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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0 시월에 천사께서 구릿골로부터 대흥리에 오시어 종도들과 함께 밖에 나가사 무를 뽑아 나누어 먹으시며 내일 고부인을 구릿골로 데려가실 의논을 하시고 들어오사 부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 털토수와 남바우를 네게 쓰고 우리 둘이 걸어갈지라 우리가 그렇게 걸어서 곳곳을 구경하며 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 하여 말하기를 저 양주(兩主)는 둘이 똑같아서 천정연분(天定緣分)이로다 하리니 세상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하고 우리는 세상사람을 구경하며 슬슬 걸어가는 것이 좋으리라」하시더니 그 이튿날 말씀치 아니하시니라
4-101 이달에 고부 와룡리에 이르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혼란한 세상을 바루려면 황극신(皇極神)을 옮겨와야 하리니 황극신은 청국(淸國) 광서제(光緖帝)에게 응기(應氣)되어 있느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황극신이 이땅으로 옮겨오게 될 인연은 송우암(宋尤庵)이 만동묘(萬東廟)를 세움으로부터 시작되었느니라 하시고 종도들을 명하사 밤마다 시천주(侍天主)를 읽게 하시되 친히 곡조(曲調)를 먹이사 며칠을 지난 뒤에 가라사대 이 소리가 운상(運喪)하는 소리와 같도다 하시고 또 가라사대 운상하는 소리를 어로(御路)라 하나니 어로는 곧 임금의 길이라 이제 황극신의 길을 틔웠노라 하시고 문득 상씨름이 넘어간다고 외치시더니 이때에 청국 광서제가 죽으니라 인하여 세계일가 통일 정권의 공사를 행하실새 제자들을 앞에 엎드리게 하시고 일러 가라사대 이제 만국제왕(萬國帝王)의 기운을 걷어 버리노라 하시더니 문득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제왕의 장엄(莊嚴)한 거동의 모양을 이루어 허공(虛空)에 벌려 있다가 이윽고 사라지니라
4-102 와룡리 신경수의 집에서 공우에게 물어 가라사대 너의 살과 나의 살을 떼어서 쓸곳이 있으니 너의 뜻이 어떠하뇨 대하여 가로대 쓸 곳이 있으시면 쓰시옵소서 하였더니 그 뒤로 떼어 쓰신 일은 없으나 익일(翌日)부터 천사의 용모(容貌)와 공우의 용모가 심히 수척(瘦瘠)하여 지는지라 공우 여쭈어 가로대 살을 떼어 쓰신다는 말씀만 하시고 행치는 아니 하셨는데 그 뒤로 선생과 저의 용모가 함께 수척하여짐은 무슨 연고이니까 천사 가라사대 살은 이미 떼어 썼느니라 묵은 하늘이 두 사람의 살을 쓰려하거늘 만일 허락하지 아니하면 이는 배은(背恩)이 되는 고로 허락한 것이로다 하시니라
4-103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범의 성질이 너무 사나웁다 하므로 내가 그 성질을 알아보려고 일찍 손바래기 뒷산에서 호둔(虎遁)을 하여 보았더니 일체(一切) 인류(人類)가 개나 도야지와 같이 보이니 범을 그대로 두면 인간에 작해(作害)가 많겠으므로 종자(種子)만 남겨두고 없이 하여버렸노라
104 하루는 공사를 보실때에 글을 써서 불사르며 가라사대 이는 천지귀신축문(天地鬼神祝文)이니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천지귀신축문(天地鬼神祝文) 소원인도(所願人道) 원군블군 원부불부 원사불사(願君不君 願父不父 願師不師) 유군무신 기군하립(有君無臣 其君何立) 유부무자 기부하립(有父無子 其父何立) 유사무학 기사하립(有師無學 其師何立) 대대세세 천지귀신수찰(大大細細 天地鬼神垂察)」
4-105 하루는 원일과 덕겸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너희 두 사람이 덕찬의 모방(房)을 치우고 이레 동안을 한 도수로 하여 문밖에 나가지 말고 중국일을 가장 공평하게 재판하라 이 재판으로 중국일이 결정되리라 두 사람이 명하신 대로 이레동안 전심으로 연구하더니 이레가 지난 뒤에 원일을 불러 불어 가라사대 중국 재판(裁判)을 어떻게 하였느냐 대하야 가로대 청조(淸朝)가 실정(失政)하고 열국(列國)의 침략을 당하여 백성이 의지할 곳이 없사오니 이는 하늘이 주는 기회라 선생의 무상(無上)한 권능으로 이를 평정(平定)하시고 제위(帝位)에 오르사이다 옛말에 천여불수(天與不受)면 반수기앙(反受基殃)이라 하였나이다 천사 대답치 아니하시고 다시 덕겸에서 물어 가라사대 너는 어떻게 재판하였느냐 덕겸은 이레동안 연구하여도 요령(要領)을 얻지 못하였더니 묻는 말씀에 문득 생각이 나서 대하여 가로대 물중지대(物重地大)하기 세계에 짝이없고 예악문물(禮樂文物)이 크게 발달되었던 대명제국(大明帝國)의 산하(山河)와 인민(人民)이 이적(夷狄)의 칭호(稱號)를 받던 청국(淸國)에게 정복되었으니 어찌 원한이 맺히지 아니하겠나이까 이제 그 국토와 주권을 회복하게 함이 옳을까 하나이다 천사 무릎을 치시며 칭잔하여 가라사대 네가 재판을 잘 하였도다 이 재판으로 인하여 중국이 회복되게 되리라 하시니 원일이 불평하여 가로대 이제 명나라 백성의 해원공사로 돌리면 우리나라 일은 어떻게 하려 하시나이까 가라사대 중국 인민이 부흥(復興)하여야 우리도 이어서 부흥하게 되리라 중국이 오랫동안 조선의 조공(朝貢)을 받아 왔으니 이 뒤로 스무다섯해 만이면 중국으로부터 보은신(報恩神)이 넘어오리라
