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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보석 모로코(Morocco)
4. 고대 수도 마라케시(Marrakech)
마라케시의 올드 메디나는 미로의 연속으로 숙소 찾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분명 엊그제 아침에 출발했는데 다시 찾아가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가까스로 숙소를 찾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2박 3일의 힘든 사하라 사파리의 여독을 풀었다.다음날은 마라케시 중앙광장인 자마 엘프나 광장, 사디안 묘, 그리고 마라케시 전통시장의 골목길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1> 자마 엘프나 광장
자마 엘프나 광장(Jamaa el-Fna Square)은 마라케시 중앙광장으로 항상 관광객들과 장사꾼들로 북적이며, 저녁이면 휘황한 불빛 아래 갖가지 행사가 열리는 축제의 광장이다.
자마 엘프나 광장 / 광장의 밤 / 쿠토비아 모스크
한 편에서는 음악공연, 코브라 부리는 사람, 비보이 공연, 마술로 공중에 떠 있는 사람, 가지가지 잡화들을 벌여놓은 수많은 장사꾼들, 이곳저곳에는 과일 가게들... 아무래도 돈을 달랄 듯 싶어 코브라 쇼를 멀찍이서 줌으로 당겨 찍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녀석이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20디르함(2.400원)을 내놓으라는 것을 5디르함(600원)을 주고 뺑소니를 쳤다.
광장 한편에는 1197년에 준공된 아름다운 쿠토비아(Koutoubia Mosque) 사원의 모스크가 우뚝 솟아있는데 높이가 68m, 그 아래 사원 면적은 5.400㎡나 되며, 마라케시의 중심이자 상징이라고 한다.
<2> 사디안 묘
다음 찾아간 곳은 바히야(Bahia) 궁전, 엘 바디(El Badi) 궁전과 사디안묘(Saadian Tomb)로, 우선 사디안 묘부터 보기로 했는데 입장료가 12디르함이나 되어 기대가 컸지만 미치지는 못했다고 할까... 우선 작은 문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기대가 컸는데 들어가 보니 의외로 정원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좁은 공간에 나무 몇 그루와 화단, 그리고 조그만 오픈된 방(공간)과 한쪽에 무덤인 듯싶은 건물의 문이 보이는데 또다시 구불구불 긴 줄이 늘어서 있다. 1시간 이상이나 기다린 끝에 문 앞에 다다랐는데 들어가지는 못하고 들여다보고 사진만 찍으란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화려한 금박타일과 온통 형형색색의 정교한 꽃무늬와 아라베스크 문양들, 의외로 작은 대리석 관. 아름답기는 한데... 뒷사람을 위해 10초 정도 기웃거리며 사진만 찍고 돌아서려니 조금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묘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대리석과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바깥의 뜰에는 가족과 군인 및 신하들의 무덤도 있으니 만수르의 무덤이 아니라 사디안 왕가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맞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르기에는 너무나 협소하고 입구의 문도 초라하기 짝이 없는 쪽문이다.
이 사디안묘는 사디(Saadi) 왕조를 연 아흐마드 알 만수르(Ahmad al-Mansour) 왕의 무덤으로, 16세기 초 포르투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모로코의 황금기를 열었다고 하는데 그 기념으로 왕궁 엘 바디 궁전을 건축하였으며 이곳 마라케시(Marrakech)를 수도로 삼았다고 한다.
사디안묘 입장 / 벽면의 코란 구절 / 아름다운 타일 / 만수르의 관
그러나 뒤를 이은 알라위(Alawite) 왕조의 2대 왕이었던 이스마일(Isma'il ibn Sharif)은 옛 시가지를 허물고 40km의 3중의 벽으로 둘러싸인 카스바(Qasba)를 건설하며 사디안묘는 높은 담으로 둘러쌓고 철저히 봉쇄해 버렸었다고 한다. 줄을 서서 벽면의 기하학적 문양을 보고 있는데 뒤에 섰던 아랍 젊은이가 벽면을 보며 중얼중얼 글을 읽는 소리가 난다. ‘Is that Koran?’ 했더니 ‘Yes’ 하면서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고 해석을 해 준다.
