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시영 한진입니다.
두툼한 회화 표현책 한 권을 달달 암기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고민은 '외국인 앞에서 알고 있는 간단한 표현은 말하겠는데,
조금만 모르는 화제가 나오면 도무지 말을 못하겠다...'였습니다.
TEN English Club이란 회화 프로그램을
몇 년간 강의해 오면서, 비슷한 고민을 여러분들에게서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왜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은 속 시원히 안 나올까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정말 회화를 잘하려면,
책 한권 정도가 아니라, 수 십권을 더 봐얄지도 모르겠다고 자책하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떤 분들은 회화책을 그닥 많이 본 것 같지도 않은데,
나름 쉽게 쉽게 외국인들과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외국인이 쓰는 모든 표현을 절대로 '모두' 알 순 없습니다.
물론 많이 표현을 알수록 대화 실력도 늘 순 있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표현은 모르는 표현입니다.
영어로 말하기를 그나마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위의 제 말의 전제, '영어 표현 모두 알 수도 없고 그건 불가능하다'라고 하는 것이 출발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하나 하나의 표현'에 집착하지 말고,
대화의 '상황'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하는 훈련을 자꾸 하셔야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훈련하면 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말 -> 영어> 식으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영어표현을 뱉어보는 훈련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 훈련을 하실 때는 반드시 '한정된 시간'을 두고 연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화라는 것이 '오래 생각할 만큼의 시간적인 여유'를 갖기 힘든,
한마디로 탁구공 왔다 갔다 하는 식의 '실시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화할 때와 똑같은 상황을 설정해서 연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외국인을 우연히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좀 피곤해 보인다고 얘길했다고 가정해 보죠.
그래서 난 아래 문장과 같이 답을 하고자 합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누웠는데, 잠들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아마 이런 문장은 절대로 '회화책'에는 안 나올 겁니다.
외국인과 조금이라도 대화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외국인과의 대화는 거의 대부분이 여러분이 상황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갈 수 밖에 없는 표현들입니다)
초보자라면 아마도 떠오른 생각 그대로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려 하겠죠.
위에서 말씀드린 '표현'을 그대로 영어로 표현하려는 분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며 말을 만들어 갈 것 같애요....
'어제'는 yesterday고, '너무 피곤해서'는 too tired? 머 이렇게 하면 되겠네.
그 다음 '일찍 누웠는데...' - 흠... 좀 어렵다... 눕다... lie니까... 과거니까 lay인가?
'일찍'은 early하면 되나? 다음이 뭐지?
'잠들기가 너무 힘들다' - sleep hard하면 되나?
그럼 정리하자...
Yesterday, I too tired... I lay early... I sleep hard... ;;;
이렇게 이것저것 따져가며 문장을 만든다해도,
문장 만드는 과정 자체가 최소 30초는 걸릴 겁니다.
대화 상대방이 참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란 거죠.
하지만 '상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아마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너무 피곤했다' + '일찍 누웠다' + '잠들기 힘들었다'
이 세 가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인데,
핵심적인 내용은, '어제 피곤해서, 일찍 잤는데, 잠이 잘 안왔다' 이렇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황에 맞게 '바꿔주는 작업'을 할거란 겁니다.
그래서 짧게 짧게 그 정보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을 해 줍니다.
어제 너무 피곤했다 + 그래서 일찍 잤다 + 그런데 잠을 잘 못잤다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나서, 짧은 정보를 그대로 영어로 바꿔줍니다.
Yesterday, I'm too tired. (be동사를 깜빡했으면 위 처럼 I tired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암튼...)
I go to sleep early. (일찍 누웠다 를 직역하지 않고, 일찍 잤다 로 변형하는 게 중요합니다)
I can't sleep. (잠들기가 너무 힘들다 를 쉽게 잘 수 없었다 로 변형했죠)
그럼 아마 이렇게 말을 이어가겠죠...
Yesterday, I'm too tired. I go to sleep early. But I can't sleep.
어떠세요? 이 표현들이 아주 힘든 건 아니죠.
그럼 이 표현은 완벽한가요? 그렇진 않아요.
일단 시제가 엉망입니다. 과거 시제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어 이론 중에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이,
"말을 많이 하다보면, 점점 정확해진다" 입니다.
문법을 따지기 이전에, 말하고자 하는 '상황'을 위주로
커뮤니케이션의 촛점을 맞춰 훈련하다보면,
'언어의 정확성'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문법지식이나 단어지식을 충분히 쌓으시는 건 기본이겠구요.
그럼 정리합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누웠는데, 잠들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란 말을 영어로 말하려 할 때,
'상황'을 전달하려 애쓰시고, 짧게 짧게 문장의 의미를
상황에 맞게 쉽게 재구성하세요.
그리고 말로 뱉으세요.
그런 다음 점차적으로 말로 뱉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여갈 수 있도록 훈련하세요.
1> 표현 중심으로 우리말을 그대로 번역하려는 초급정도 실력인 분의 문장
=> Yesterday, I too tired... I lay early... I sleep hard... ;;;
2> 상황 중심으로 우리말을 변형해서 말하는 초급정도 실력인 분의 문장
=> Yesterday, I'm too tired. I go to sleep early. But I can't sleep.
3> 기초 지식을 쌓고, 상황 훈련을 꾸준히 한 분의 문장
=> Yesterday I was too tired, so I went to sleep early. But it was so hard to fall asleep.
결론적으로,
'영어가 왜 안 나오죠?'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1>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려 하지 마세요.
2> '상황'에 맞게 짧게 짧게 문장을 변형하세요.
3> '말'을 짧은 시간에 바로 뱉어내는 훈련을 하세요.
이렇게 소위 말하는 '동시통역식 연습'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영어로 대답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훈련을 하면 할 수록 답이 나오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그럼 이만... ^^
첫댓글 정말 주옥같은 조언이에요.. 한진 샘.. 이제 칼럼리스트로 한번 나가셔야 할듯..^^ 저는 학생때.. NTC에서 나온 표현사전을 다 외웠는데.. 대화가.. 5분을 넘기 힘들었다는.. OTL
지금은 OTL이지만 1000개 연습하면 답이 나오는 시간이 짧아질거라 믿습니당^-^ㅎㅎ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말씀이네요~ 외워서 말을 한다는 것의 한계를 다시 깨닫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려는 습관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것 같네요.
완벽하게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는것 보다 선생님께서 지적해 임기응변으로 상황에 맞게
그리고 말을 짧은 시간에 바로 나올수 있도록 훈련이 해야 하는군요
와... 정말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