4-106 하루는 천사 남(南)으로 향하여 누으시며 덕겸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몸에 파리를 안지 못하게 잘 날리라 하시고 잠들으사 반시간 쯤 지난 뒤에 덕찬이 덕겸을 불러 점심을 먹으라 하니 덕겸이 천사의 명령이 있음을 말하고 가지 아니하거늘 덕찬이 다시 가로대 잠들어 계시니 관계없다 하므로 인하야 모든 파리를 멀리 쫓고 발을 옮기려 할 새 천사 문득 일어나 앉으시며 가라사대 네가 밥얻어 먹으려 다니느냐 공사를 보는 중에 그런 법이 없나니 윤회(輪回)로 돌려먹으라 하시고 그 뒤에 덕겸과 겸상(兼床)하여 잡수신 후 양지에 무수히 태극(太極)을 그려 놓으시고 또 그 사각(四角)에 다른 글자를 쓰신 후 덕찬에게 동도지(東桃枝)를 꺽어오라 하사 덕겸에게 일러가라사대 태극을 세는데 열번째에 가서는 동도지를 물고 세도록 하라 하시므로 그대로하여 다 세이니 사십구개러라 천사 가라사대 맞았다 하시며 또 가라사대 만일 잘못 세었으면 큰 일이 나느니라 하시며 동도지를 들으시고 큰소리를 지르신 뒤에 그 문축(文軸)을 약방으로 가져다 불사르시니라 그 뒤에 양지에 용(龍)자 한자를 써서 약방 우물에 넣으라 하사 그대로 하니 그 종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니라
4-107 하루는 공우를 명하사 고부에 가서 돈을 주선(周旋)하여오라 하시어 약방을 수리(修理)하신 뒤에 갑칠을 명하사 활 한 개와 화살 아홉 개를 만들어오라 하시고 공우로 하여금 지천(紙天)을 쏘아 맞히게 하신 뒤에 가라사대 이제 구천(九天)을 맞혔노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고부 돈으로 약방을 수리한 것은 선인포전(仙人布氈) 기운을 씀이로다
4-108 하루는 호(虎)담요를 펴 놓으시고 가라사대 만물의 영장이 되는 사람이 짐승을 제어함이 옳거늘 이 짐승은 사람을 잡아먹으니 어찌 변괴(變怪)가 아니리요 그 악기(惡氣)가 눈에 있으니 악기를 제하리라 하시고 붓에 먹을 묻혀 그 눈을 찍으시니라
109 하루는 약방에서 백지 한권을 가늘게 잘라서 풀을 붙여 이은 뒤에 한 끝은 사립문에 한 끝은 집 앞 감나무에 맞추어 떼어서 한 끝을 약방 문구멍으로 꿰어서 방안에서 말아 감으시며 원일로 하여금 청솔가지로 불을 때어 부채로 부치게 하시니 집이 크게 흔들리므로 종도들이 모두 놀래어 문밖으로 뛰어 나가더라 감기를 다하여 측간(厠間) 붓고개에 달아매고 불을 피우라 하시고 경학을 명하여 빗자루로 부치라 하사 측간이 다 타지니 가라사대 종이가 덜 탔는가 보라 하시거늘 자세히 살피니 과연 한조각이 측간 옆 대밭 댓가지에 걸려서 남아있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속히 태우라 하시거늘 명하신대로 하니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가라사대 속하다 하시거늘 모두 우러러보니 햇머리가 서 다가 한쪽이 터졌더니 그 남은 종이 조각이 탐을 따라 햇머리가 완전히 잇대어 서는지라 가라사대 이는 기차 기운을 돌리는 일이로다
4-110 하루는 창조의 집에 계실 새 짚을 물축여 상투모양으로 맺기도 하고 풀기도 하시며 가라사대 머리를 깎으리니 가위를 가져오라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신 뒤 그 짚을 땅에 묻으시니라
4-111 최창조의 집에서 종도 수십인을 둘러 앉히시고 각기 글 석자씩을 부르라 하시니 천자문의 처음부터 부르기 시작하여 덕겸이 일자까지 부르니 가라사대 덕겸은 일본왕도 좋아 보이는 가 보다 하시며 남을 따라 부르지 말고 각기 제 생각대로 부르라 하시니라 그 다음날 밤에 담배대 진을 쑤셔내시며 덕겸으로 하여금 한번 잡아 놓치지말고 뽑아내어 문밖으로 내어버리라 하시거늘 명하신 대로 하니 온 마을의 개가 일시에 짖는지라 덕겸이 여쭈어 가로대 어찌 이렇듯 개가 짖나이까 가라사대 대신명(大神明)이 오는 까닭이니라 가로대 무슨 신명이니까 가라사대 시두 손님이니 천자국(天子國)이라야 이 신명이 들어오느니라 하시니라
4-112 하루는 양지책(洋紙冊)에 글을 무수히 써서 한자씩 떼이사 종도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무수히 찢게 하신 뒤에 한조각씩 세어서 불사르시니 모두 삼백여든세조각이라 가라사대 한 조각이 부족하니 자세히 찾으라 하시거늘 두루찾으니 사람 그린 한조각이 요밑에 들어 있는지라 이에 마저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곧 황극수(皇極數)라 당요(唐堯) 때에 나타났던 수가 이제 다시 나타나도다 하시니라
4-113 하루는 등불을 처마에 달고 공사를 행하실 때에 가라사대 오랜만에 어렵게 빠져 나오도다 하시고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면분수구심생신(面分雖舊心生新) 지원급사속망망(只願急死速亡亡) 허면허소거래간(虛面虛笑去來間) 불토심정견여의(不吐心情見汝矣) 세월여유검극중(歲月汝遊劒戟中) 왕겁망재십년호(往劫忘在十年乎) 부지이지지부지(不知而知知不知) 엄상할설대흥로(嚴霜寒雪大鴻爐)」
4-114 동짓달에 구부 와룡리에 이르사 신경수의 집에 머무르시며 벽 위에 글을 써 붙이시니 이러하니라