그 옆에 바히야 궁전이 있었는데 시간도 촉박하고 돈도 아까워 그냥 패스... 마조렐 정원, 자르딘 정원도 패스... 그까짓 꽃 구경이야... ㅎ 우리 늙은이들 취향에 맞는 전통시장을 보러 갔다.
마라케시 전통시장 쑥(Souk)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니는데 제법 볼만하다. 우리는 어차피 물건을 살 일이 없으니 눈 구경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3> 숙소 벨코 노마드
우리가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로 오기 전에 예약해 둔 숙소가 벨코 노마드(Belko Nomads)였다. 지도상으로 보면 구시장인 메디나(Medina)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이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자마 엘프나 광장으로 갔는데 과연 그 옆에 붉은 성벽(흙담)으로 둘러싸인 메디나가 보인다. 길거리의 경찰한테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으니 저쪽 메디나안쪽의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지도를 펴들고, 핸드폰 지도를 들여다보며 골목길을 헤매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길모퉁이에 있는 30대 중반의 가게 주인한테 지도를 내밀었더니 자기가 잘 안다며 옆의 친구에게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이 친구를 따라가라고 한다. 속절없이 무거운 배낭을 추스르며 따라가는데...
한없이 꼬부랑거리는 골목을 계속 가는데 눈치가 일부러 빙빙 도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20여 분 헉헉거리며 따라갔더니 좁은 골목길 간판도 없는 작은 대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주인이 나오더니 우리 숙소가 맞다고 한다. 그리고는 길 안내 녀석이 손을 내밀며 20디르함(2,800원)을 달라고 한다. 가까스로 10디르함...
모로코에서 몇 번이나 경험했지만 메디나 안에 있는 숙소는 정말 찾기 힘들고, 또 길 찾는 낌새만 보이면 길안내꾼들이 어김없이 달라붙어 길 안내를 해 주겠다고... 그리고는 어김없이 돈을 요구한다. 거짓말 같겠지만 우리가 사막투어를 하고 다시 돌아와서도 이 숙소를 못 찾아 또 헤매었다.
사파리에서 돌아온 다음 날, 숙소를 나서며 우리는 숙소 대문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골목에 나와 사진도 찍고... 조금 나오다 보니 길을 파헤치고 공사를 한다. ‘임교장, 이 공사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네. 이따 올 때는 이 공사 현장에만 오면...’ 그리고는 나와서 종일 구경을 하고 저녁이 되어 다시 숙소로 가는데... 골목을 몇 번이나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 보니 다행히 아침에 보았던 공사현장을 찾았다.
아이고... 이제야 찾았네... 둘이 마주보고 웃으며 ‘ 요리로 가서... 요 골목으로 들어가면...’
하고 가보니 엉뚱한 골목이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공사 부근을 한 시간 이상이나 뱅뱅 돌다가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우리의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메디나의 골목길은 정~~말 찾기 힘들다.
5. 또 다른 옛 모로코왕국의 수도 페스(Fes/Fez)
모로코의 옛 수도였던 페스(Fes)는 동물 가죽 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관광도시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설립되어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 칼라위인 (Qaraouiyne)대학 등 볼거리가 굉장히 많은 도시였다. 마라케시에서 페스의 숙소를 예약하며 제발 메디나 가운데만 아니기를 빌었는데 이 무슨 애꿎은 운명의 장난인가 또다시 메디나 안에 있을 줄이야...
가죽제품들 / 밥 보젤루드(블루 게이트) / 페스 중앙광장
<1> 악몽의 메디나(Medina) 숙소
모로코로 들어오기 전 미리 짐작은 했었지만 모로코는 어디를 가나 여행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 이곳 페스에서는 택시 타는 것부터 숙소 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한번 적어 본다.
