각한, 일만하는)
$#15. 시장 다른 일각
장고와 황소, 밀수꾼으로 보이는 남자 한쪽의 간의 의자에 앉아 막걸리 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장고 : (막걸리 마시고 입술 닦으며 밀수꾼에게) 물건은 다 처리했단 말이지?
밀수꾼 : 응.
장고 : 빨리 나가네.
밀수꾼 : 내가 지금 농담하는 줄 알어? 중국꺼는 나가는데, 사흘은 걸려두 칠레에서 넘어온 건 물건이 없어서 못 팔어. 요번에도 돈만 있었으면 큰 거 한 장은 제대로 건지는 건데. 맨날 짜투리루 내다 파니까 몸만 힘들구 돈두 안 되잖어 이거.
황소 : (장고 보며) 재호는 가끔 날품 팔러 시장에 나온다는데, 못 만나봤어?
그때, 시장사람으로 보이는 남자 멀리서 소리치는.
사람 : 장고야!
장고 : (고개 돌려 그 사람 보면) ?
사람 : 너, 재호 찾았지?
장고 : (일어나면)
사람 : 저깃더라, 가봐라.
장고, 재호가 있다는 곳으로 뛰어가고,
$#16. 시장 앞
재호, 시장에서 트럭 가지고 도로쪽으로 나오고 있다. 그때 장고 뛰어오며 재호 부른다.
장고 : 재호야!
재호 : (장고의 소리 듣고 차 세운다)
장고 : (헉헉대고 차로 와 재호 본다)
재호 : (창문 내리고 장고 보며) 무슨 일이야?
장고 : (숨고르며) 나 좀 보자.
$#17. 다방
장고, 재호 차 마시고 있다. 재호, 차마시다 의아한 얼굴에 O.L
재호 : (놀란 찻잔 내려 놓고 장고가 꺼내 놓은 돈 봉투 본다)
장고 : (신중한 얼굴로 보며) 석구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라.
재호 : (굳은 얼굴로 장고 보며) 차근차근 알아듣게 말해.
장고 :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할 게 뭐 있냐? 내가 사재기 하는데, 석구 자식이 껴달라고 돈을 갖고 찾아왔어, 근데 나 싫어. 막말루 나는 천 단위를 투자하구 저는 겨우 삼 백만 디밀구 나눠먹을 때는 똑같이? 길가는 장사꾼 누구를 잡고 물어봐라. 그게 말이 되는지.
재호 : (장고 보며) 석구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한거야?
장고 : (어이없다는 듯 담배 피워 물며) 너 몰라?
재호 : 석구 요즘 집안 문제로 일원 한 푼이 아쉬운 놈이야. 그런데 이 돈이 어디서 나온거야.
장고 : (정색하며) 얘 진짜 모르나 보네.
재호 : ...
장고 : 너 일수 놓는 상철이 알지? 걔가 그러드라구. 어느날 석구가 니네 집문서랑 니네 이모 가게 전세계약서 하고 석구가 그걸 갖고 찾아왔대. 그래서 돈 해줬대.
재호 :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화가나 목소리가 떨린다) 다시 한 번 말해봐. 우리집, 집문서랑 가게 문서?
$#18. 주차장
재호, 화난 얼굴로 트럭 몰고와 한쪽에 세워놓고 내려와 자기 차로 간다. 그때, 도매상 그런 재호 보고 '야, 재호야, 너 물건 안 돌리고 어딜가!' 하고, 재호, 아랑곳 없이, 자기 차 몰고 가고. 카메라, 돌아가면 장고 회심의 미소 띠우며 가는 재호의 차 보고 서 있다.
$#19. 달리는 재호의 차안
재호, 몹시 화난 얼굴이다. 인써트 - 조수석에 팽겨쳐진 핸드폰, 불빛 깜박이는.
$#20. 신형의 교수실, 저녁무렵
신형, 퇴근차림으로 전화하고 있다. 신호만 가고 안받는, 신형, 조금 걱정스레 전화기 내려놓는.
$#21. 재호의 집 수돗가 전경, 밤
진숙, 세수하고 있고 인숙, 세수하는 진숙 보고 있고 신자, 걸레 빨고 있는데, 문 쾅 닫으며 재호 들어온다. 인숙, 진숙, 신자 그런 재호 보며 이상하고,
신자 : (재호 보며) 니 화났나? 우예 얼굴이 그래 울그락 불그락하노.
재호 : (아랑곳않고 진숙 본다)
진숙 : (조금 긴장하는) 무슨 일이야?
재호 : 이모, 저 좀 봐요. (하고 진숙의 방으로 들어간다)
인숙 : (재호 보며) 쟤 또 무슨 일이야? (하고 진숙 보며) 언니, 쟤 왜 저런거야?
진숙 : (석구의 일을 알았구나 싶다. 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인숙 : (진숙 따라 들어가려면)
진숙 : (인숙을 잡으며) 넌 니 방에 들어가 있어. 큰 소리든 작은 소리든 못 들은 척해.
인숙 : (서운한) 나두 쟤 이모야. 촌수는 멀다 그래두 한 집안 식구라구, 언니는 꼭 무슨 일만 있으면 나만 따돌리드라.
진숙 : (답답한 듯 인숙 보고 들어가고)
신자 : (걱정스런) 뭔일이꼬...
