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 의호마을, 물레방아 돌게 되면
영월군문화관광해설사 김원식
아픔과 기쁨은 흐르는 세월 따라 잊혀지게 되고, 기억하는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옛 일이 됩니다. 옛일이란 함께 울고 기뻐했던 마을의 역사이자 문화를 말함이지요. 고난과 평안의 역사는 수례바퀴처럼 돌고 도는 순환의 연속이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전례전통문화로 정착되어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하더라도 결코 잊혀지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영월군 주천면 신일1리 의호마을에는 마을만이 기억하는 옛날 옛날의 역사와 문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조선국 제6대 단종임금과 의호마을 사이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연이 있었지요.
상왕의 자리에서 졸지에 노산군되어 유월의 무더위가 발길을 붙잡는 물레방앗간이 있었습니다.
1457년 6월27일의 밤을 공순원 주막에서 잠을 청하는 임금에게는 문살을 파고드는 그믐달처럼 밀려오는 아픔과 그리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튿날 아침 나래실 냇물을 따라 내려오다 의호마을 어귀에 있는 물레방앗간을 지나게 된 임금의 발걸음은 이승에서는 마지막으로 걸으셨던 길이 됩니다.
두 번째로는,
임금께서 승하하신지 241년이 되어서야 숙종임금의 슬기로운 지혜와 혜안의 공덕으로 단종이라는 이름으로 복위 되셨으니, 임금을 대신하여 첫 제향을 올리려 원주감영을 출발한 관찰사 일행은 1699년 3월2일 의호마을의 주천강 배터거리에 도착하게 되었지요. 백성들은 임금으로 복위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었고 50여인의 군졸과 우마차에 제물을 싣고 영월 장릉으로의 제향길을 나섰다는 소식에 의호마을과 강 건너마을 백성들은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몇날 몇일을 준비한 섶다리 두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관찰사 일행을 만나게 된 백성들은 기쁨가득 환호성을 지르면서 맞이하게 되었지요. 그도 그럴것이 241년 전인 1457년 10월의 24일의 날에 사약을 받고 승하하셔야만 했던 아픔을 백성들 가슴에 자자손손 이어지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확 풀어제칠 제향 길이었으니까요, “하도 기뻐 주천현 백성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두틀의 섶다리를 놓았으니 가마를 타신 그대로 이 강을 건너소서!”라면서 공경의 예를 다하여 맞이하였던 주천강 배터거리에 놓여진 쌍섶다리가 됩니다.
세 번째로는
호랑이와 사람의 만남에 대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주천면 신일리 금산자락에 살고 있던 금사하와 함께 한양을 조금이라도 더 바라볼 수 있는 망산에 올라 숙종임금의 3년상을 마칠때까지 애써 참아내던 노 호랑이는, 3일 후가 되는 1723년 6월 11일, 금사하의 집 마당에서 생명을 다하게 됩니다. 호랑이와 사람의 귀한 인연으로 임금에 대한 충심을 후대에 전하고자 강원감영의 순영이 세워준 호비가 있습니다. 바로 의호마을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되는 의호총 묘비명이 그 옛날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지요
네 번째로는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이야기입니다만, 메밀꽃이 피어나면 물레방앗간의 애틋한 사랑과 향수가 달빛따라 번져나고 있었습니다.
늦여름이 짙게 물든 달밤에 心鄕이와 사랑을 나누었던 酒蓮이는 한시진 거리에 있는 물레방앗간과 언덕배기 비탈에 피어나던 메밀꽃밭을 찾아왔었지요.
心鄕이 또한 스무해 전의 꿈만 같은 사랑을 기억하기에 주천장터에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장을 보곤 제천 장으로 향하면서 메밀꽃이 피어난 물레방앗간 앞으로 나 있는 길을 지나게 되었지요.