저녁 8시쯤 페스에 도착해서 지도를 펴들고 우리의 숙소를 물어보았더니 메디나 안에 있다며 거리가 머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한다. 그러잖아 배낭도 무겁고, 날도 어둡고..... 택시 정류장으로 가는데 웬 40대 녀석 ‘택시?’ 하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택시 기사 복장이기에 지도를 보여주며 ‘얼마?’ 했더니 ‘50디르함(6천 원 정도)’ 한다.
오케이~. 하고는 따라갔는데 기사가 앉아있는 택시로 가더니 기사에게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우리보고 타란다. 택시에 오르며 조금 미심쩍어 택시에 앉아있던 기사에게 ‘얼마?’ 했더니 ‘40디르함’ 한다. 데리고 오던 녀석이 50디르함이라고 했는데 싸다! ‘오케이!!’ 택시 뒤 트렁크에 우리 배낭을 싣고... 그런데 채 5분도 안되어 다 왔다고 내리라는데 보니 숙소가 아니고 메디나 문 앞이다. ‘우리 숙소는?’ 했더니 메디나 안에 있어 택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나중 알아봤더니 택시비 10디르함이면 충분하다고... 끓
모로코는 가는 도시마다 메디나가 있는데 견고한 진흙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대 성곽으로 성곽 안쪽 메디나는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이 얽혀있고 주거지역, 상업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세월이 지나면서 메디나 성곽 바깥쪽으로 신시가지가 생겨서 전체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많아졌는데 메디나의 크기는 도시마다 다르지만 보통 성곽 둘레가 4~6 km 쯤 되는 것 같다. 골목길이 워낙 좁다보니 작은 손수레나 당나귀로 짐을 실어 나르고 대부분은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운반한다. 우리는 택시에서 내려 배낭을 짊어지고 문을 들어서는데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가는데 미로가 끝도 없다. 또 결국 길 안내를 세우고서야 찾아갔는데...
우리가 예약한 숙소주인 녀석은 우리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방에 빈대(Bed Bug)가 많아서 약을 뿌려서 잘 수가 없으니 자기 형(Brother)이 운영하는 숙소로 가라며 열 두어 살 먹은 소년을 보고 길 안내를 하라고 하며 따라가란다. 제기럴... 배낭도 무겁고 10시가 다 돼 가는데... 항의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 터덜터덜 소년을 따라나섰는데 이 녀석.... 가깝다더니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한없이 간다. 얼마나 갔을까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소년이 간판도 없는 집 앞에 도착해서는 이 집이라며 손바닥을 내밀고 길안내 수고비를 달라고 한다. ‘잠깐, 일단 들어가서...’ 소년이 문을 두드리니 주인 녀석이 나오는데 오늘은 손님을 받지 못한다고 하며 문을 열어 보여주는데 모든 방에 불이 꺼져있다.
이런 넨장... 그러더니 소년을 따라 자기 아버지가 운영하는 숙소가 좋으니 그리로 가라고 한다. 무지 짜증이 나고 화가 치미는데 소년이 앞서가다 돌아서며 또 손바닥을 내민다. 그러잖아 화가 치미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내질렀다.
‘가깝다더니 이리저리 골목길을 헤매게 해놓고는...’ (You said It's very close... Is it close? It's maze...)
소년은 퉁퉁 부은 얼굴로 골목길의 깡통을 걷어차며 걷는다. 더 가관인 것은 세 번째 숙소의 60대의 돼지 같은 영감탱이는 내가 예약한, 두 사람이 1박에 60디르함 예약서(핸드폰)를 보여주었더니 자기는 그렇게 싸게는 할 수 없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그럼 아들한테 전화를 해봐!’ 내가 볼멘소리로 따졌더니 영감탱이 전화기를 들고 한참 통화를 하더니 계약은 그렇게 한 것이 맞지만 자기는 그런 가격으로 사람을 받아본 적이 없단다.
‘그럼 얼마냐?’ ‘1박에 1인당 100디르함이다.’ 이런 빌어먹을... 두 사람이 1박에 60디르함인데...