4-115 동짓달 스무 여드렛날 천사 정읍대흥리 차경석의 집에 이르사 포정소(布政所)를 정하시고 공사를 행하시니 대개 아래와 같으니라
4-116 하루는 천사께서 마당에 말(斗)을 엎어놓고 그 위에 요를 깔고 왼손에 칼과 오른손에 망치를 들고 앉으사 부인으로 하여금 땅에 앉게 하신 뒤에 말을 가리키시고 다시 부인으로 하여금 칼과 망치를 들고 말 위에 앉게 하시고 천사께서 땅에 앉으사 부인에게 말을 가리키시니라
4-117 하루는 천사께서 남(南)을 등지고 북(北)을 향하여 서시고 부인으로 하여금 북을 등지고 남을 향하여 서게 하신뒤에 그 가운데 술상을 차려놓게 하시고 무수히 글을 써서 술상 위에 놓으시고 부인과 함께 서로 절하시니라
4-118 하루는 양지에 이십사방위자(二十四方位字)를 둘러쓰시고 중앙에 「혈식천추도덕군자(血食千秋道德君子)」라 쓰신 뒤에 가라사대 천지가 간방(艮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나 그것은 그릇된 말이요 이십사방위에서 한꺼번에 이루어졌느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이 일은 남조선(南朝鮮) 배질이라 혈식천추도덕군자의 신명이 배질을 하고 전명숙이 도사공(都擄工)이 되었느니라 이제 그 신명들에게 어떻게 하야 만인에게 앙모(仰慕)를 받으며 천추에 혈식을 끊임없이 받아오게 된 까닭을 물은즉 모두 일심(一心)에 있다고 대답하니 그러므로 일심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 배를 타지 못하리라 하시고 모든 법을 행하신 뒤에 불사르시니라
4-119 하루는 공사를 행하실 새 글을 쓰시며 가라사대 이것은 체면장(體面章)이니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유세무신십이월칠일(維歲戊申十二月七日)
도술(道術) 감소고우(敢昭告于)
황공복지문안(惶恐伏地問安) 기체후만사불충불효무서신읍축어군어부어사(氣體候萬死不忠不孝無序身泣祝於君於父於師) 기체후대안천만복망복망(氣體候大安千萬伏望伏望)
4-120 하루는 여러 종도들에게 소원을 물으시고 다시 경석에게 물으시니 경석은 열지(裂指)를 원하거늘 가라사대 너는 병부(兵部)가 마땅하니라 하시니 경석이 불쾌히 여기는지라 천사 일러 가라사대 직신(直臣)이 아니면 병권을 맡기기 어려우므로 이제 특히 네게 맡기노라 하시니라
4-121 섣달 스무날 종도들에게 이십사절후(二十四節候)를 읽히시고 밤중에 경석의 집 앞 버드나무 밑에 벌려 세우시고 북쪽을 향하여 휘파람을 부시니 문득 방장산으로부터 실구름 한줄기가 일어나서 사방을 둘러 문턱 모양을 이루거늘 천사 훈계(訓戒)하여 가라사대 곤(?) 이내(以內)는 짐(朕)이 제지(制之)하고 곤(?) 이외(以外)는 장군이 제지하라 하시니라
4-122 하루는 종도들에게 명하사 과거의 모든 명장(名將)을 써들이라 하시니 경석이 여쭈어 가로대 창업군주(創業君主)도 명장이 되겠나이까 가라사대 그러하니라 경석이 모든 창업군주와 명장을 낱낱이 기록하고 맨 끝에 전명숙을 써서 올린데 가라사대 왜 전명숙은 맨 끝에 썼느냐 경석이 대하여 가로대 왼편으로부터 보시면 전명숙이 첫머리가 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 전명숙은 진실로 만고(萬古) 명장이라 백의한사(白衣寒士)로 일어나서 능히 천하를 움직였느니라 하시니라
4-123 하루는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전날에는 네가 나의 말을 쫓았거니와 이 공사에는 내가 네 말을 쫓으리니 모든 일을 묻는대로 잘 생각하여 대답하라 하시고 물어 가라사대 서양사람이 발명한 모든 문명이기(文明利器)를 그래로 두어야 옳으냐 거두어버려야 옳으냐 대하여 가로대 그대로 두는 것이 인간생활에 이로울 듯 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 말이 옳으니 그들의 문명이기가 하늘로 부터 내려온 것이니라 하시고 또 여러 가지를 물으신 뒤에 공사로써 결정하시니라
4-124 하루는 고 부인으로 하여금 춤추게 하시고 친히 장고를 치사 가라사대 이것이 천지굿이니 너는 천하일등무당(巫堂)이요 나는 천하일등재인(才人)이라 이당(黨) 저당 다 버리고 무당의 집에서 빌어야 살리라 하시고 인하여 무당도수를 붙이시니라
4-125 하루는 종이 서른장되는 양지책에 전(前) 열다섯장에는 면(面)마다 「배은망덕만사신(背恩忘德萬死身) 일양시생(一陽始生)」이라 쓰시고 뒤 열다섯장에는 면마다 「작지부지성의웅약(作之不止聖醫雄藥) 일음시생(一陰始生)」이라 쓰신 뒤에 경면주사(鏡面朱砂) 가루와 보시기 한 개를 놓고 광찬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일은 살길과 죽을길을 결정하는 것이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 광찬이 여쭈어 가로대 선영신(先靈神)을 부인(否認)하거나 박대(薄待)하는 자는 살 기운을 받기 어려울 것이로소이다 천사 한참 생각하시다가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 하시고 보시기를 종이로 싸서 주사 가루를 묻혀가지고 책장마다 찍어돌리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마패(馬牌)니라 하시니라
