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편안함이 주는 즐거움
《머릿속이 편하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Mind at Ease Puts a Smile on thr Face》.
참가자들에게 그림을 잠깐씩 봉주는 실험을 설명한 논문 제목이다.
실험에서 일부 그림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직전에,
어떤 그림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윤관만 살짝 보여주어 나중에 알아보기 쉽게했다.
그리고 이때의 감정 반응을 안면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 자극으로 측정했다.
너무 미묘하고 순간적이어서 육안으로 감지하기 어려운 표정 변화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그림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때 옅은 웃음을 보이고 양미간도 편안해 보였다.
인지적 펀안함이 좋은 기분과 연간된다는 시스템1의 특징을 보여주는 결과다.
예상대로, 발음이 쉬운 단어도 호의적인 태도를 불러온다.
주식이 처음 발행되고 한 주 동안은 이름을 발음하기 쉬운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반응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효과는 점차 사라지지만,
처음 한동안은 거래에 사용되는 약자가 발음하기 좋은 주식(KAR[카], LUNMOO[런무])은
발음이 꼬이는 주식(PXG[피엑스지], RDO[알도])보다 실적이 좋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약간의 우위를 유지한다.
스위스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투자자들은 EMMI(에미), Swissfirst(스위스 퍼스트), Comet(코멧)처럼 발음하기 좋은 회사주식의 예상 수익을
Geberit(게버리트), Ypsomed(입소메드)처럼 발음이 꼬이는 회사의 예상 수익보다 높게 평가했다.
〈그림 5〉가 보여주듯이, 어떤 대상에 반복되어 노출되면 인지적 편안함과 친숙함이 느껴진다.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온스(Robert Zajonc)는 임의의 자극이 반복되는 것과
사람들이 마침내 그것에 약간의 호감을 느끼는 것의 연관관계를 오랜 세월 연구해왔다.
자이온스는 이를 '단순 노출 효과 mere exposure effect'라 불렀다.
미시간대학과 미시간 주립대학의 대학신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실험 중 하나다.
이들 신문의 1면에는 몇 주 동안 광고 비슷한 박스 기사가 실렸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터키어(또는 터키어처럼 들리는) 단어들이 포함되었다.
kadirga(카디르가), saricik(시리시크), biwonjni(비욘즈니), nansoma(닌소마), iktitaf(이크티타프),
각 단어가 등장하는 빈도는 다 달랐다.
딱 한 번 나온 단어도 있고 두번, 다섯 번, 열 번, 또는 스물다섯번 나온 단어도 있었다.
(그 빈도는 신문마다 달랐다.).
이 박스 기사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고,
독자가 광고주를 물어보면 "광고주가 익명을 요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 수 없는 광고 시리즈가 끝난 뒤, 연구진은 대학의 여러 단체에 설문지를 보내,
각 단어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는지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는지 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여러 번 등장한 단어는 한두 번 등장한 단어보다 호감도가 훨씬 높았다.
이런 결과는 한자, 사람 얼굴, 모양이 일정치 않은 다각형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실험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단순 노출 효과는 의식적으로 체험하는 친숙함에 좌우되지 않는다. 의식과는 아예 무관하다.
이 효과는 어떤 단어나 그림이 지나치게 빠르게 반복되어
그것을 봤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 나타나 그것들을 좋아하게 만든다.
이쯤에서 분명해졌겠지만, 시스템1은 시스템2가 인식하지 못한 사건에서도 어떤 인상을 받아 반응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단순 노출 효과는 의식적으로는 눈치챌 수 없는 자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자이온스는 반복이 호감도에 미치는 효과는 생물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며,
이 효과는 모든 동물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생물체가 위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자극을 만났을 때
회피나 두려움 등으로 조심스래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자극이 안전하다고 판명되면 애초의 경계를 푸는 것 또한 환경에 적응하는 행위다.
자이온스는 단순 노출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어떤 자극에 되풀이해 노축되어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자극은 결국 안전하다는 뜻일 테고, 안전하면 좋은 것이나까.
이런 주장은 분명 인간에게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이온스의 동료 한 사람은 두 부류의 유정란 달걀을 서로 다른 소리에 노출했다.
그 뒤 부화한 병아리들은 부화하기 전에 들었던 소리를 다시 들었을 때 구조 신호를 훨씬 적게 보냈다.
자이온스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득력 있게 요약했다.
생물체가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주변의 생물, 무생물과의 직접적 관계에서 유용하다.
즉 안전한 대상과 안전한 서식처를 안전하지 않은 것과 구별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에 애착을 느끼는 데 가장 원초적인 토대다.
따라서 이 현상은 사회 조직과 결속의 기초이자 심리적, 사회적 안정의 기초다.
긍정적 느낌과 시시템1의 인지적 편안함의 관련성은 진화의 역사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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