‘임교장 갑시다.’ 내가 배낭을 다시 메며 일어서자 임교장은 울상을 하며 ‘선배님 거의 12시가 됐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배낭을 메고 돌아섰더니 주인영감... ‘그러면 1인 1박에 60디르함이면??’ 임교장이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결국 1인 1박에 60디르함으로... 되돌아서서 들어오는데 기분이 더럽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짐작되었다. 망할 놈들....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너희들, 12시인데 설마 가기야 하겠어?’ 이런 속셈... 어쨌거나 숙소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이곳이 8세기 건축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메디나 엘 발리(El Bali)였다.
<2> 가죽염색공장(Tannery)
이튿날 아침 술주정뱅이처럼 생긴 40대 중반의 아들 녀석이 50디르함에 길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잖아 길 찾기가 어려운데... 녀석은 우리를 골고루 데리고 다니며 안내를 한다. 수공예품 가게, 카펫가게, 향수와 크림 가게.... 화장품 가게에서 모로코의 특산으로 모로코 전통요리에도 들어간다는 아르간 오일(Argan Oil)... 향수와 크림제조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는데 향수와 크림을 사라고 성화다.
사진을 찍어도 돈을 요구하고, 특히 여성들은 찍지 말라는 안내 녀석의 경고에 사기는커녕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그리고는 점심때쯤 우리를 가죽염색공장(Tannery) 입구에 데려다주고는 빠이빠이다. 꼬불꼬불 가죽제품 가게와 공방(工房)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 보니 옥상인데 관광객들로 이미 꽉 차 있다.
눈 아래 펼쳐진 광경은... 우리가 사진으로 보던 바로 그 동물가죽 염색공장(Tannery)이었다.
흡사 벌집처럼 생긴 칸막이마다 형형색색의 가죽염색 물감들이 들어있고 염색공들은 물먹은 무거운 가죽들을 뒤집으며 치대느라 구슬땀을 흘리는데 관광객들은 그 칸막이 위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그리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로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당나귀에 실려 온 가죽들은 이곳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을 한 다음 염색과 가공공정을 거쳐 천연가죽으로 만든다고 한다. 동물의 가죽은 부패하기 쉽고 건조하면 딱딱해져서 무두질(Tanning)이 필요한데 가죽에 붙어있는 털, 지방, 살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다.
무두질이 끝나면 염색과정인데 갈색 재료는 나무껍질, 녹색은 박하, 빨간색은 개 양귀비꽃, 파란색은 인디고(Indigo), 노란색은 샤프란(Saffron) 꽃 등에서 추출하는 염료인데 착색이 잘되게 비둘기 배설물이 첨가되고 염료가 골고루 착색되도록 계속 뒤집어주어야 한다니 그 노고가 짐작이 간다.
특히 샤프란은 염료 채취하기도 힘들과 샤프란 자체의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노란색 가죽의 가격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염색이 끝나면 햇빛에 건조시키는데 마른 후 칼로 일일이 말린 가죽을 펴고 늘리는 작업을 해야 가죽원단이 완성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무두질과 염색과정을 거쳐 가죽원단이 탄생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모로코 페스(Fes)는 고대로부터 가죽으로 가방, 마구(馬具), 갑옷, 칼집, 부츠(Boots), 샌들(Sandal) 등을 생산해 왔기 때문에 무두질 기법과 염색기술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죽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한쪽 옆에는 각종 동물들의 털을 뽑아 종류별로 수북이 쌓아놓은 곳도 있고 가죽을 잡아 늘려 말리는 곳도 있다. 가죽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은 낙타, 말, 양, 염소 등이라는데 털들은 종류별로 모아 손질해서는 다시 실을 잣는 공장으로 보내진다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페스 메디나 가죽염색 공장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모로코 가죽원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다닥다닥 붙은 가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대 가옥형태 메디나는 세계 최대의 미로로 꼽히며 유일한 운송수단은 당나귀와 수레이다.
페스(Fes)의 메디나 엘 발리(El Bali)는 작은 골목길이 9,400 갈래나 뒤얽혀 있는 세계 최대의 미로(迷路)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으며 GPS도 무용지물이고 처음 가는 사람은 절대로(!) 길을 찾을 수 없다.