4-126 하루는 차윤경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녁에 여덟사람을 얻어서 너의 집에 모아놓고 나에게 알리라 윤경이 명하신대로 여덟사람을 약속하여 집에 모이게 하였더니 문득 아홉사람이 모이게 된지라 윤경이 천사께 사유를 고하니 가라사대 무방하니 한사람은 나의 시종으로 쓰리라 하시고 윤경의 집에 이르사 등불을 끄신 뒤에 천사께서 한 사람을 데리고 중앙에 서시고 여덟사람을 팔방으로 벌려 세우신 뒤에 건감간진손이곤태(乾坎艮震巽離坤泰)를 외우게 하시고 방관(傍觀)한 종도 이십여인으로 하여금 각기 정좌(定座)케하여 따라 외우게 하사 밤이 깊어서 그치게 하신 뒤에 불을 켜시고 그 사람들에게 각가 훈계하신 뒤에 한편 눈이 먼 차공숙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통제사(統制使)라 연중(年中) 삼백육십일을 맡았나니 돌아가서 삼백육십인을 구하여오라 이 일은 곧 팔봉(八封)을 맡기는 공사니라 공숙이 명을 받들고 돌아가서 수일 후에 한사람을 데리고 오거늘 천사께서 그 직업을 물으시니 농사에 전력(專力)하여 다른 출입이 없고 다만 추수후에 한번 시장출입이 있을 따름임을 아뢴데 가라사대 참으로 순민(淳民)이로다 하시고 정좌(定座)하여 잡념을 두지말라 하신 뒤에 윤경에게 밖에 나가 구름이 어느 곳에 있는가 보라 하시니 윤경이 나가 살핀즉 하늘이 맑고 오직 천사 계신위에 돈잎만한 구름 한점이 떠 있을 뿐이어늘 윤경이 그대로 하뢰니 가라사대 다시 나가서 그 구름이 어디를 향하여 펴이는가 보라 윤경이 다시 나가보니 벌써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북쪽하늘만 조금 터져서 가리우지 못하였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가라사대 그 곳이 조금 터졌다고 안될리 없으리라 하시고 두어시간 후에 그 사람을 돌려보내시니라
4-127 하루는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이러하니라 「인생세간하자미요(人生世間何滋味) 왈의왈식(曰衣曰食)이요 의식연후(衣食然後)에 왈색야(曰色也)라 고(故)로 지어의식색지도(至於衣食色之道)하여는 각수천지지기야(各受天地之氣也)니 혹세무민자(惑世誣民者)와 기인취물자(欺人取物者)도 역수천지지기야(亦受天地之氣也)니라」
4-128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있는 기운 그대로 풀어 버릴 수 밖에 없다하시고 상량공사(上樑公事)를 보실 때 경석에게 백목(白木)을 가져오라하사 공사를 보시다가 백목이 부족하다 하시고 경석으로 하여금 백목을 더 가져오라하사 이어서 공사를 마치시니라
4-129 기유년 설날 경석의 집에서 현무경(玄武經)을 쓰시어 흰병에 물을 담은 뒤에 양지에 글을 써서 권축(卷軸)을 지어 병(甁)입을 막아 놓고 그 앞에 백지를 깔고 백지 위에 현무경을 놓아 두시니라 천사 화천(化天)하신뒤 에 병마개를 빼어서 펴보니 「길화개길실 흉화개흉실(吉花開吉實 凶花開凶實)」이라는 글과 병세문(病勢文)도 쓰여 있었는데 병세문은 이러하니라
병유대세
病有大勢
병유소세
病有小勢
대병무약 소병혹유약 연 대병지약 안심안신 소병지약 사물탕팔십첩
大病無藥 小病 或有藥然 大病之藥 安心安身 小病之藥 四物湯八十貼
기 도
祈 禱
시천주조화정영세물망만사지 지기금지원위대강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至氣今至願爲大降
대병출어무도
大病出於無道
소병출어무도
小病出於無道
득기유도즉 대병 물약자효 소병 물약자효
得其有道則 大病 勿藥自效 小病 勿藥自效
지기금지사월래 예장
至氣今至四月來 禮章
의 통
醫 統
망기군자무도
忘其君者無道
망기부자무도
忘其父者無道
망기사자무도
忘其師者無道
세무충세무효세무열 시고 천하개병
世無忠世無孝世無烈 是故 天下皆病
병 세
病 勢
유천하지병자 용천하지약 궐병내유
有天下之病者 用天下之藥 厥病乃癒
성부
聖父
성자 원형이정봉천지도술약국 재전주동곡생사판단
聖子 元亨利貞奉天地道術藥局 在全州銅谷生死判斷
성신
聖神
대인대의 무병
大仁大義 無病
삼계복마대제신위원진천존관성제군
三界伏魔大帝神位遠鎭天尊關聖帝君
지천하지세자 유천하지생기
知天下之勢者 有天下之生氣
암천하지세자 유천하지사기
暗天下之勢者 有天下之死氣
동유대성인 왈동학
東有大聖人 曰東學
서유대성인 왈서학 도시교민화민
西有大聖人 曰西學 都是敎民化民
공자노지대사구
孔子魯之大司寇
맹자선세제량지군
孟子善說齊梁之君
근일일본국문신무신병무도통
近日日本國文神武神竝務道統
조선국상계신중계신하계신 무의무탁 불가불문자 계어인 궁상각치우 성인내작
朝鮮國上計神中計神下計神 無依無托 不可不 文字戒於人 宮商角徵羽 聖人乃作
선천하지직 선천하지업 직자의야 업자통야 성지직 성지업
先天下之職 先天下之業 職者醫也 業者統也 聖之職 聖之業
4-130 또 종이에 철도선(鐵道線)을 그려놓고 북쪽에 점을 치사 정읍이라 쓰시고 남쪽에 점치사 사거리라 쓰신 뒤에 그 중앙에 점을 치려다가 그치기를 여러번 하시더니 대흥리를 떠나실 때에 점을 치시며 가라사대 이 점이 되는 때에는 세상이 끝나게 되리라 하시니라