$#22. 진숙의 방
재호, 화나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진숙은 그런 재호 걱정스럽게 보며 앉아있다.
진숙 : (재호 보며) 너 그러구 있으니까 무섭다. 무슨일인지 말해.
재호 : (거칠게 숨만 몰아쉰다)
진숙 : 할 말 없으면 건너가서 자. 나두 고단하다. (하며 한 쪽에 놓인 이불 깔려는데)
재호 : (고개 들어 진숙 보고 주머니에서 봉투 꺼내 놓으며) 이 돈 뭐예요?
진숙 : (재호 보지 않고 여전히 이불만 깔며) 어디서 무슨 돈을 들구 와서 물어?
재호 : (버럭) 이 돈 뭐냐구요!
진숙 : (담담하게 재호 보며) 뭘 알구 싶은거야?
재호 : 장고라는 사람이 석구가 줬다 그러면서 나한테 가져왔어요. 석구한테 집문서랑 가게문서 맡겼어요?
진숙 : (재호 보지 않고) 그랬어.
재호 : (진숙 보며, 너무 기가막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모 미쳤어요?
진숙 : (재호 보며) 여러 사람 살리구 싶었어. 석구 동생두 그렇구, 내가 아직 너한테 얘기 안한거 같은데. 나 저번 가게 넘어갈 뻔한 적 있잖아. 그때, 이실장님, 아니 신형아버지한테 돈 빌려 썼다.
재호 : !?
진숙 : 너두 들어서 알겠지만 신형 엄마랑 나 별루 사이 안좋아. 말이 친구지, 생판 모르는 남 보다두 못해. 너하구 혼사 얘기 오가는데 이모라는 사람이 그 집 돈 얻어 쓴거... 싫었어. 그래서 갚았다.
재호 : (참담하다, 가라앉은) 나랑 왜 상의 안했어요? 내 문제 때문이었다면 나랑 상의 했어야죠! 자칫하면 온가족이 길바닥에 나 앉을 수도 있어요. 그런 일을 처리하면서 나랑 한마디 상의도 할 수 없었어요?
진숙 : 상의하면 뭐가 달라지니? 너는 내가 세상 헛산줄 아는데 나도 나이가 오십이 넘었어. 오죽하면 내가 집이랑 가겔 맡겼겠니. 아무리 쓸개 빠진 년이라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어. 내 명의루 집이 있으면 뭘 할거구 가게가 있으면 뭘 할거야. 자존심이 상해서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데. 너 볼 낯이 없어서 얼굴을 땅바닥에 박겠는데.
재호 : (답답한 마음에 한숨쉬며 일어나, 나가는)
$#23. 재호의 집 수돗가
재호, 진숙의 방문 열고 나와 꽝소리나게 문 닫고 거칠게 대문쪽으로 나간다. 인숙, 신자 각각의 방에서 그 소리에 방문 열고 내다본다.
신자 : (인숙에게 작은 목소리로) 와 그러노.
인숙 : 내가 아나요? (하고 방문 꽝 닫는다)
신자 : (그런 인숙 보며) 아따 그년, 디따 모르네. (하고 진숙의 방쪽 고개 돌린다)
$#24. 진숙의 방
진숙, 멍하니 넋나간 듯 앉아있다.
$#25. 동네, 거리
재호, 화난 얼굴로 거칠게 걸어가는.
$#26. 석구의 집 부엌
재호, 들어와 거칠게 방문 여는.
$#27. 석구의 방안
재호, 문 열고 방안 들여다 보면 아무도 없다. 난감하다. 문턱에 걸터앉는다. 앉아 화난 얼굴로 한숨 쉰다.
$#28. 거리
재호, 넋나간 듯 힘없이 걷고 있다가, 찻길가에 털썩 주저 앉아 얼굴 파묻는..
$#29. 신형의 집 전경, 아침
$#30. 신형의 집 주방
병국과 신형, 출근차림으로 식탁에 앉아 밥먹고 있다. 혜자, 맛없게 밥먹다가 숟가락 내려 놓는다. 신형과 병국 혜자 보면,
혜자 : (병국에게) 들어가서 좀 쉴게요. (하고 신형에게, 딱딱하게) 설거지 할 생각하지 말구 덮어 놓구 나가. (하고 일어나 나간다)
신형 : (혜자, 걱정스레 보는)
병국 : 너, 어제 엄마한테 심하게 했다며?
신형 : ...
병국 : 재호가 그렇게 좋으냐?
신형 : (병국 보면) ...
병국 : 설거지 니가 해라. (나간다)
신형 : ...
$#31. 안방
혜자, 화장대에 넋놓고 앉아있고 병국, 방으로 들어와 장에서 옷꺼내 입고, 혜자 옆에 앉는다.
혜자 : (병국 보며) 출근 안해요?
병국 : (어렵게) 우리 신형이랑 재호 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혜자 : (병국 보며, 기가 찬) 뭐요?