어느 가이드의 농담...
‘한 달 전, 한 일본 젊은이가 메디나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데 아직도 길을 찾고 있는 중일 겁니다. ㅎ’
<3> 블루 게이트(Blue Gate)와 카라위인(Qaraouiyne) 회교사원
카라위인 모스크 / 카라위인 사원 / 카라위인 도서관
모로코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글라우이(Glaoui) 궁전, 메레니디 무덤(Merenidi Tombs),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라는 카라위인(Qaraouiyne) 사원 등이 있다. 페스의 메디나 ‘엘 발리’는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아름다운 문이 있는데 ‘밥 보젤루드(Bab Boujloud)’, 일명 블루게이트(Blue Gate)라고 부르는 문이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된 이 문은 메디나로 들어가는 여러 문들 중의 하나인데 이 문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카라위인(Qaraouiyne) 사원이 있다.
카라위인 사원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22,000명 예배) 사원, 세계 최초의 대학(859년 설립/천문학)을 설립, 카라위인 도서관, 그리고 정말 오래된 카라위인 플라자 등등.... 붙어있는 수식어가 수도 없이 많은, 역사를 자랑하는 관광명소이다. 프랑스의 생 갈렌(St. Gallen) 성당 부속도서관이 1758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곳의 카라위인 도서관은 AD 859년 대학 설립과 동시에 도서관이 설립되었다니 생 갈렌 도서관보다 거의 1.000년 전에 문을 연 도서관인 셈이다.
페스 메디나 엘 발리의 블루게이트를 지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가지가지 상품들을 진열한 가게들이 끝이 없고, 단체로 온 관광객들은 행여 길을 잃을까 손을 잡고 다닌다. 골목마다 길을 안내해 주겠다는 녀석들이 귀찮게 따라다니는데 한마디만 물어도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다 보면 카라위인 플라자(Plaza)가 나타나는데 플라자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조그만 마당으로 제일 눈에 띠는 것이 방짜 유기제품 공장이다.
쉴 새 없이 불에 달구어진 철판을 두드려 가지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데 마당 한 편에 시뻘건 숯불에 풀무질을 해대고 망치질, 그리고 물을 부으니 허연 수증기가 퍼지고, 좁은 마당 한구석에서는 전통 악기를 시끄럽게 연주해대고,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부근의 상점들은 온통 유기제품들을 빼곡히 늘어놓고, 걸어놓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바로 옆에 아름다운 작은 문이 있는데 바로 카라위인 대학 도서관 건물 입구라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AD 859년에 건립된 카라위인 대학은 천문학을 연구하는 대학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연구 목적은 달의 움직임을 관측하여 이슬람 기도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슬람의 기도시간은 하루 다섯 번으로 모든 이슬람교도들은 사원의 미나렛 위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Adhān) 소리가 들리면 손발을 씻고 메카 방향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는데 일출전(파즈르), 정오(주흐루), 오후(아스르), 일몰(마그립), 밤(이샤)의 다섯 번으로, 계절에 따라 일출 일몰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기도시간을 위하여 천문관측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다시 골목길을 몇 번이나 헤맨 끝에 물어물어 카라위인 사원에 도착했는데 입장은 되지 않고 바깥에서 드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외부는 넓은 공간이 전혀 없지만 안쪽으로는 제법 넓은 마당이 들여다보인다. 그런데 어디가 기도실이고 어디가 강의실인지, 또 모스크는 어디에 있는지.... 모스크와 사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옥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골목길을 헤매며 찾고 있는데 낌새를 눈치 챈 젊은 녀석이 끈질기게 따라온다.
녀석을 뿌리치고 무작정 위쪽으로, 위쪽으로.... 골목길을 헤매다가 제법 커 보이는 집 쪽문이 열렸기에 무작정 계단으로 올라가다 보니 조그만 쪽방에 늙은이가 혼자 앉아 쇠를 두들겨 그릇을 만들고 있다.