4-131 이튿날 모든 일을 마치시고 사흗날 고사를 지내려 하실새 차문경이 술이 취하여 고샅에 돌아다니며 경석의 집에서 강모(姜某)가 역모(逆謀)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니 이 말이 천원 병참(兵站)에 들리어 헌병이 출동하려 하는지라 천사 알으시고 고부인과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희는 집을 지키고 나를 대신하여 내일 자정에 문틈을 봉하고 모든 제수(祭需)를 화로에 구으며 술병은 마개만 빼고 지성으로 심고하라 이것이 곧 고사(告祀)니라 하시고 떠나시니라 사흩날 새벽에 고부인과 경석이 명하신 대로 행한 뒤에 날이 밝으니 일 헌병 수십명이 몰려와서 천사를 찾다가 얻지 못하고 돌아가니라
4-132 이날 천사 백암리 경학의 집으로 가셨더니 경석이 공우와 윤경을 보내어 무사(無事)히 된 경과(經過)를 아뢰니 가라사대 내가 공사를 마친 뒤에 경석을 시험함이러니 무사히 겪어내니 다행하도다 하시니라
133 하루는 종도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대(竹)의 기운이 만물중에 제일 크니 그 기운을 덜어쓰리라 하시더니 이 해에 대가 크게 망하니라
4-134 백암리로부터 구릿골 약방에 이르러 계실 때 여러 종도들을 벌려 앉히시고 「삼국시절(三國時節)이 수지지어사마소(誰知止於司馬昭)」를 큰 소리로 읽히시니라
4-135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일삼오칠구
이사육팔십
성기국 총묘천지신 기지천지신
成器局 塚墓天地神 基址天地神
운 영대사해박 득체 득화 득명
運 靈臺四海泊 得體 得化 得明
4-136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도전어야 천개어자 철환천하 허령
道傳於夜 天開於子 轍環天下 虛靈
교봉어신 지벽어축 불신간이족지각
敎奉於晨 地闢於丑 不信看我足知覺
덕포어세 인기어인 복중팔십년신명
德布於世 人起於寅 腹中八十年神明
4-137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무내팔자지기금지원위대강
無奈八字至氣今至願爲大降
욕속부달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欲速不達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구년홍수칠년대한천추만세세진
九年洪水 七年大旱 千秋萬歲歲盡
불선유
佛仙儒
일원수 육십삼합위길흉도수
一元數 六十三合爲吉凶度數
십이월이십육일재생신강일순
十二月二十六日再生身姜一淳
4-138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오주
五呪
천문지리 풍운조화 팔문둔갑 육정육갑 지혜용력
天文地理 風雲造化 八門遁甲 六丁六甲 智慧勇力
도통천지보은
道通天地報恩
139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지왈 천지화복지
至曰 天地禍福至
지왈 천지화복지
氣曰 天地禍福氣
금왈 지무망
今曰 至無忘
강왈 천지화복강
降曰 天地禍福降
4-140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성사
聖師
의통 경주용담
醫統 慶州龍潭
무극신 대도덕봉천명봉신교대선생전여률령심행
無極神 大道德奉天命奉神敎大先生前如律令審行
선지후각 원형리정포교오십년공부
先知後覺 元亨利貞布敎五十年工夫
4-141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천하분운(天下紛運) 자작사당(自作死黨) 이불안성상지심(以不安聖上之心) 이불안성부지심(以不安聖父之心) 이불안교사지심(以不安敎師之心)」
142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
143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한담서화(閑談敍話)로 가기풍진(可起風塵)이오 한담서화(閑談敍話)로 능소풍진(能掃風塵)이니라」또「천지종용지사(天下紛亂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천지분란지사(天下從容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니라」
4-144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불수편애편오왈인(不受偏愛偏惡曰仁) 불수전강전편왈례(不受專强專便曰禮) 불수전시전비왈의(不受全是全非曰義) 불수자총자명왈지(不受恣聰恣明曰智) 불수남물남욕왈신(不受濫物濫欲曰信)」
4-145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덕무이명 과징비식(德懋耳鳴 過懲鼻息)」「잠심지하도덕존언(潛心之下 道德存焉) 반장지간병법재언(反掌之間 兵法在焉)」
4-146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비인정불가근(非人情不可近) 비인정의불가근(非情義不可近) 비의회불가근(非義會不可近) 비회운불가근(非會運不可近) 비운통불가근(非運通不可近) 비통령불가근(非通靈不可近) 비영태불가근(非靈泰不可近) 비태통불가근(非泰統不可近)」
4-147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정심수신제가치국평전하 (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 위천하자불고가사(爲天下者不顧家事) 걸악기시야(桀惡其時也) 탕선기시야(湯善其時也) 천도교걸어악(天道敎桀於惡) 천도교탕어선(天道敎湯於善) 걸지망 탕지흥 재이윤(桀之亡 湯之興 在伊尹)」「속수지지(束手之地) 갈공모계(葛公謀計) 불능선사(不能善事) 와해지여(瓦解之餘) 한신병서(韓信兵仙) 역무내하(亦無奈何)」
