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1970년에 펴낸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상품의 기능보다는 상품이 상징하는 권위를 구매함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품을 구입하려는 것은 경제 ·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거나 과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명품 제조업체들은 현대인들의 이런 소비심리를 적극 활용한다. 루이뷔통 · 샤넬 · 프라다 등과 함께 세계적인 명품업체로 꼽히는 프랑스의 에르메스도 창업 초기부터 ‘상류층이 구입하는 제품’이란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다.
1837년 말 안장과 마구(馬具) 용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연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는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1등상을 수상할 정도로 솜씨를 인정받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왕실과 귀족에게 판매했다. 사륜마차 ‘뒤크’와 말, 마부가 그려진 로고를 사용하며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족기업으로 성장한 에르메스는 1923년 지퍼를 단 최초의 가방 ‘볼리드’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20년대 말부터 시계, 향수, 의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에르메스는 일반 제품과는 가격대가 다른 프리미엄 라인업을 따로 두고 있다. 샹송 가수 제인 버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버킨백’과 모나코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즐겨 들었다는 ‘켈리백’이 대표적이다. 가방 장인(匠人)이 18~20시간을 들여 만든다는 두 제품의 가격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버킨백은 국내 재벌가 여성들이 구입하는 가방으로 유명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가 버킨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전 대통령의 부인은 켈리백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국정감사에서 1000만원이 넘는 켈리백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올랐다. 그해 8월 미국 뉴욕의 여성사업가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경천동지할 일이다. 에르메스의 장인도 자신이 만든 가방이 뇌물로 전달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자고로 명품 가방을 든다고 명품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