‘요 위가 테라스인가요?’ 아니라고 손짓을 하며 빨리 도로 내려가란다. 도로 부리나케 내려와 물어물어 겨우 사원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이미 관광객들로 바글거린다. 그러나 건물들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겨우 모스크와 사원의 일부만 보인다.
6. 블루시티 쉐프샤우엔(Chefchouen)
산간마을 쉐프샤우엔 / 아름다운 고산 풍경 /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원래는 계획에 없었는데 페스에서 만났던 젊은 중국 아가씨들이 자기네는 지금 쉐프샤우엔에서 오는데 너무 좋았다고 꼭 가보라고 한다. 그래서 일정에 없던 쉐프샤우엔에서 일박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너무나 멋진,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마을이었다.
일명 블루시티(Blue City)라고 불리는 쉐프샤우엔(Chefchouen)은 모로코의 북부 내륙에 고립된 오래된 산간마을로 관광과 휴양도시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특히 흰색과 푸른색으로 조화를 이룬 건물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여 모로코에서 제일 예쁜 도시로 꼽히며, 아기자기한 건축물들과 예쁜 정원들로 일명 ‘스머프(Smurfs)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1> 스머프(Smurfs)의 도시 쉐프샤우엔
블루시티(Blue city) 골목길 / 우리들 숙소 휴식 공간
쉐프샤우엔은 모로코 리프(Rif) 산맥의 2,000m급 두 봉우리가 뿔처럼 솟아있는 사이의 해발 660m 고원의 좁은 평지 주변으로 옹기종기 주택들이 들어선 베르베르인들의 고대 산간마을인데 인구는 3만 5천 정도라고 한다.
이곳은 대부분의 건물들이 푸른색(블루:Blue)이어서 블루시티(Blue city)라고 부르고, 모든 것이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자그만 할뿐더러 귀여워서 스머프(Smurfs)의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모로코에서 보면 내륙의 외진 곳으로 산간 휴양마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2> 공중도시 천공지성(天空之城)
모로코의 어느 도시에나 있지만 이곳에도 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올드 메디나(구시가지)가 있다.옛 진흙성벽도시 메디나(Medina)를 보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가는 방법을 터득한 베르베르인들의 지혜에 놀라게 되는데 16세기에 조성되었다는 이곳 쉐프샤우엔의 올드 메디나는 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있어 그야말로 하늘에 떠있는 ‘공중도시(天空之城)’라는 느낌이다.
붉은 흙벽돌로 축조한 작은 요새(카스바/Kasbah)이자 이들의 말로 하두(Haddou)인데 좁은 성문을 들어서자마자 숨 막히는 좁은 골목이 얽혀있고 가지가지 형형색색의 상품들을 늘어놓은 가게들, 그리고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몇발자국 골목길을 들어가자 그 좁은 골목길 한쪽에 한자로 天空之城(천공지성), 즉 ‘공중도시’, 또는 ‘하늘도시’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꽃 맞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도적(산적)들이 많았을 것이고 도적떼들은 이곳 메디나에 와도 설령 성벽을 넘고 들어왔다고 해도 미로처럼 얽힌 길에서 헤매다 결국 길을 잃고 나가는 문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메디나(Medina)의 가옥 구조>
15-16세기 모로코 베르베르(Berber)인들의 주거형태인 메디나(Medina)의 원래의 명칭은 아랍어로 ‘알마디나(Al-Madinah)’로 무함마드가 메카(Mecca)에서 마디나로 이주(헤지라/Hegira)한 후 이슬람의 중심이 되었으며 ‘예언자의 도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랍권의 구도시를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당시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들을 방어하기 위한 구조인 듯 바깥은 견고한 진흙 성벽으로 둘러싸인 형태인데 둘레의 길이는 보통 4~6km 정도 되는 것 같다.성벽의 안쪽은 넓은 곳이라야 손수레가 지나다닐 정도로 비좁은데 주거지역과 상업지구로 구분되며, 어떤 곳은 한사람이 지나가기도 비좁다. 물건의 운송은 당나귀나 손수레를 이용하지만 주로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둘러메고 나른다. 주거지역은 더구나 좁아서 마주 오는 사람과 비켜서기가 어려운 곳도 있다. 따라서 개미굴 같은 미로의 연속이라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설령 도적이 들어와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금방 공격을 받거나 사로잡혔을 듯싶다.