4-148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궐유사상포일극(厥有四象抱一極) 구주운조낙서중(九州運祖洛書中) 도리불모금수일(道理不慕禽獸日) 방위기맹초목풍(方位起萌草木風) 개벽정신흑운월(開闢精神黑雲月) 편만물화백설송(遍萬物華白雪松) 남아숙인선삼재(男兒孰人善三才) 하산불양만고종(河山不讓萬古鍾)」「원형리정도일월(元亨利貞道日月) 조인장부통명명(照人臟腑通明明)」
4-149 하루는 윤경이 이르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천지에서 현무(玄武)가 쌀을 부르니 네 형의 기운을 써야 할지라 돌아가서 네 형에게 혀와 입술을 움직이지 말고 시천주를 읽되 기거(起居) 동작(動作) 할 때라도 잠시도 쉬지 말고 읽게하라 하시니라
4-150 하루는 약방에 가서 종도(從徒) 여덟 사람을 벌려 앉히시고 사물탕(四物湯) 한첩을 지어 그 봉지에 사람을 그리사 두 손으로 드시고 시천주 세 번을 읽으신 뒤에 여러 사람에게 차례로 돌려서 그와 같이 시키시고 「남조선 배가 범피중류(泛彼中流)로다」라고 노래하시며 가라사대 상륙하였으니 풍파(風波)는 없으리라 하시니라
4-151 하루는 약방에서 삼십육만신(三十六萬神)을 쓰시고 운장주(雲長呪)를 쓰사 종도들로 하여금 칠백번씩 외우라 하시며 가라사대 이제 국가(國家)에나 사가(私家)에나 화둔(火遁)을 묻었는데 날마다 바람이 불다가 그치고 학담으로 넘어가니 사람이 많이 상할까하여 그리하노라 하시니라
4-152 하루는 전주 용머리 고개에 계실새 광찬으로 하여금 방약(方藥) 합편(合編)에 있는 약 이름에 주묵(朱墨)으로 점(點)치라 하사 불사르시니라
4-153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청국 일을 볼 터인데 길이 너무 길어서 가기가 어려우므로 청주 만동묘에 가서 천지 신문(神門)을 열고자하나 또한 가기가 불편하니 다만 음동(音同)을 취하여 청도원에 그 기운을 붙여서 일을 보려하노라 하시고 형렬과 공우를 데리고 청도원으로 가실 때 청도원 고개에 이르사 성황묘(城隍廟)마루에 잠깐 쉬어 앉으셨다가 다시 일어나시며 가라사대 청국은 아라사 군사에게 맡길 수 밖에 없노라 하시고 김송환의 집에 이르사 글을 써서 불사르시고 밤에 유찬명의 집에서 유(留)하시면서 대신문(大神門)을 열고 공사를 보실새 무수한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라
4-154 하루는 약방 마루에 앉으시고 유찬명을 마루 밑에 앉히사 순창오선위기(淳昌五仙圍碁)와 장성옥녀직금(長城玉女織錦)과 무안호승예불(務安胡僧禮佛)과 태인군신봉조(泰仁群臣奉詔)를 쓰이시고 또 청주만동묘(淸州萬東廟)를 쓰이사 불사르시니라 이 때에 찬명이 좀 방심(放心)하였더니 천사 가라사대 신명이 먹줄을 잡고 섰는데 어찌 방심하느냐 하시니라
4-155 하루는 용머리 고개에 계실새 마당에 촛불을 밝히시고 「천유일월지명(天有日月之明) 지유초목지위(地有草木之爲) 천도재명고(天道在明故) 인행어일월(人行於日月) 지도재위고(地道在爲故) 인생어초목(人生於草木)」이라는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구름이 가득차고 바람이 급히 불며 비가 내리되 촛불은 꺼지지 아니하니라 천사 찬명을 명하사 서북쪽 하늘에 별이 나타났는가 보라 하시니 찬명이 우러러 살핌에 다만 구름사이에 별 한 개가 보이거늘 그대로 아뢰니 다시 동남쪽 하늘을 보라 하시거늘 또 우러러보니 구름이 많이 흩어지고 별이 많이 보이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가라사대 서북(西北)은 살아날 사람이 적고 동남(東南)은 살아날 사람이 많으리라 하시니라
4-15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은 청국(淸國) 만리(萬里) 창신명(廠神明)이 이르리니 대접하여야 하리라 하시고 술을 사서 종도들로 더불어 마시시니라
4-157 하루는 청국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리라 하시고 돝 한 마리를 잡아서 찜하고 소주를 사서 종도들로 더불어 마시시니라
4-158 사월에 전주 용머리 고개 김주보의 집에 계실새 이치복이 이르거늘 가라사대 이런 때에 나이 적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절을 받느니라 하시고 치복에게 사배(四拜)를 받으시니라 천사 가라사대 금년에는 바가 없나니 만일 오늘 비가 오지 아니하면 천지의 동과혈(冬瓜穴)이 말라 죽을지라 그러므로 서양으로부터 우사를 불러넘겨 비를 주리라 하시고 술상을 부르사 치복에게 술 두잔을 주시고 한 잔은 요강에 부으시니 요강에는 피가 좀 있더라