병국 : 나두 고민 많이 해봤는데 우리가 재호라는 놈 주변만 보구 무작정 결혼 반대하는건 이거 옳지 않은거 같애. 당신이랑 나랑 배울만큼 다 배웠구, 사리 분별 다할줄 아는 나인데. 우리 재호 주변 싹 무시해버리구 재호 당시자만 우리가 생각해보자구. 그랬다가 나중에 마음에 안들면 그때 가서. (하는데)
혜자 : (병국의 말꼬리 자르며 화난 목소리로) 이 양반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병국 : 괜히 막무가내로 뜯어 말렸다가... 걔내들 정말 도망가서라도 살려고 맘먹으면 그땐 당신 어떡할거야? 부모 허락없어도 결혼 할 수 있는 나이야.
혜자 : 왜, 신형이 그놈이랑 도망가서 산대요?
병국 : 말이 그렇다는거야. 신형이 자식한테 나중에 원망 듣지 않으려면 우리가 지금 현명한 판단을 해야돼.
혜자 : 원망 듣는거 무서워서 딸자식을 불구덩이에 집어 넣어요?
병국 : 그게 불구덩인지 물구덩인지 당신이 어떻게 알어?
혜자 : (버럭) 그걸 왜 내가 몰라요.
병국 : (답답한) 당신 지금 몸도 마음도 안 좋은 거 같은데, 한숨 자. (하고, 나간다)
혜자 : (그런 병국 보며 말하는) 죽었다 깨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예요! 어림없는 소리 하지말아요. 알았죠?
$#32. 주방
신형, 답답한 맘으로 식탁 행주질하고 있다. 카메라 돌아가면 한쪽에서 병국 그런 신형을 측은하게 보고 있다가 출근한다. 신형, 식탁행주질하고 한숨쉬고 생각하는...
$#33. 재호의 집 전경, 낮
재호, 웃옷 들고 대문 열고 성큼성큼 나온다. 진숙, 서둘러 뒤따라 나오며, 재호의 팔을 붙잡는다.
진숙 : 야. 너 어디가?
재호 : 석구한테요.
진숙 : 가봤자야. 이미 끝난 일이라구.
재호 : ...
진숙 : 만약에 그래 도루 물릴 수 있다구 치자. 그럼 어쩔거니? 신형이 엄마 돈 안 갚을거야? 내 자존심은 그렇다치구, 니 자존심까지 짓밟히게 놔둘거냐구?
재호 : 난, 짓밟힐 자존심 같은 거 더는 없어요.
진숙 :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래, 그래 석구하고 우정을 생각 해, 응? 그래라, 응.
재호 : 날 밥먹듯이 배신한 놈이예요, 그런 놈한테 우정을 지킬 만큼 난 착하지 않아요. 재영이랑 이모가 길바닥에 나 앉는 꼴 난 못봐요. (하고, 진숙 뿌리치고 간다)
진숙 : (가는 재호 속상해 보고, 말하는) 야, 자식아... 널 위해서 그런거야. 니가 불쌍해서 그랬다구, 너 내 맘을 그렇게 모르겠니?
재호 : (묵묵히 가기만 가는)
$#34. 석구의 방안
석구(미안한), 재호(굳은) 앉아있다. 재호, 전화기를 끌어다 석구 앞에 놓는다.
석구 : (재호 보면)
재호 : (가라앉은) 그럼 집에 전화해.
석구 : (두려운 얼굴로 재호 보는)
재호 : 돈 다시 달라 그래.
석구 : (가만 있다가, 무릎을 꿇고, 눈물 흘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심으로 말하는) 미안하다, 나 전화 못한다.
재호 : (눈가 붉어지는,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석구 보는)
석구 : 재호야, 내가 염치 없는 놈인줄 나도 알어.
재호 : (맘 아프지만, 참고 가라앉은) 염치없는 짓인거 알아 그럼 전화해, 전화해서 당장 돈 돌려 달라고 해.
석구 : (울면서) 못 해. 재호야, 나 정말 석철이 놈, 유치장에 가 있는 건 정말 못보겠다. 등발이 산 만한 놈이 꼬챙이처럼 말라가지구... 형, 나 여기 무서워, 그러는데... 눈 뜨고는 못보겠더라. 칠순 먹은 엄마 아버지, 밥 한술 못뜨고 목이 쉬어 계속 우는데... 재호야... 한 번만 살려줘라 응.
재호 : (맘 아퍼 눈가 그러해져 차마 그런 석구 못보고 고개 돌린다)
석구 : 재호야, 염치없는줄 알지만... 이번 한 번만, 한 번만. (하고, 고개 숙이고 우는)
재호 : (더는 못듣겠는지, 일어나 나간다)
석구 : (울고)
$#35. 거리
재호,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걸어간다.
$#36. 석구의 방안
석구, 방바닥에 머리 대고 손으로 감싸고 엉엉대고 울고 있다. 문밖에서 재영, 그런 석구 안타깝게 보며, 서있다.
$#37. 강변 둑
재호, 소주를 병째 마시다, 병을 내려놓고 있는데 재호의 얼굴 아무런 생각이 없다.
$#38. 신자의 방
신자, 입으로 실밥 뜯고, 인숙, 그 옆에서 눈치 보며 말한다.
신자 : 와 똥마려운 강생이처럼 앉아서 내 눈치를 보노. 할 말 있나?
인숙 : (신자 보며) 일거리 많이 남았어요?
신자 : 와? 도와줄라꼬?
인숙 : 그게 아니라 나랑 어디 좀 안갈래요?
