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불심] --- 밀라레빠의 어머니
“원수 갚아달란 나를 용서하거라”
티베트불교 대표 선지식 밀라레빠
친척에게 父유산 빼앗겨 빈털터리
분노한 어머니, 아들에 복수 종용
도술로 복수 성공… 母 과보 받아
밀라레빠, 모든게 헛됨 알고 고행
역사가들은 티베트 불교의 가장 위대한 수행자로 밀라레빠(1052~1135)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수행자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구도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는 위대한 수행자 밀라레빠. 그는 속세의 덧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 아닌 무욕이 최고의 깨달음임을 일찍이 깨달았던 수행자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행자였던 고타마붓다(부처님)를 포함한 역대 수행자들의 가르침을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극한의 방법으로 실천했고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한 수행자로 불린다. 적멸에 들면서 밀라레빠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짧고 죽음의 시간은 불확실하니 수행에 전념하라. 목숨을 대가로 지불하더라도 악행을 피하고 애써 공덕을 쌓으라. 간단히 말하면 요지는 이렇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고, 이 원칙을 굳게 지켜라. 그러면 경전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부처들의 지시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악행을 피하고 공덕을 쌓으라는 평범한 이 말이 밀라레빠가 수행자가 되는 전초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의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로 인해 악행을 저질렀고 악행을 깊이 참회하며 수행했고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던 밀라레빠, 이 위대한 수행자의 어머니는 그가 초인의 수행자가 되는데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깨달음은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진리를 밀라레빠의 일생이 증명하고 있다. 밀라레빠의 뼈저린 고가 시작된 것은 아홉 살 때 맞은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다. 그의 아버지는 상업으로 많은 돈을 모은 사업가였는데 중병에 걸려 일찍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죽기 전에 아버지는 가장 가까운 친척인 사촌 형과 누나(밀라레빠에게는 당숙과 당고모) 등을 불러놓고 유언을 남기고 유언장을 작성하게 했다. 밀라레빠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재산을 관리하다가 성인이 되면 되돌려주라는 내용이었다. 어머니가 있어도 가까운 친척에게 재산을 관리하도록 하도록 하는 것이 당시 풍속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많은 재물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운가보다. 집안의 어른인 당숙과 당고모는 밀라레빠의 아버지가 돌아가자마자 집과 땅 등 재산은 물론 집안의 보석 등 재물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빼앗아갔다. 지방 왕족 계열의 훌륭한 가문 출신으로 명석하고 지혜로웠던 어머니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걸 보면 그들의 악행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 같다. 아버지에게 ‘들어서 기쁜’ 이라는 뜻의 ‘퇴빠가’라는 이름을 받을 만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던 밀라레빠는 하루아침에 들에 나가 일하고 양모를 손질하며 실을 짜는 신세로 전락했다. 아름다운 장신구로 장식했던 어머니의 머릿결은 거칠어졌고 중노동으로 인해 손발이 쩍쩍 갈라졌다. 남편이 있을 때는 현모양처의 본보기였고 재기발랄하고 자비로운 여인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량한 신세로 바뀌어갔던 것이다. 가끔 어머니가 ‘재산을 남에게 맡기고 자기 집 지키는 개가 된다더니 우리가 꼭 그렇구나’라며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성장하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일한 끝에 땅을 조금 마련했고 여유가 생기자 당숙과 당고모 등 이웃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며 남편의 유언장을 환기시켰다. 밀라레빠가 15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자기네 것을 빌려 쓴 것이라며,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것은 자기들 덕이라고 딱 잡아뗐다.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나중에 이 때의 일을 두고 밀라레빠는 이렇게 회고했다.
“맘대로 해라. 설사 가져왔다 하더라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해볼 테면 무슨 짓이든 해봐. 덤비지 못하겠으면 저주라도 해! 그들은 이렇게 지독한 말을 내뱉고 나갔다. 그 후 나는 집을 떠나 라마승 교사의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에 복수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엌에서 보리를 볶던 어머니는 아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밖에 나가보니 마을 축제에 다녀가던 아들이 술에 취한 채 노래를 부르면서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가족이 불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들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밀라레빠가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물었다. “오직 내가 바라는 것은 쇠사슬 갑옷을 입고 말 위에 높이 앉아 양쪽 등자에 저 원수들의 목을 매달고 가는 네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행하기 어렵고 위험이 따르니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네가 흑마술을 배워 우리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네 당숙과 당고모를 죽이고, 아홉 세대 뒤까지 그 자손의 뿌리를 잘라버리길 원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청을 받아들였고 어머니는 땅을 절반이나 팔아서 흑마술을 배울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해주었다. 집을 떠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목숨을 끊어버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어머니의 절규에 어린 아들의 마음이 거센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렸다. 피바람이 예고되고 있었다. 밀라레빠의 회고다.