4-159 다시 양지 석장을 펴놓고 귀마다 「천곡(泉谷)」이라 쓰시거늘 치복이 여쭈어 가로대 어떠한 사람이니이까 가라사대 옛날에 원노릇 가서 절사(節死)한 사람이니라 하시고 치복과 송환을 명하사 양지를 마주잡아들게 하시고 가라사대 그 모양이 상여(喪輿)에 호방산(護防傘)과 같도다 하시고 양지를 땅에 놓게 하신 뒤에 갑칠을 명하사 가라사대 밖에 나가서 하늘에 구름이 있는가 보라 갑칠이 나가보니 서쪽 하늘에 한점의 구름이 있거늘 돌아와 아뢰니 가라사대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가 보라 하시거늘 다시 나가보니 경각에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지라 들어와 아뢰니 양지 중앙에 호승례불(胡僧禮佛) 군신봉조(群臣奉詔) 오선위기(五仙圍碁) 선녀직금(玉女織錦)이라 쓰시며 치복에게 일러 가라사대 궁을가(宮乙歌)에 「사명당(四明堂)이 갱생(更生)」이란 말을 중 사명당(四溟堂)이란 말로 알아 왔으나 그릇된 말아요 이 사명당을 이름이라 조화는 불법(佛法)에 있으니 호승예불 기운을 걷어 조화를 쓰고 무병장수는 선술(仙術)에 있으니 오선위기 기운을 걷어 무병장수케 하고 군신봉조는 장상(將相)이 왕명을 받는 것이니 그 기운을 걷어 나라를 태평케 할 것이요 선년직금은 선녀가 비단을 짜는 것이니 그 기운을 걷어 창생(蒼生)에게 비단 옷을 입히리니 유월 보름날 신농씨(神農氏) 제사를 지내고 나서 일을 행하리라 올해가 천지의 한문(?門)이라 이제 일을 하지 못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리라
4-160 또 양지에 이십칠년이라 쓰시거늘 그 뜻을 물은 대 가라사대 홍성문이 회문산에서 이십칠년동안 헛공부를 하였다 하니 이로부터 이십칠년동안 헛도수가 있노라 또 양지 한 장을 열 두조각으로 내어 조각마다 글을 쓰신 뒤에 한 조각은 친히 불사르시고 열 한조각은 치복을 명하여 불사르시니 문득 비가 크게 내려 이 비로 인하여 보리를 잘 먹게 되니라
4-161 이 뒤에 치복과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불가지(不可知)는 불(佛)이 가(可)히 그칠 곳이란 말이오 그 곳에서 가활만인(可活萬人)이라고 일러 왔으니 그 기운을 걷어 창생을 건지리라 하시고 교자를 타고 불가지로 가시며 옛 글 한 수를 외우시니 이러하니라 「금옥경방시역려(金屋瓊房視逆旅) 석문태벽검위사(石門苔璧儉爲師) 사동초미수능해(絲桐蕉尾誰能解) 죽관현심자불리(竹管絃心自不離) 포락효성상가리(匏落曉星霜可履) 토장춘류일상수(土墻春柳日相隨) 혁원옹필유하익(革援瓮畢有何益) 목사경우의양이(木?耕牛宜養滯)」 김성국의 집에 이르사 용둔(龍遁)을 하리라 하시고 양지 이십장을 각각 길이로 팔절 넓이로 사절로 잘라 책을 매시고 보시기에 실로 「米」표와 같이 둘러매어 오색(五色)으로 그 실올을 물들이시고 보시기 변두리에는 푸른 물을 발라 책장마다 찍어 돌리신 뒤에 그 책장을 다 떼어 풀로 붙여서 연폭(連幅)하여 사절(四折)로 꺾어 접어서 시렁에 걸어 놓으시니 오색찬란(五色燦爛)한 문채(文彩)가 용형(龍形)과 같더라 이에 그 종이를 걷어서 교자를 내려 놓았던 자리에 불사르시니라
4-162 다시 비에 물을 적셔 그 방벽(房壁)에 인형을 그리고 그 앞에 청수를 놓고 꿇어앉으사 상여(喪輿) 소리를 하시며 가라사대 이마두(利瑪竇)를 초혼(招魂)하여 광주 무등산 상제봉조(上帝奉詔)에 장사(葬事)하고 최수운을 초혼하여 순창 회문산 오선위기에 장사하노라 하시고 종도들에게 이십사절(二十四節)을 읽히시며 가라사대 그 때도 이 때와 같아서 천지의 혼란한 시국(時局)을 광정(匡正)하려고 당태종(唐太宗)을 내고 다시 이십사절을 응(應)하여 이십사장(二十四將)을 내어 천하를 평정(平定)하였나니 너희들도 장차 그들에게 못지 않은 대접을 받으리라 하시니라
4-163 이 공사를 마치시고 덕찬을 데리고 싸리재를 넘어 오시다가 고사리 캐는 노구(老?)가 지나감을 보시고 그에게 향하여 중이 동냥을 비노라 하시니 노구 가로대 없나이다 하거늘 천사 다시 비시니 가로대 쌀 두되만 있나이다 하거늘 가라사대 그 중에 한흡만 베풀기를 원하노라 노구 허락하거늘 그 쌀을 받으시며 덕찬에게 일러 가라사대 중은 본래 걸식(乞食)하는 것이니 이 땅을 불가지(佛可止)라 함이 옳도다 하시니라
4-164 청도원 김송환의 집에 이르시니 마침 신경원이 이르는지라 가라사대 네가 올줄 알았노라 하시고 양지 한 장을 주어 유불선(儒佛仙) 석자를 쓰이신 뒤에 천사 유자 옆에 니구(尼丘)라 쓰시고 선자 옆에 고현(苦縣)이라 쓰시고 불자 옆에 서역(西域)이라 쓰사 불사르시고 이 길로 약방에 돌아오사 각처 종도들에게 유월스무날 약방으로 모이라고 통지(通知)를 띠우시니라
4-165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천지공사를 맡아봄으로부터 연사(年事)를 맡아서 일체(一切) 아표신(餓?神)을 천상(天上)으로 올려 보냈노니 이 뒤로는 굶어죽는 폐단(弊端)이 없으리라
4-16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묵은 하늘이 사람을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도다 이 뒤에 일용백물(日用百物)이 모두 핍절(乏絶)하여 살아 나갈 수 없게 되리니 이제 뜯어 고치지 아니치 못하노라 하시고 사흘동안 공사를 보신 뒤에 가라사대 간신히 연명(連命)은 해나가게 하였으나 장정(壯丁)의 배는 채워주지 못하게 되리니 배고프다는 소리가 구천(九天)에 사모치리라
4-16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이 공사를 맡고자함이 아니로대 천지신명(天地神明)이 모여들어 법사(法師)가 아니면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는 한량(限量)없으나 어찌 할 수 없이 맡게 되었노라 하시니라