신자 : 어데?
인숙 : (어렵게) 저- 할머니. 저랑 혜자 언니네 안 가실래요?
신자 : (인숙 보며) ?
인숙 : 할머니두 알지만 우리 형편에 내가 일 안 하면 어렵잖아요. 다른 파출부자리 찾아서 이리저리 뛰어봐두 쉽지않구. 진숙 언니랑 재호가 걸리기는 하지만 나랑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두 아니구. 혜자 언니네 일 다시 했으면 싶어서...
신자 : (그런 인숙 안되게 보며) 니두 참말로 치사스럽게 산다.
인숙 : 그럼 어떻게 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신자 : (일하며) 근데 내가 거길 왜 가? 싫어. 니나 가.
인숙 : (애원하듯) 할머니.
신자 : (버럭) 싫다캤지!
$#39. 신형의 집 동네 집 앞, 낮
인숙, 신자 오고 있다. 인숙의 손에 쥬스 박스 들려있다.
신자 : (동네 둘러 보며) 얘네 집은 어디야? 이 동네는 차 없으면 댕기지도 못하겠네. 정거장에서 벌써 얼마나 걸었노. (하고 멈춰서서) 내 더는 못 가겠다.
인숙 : 이제 다 왔어요. 저기 저집이예요 (하며 먼저 빠른 걸음으로 가 초인종 누른다)
신자 : (집 올려다 보며 놀라는) 집 겁나게 크네.
$#40. 신형의 집
인숙, 신자 거실에 앉아있다. 신자, 부럽긴 하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둘레둘레 집안을 두리번거린다. 그때 혜자, 샤워한 듯한 모습으로 가운 입고 욕실에서 나와 쇼파에 앉는다. 불편한 얼굴이다.
신자 : (맘에 안드는 눈빛으로 혜자 보며) 닌 손님이 왔는데 아무것도 안내놓나?
혜자 : (떨떠름하게) 글세, 뭘 드릴까? 아무것도 없는거 같은데...
신자 : 집은 이렇게 살아도 냉장고는 텅텅 비었나부네. 아무것도 없으면 우리가 사온 쥬스라도 내온나.
인숙 : (혜자 보며) 언니, 내가 내 올게. (하고 쥬스 박스 들고 주방쪽으로 간다)
신자 : (혜자 보며) 대낮에 목간했나?
혜자 : (신자 보지 않고) 네.
신자 : (혜자 맘에 안들게 보며) 니네 집 보일라 가스 때나, 석유 때나.
혜자 : 석유 때요.
신자 : (혜자에게 야단치듯) 석유 때는데 집에서 목간했나? 살림한다카는 게 샘이 둔해도 그래 둔해. 집에서 석유 때면은 목간통 가는기 백번 나. 니 목간 한번 할려구 이 큰 집에 보일라 돌리구, 어이구 지랄한다. 대중탕 가라, 대중탕. 괜히 몸에 물만 붓고 때 불리지 말고 대중탕 가서 빡빡 밀어.
혜자 : (신자의 말 듣기 싫다)
그때 인숙, 부엌에서 쟁반에 쥬스잔 담아 들고 거실로 오며 신자에게 말한다.
인숙 : 할머니는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심해요. 우리 같은 사람이나 대중탕가지 이런 집 가진 사람들이 누가 대중탕 가요? (하며 혜자에게) 안그래, 언니?
신자 : (인숙 보며) 그래 비굴하게 살지 마라. 니는.
인숙 : (당황해서 혜자 보고 신자 보면)
신자 : (인숙 보며) 니가 거저 돈 받나. 몸에 살이 많아 지 몸 가누기도 버거운 년이 죙일 서서 설거지하고 빨래 삶고 이 큰 집 쓸고 닦고, 그래가면서 삼만원 받아가지구고... 굽신 굽신, 그래 살지마.
혜자 : (인숙 보며 떨떠름하게) 온 용건이 뭐야?
신자 : (혜자 눈치 보며 기죽어 있다)
신자 : 내 말하께. 얘 니 집 지금처럼 댕기면서 밥 빌어 먹고 살고 싶댄다.
인숙 : (신자 툭 치면)
신자 : (인숙 툭 때리고 혜자에게 계속 말한다) 진숙이, 재호 일은 얘하곤 하나두 상관없다. 내 니 속 좁은건 아는데 이럴땐 속좁게 하면 안된다. 사람 목숨 가지고 요래 할까 조래 할까. 잔대가리 쓰지 말고 이 큰집 어차피 니 혼자 감당 못할거 같으니까 얘 계속써라.
혜자 : (들은 척도 않는다) ...
인숙 : (혜자 눈치 보고 신자 보면)
신자 : 와 대답을 안하노?
혜자 : 생각해 볼게요.
신자 : (맘에 안들게 혜자 보며) 생각은 무신 생각. 니 친정집 어려울 때 동네 사람들이 쌀 한 줌씩 걷어가 니네집 디밀든거 생각 안나나. 그때 내도 진숙이네도 전부 그리 했어.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모르면 안된다. 니 지금 이만큼 사는 것도 다 힘들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야.
