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천왕봉~비재
대구마루금 백두대간종주대회장님의 그림 퍼다 올린 것입니다.
비실이가 게을러져서 그리기도 싫어서 쌔비다 보고픈 것이죠.
추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즐기는 사람들은 있다.
좋아하지 않으면 피하는게 상책인데 그럴 수는 없고.
참으려니 따분해서 차라리 즐기며 극복해 보려는 것이리라.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온천이 많은데 특히 노천탕은 눈 내리는 추운 겨울철이 재격이라고 한다.
뜨듯한 물속에서 눈을 맞으며 주변 설경을 감상하는 기분이 얼마나 느긋하고 운치가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된다.
긴 겨울을 보내야하는 핀란드 사람들이 추위를 사우나로 즐기는 습관은 잘 알려진 얘기다.
통나무 산막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돌무더기에다 가문비 나뭇잎으로 물을 적셔 뿌리고,
그 수증기에 몸이 달아오르면 바깥의 눈밭에서 마구 뒹굴며 땀을 씻고 열을 식힌다.
매서운 추위를 그냥 견뎌내는 것보다 뜨거운 사우나의 열기로서 지루한 동절기를
즐겨보려는 그들만의 오래된 풍습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북극에 가까운 나라들처럼 겨울이 길지도 않고 춥지가 않아서
그 지겨움을 위로하며 전해오는 풍습이야 없지만
그래도 겨울이 즐거운 건 오로지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는데 있지 않을까.
우리 산꾼들은 물론 눈덮인 마루금을 걸으며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거니와
시대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말엽의 방랑시인 김병연 (김삿갓)이
운자를 혹(或),역(亦),막(莫)으로서 지은 詩 한 수가 이에 화답을 한다.
雲日常多晴日或 (운일상다청일혹) 눈 내리는 날 늘 많고 맑은 날은 드문데
前山旣白後山亦 (전산기백후산역) 앞산은 벌써 희고 뒷산도 또한 마찬가지
퇴窓四面琉鈺壁 (퇴창사면류옥벽) 창을 여니 사방은 유리 같은 옥세상이라
分咐寺童故掃莫 (분부사동고소막) 사미승에게 이르길 일부러 쓸지 말라했네.
장각동 버스정류소 도착.
대목리에서 대목고개로 올라가지 않고 출발지를 장각동으로 변경하여 다소 따분함을 덜게 하였으나
가파른 천왕봉을 다시 올라가야 함으로써 초장부터 심장에 펌프질을 가속하도록 하였다.
둘러치나 메치나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건 마찬가지,
이미 올랐던 산이건만 어차피 대간에 발목 묶인 운명이라 군말 없이 다시 오를 뿐.
장각동 계곡의 첫번째 구름다리에서 준족들을 붙잡고.
두번째 구름다리에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는 노은택 대원.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천왕봉 오름길.
계속 올라가다 천왕봉 8부 능선에서 숨 고르기.
천왕봉 헬기장 도착.
오, 쏠레미오 ~
눈부신 햇빛 아래 천왕봉.
장각동을 출발한지 1시간50분 만에 4.9km 지점의 천왕봉 도착.(예상시간 2시간)
속리산릉의 장엄한 파노라마.
2주 만에 또 왔건만 변함없이 다정하게 반겨주던 천왕봉 비석.
지난번에 그냥 내려갔지만 이번엔 나도 한 장.
멀리 구병산.
저 산줄기가 대간에 이어진다면 참 좋겠는디.
북쪽에 숙제로 남은 청화산.
지각 도착 했시요.

올라왔던 장각동 계곡.
오른쪽의 내려앉은 산줄기가 비재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
대목고개 도착.
여기까지 워밍업 구간이로소이다.
조망 좋은 암릉길은 계속 이어지고.
한 발짝 잘못 내디디면 인생 졸업.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과 입석대의 장엄한 풍경.
뒤따라오던 노은택 나나진 대원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들.
천왕봉을 출발한지 1시간17분 만에 3.7km 지점의 667봉 통과.(예상시간 1시간35분)
왼쪽으로 장각동 계곡을 계속 내려다보며 걸어오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90도로 방향을 꺾어서 진행.
667봉을 내려서면서 형제봉이 눈앞으로 다가서기 시작.
667봉을 통과한지 23분 만에 1.2km 지점의 피앗재 통과.(예상시간 35분)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자 했으나 만수동 계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포기하고 진행.
아우봉(803.3m) 오름길인 6부 능선의 양지바른 비탈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넘어선 후 9부 능선에서 보았던 형제봉 암릉.
피앗재를 통과한지 1시간 만에 1.4km 지점의 형제봉 도착.(예상시간 50분)
형제봉과 갈령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 마주 서있는 상주 화북 청계산(두리봉 877m).
대간 마루금은 바로 앞의 낮은 봉우리인 갈령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진행한다.
북쪽으로 장각동 골짜기와 멀리 있는 산이 청화산이고 오른쪽은 상주 도장산.
형제봉을 출발한지 17분 만에 0.7km 지점의 갈령삼거리 통과.(예상시간 20분)
7차 북진할 때는 보지 못했던 의자와 이정표.
이곳에서도 천왕봉이 보였다.
7차 북진때 시산제를 올렸던 이곳에서 산신님께 고하다.
“산신님이시여, 2013년 2월 23일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진부령까지 올라갔다가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팔공산호랑이와 둘이서만 이제야 진부령
에서 돌아왔나이다. 지리산까지 무탈 종주하도록 부디 굽어 보살피소서.”
감개무량.^^
형제봉을 뒤돌아보니 후미 대원들이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진을 보고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산꾼이 자신인지 아는 대원은 답글을 올리시오 ~
다음에는 누군지 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망원렌즈를 준비해야겠다.
못제 봉우리 오름길 입구에서.
갈령삼거리를 통과한지 34분 만에 1.2km 지점의 못제 통과.(예상시간 40분)
갈령으로 올라가는 고갯길과 청계산(두리봉)의 남쪽 줄기인 암봉과
대궐터산(746.3m)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비재로 진행.
* 청계산의 이름이 여러 가지여서 혼선을 빚게 한다.
남쪽 기슭에 있는 청계암이란 절이 얹혀 있는 산의 이름을 따랐다고 보면 꽤 오래전부터
청계산 이름은 존재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청계산 정상에는 '대궐터산'이란 푯말이 있고 그 이름과 두리봉이라고
기록한 지도가 있는가 하면 이 산의 남쪽 끝봉우리를 대궐터산으로 기록하고 있는
지도도 있어서 명확한 정리가 있어야 하겠다.
마지막 조망바위에서.
바로 앞의 송곳처럼 뾰족한 610 봉우리를 넘으면 비재가 나타나리라.
못제 봉우리를 내려오면서 흙길이 계속 되기에 아이젠을 시원하게 풀었다가
저 뾰족한 봉우리의 오름길에 쌓인 눈을 보고 다시 장착.
허파가 찢어질듯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610봉을 넘어서자 나타난 비재 계단길.
비재는 7차 북진때 보았던 풍경과는 아주 딴판.