주거지역의 개인 집은 비좁은 골목길에 견고하게 생긴 조그만 문이 있는데 문을 들어서면 제법 공간이 있지만 문이 매우 견고해서 바깥에서는 절대로 뜯고 들어갈 수가 없다. 가옥의 구조는 커다란 4각형 우물형태의 4층 건물이 보통인데 가운데는 작은 마당이 있고 위를 쳐다보면 뻥 뚫려 하늘이 보인다.
마당에 들어서면 비좁지만 제법 짜임새 있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맨 위층은 비를 가리는 테라스와 텐트를 설치하여 비를 피하도록 된 지붕이 있는 집도 있는데 대체로 환기도 잘 되고 시원하다.
따라서 방의 개수가 무척 많은데 예전에는 한 집안의 모든 가족이 모두 한집에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다가구 공동 주택인 것 같은데 호스텔(Hostel)로 활용하는 집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메디나 안에 있는 숙소(호스텔/Hostel,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들은 모두 아무런 표시(간판)도 없어 몇 번을 다녀도 찾아가기가 매우 힘들다.
페스 가죽가공 공장 / 직물공장 / 우리의 숙소(Guest House)
<미로(迷路) 같은 모로코 거리>
라바트에 저녁에 도착해서 5시 쯤 숙소에 도착했는데 탠지어에서 처럼 또 숙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나는 좀 피곤하기에 샤워를 하고 한숨 자겠다고 했더니 임교장은 거리 구경을 좀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가까운데 조금만 보고 돌아와요... 샤워를 하고 잠깐 누워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니 7시가 됐는데 임교장이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모로코는 여행오기 전에 굉장히 위험한 지역이라고 수차례 들었던 터라 더욱 걱정이 된다. 그런데 8시가 돼도 9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틀림없이 무슨 사단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납치가 됐나? 못된 놈들에게 걸려 매를 맞고 쓰러졌나? 길을 잃고 헤매고 있나? 벼라 별 생각이 다 든다.
10시가 지나도 오지 않아 틀림없이 사고가 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대사관에 연락을 해야 하나, 우선 사모님께 연락을 해야 하나... 그러는데 11시가 넘어서 임교장이 퀭한 눈으로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반가우면서도 짜증이 난다. 아니 어케 된겁니까??
임교장 왈, 골목길을 돌며 구경을 하다가 젊은 모로코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영어를 제법 하더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임교장은 얼씨구나 이야기를 계속 한 모양이다.
대화를 나누며 꼬불꼬불 골목길을 얼마나 갔을까 젊은 녀석이 집에 다 왔다고 빠이빠이.... ㅎ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메디나의 꼬불꼬불 골목길은 아무리 눈여겨 보아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골목이 그 골목 같고, 틀림없을 것이라 여기고 열심히 가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장장 5시간 이상을 헤맸으니.... 아무튼 그 후로 임교장은 절대로 혼자 바깥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페스(Fes)의 골목길이 9.400개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지만 어느 곳이나 메디나의 골목길은 모두 끝없는 미로(Maze)다.
모로코 가죽염색 공장(Tannery)에서 - 旅浪(여랑) 白 忠 基 형형색색의 보석들로 수놓아진 모자이크 조각들이 펼쳐진다. 저 속에 아라비안나이트의 기묘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알람브라 궁전의 눈을 어지럽히는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보인다. 햇빛을 투과한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창도 보인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허위적 거리는 염색공들의 가녀린 팔뚝 흘러내리는 땀방울로 얼룩진 목덜미와 흠뻑 젖은 러닝셔츠 그리고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 온통 핏물처럼 팔다리에 얼룩져 흘러내리는 물감들이 빚어낸 처절한 아름다움이다. 검은 선글라스에 하늘거리는 무지갯빛 화려한 스카프를 날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눌러대는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죽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 염색공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며 내 가슴을 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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