혜자 : (여전히 새침하다)
신자 : (어이없다는 얼굴로 괜히 허허 웃으며) 아따 그년, 유세 대단하네,
혜자 : (그런 신자 황당한 듯 본다)
신자 : 니 내 그리 째려보면 어쩔긴데? 내 뭐 틀린 말했나. 내 쪼려 보지 말고 (인숙 가리키며) 야 쓸낀지 안 쓸긴지 그것만 대답해. 으데 동네 선배한테 눈을 흘기나. 싸가지 없이.
혜자 : 그만들 가보세요. (하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인숙 : (신자 툭 치며) 할머니, 왜 그래. 도와준다더니 초를 치네, 그냥, 초를 쳐.
신자 : (한심스레 인숙 보며 작게) 닌 저거 방에나 따라 들어가. 저거 속은 내가 박박 긁어놨으니깐 풀어주는건 다 니가 하는거야. 알아.
$#41. 안방
혜자, 인숙 앉아있다.
인숙 : (혜자 보며) 고마워, 언니.
혜자 : 신자 언니 와서 그런거 아니구 애초부터 너 짜를 생각 없었어. 가 봐.
인숙 : (배시시 웃으며) 응. 그럼 쉬어. 내일 올게. (하고 일어나 나가는)
혜자 : (방문쪽 보며) 여인숙, 내가 왜 널 짜르냐? 니가 나간다 그래도 붙잡을 판이다. 니가 맨날 물어다주는 정진숙 재호 소식 갖구 앉아서 삼천리를 보는데. 어림없어. 못 나가 너.
$#42. 신형의 집 앞
신자, 인숙 신형의 집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인숙 : 내가 자존심두 없이 너무 매달렸나?
신자 : 자존심이 밥멕여주나.
인숙 : 그래두 진숙언니랑, 재호한테 의리란게 있는데.
신자 : (멈춰서 인숙 보며) 의리? 양아치 의리? 막말로 니가 개들 때문에 밥줄 놓면 난중에 걔들 원망할테고, 그기 더 골때리는 짓이야. (걸어가며) 아이고 참 세상 살기 힘들다. (하고 가다 돌아서 인숙 보며) 내 니가 불쌍하다.
인숙 : (신자 보며) 뭐가요?
신자 : 내는 이 힘든 세상 살만치 살았지만 니는 아직도 삼사십년은 더 살아야않겠나? 나는 젊은 것들 보면 불쌍코 불쌍해서 눈물이 다난다. (하고 한숨쉬며 간다)
인숙 : (고개 갸웃하다)
$#43. 애인처럼 앞, 저녁
경희, 간판 닦고 있다. 그때 미선, 그 앞을 스쳐지나가다가 경희 보고,
미선 : 야, 불여우?
경희 : ?
미선 : 너 달건아저씨 찝적대는 불여우 맞지?
경희 : 그렇다면?
미선 : (황당하다) 그렇다면?
경희 : (미선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귀엽다는 듯 웃고) 이 동네 니 소문 자자 하드라. 조금 노신다며?
미선 : (어이없다는 듯 경희 보며) 그래서?
경희 : 너 공장 다니기 싫지. 너, 내가 보니까 꽤 쓸만한데, 내가 좋은 일 한번 알아 봐줄까?
미선 : !
그때 인숙과 신자 애인처럼 지나가다 미선과 경희 본다.
인숙 : (경희보고 기분 상했다)
신자 : (경희 보고 미선 보며) 미선이랑 얘기하는 저년, 누고?
인숙 : 진숙 언니 가게에 있는 얘예요.
신자 : 근데 와 쟈가 미선이하고 놀아.
하고 카메라 미선과 경희쪽으로 옮겨가면,
미선 : (경희에게) 좋은 일자리가 어딧어? 돈 많이 버는데야?
그때 신자 달려와 미선의 등 때리며,
신자 : 닌 여기서 뭐 해?
미선 : (돌아보면) 엄마!
신자 : 니 뭐한다구 술집년하구 맞붙어가지구 여러 말을 주구 받어?
미선 : 아, 왜 그래, 아는 애라서 말 몇 마디 한 거 뿐인데.
신자 : 술집 다니는 년을 니가 뭐 한다구 알아. (하고 경희 가리키며) 얘는 니보다 솔고래들을 더 좋아해. 어데 알고 대니는 것들도 지보다 못한것만 골라가지구... (경희에게) 니 얘랑 놀지마라.
경희 : (신자 맘에 안들게 보다 인숙 보며 밝게 웃으며) 아줌마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요즘 통 우리 가게에 안오시네. 아줌마가 못가게 하시나 보죠? 아줌마는 참 좋겠다. 아저씨가 말을 잘 들어서.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하고 가게로 들어간다)
인숙 : (경희 째려 보고)
$#44.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주방에서 물 한잔 가지고 오고, 전화벨 울리자 전화 받는.
혜자 : 여보세요?
남자E : 거기 이신형씨 댁입니까?
혜자 : 그런대요. 어디세요?
남자E : 여긴 청주 유림댑니다. 이신형씨 계십니까?
혜자 : 지금 없는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사이) 뭐, 뭐라구요? (맘 가라앉히려 애쓰며) 네. 네 (하고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45. 신형의 방안
혜자, 신형의 책상서랍을 이곳저곳 뒤진다. 그러다, 신문쪼가리들을 발견하고 보면,
인써트 - 교수초빙 신문 광고.
