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고향 생각 / 이백
침상머리에 스며드는 달빛 보며
땅 위에 서리가 내렸나 했네
고개 들어 산 위에 뜬 달을 바라보고
머리 숙여 고향을 그리네.
靜夜思 / 李白
牀前看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단상: 故鄕-思鄕의 본래와 면목
병오년 중추가절의 밤, 이백(701~762)의「정야사靜夜思」를 읽는다. 중국문학사에서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이라 하여 시는 역시 당(唐)이다. 당나라에는 시성 두보, 시선 이백, 시불 왕유, 시귀 이하, 시마 백거이 등 우뚝한 산맥의 시인들이 있다. 시기별로는 중당의 이하(李賀), 성당의 이백(李白), 만당의 이상은(李商隱)이 있어 ‘삼이(三李)’. 이두(李杜)는 또 어떤가. 중국 당나라의 전설적인 시인 이백은 스스로를 일컬어 태백성-금성의 자식이며, 천상에서 지상으로 유배된 적선인(謫仙人)이라 말한다. 호방표일(豪放飄逸)하고 낭만적인 그에게 술과 달과 시는 천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방편이다. 딴은, 끝내 돌아갈 수 없는 지상의 나그네, 나그네의 수심(愁心)이다.
오언절구의 이 한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세계의 명시로서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읊는 애송시 가운데 하나다. 대구(對句)와 시각적 대비가 돋보이는 이 시는 오늘 같이 휘영청 밝은 밤, 누군가 못견디게 그리운 달밤이면 더욱 흉금을 파고든다. 타관 여사(旅舍)의 침상머리에 스며드는 달빛이 저토록 아름답고 슬픈 것은? 지면에 서리가 내린 듯 가을 달빛이 차갑고 고결하다. 깊고 고요하다. 고개 들어 달을 치어다 본다. 고향에도 지금쯤 저 달이 떴으리. 머리 숙여 나는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한다. 사향(思鄕)은 거두(擧頭)와 저두(低頭)의 사이에 있다. 여사에서 바라본 달빛은 얼마나 큰 위안이고 수심(愁心)이며, 그리움인가! 백석의 시「흰 바람벽이 있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집을 떠나 길 위에 처한 이에게 ‘고향(사향)’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문학 철학에서 고향-귀향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존재의 근원과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실존적·형이상적 회귀를 의미한다. 하이데거에게 현존재는 ‘터-있음’으로서 상실을 전제로 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갈애와 그리움을 느낀다. 하여 인간은 존재의 진리가 머무는 장소로 되돌아가는 귀향(歸鄕, 歸向)을 꿈꾸게 된다. 귀향이 잃어버린 자아의 본래와 면목을 회복하는 구원의 과정이라면 이는 오디세우스의 여정과도 같다. 폴리페모스의 동굴 지나 키르케의 섬과 세이렌의 해역을 지나 다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위협을 통과한 연후에 비로소 당도하는 집. 이는 자기를 재정립하는 과정으로서 해인삼매(海印三昧)를 요한다. 인간은 고향이 그리워 방랑하는 오딧세이의 물이자 물에 비친 달빛이다. 릴케에게 실향이 인간의 현존이라면 노발리스는 인간을 귀향자라 명명한다. 그런가하면, 이백의 달은 고향과 타향, 자아와 타자를 동시에 비추는 유일한 매개체로서 근원적인 처소를 말한다. 달을 유독 사랑하여 달 속에 비친 신선의 세계를 노래하고 술을 마시며 시공을 초월한 청산거사에게 궁극의 고향인 선계(仙界)에로의 귀환은 일종의 ‘영적 순례’에 해당한다. 천상의 그는 지상에 유배된 적선인. 알바트로스- 이 얼마나 서글픈 아름다움인가. 고독한 운명의 작난인가! 은하수 저편에서 이백과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를 앞에 두고, 시락(詩樂) 선생은 다소 리머릭limerick한 목소리로 이에 화답한다.
꽃밭 사이에 술 한 병/ 함께 할 사람 없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내가 노래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어른거린다./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길이 맺어/ 이다음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기를
-이백, 「월하독작月下獨酌」 전문
여자 엉덩이만 한 둥근 보름달이 떴다
내 오늘, 법이산 위에서 그 엉덩이 밟고 올라
쑤―욱 구름장 위로 고개를 내밀면,
껄껄껄 시선 이백이
하늘 위서 손을 뻗는다
이렇게 우리는 초저녁 북극성에 걸터앉아
술상이 나오기 전
한 수 시를 짓고,
지구로 떨어지는 별똥을 바라보며
눈앞에 귀찮게 아른거리는 우주선 파리채로 후리고,
참 고운 몸매의 샛별이
웃는 듯 상床을 받쳐 들고 나오면, 안주론
별자리 황소를 굽고
술은 북두칠성 국자로 알콜 성단星團에서 뜨고,
어린것들은 조랑말자리 별에 태워
성도星道를 한 바퀴 천천히
돌게 한다
그렇게 한밤중 거나하게 취하면,
우리 둘은 어깨를 끼고
은하수 강가에 배를 띄우는데,
이백은, 뱃머리서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읊고
난, 취흥에 겨워, 저 이쁜 달 엉덩이를 힘껏
‘철썩’ 때린다
그러면, “으응” 하고 잠 덜 깬
웬 여자 볼멘소리가
방 한구석에 자늑자늑하다
-김동원, 「보름달―시선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에 답하여」 전문
첫댓글 이백의 "정야사(靜夜思)" 감상 잘 했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명시 해설 감사합니다. 탁월한 시각입니다.
시인 이백은 스스로를 일컬어 태백성-금성의 자식이며, 천상에서 지상으로 유배된 적선인(謫仙人)이라 말한다. 호방표일(豪放飄逸)하고 낭만적인 그에게 술과 달과 시는 천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방편이다. 딴은, 끝내 돌아갈 수 없는 지상의 나그네, 나그네의 수심(愁心)이다.ㅡ채우 김상환 선생의 평은 ㅡ 늦가을 보름 달빛에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언젠가 본 월하독작이나 중국시성
(詩星)들의 얘기를 아주 상세히 잘 배우며 좋은 시들까지 잘 즐감하며 공부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