생태이동로를 만든다고 크게 변화를 시켰지만 절토한 양쪽 사면의 마감공사를 날림처리 한 탓으로
경사지에 붙은 흙들이 도로가에 많이 떨어져 쌓여 있었다.
큰비라도 내리면 절개지 사면이 힘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풍경이었다.
공사를 발주 하고 감독한 주무관청의 조속한 파악과 시정조치가 필요하다.
반가운 청춘버스.
지난 주말 낙남정맥에선 오뎅라면, 이번엔 떡국에 하산주를 배불리 먹고나니
종주의 피로는 온데간데 없이 풀리면서 산대장의 점입가경 솜씨에 대원들이 탄식을 한다.
자고로 음식은 간이 맞아야 맛있다.
산꾼이 많거나 적거나 인원에 맞춰 간을 잘 맞추는 산대장의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 아깝다,
동절기에 산에서만 먹게 하지 말고 법원 부근에다 분식가게를 차렸으면 참 좋겠구만.
곁들여서 등산용품도 함께 취급하고. 연세가 팔십이 넘으면 산이 힘겨울지도 모르니
생각해 보시길. 메뉴는 얼큰오뎅라면,
소고기떡국, 닭죽, 이 세 가지만 해도 마루금 회원들로서
문전성시를 이룰 듯! 곁들여서 헛하산주도 함께.^^
장각동을 출발한지 6시간37분 만에 도상거리 15.2km 지점의 비재 도착.(예상시간 7시간30분)
삿갓거사와 미리내 대원.

김태분 & 영화광 대원.

비실이 대원.
왜 저렇게 풀이 죽은듯이 내려오나 했더니 부인께서 말 안 듣고 반대편 방향으로 내려갔다나.어쨌다나^^

비재 왼쪽으로 내려온 산들바람 & 권영무 대원.

사진을 별로 찍지 못했다고 푸념하던 팔공산 호랑이 대원.

사진을 최대한 크게 올려달라던 영화광 대원.
그런데 크게 올려봤자 1,050 픽셀로 축소되어 올라오는디.

처남 매부지간에 마지막으로 도착.

땀을 별로 흘리지 않고 도착한 카르페디엠 대원.
중복 코스인 장각동에서 대목고개까지 5.2km를 빼면 대간 실거리는 10km 남짓이고,
대간 구간 중에서는 가장 짧은 코스였다.
후미조가 내려온 시간이 오후 4시쯤이었으니 장각동에서 천왕봉을 거치지 않고
대목리에서 출발했더라면 비재를 통과하여 총 거리 17.4km+2.5km의 화령재까지
늦어도 9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었을 텐데 좀 더 진행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여기는 대원들이 있었다.
다음 구간에 넘어가는 봉황산은 북진하면서 진귀한 얼음보석나무를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도 보게 될런지 기대가 된다. 우선 시기가 비슷하다.
그때는 1월26일이었는데 이번은 2월7일에 지나간다.
왜 얼음보석나무라고 이름을 붙이느냐하면
상고대가 낮밤의 기온 차이로 얼음으로 변한 뒤에
투명한 내부가 햇빛의 반사에 따라서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한 무지개색채를 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명칭을 붙인다면 종빙나무라고 부르고 싶다.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붙은 얼음들을 흔들면 서로 부딪히면서
쩡그렁 쩡그렁 맑은 소리를 내니까 그렇다.
삼랑진의 만어사에 가면
절 부근에 산마루에서 굴러 내려온 바위들이 산 아래로 길게 쌓여있는 곳이 있다.
그 바위들을 돌로 두드리면 신기하게 종소리가 난다.
그래서 절을 찾는 사람들은 그 바위들을 종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상고대를 다른 산에서도 구경한 적은 많이 있었는데
이것이 얼어붙어 보석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던 풍경은 봉황산에서 처음이었다.
아름답고 우아한 봉황이 천상에서 내려와 노닐었다는
영험한 산의 전설과도 잘 어울리는 광경이라 오래토록 기억 속에 남는 것 같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