혜자, 신문 보고 얼굴 굳어지며 다시 서랍에서 뭔가 다른 종이 꺼내 본다. 여러장의 이력서다. 혜자 이력서까지 보다 어이없다는 듯.
혜자 : (속상한) 하!
$#46. 학교 정문 가는 길, 밤
신형, 뛰어내려간다.
$#47. 한적한 공원
재호, 담담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다. 신형, 그런 재호 안스럽게 보며 재호 옆에 앉아있다.
신형 : 혼자서 어딜 그렇게 다녔어? 전화가 하도 안되길래. 무슨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어.
재호 : (신형 보고, 쓰게 웃는다)
신형 : 이모님, 우리집에 왜 오신거래?
재호 : (피하는) 별일 아니었대요.
신형 : (그런 재호 보다, 애써 밝게) 좋은 소식있어.
재호 : (보면) ?
신형 : 청주에 있는 대학에서 나 오래.
재호 : ?!
신형 : 강의시간두 여기보다 많아. 그리고 내가 알아봤는데 니가 이력서 넜다는 대현그룹도 청주에 지사 있드라.
재호 : (신형이 고맙다, 안스럽게 보며) 정말... 나랑 도망가서 살 생각이라두 하는 거예요?
신형 : 왜, 싫어?
재호 : (고개 젖는다)
신형 : (고맙다, 눈가 그렁해지며) 무슨 일 있어두 내옆에 있어줄꺼지?
재호 : (눈가 그렁해진다, 다짐하듯) 네.
신형 : 정말?
재호 : 정말.
신형 : (재호보고 웃는)
재호 : (신형 보고, 껴 안는다.)
$#48. 신형의 집, 전경
$#49. 거실
병국, 담담하게 앉아있다.
혜자 : (E, 버럭) 이게 뭐야! 이게!
$#50. 안방
신형, 무릎 꿇고 앉아있고 혜자, 신형의 앞에 신문지와 이력서 놓고 소리치고 있다.
혜자 : 말 못해? (버럭) 대답 안해!
신형 : (혜자 보며, 차분하게) 말씀 드릴려구 했어요.
혜자 : 언제? 일 다 저지러구 난 다음에? 그놈하고 지방 내려가서 살림 차리구 난 다음에! 그놈이 그러자구 그러디? 부모가 반대하니까 아주 내빼버리자구!
신형 : (난감하고 속상해 가만 있다) ...
혜자 : 금이야 옥이야 키웠놨더니 어떻게 부모를 이렇게 실망시켜? (하며 신문이며 이력서를 모두 찢는)
신형 : (속상한 얼굴로 그런 혜자 보면)
혜자 : 내가 그 재호란 놈 아무리 좋게 생각할려 그래두 좋게 생각할 수가 없어. 부모가 반대한다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니. 이런 생각하는 자체가 그놈이 부모없이 자란 근본 없는 놈이란 증거야. 너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그 놈하구 결혼할 생각 꿈도 꾸지마, 나쁜 기집애. (하고 신문지 찢어서 신형에게 던지고 나가 버린다)
신형 : (속상한 얼굴이다, 눈가가 그렁하다)
$#51. 주방
혜자, 속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다. 그때, 병국 심란한 얼굴로 주방으로 들어선다.
병국 : 여보...
혜자 : (곱지 않게 보며) 왜요, 일이 이지경이 됐는데두 재혼가 먼가 다시 생각해보자 어쩌자 그소리 할려구 그래요? 지금?
병국 : (얘기가 안 통할 것 같다, 답답한)... 이불 깔아놨어. 먼저 자
혜자 : (그런 병국 보며, 왜 그런가 싶은) ...
$#52. 신형의 방안
신형, 쪼가리들 들고 심란하게 침대맡에 앉아있다. 그때, 거실쪽에서 병국 말하는.
병국E : 신형이... 너 나랑 얘기좀 하자.
신형 : (신문 쪼가리 한쪽에 놓고 나가는)
$#53. 이층 거실
병국, 의자에 앉아있고, 신형, 방에서 나와 병국 옆에 고개 숙이고 앉는다.
병국 : (신형 안스럽게 보며) 엄마한테 많이 혼났냐?
신형 : ...
병국 : 엄마 너무 미워하지 마라. 아버지두 니가 무슨 지방대 알아본다 어쩐다 그런 소리 들었을 때,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거 같드라. 배신감 같은 게 들더라구.
신형 : ...
병국 : 너는 니가하는대로 그래로 내러려두면 될걸, 뭘 그렇게하냐구 생각이 들겠지만 당하는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야. 재호두 지 엄마 저 버리고 간거, 평생 한이지!
신형 : (보면)
병국 : 너는 지금 재호 엄마가 하는걸 똑같이 우리한테 하겠다고 지금 나서는거야.
신형 : ...
병국 : 우릴 버리고 가겠다구? 너같이 순한 놈이 어떻게 그렇게 독한 맘을 품었니?. 참. 독하다, 너. 난 여지껏 니 엄마랑 살아왔지만, 너 혼자 내 버려두구, 우리끼리 뭐하겠다는 생각 한번도 안해봤어. 그런데 넌 하는구나.
신형 : 죄송해요.