장날을 따라 다니면서 돌고 도는 순환의 장터 길은 진부에서부터 시작하여 봉평에서 장을 보고 대화장과 평창장을 거쳐 주천장터에서 마지막 장을 보곤 제천 장에서 준비한 물건을 나귀 등짐에 싣고, 다시 주천에서 평창으로 대화와 봉평 그리고 진부까지 이어지는 순환의 장터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주천장이 파할 무렵 주천댁이 이밥에 말아준 소머리국을 먹으면서 막걸리 서너잔에 취기가 오른 心鄕은 나귀의 고삐를 쥐고 자신이 끌고 가는 것인지 자신이 나귀에게 끌려가는 것인지 알수없는 밤길을, 물레방앗간 앞에 만 오면 당나귀는 발길을 멈추고 서 있는 것이었지요. 오랜 세월을 함께하였기에 나귀도 알고 있는 물레방앗간과 메밀꽃밭을 心鄕이라고 어찌 기억하지 못하겠는지요.
준비된 만남으로 이뤄졌던 사랑 앞에서 헤어져야만 했던 酒蓮이를 찾으려고 오랜 세월동안 장터길을 순례하면서 “언젠가는 만나겠지, 어느 장터에서든 만날 수 있겠지” 그 마음하나로 20여년을 버텨온 心鄕과 나귀이었지요.
그 날도 달빛이 길을 밝혀주는 의호마을 앞길에서 꿈에도 그리던 酒蓮이를 만나게 되었지요.
먼 발치에서도 알아본 心鄕이와 酒蓮이는 짚신이 벗어지는 줄도 모르고 달려와 와락 끌어 않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만남의 기쁨을 환하게 웃어제치는 달빛고운 밤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지요. 오랜 세월을 기다리는 동안 준비했던 만남으로 장터의 순례길은 마감되고 물레방앗간 옆에는 초가집이 지어지고 복되게 잘 살았다는 옛 이야기 속의 의호마을이지요.
다섯 번째로는, 주천 지명의 근원이 되는 술샘이 있고,
여섯 번째로는,
조선국 조정의 문관들이 영월 장릉의 단종임금에게 제향과 참배를 위한 원행에서 주천현에 머물면서 빙허루와 청허루에 올라 시조를 지었던 옛 기록들이 남아 있었지요.
모든 것은 과거, 과거라는 이름의 옛날이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과거이었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설화를 되찾아 내고 정체성을 확립하여 마을 주민 모두가 잘살아 보자고 실천하는 의호마을의 새농어촌건설운동은 이렇게 시작되어 미래의 꿈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곡식은 흙의 향기로 자라야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생명농업이 기다리는 마평 뜰에서 꽹과리에 징을 치면서 농악소리 가락 따라 신명나게 모를 심던 5월을,
마을 주민이었던 금사하가
숙종임금의 3년상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밤낮으로 지켜주던 의로운 호랑이 이었다고 1743년에 세운 비석은 증명하고 있었으니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는 마을만의 역사와 문화적 자원으로, 의로운 호랑이가 이승을 떠난 1723년 6월 11일 이었으니, 그날을 잡아 의호 총에 정성을 다하여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의로운 호랑이에게 제사를,
강원관찰사에게 “단종임금의 제향 길을 편안하게 건너소서” 라면서
놓아드렸던 주천강 섶다리 있었으니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열심히 일 해준 농토에게 편안하게 비워줄 수확을 마치면, 하늘 키만큼 자라난 갈대밭 하얀 꽃이 늦가을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주천강에 쌍섶다리를,
단종임금의 발자국 따라
마을 안길에 남아 있었으니 임금이 걸으셨던 길에는 물레방앗간과 마을안길 복원을,
임금의 제향 길에 메밀꽃이 피어나면,
밀려오는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허생원과 여인은 서로가 서로의 만남을 위해 애타는 가슴으로 매년 찾아오던 물레방앗간과 메밀꽃밭에서 기다림이 길어지면, 그리움을 동여매던 메밀꽃밭과 물레방앗간 복원을!!!
이 모든 것은 미래의 풍요를 약속하는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되기에,
사람공경 가치존중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진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영월군 주천면 신일1리 의호마을이었습니다.
2012년 4월 20일 금요일, 오후 9:28:33 초고작성
2012년 5월 5일 01시11분 원고 교정 1차 탈고
의호마을,_물레방아_돌게되면-희망영월5월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