4-168 천사 매양 뱃소리를 하시거늘 종도들이 그 뜻을 묻자 조선을 장차 세계상등국(世界上等國)으로 만들려면 서양 신명을 불러 와야 할지라 이제 배에 실어오는 화물표(貨物標)를 따라서 넘어오게 되므로 그러하노라 하시니라
4-169 하루는 글을 많이 써서 종도들에게 주사 태인 신방죽(神濠) 쇠부리깐에 가서 그 풀무불에 넣어 사르라 하시거늘 종도들이 명하신대로 하였더니 수일 후에 김갑칠을 명하사 전주 김병욱에게 가서 세상 소문을 들어오라 하시거늘 갑칠이 병욱에게 가니 때 마침 일본 신호(神戶)에 큰 화재가 일어나서 피해가 많다 하는지라 갑칠이 돌아와서 그대로 아뢰니 천사 가라사대 일본은 너무 강렬한 지기(地氣)가 모여 있으므로 그 민족성이 사납고 탐욕이 많고 침략열(侵略熱)이 강하여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그들이 침로(侵鹵)를 받아 편한 날이 적었나니 그 지기를 뽑아 버려야 우리나라도 장차 편할 것이요 저희들도 또한 뒷날 안전(安全)을 누리리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 지기를 뽑아버리기 위하여 전날 신방죽 공사를 보았는데 신방죽과 어음(語音)이 같은 신호에 화재가 일어난 것은 장래에 그 지기가 크게 뽑혀질 징조니라 하시니라
4-170 천사 간혹 수십일씩 굶으사 가라사대 뒷날 박복(薄福)한 중생에게 식록을 붙여줌이로다 하시고 또 여름에 솜옷을 입으시며 겨울에 홑옷을 입으신 때가 많으사 가라사대 뒷날 빈궁에 빠진 중생으로 하여금 옷을 얻게 함이로다 하시니라
4-171 하루는 이도삼에게 일러 가라사대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물건을 낱낱이 헤이라 하시니 도삼이 범과 사자와 이리로부터 모기와 이와 벼룩과 빈대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세어 아뢰자 천사 가라사대 후천(後天)에는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물건을 모두 없애리라 하시니라
172 유월 스무 이튿날 약방마당에 자리를 깔고 천사 그 위에 누우사 치복을 명하여 새 자리를 그 앞에 펴라 하시더니 문득 공자(孔子)를 부르시며 가라사대 소정묘(小正卯)를 죽였으니 어찌 성인(聖人)이 되며 삼대(三代) 출처(出妻)를 하였으니 어찌 제가(齊家)하였다 하리요 그대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갈지어다 하시고 또 석가모니(釋迦牟尼)를 부르사 가라사대 수음(樹陰)속에 깊이 앉아 남의 자질(子姪)을 유인(誘引)하야 부모의 윤기(倫氣)와 음양(陰陽)을 끊게하여 인종(人種)을 절멸(絶滅)시키려 하니 그대가 국가를 아느냐 선령(先靈)을 아느냐 창생(蒼生)을 아느냐 그대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나갈지어다 하시고 또 노자(老子)를 부르사 가라사대 세속에 산모(産母)가 열달이 차면 신 벗고 침실에 들어앉을 때마다 신을 다시 신게 될까하여 사지(死地)에 들어가는 생각이 든다 하거늘 여든 한해를 어미 뱃속에 있었하하니 그런 불효가 어디있으며 그대가 이단(異端) 팔십권(八十卷)을 지었다하나 세상에서도 본자가 없고 나도 못 보았노라 그대로 이 세상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나갈지어다 하시니라
4-173 천사 천지공사를 마치신 뒤에 「포교오십년공부종필(布敎五十年工夫終畢)」이라 써서 불사르시고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옛사람이 오십살에 사십구년동안 그름을 깨달았다 하나니 이제 그 도수를 썼노라 내가 천지운로(天地運路)를 뜯어고쳐 물 샐틈없이 도수를 굳게 짜놓았으니 제 도수에 돌아 닿는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너희들은 삼가 타락(墮落)치 말고 오직 일심(一心)으로 믿어 나가라 이제 구년동안 보아온 개벽공사의 확증(確證)을 천지에 질정(質正)하리니 너희들도 참관(參觀)하여 믿음을 굳게 하라 오직 천지는 말이 없으니 뇌성(雷聲)과 지진(地震)으로 표징(表徵)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문득 천둥과 지진이 아울러 크게 일러나더라
4-174 공사를 행하실 때에는 식사나 대소변 기타 어떠한 다른 일로도 중지하심이 없이 반드시 공사를 마치신 뒤에 다른 일을 보시니라
4-175 대저 천사께서 구년동안 공사를 행하사 천지운로를 뜯어 고치시고 후천세계 인간생활의 모든 질서를 결정하시니 세간(世間) 만사 만물에 어느 것이나 천사의 필단(筆端)에 거쳐나가지 아니한 것이 없어 공사(公事) 건수(件數)가 실로 무한하지마는 당시 종도들이 기록하여 둔 것이 없고 수십년 후에 생존한 종도들의 구술(口述)대로 필기(筆記)하여 그 중에서도 의미가 분명치 못한 것은 빼어버리고 의미가 통하는 것만 기록한 것이 이 뿐이라 더구나 갑진을사 양년에 반드시 큰 공사가 많이 있으련만 구술하는 종도들이 모두 잊어버리고 전하지 못한 것은 큰 유감(遺憾)이라 아니할 수 없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