병국 : (안스런 마음으로) 재호가 그렇게 좋냐?
신형 : (눈가 그렁해져, 병국 보면)
병국 : 재호없인 못살어?
신형 : (고개 떨구고)
병국 : (맘 아프다, 작게 한숨 쉬며) 하느님이 사람을 너무 복잡하고 요상하게 만들어 놓신거 같애.
신형 : (보면)
병국 : (혼잣말하듯) 그냥 단순하게 밥만 먹으며 살아가게끔 만들어놓으셨으면 좀 좋아. 그 왜 마음이란 걸 만드셔가지구 복잡하게...(일어나 신형 보며) 엄마한테 너무 크게 대들지 마. 낼 보자.(하고 내려가고)
신형 : (고개 숙이고 앉아있는)
$#54. 재호의 집 전경, 아침
$#55. 진숙의 방
재호, 진숙, 인숙, 달건, 희진, 밥상에 모두 앉아 밥 먹고 있다. 그때, 전화벨 울리고 진숙, 밥 먹다가 전화기 보며,
진숙 : 누가 식전 댓바람부터 전화야. (하고 전화받는) 여보세요.
$#56. 신형의 집, 안방
혜자 : 인숙이 좀 바꿔.
$#57. 진숙의 방
진숙 : (다짜고짜 그러는게 짜증스럽지만 참고, 인숙에게) 전화 받어, 혜자야.
재호 : !?
인숙 : (재호, 진숙 눈치보며) 왜 그러지, (하고 전화 받는) 여보세요.
혜자E : 너 오늘 우리집에 좀 일찍 와.
인숙 : 그렇잖아도 밥 먹고 바로 갈려 그랬어.
혜자E : 잘됐네. 그럼 이제 재호 좀 바꿔.
인숙 : 재호? (하고, 재호 보는)
재호 : (인숙 보는) ?!
$#58. 안방
혜자 : 우리 전에 만났던 학교 앞 카페있죠. 거기서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이) 내말 듣고 있어요,
재호E : (사이) 네.
혜자 : 11시에 봐요. (하고, 전화 끊는)
$#59. 진숙의 방
재호 : (끊긴 전화기 들고, 잠시 답답하게 그대로 있다가 내려놓고, 다시 자리로 온다) 식구들, 모두, 재호의 눈치 보는.
재호 : (굳은 얼굴로 밥 먹는다)
진숙 : (그런 재호 걱정스럽게 보다, 인숙 보며) 너 혜자네로 꼭 일을 나가야 되겠니?
인숙 : (미안하지만) 다른데 찾을 때까지 그럴거야.
달건 : (진숙에게) 미안합니다, 처형. 우리가요 이것저것 들어논 적금이 많아가지구...
재호 : (수저 놓고, 일어나 나간다)
진숙 : (그런 재호 걱정스러게 보는)
인숙 : 근데 재영인 어디갔어. 밥 상 차리기전엔 있었는데?
진숙 : 지 오빠 피해, 나갔어. (하고, 일어나 나간다)
인숙 : (진숙 보며) 어디가 밥 안 먹고.
$#60. 재호의 방
재호, 옷을 갈아입고 있다. 그때, 진숙 들어오며.
진숙 : 신형이 엄마가 보자 그러디?
재호 : (옷만 입는)
진숙 : 가서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말해. 이제 그 집에 꿇릴 거 하나 없어. 오늘 회사 발표 난 댔지? 잘 될거 같애?
재호 : ...
진숙 : 제발 그일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
재호 : 다녀올게요. (나가는)
진숙 : (그런 재호 보고)
$#61. 신형의 집 전경
혜자E : 넌 금새 온다는 얘가 이제 오면 어떡하니?
$#62. 신형의 집, 거실
인숙, 장바구니 들고 서 있고, 혜자, 외출복차림으로 서 있다.
인숙 : 오는 길에 시장 들렀는데, 노지 봄동이 좋드라구, 겉절이 할라구.
혜자 : 우리 집 식구들 겉저리 안좋아해.
인숙 : (미안한) 그래.
그때, 신형 호출기들고 내려오며, 혜자에게.
신형 : 엄마.
혜자 : (보면)
신형 : 엄마가 호출기 정지 시켰어요?
혜자 : 그래.
신형 : (어이없는) ...
그때 전화오면,
혜자 : (전화 받는) 여보세요?
남자E : 여기 청주 유림댑니다.
혜자 : 우리 신형이 그 학교 안나갈겁니다.
신형 : (옆에 와) 무슨 전화예요?
혜자 : 합격취소 시키세요. 우리딸 서울에 있는 대학 나갈겁니다. 네 끊습니다. (하고 끊는다)
신형 : 어디서 온 전화냐구 묻잖아?
혜자 : 청주에서 온 전화야. 너 그학교 안나간다 그랬어.
신형 : (화나고, 서운한) 엄마...
혜자 : (인숙 보며) 인숙이 너 오늘 얘 단단히 감시해. 한 발자국도 집에서 못 띠게 해.
인숙 : ?!
혜자 : (신형 보며) 너, 오늘부터 외출금지야. 한 발자국만 뛰어봐. 그땐 너 죽고 나 죽는거야.
