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에 발생하는 주요바이러스
고추에서는 세계적으로 약 45종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연구결과 4종의 바이러스(PMMoV, CMV, PepMoV, BBWV)가 고추 바이러스병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고추 재배양식에 따라 상당히 다른 바이러스 병 발생양상을 보인다.
고추마일드모틀바이러스(Pepper mild mottle virus, PMMoV)
PMMoV는 토바모바이러스(tobamovirus) 속(genus)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크기는 310×18 nm 이며, 모양은 곧은 막대형 바이러스이다. 과거에는 Tobacco mosaic virus(TMV)와 형태적으로 동일하여 TMV의 한 계통으로 취급되기도 하였으나 분류학적으로 다른 바이러스이다. 즙액에서 바이러스는 95℃ 이상에서 10분 동안 가열해야 사멸되며, 실온에서는 최소한 한 달 이상 감염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결건조한 조직에서는 수년 동안 병원성을 잃지 않는다. PMMoV는 식물체 전체에 감염되며 바이러스의 밀도는 높은 편이고 주요 전염은 식물체의 즙액, 식물체간의 접촉, 감염종자, 오염된 재배환경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매개충에 의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병징은 주로 생육 초기에 발생하며, 많은 경우 황색얼룩무늬가 잎에 나타나고 전체적인 생육이 건전주에 비해 부진하며 잔가지에 괴사조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ucumber mosaic virus, CMV)
CMV는 직경이 약 30 nm인 구형바이러스로 큐커모바이러스(cucumovirus) 속(genus)에 속한다. CMV는 굉장히 많은 식물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계통들이 보고되어 있다. CMV의 불활화온도는 55~70℃ 정도이며, 실온에서 1~10일 정도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 CMV는 60 종 이상의 매개충이 알려져 있으며, 주로 진딧물류에 의해 충매전염된다. 고추에서 CMV의 감염은 생육중기 정도에 주변 잡초 등의 전염원에서 날아온 보독진딧물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 감염된 고추는 잎에 일반적으로 요철(凹凸)이 있는 황색모자이크 증상을 나타낸다. 바이러스가 식물체 전체에 감염된 이후에 새로 나온 잎은 작고 가늘며, 심한 경우 고사리잎처럼 되기도 한다.
고추모틀바이러스(Pepper mottle virus, PepMoV)
PepMoV는 실모양의 형태로 길이가 약 700nm, 폭이 12nm이며, 포티바이러스(potyvirus) 속(genus)에 속한다. 고추에서 처음 보고 되었으며, 자연상태에서 주로 가지과 식물에 발생하며 기주범위는 넓지 않다. PepMoV의 불활화온도는 약 55℃이며, 실온에서 3일 정도 감염력이 지속되며, 식물체 조즙액에서 바이러스 입자의 밀도는 낮다. PepMoV는 진딧물류에 의해 전염되며 바이러스는 충체내에서 증식되지 않으며 보독충은 식물체를 가해한 후 곧 전염력을 상실한다. 고추에서의 병징은 잎에 노란색얼룩무늬가 주로 나타나고 엽맥부분이 진한 녹색을 띄기도 한다.
잠두위조바이러스(Broad bean wilt virus, BBWV)
BBWV는 직경이 약 30nm인 구형바이러스로 파바바이러스(fabavirus) 속(genus)에 속한다. 현재 BBWV1과 BBWV2 두 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국내 발생 바이러스는 BBWV2로 확인되었다. 이 바이러스의 불활화온도는 약 60℃이며, 실온에서 4일 정도 감염력을 지속할 수 있으며 식물체 조즙액은 바이러스 밀도가 매우 높다. 인위적인 즙액접종으로 쉽게 전염되며 종자전염은 되지 않는다. 병징은 잎의 엽맥부분이 밝은 초록색을 띄는 모자이크 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병징에 의해서 바이러스를 진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발생생태 및 대책
생육중인 고추에서 바이러스 병의 발병정도는 최근 조사결과에 의하면 노지고추가 약 30%, 시설고추가 약 10% 정도이다. 이것은 병징에 의한 육안조사 결과이며 실질적인 감염율은 병징을 나타내지 않는 감염주를 감안할 때 더욱 높을 것으로 생각되며, 노지고추의 경우 수확기에 이르면 진딧물에 의해 바이러스의 확산은 더욱 심해진다. 포장에서 고추는 한 종 또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복합감염되며 다양한 형태의 병징을 보인다.
시설고추
시설재배 고추에서 바이러스 각각의 감염율은 PMMoV(50%), PepMoV(37%), CMV(7%), BBWV(6%) 순으로 나타나며, 한가지 바이러스에 단독감염된 경우가 약 85%,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복합감염된 경우가 약 15% 이다. 시설고추는 바이러스 매개충인 진딧물과 일차적으로 격리되기 때문에 종자 또는 토양 그리고 기타 오염된 재배환경에서 전염되는 PMMoV가 진딧물에 의해 전염되는 3가지 바이러스(PepMoV, CMV, BBWV) 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또한 시설재배는 매년 연작으로 인하여 재배환경 중에 PMMoV의 전염원의 밀도가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PMMoV의 발생을 더욱 조장하게 된다. 과거에 보면 시판고추 종자의 많은 경우가 PMMoV에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접촉에 의해 쉽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육묘과정 및 농작업시 매우 유념하여야 한다. 한편 보독진딧물이 시설내로 침입하게 되면 진딧물에 의한 바이러스의 확산도 쉽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바이러스 이병주는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것이 좋은 방제 방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설고추에서는 육묘과정에서 종자 및 접촉전염하는 PMMoV 감염주의 제거와 시설내 철저한 진딧물 방제, 그리고 바이러스 이병주를 조기제거 한다면 바이러스 병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노지고추
노지재배 고추에서 바이러스 각각의 감염율은 CMV(60%), BBWV(60%) PepMoV (30%), PMMoV(25%), 순으로 나타나며, 한가지 바이러스에 단독감염된 경우가 약 40%,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복합감염된 경우가 약 60%로 시설재배 고추보다 휠씬 많은 바이러스 발생량을 보이며, 완전히 다른 발생양상을 나타낸다. 노지고추는 매개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진딧물이 옮기는 3가지 바이러스(PepMoV, CMV, BBWV)의 발생이 시설고추에 비해 현저히 높으며, 매개충이 없는 PMMoV는 상대적으로 감염율이 낮게 나타난다. 또한 보독진딧물의 활동으로 인하여 많은 경우의 고추가 복합감염 되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바이러스 병징을 보이며 그 피해 또한 더욱 심해진다. 육묘과정에서 바이러스병 방제는 시설고추와 동일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적으로 포장전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진딧물의 방제가 시설고추에 비해 어렵다 하더라도 진딧물의 활동이 시작되기 전 포장주위의 초기 전염원인 잡초의 제거는 좋은 방제 수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