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36. 불설보살증위별왕경(佛說菩薩曾爲鼈王經)
옛날에 보살이 일찍이 자라의 왕이었던 적이 있었다.
큰 바다에서 자라면서 여러 종류의 중생들을 교화하여 백성과 군중들이 모두 어진 덕을 닦았다.
왕 자신은 바른 것을 받들어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 捨)의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행하고 중생을 불쌍히 여겨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껴안아 기르는 것같이 사랑했다.
바다 속에서 이리저리 오고 가며 편안치 못한 이들을 권화하여 모두 편안하게 하였고 의복과 음식을 충분히 갖춰 배고프거나 추운 일이 없도록 하였다.
그 바다는 깊고 길어서 끝을 알기가 어려웠으나, 그 속을 두루 다녀서 지나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위험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다 교화하여 모든 이들의 죄를 다 찾아내도록 하였다.
그때 자라의 왕은 바다 밖으로 나와서 해변에 누워 쉬면서 여러 날 여러 달을 지냈다.
그러자 그 등이 단단하고 물기 없이 말라서, 마치 육지의 지대가 높은 마른 땅과 같았다.
먼 곳에서 상인이 왔다가 이를 보고 높아서 좋다 하며 그 위에 머물렀다.
장작을 쪼개서 불을 피우고,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소와 말을 잡아매고 물건들을 쌓고 수레들을 모두 그 위에 놓았다.
자라의 왕이 보니 등 위에서 불을 지펴 음식을 굽고 하는 것이었다. 수레와 말은 사람을 따라서 모두 등 위에 올라오니, 그 힘든 것은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여러 상인들이 다칠 것을 두려워하고 어질지 못하거나 도의(道意)를 잃을까 염려되어 애써서 참았으나, 그 고통이야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곧 방편을 생각해 내서 바닷물이 얕은 곳에 스스로 몸을 담가서 불로 인한 독을 없애려고 하였다.
여러 상인들도 위험하게 하지 않고 서로에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즉시 이를 실행하였다.
여러 상인들은 공포에 덜면서
‘바닷물이 불어나서 호수가 갑자기 밀려오니 우리는 정녕 죽게 되었구나’라고 하면서슬프게 소리를 질렀다.
여러 하늘과 제석과 범천과 사천왕과 일월에 귀의하면서 그 위덕으로 구제해 달라고 빌었다.
자라의 왕이 이를 보고는 마음에 애처로운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상인들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신중 하라. 내가 불에 타게 되어서 물 속에 들어가 고통을 멈추게 하려고 한 것이니, 곧 편안해 질 것이며 끝내 아무런 위험도 없을 것이니라.”
여러 상인들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살아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동시에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하고 소리쳤다.
자라 왕은 자비심을 크게 일으켜 여러 상인들을 등 위로 오게 하고 해변으로 옮겨서 뭇사람들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멀리서 자라 왕에게 예배를 하고 그 덕을 찬탄하였다.
“높은 덕은 다리와 같아 많은 이들을 건네주고 그 행은 큰 배가 되어 삼계(三界)를 건네주는 것과 같으며, 불도(佛道)를 시설하여 생사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도다.”
자라 왕이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도다.”
그리고 각자가 헤어져서 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의 자라 왕은 나였느니라.
5백의 상인들은 사리불(舍利佛) 등의 5백의 제자였느니라.
이는 숙명을 알도록 제자를 위해 설하여 모두 덕을 닦게 하기 위한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