신형 : (화나, 이층으로 올라가는)
혜자 : (인숙에게) 쟤 단단히 감시해. 나 나가니까, 문 단속잘하구. (하고 나가는)
인숙 : (안절 부절) ...
$#63. 신형의 방
신형, 참담한 마음으로 쇼파에 앉아있다. 그때, 인숙 올라와.
인숙 : (눈치 보며) 나 여기 앉아두 되니?
신형 : ?
인숙 : 니 엄마가 어디 가지말구 꼭 니 옆에 있으랜다.
신형 : (화나 울음이 왈칵 나는, 애써 외면하고 참는)
$#64. 카페 전경
$#65. 카페 안
재호, 한쪽 테이블에 앉아있다. 조금 초조한 느낌이다. 그때 출입문 열리고 재호 고개 들어 보면 혜자, 들어온다. 재호 보고 멈춰선다. 재호, 일어서고,
시간 경과. 차가 나온다.
재호 : (O.L) !
혜자 : (재호 보며, 단호한) 니가 아무리 근본 없대두, 어른이 말하는거 쉽게 가볍게 받아들일거라고는 생각 안해. 앞으로 우리 신형이 보지 말라구.
재호 : ... (가만 있다 혜자에게) 제가 마음에 안드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혜자 : (재호 보며) 전부 다야.
재호 : (혜자 보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혜자 : 몇 번을 말해? 나이, 집안, 전부 다라고,
재호 : 나이나 집안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
혜자 : (재호 보며, 기막힌) 그래, 좋아, 그럼 둘이 결혼하면 뭐 먹구 살거야? 게 파는 중개일도 그만 두고, 지금 막일한다며?
재호 : ...
혜자 : 막일해서 돈 잘 벌어? 돈 잘 버는 사람이 신형이 박사논문 남겨놓은거 뻔히 알면서, 지방학교 찾아보게 해? 걔가 왜 지방을 내려가야지 돼? 경제적인거 젊으니까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에 말씀. 니 엄마 가난 때문에 집 뛰쳐나갔을 때, 서른 다섯 젊디 젊은 나이였어.
재호 : (모멸감 느끼지만 참고) 직장 알아보고 있습니다. 신형씨, 공부 시킬 수 있습니다. 신형씨, 공부시키면서 제 힘으로 살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게 문제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혜자 : 내 말 못 알아 들어? 신형이 다시 보지 말라구!
재호 : (혜자 보며) 보지 않는다고 하면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혜자 : (재호 보며) ?
재호 : 신형씨가 싫다고 할 때까지 만날겁니다.
혜자 : (화난) 뭐?
재호 : 단념하지 않겠습니다. 절 단념시키실 수 없을 겁니다.
혜자 : 되먹지 못한놈.
재호 : (혜자 보면)
혜자 : 분명히 다시 말해. 나, 너 맘에 안 들어. 삐뚤어 절대로 삐뚤어져서 오기만 남은 너나 니 이모같은 인간, 내가 젤 싫어하는 인간들이야. 우리 신형이 착한 얘야. 내말 들을거야. 우리 다시 보지 말자. (하고 나간다)
재호 : ...
$#66. 카페 밖
혜자, 문 열고 나와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67. 카페 안
재호, 모멸감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앙다물고 참고,
$#68. 대현그룹 앞 거리
재호, 걸어와 회사를 올려다 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69. 회사 로비
사람들 여러명 합격자 명단을 보고 있다. 재호, 걸어와 그 사람들 틈에 끼어, 자기 이름을 찾는다. 명단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내리지만 재호의 이름은 없다. 재호, 암담한 굳은 얼굴로 다시 한 번 명단을 보지만, 이름이 없다. 재호, 허탈하게 돌아서서 로비 빠져나간다.
$#70. 현수의 회사
현수, 일하다가 멍하게 앉아 있다. 다시 일을 시작하지만, 손에 잡히질 않는 모양이다.
$#71. 고수부지, 강가
재호, 담담한 얼굴로 혼자 앉아있다.
혜자E : 경제적인 거 젊으니까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 너희 엄마 가난 때문에 집 뛰쳐나갔을때, 서른 다섯 젊디 젊은 나이었어. 그럼 둘이 결혼하면 뭐 먹고 살거야?
재호, 담배 피워 물고 연기 내뿜는.
$#72. 신형의 방 거실.
신형 쿠션 껴앉고 재호 생각하는 모습
재호E : 나 행복하고 싶어요. 그 여자랑 있으면 편해요.
$73. 고수부지
재호 담배피우는 모습위로
재호E : 행복할수도 있을 것 같애.
$#74.신형의 방
신형, 전화기 쳐다보다 속상한 듯한 괴로운 표정
$#75 고수부지
재호 48번씬 생각하며... 눈물 흐르는.
신형 : (고맙다, 눈가 그렁해지며) 무슨 일 있어두 내옆에 있어줄꺼지?
재호 : (눈가 그렁해진다, 다짐하듯) 네.
신형 : 정말?
재호 : 정말.
$#76. 신형의 방
$#77 고수부지.
재호, 생각하다가 자리에 일어나 걸어가 차에 탄다.
$#78. 차 안
재호, 전화하는,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재호 : (굳은) 장고형, 나 재호야 (사이) 만나자.
하는 재호의 얼굴에서 엔딩.
출처->http://woojungsa.com/fhom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