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권대섭 도자展
-생활백자를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수작들
연백조자(燃白造磁)는 무심의 수양심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내연하며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주변 많은 선량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 더 알려진 도예가 권대섭의 창작 작업 출발선도 이것과 정신적 맥을 같이한다.
반상은 물론이고 왕실에까지 진상되던 백자는 가장 가깝게 우리와 만나던 생활도구로서, 조선조를 관통하고 시대를 풍미했다. 권대섭은 자신의 작품이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정제된 도자임을 주장하고 실생활에서 편히 접하는 도구가 되기를 희구한다.
흔하고 질펀한 도장인 분원에서 수작업으로 빚은 권대섭의 백자는 예술로 승화되었다. 추억의 언저리에 남아있던 백자는 명맥 잇기의 막중한 사명을 띄고 도예가 권대섭에 의해 연구되고 다듬어져 예술품의 반열에 올라있다.
여건․환경이 조선과 지금이 같을 리 없지만 혼 줄은 하나이다. 성취코자 하는 자는 이룰것임을 보여준 끈질긴 도예작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의연함으로 나타난다. 창작이 자유롭듯 용도도 다양한 권대섭의 창작품들은 설백(雪白),유백(乳白),청백(淸白)으로 나뉘어져 흰색과 다른 다양성의 경계를 보여준다. 흑유(黑釉)에서도 불균일 철분의 응용을 만날 수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일본 구슈에서 다섯 해 백자(白磁) 수학을 한 그가 오월 하순, 갤러리 조에서 베푼 현란한 백자 폐스티발은 정갈함 속에 깃들어 있는 백자 항아리와 사발의 품위를 한껏 높인 것들이었다. 자연에서 찿은 백색과 흑유의 만남은 환타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색․선․형 등이 이루어 내는 조형미는 평범을 이끌어 내고 있고, 백색을 주조로 한 그의 작품들을 통해 옛날 도공들의 멋과 신명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권 도예가의 타인과 가장 차별화 되는 작업은 백자의 귀족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장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