“멀어져가면서 어머니와 나는 눈길이 닿는 한 서로를 뒤돌아보았다. 돌아서 달려가 어머니를 한번 안고 싶었지만 거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그걸 억눌렀다. 그런데 그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어머니를 본 것이 마지막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은 적중했다.”
밀라레빠는 수소문 끝에 흑마술사를 찾아 14일 동안 그의 지도를 받고 흑마술을 익힌 뒤 어머니의 청을 이루어드렸다. 당숙의 맏아들 결혼식 날에 신랑과 신부를 비롯해서 35명이 죽었다. 암말 가운데 한 마리가 엄청난 힘으로 집 한 가운데의 기둥을 들이받으면서 집 전체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당숙과 당고모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밀라레빠가 있는 곳을 찾아내어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다. 어머니가 낌새를 눈치 채고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네 흑마술 능력으로 인해 내 소원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사람들이 화가 나서 너를 먼저 죽이고 나와 네 동생을 해치려고 하니 이번에는 네가 무서운 우박폭풍을 좀 일으켜다오.”
7일 만에 우박폭풍 흑마술을 익힌 밀라레빠가 동료 한 사람과 고향을 찾았다. 우박폭풍 흑마술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을 골짜기 위해 설치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우박이 언덕배기의 깊은 골짜기들을 휩쓸었다. 농사를 망친 마을 사람들은 비탄에 젖어 울부짖었고, 동굴에 들어가 몸을 피하던 밀라레빠의 귀에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퇴빠가란 놈은 어떤 놈들보다도 더 지독한 재앙을 만들어내는군. 우리 손에 걸리기만 하면 박살을 내버릴 거야.”
위험을 느낀 밀라레빠는 어머니를 만나보지 못한 채 흑마술 스승에게로 돌아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밀라레빠는 마법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우박폭풍으로 일으킨 죄를 깊이 참회했다. 올바른 가르침을 구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참 스승이 된 마르빠를 찾아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수행을 시작한다. 그의 스승 마르빠는 최고의 덕망을 지닌 번역가이자 밀교의 초능력을 획득한 사람으로 삼계(三界)에서 아무도 당할 자가 없는 수행자로 이름이 나있었다. 스승은 제자의 업을 정화시키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그로부터 8년 뒤 밀라레빠는 고향을 찾게 된다. 어머니는 이미 8년 전 자신이 집을 떠나올 때 이미 세상을 떠났고 누이동생은 집을 떠나 어디선가 구걸을 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밀라레빠는 절망했다. 자신의 옛집은 폐허가 되어있었고 마당가 잡초더미에서 어머니 유골을 발견했다. 말할 수 없는 아픔이 가슴으로 흘러내리면서, 앞으로 자신을 유혹하거나 속박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행도 피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맹세를 다지고 다졌다.
“훌륭한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는 내 아들아. 원수를 갚아달라고 했던 이 못난 어미를 용서해다오.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나와 사라지는 현상일 뿐인데, 원수 갚는 일이 어디 있어 너로 하여금 그 많은 사람을 죽이게 했단 말이냐. 죽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오랜 동안 나를 괴롭혔던 고통이 원수가 있다는 엄청난 착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무명에 휩싸여 삶을 마감했던 이 어미의 일생을 보면서 부디 수행에 전념하거라. 착각에서 벗어나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삶이 영원한 자유의 길이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임을 모든 생명에게 전하기 바란다.”
아마도 밀라레빠의 어머니는 자신의 유골 앞에 서 있는 자식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죽어서도 자식의 행복을 비는 것이 어머니이니까.
밀라레빠는 스승 곁으로 돌아와 혹독한 수행으로 자신을 단련했다. 마음이 나태해질 때면 어머니의 유골 앞에서 맹세했던 서원을 떠올리곤 했다. 12년의 초인적인 수행 끝에 그는 깨달음을 얻었고 자유자재로 분신을 나툴 수 있는 힘을 얻어 밀교 수행을 완성했다. 그 후 그는 걸출한 제자들을 배출했으며 유정 무정의 생명들을 교화해 영원한 자유의 길로 인도했다. 생전에 그는 이렇게 법문했다.
“모든 세속적인 욕망은 최종적으로 아쉬움만 가져온다. 얻은 것은 사라지고, 쌓은 것은 무너지며, 태어난 것은 죽는다.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얻은 것과 쌓는 것, 만나는 것을 일찌감치 버리고 올바른 스승의 지시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 이것 하나만이 최선의 행법이다.”
티베트의 위대한 성자로 불리는 밀라레빠. 그는 어머니로 인해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헛된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수행에 몰입해 영원한 자유를 얻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큰 수행자로 만들기 위해 화현했던 역행보살이 아니었을까?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부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_()_
그는 어머니로 인해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헛된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수행에 몰입해 영원한 자유를 얻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큰 수행자로 만들기 위해 화현했던 역행보살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