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선물>에 소개된 도서 『어머니 이야기』
아이를 찾기 위한, 어머니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정
안데르센의 걸작 동화 『어머니 이야기』 는 ‘죽음’의 사자, ‘밤’의 여신, 생명의 ‘커다란 온실’ 등 안데르센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한 그림작가 조선경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으로 원작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되살려냈다.
3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아이를 찾는 엄마의 내용을 그린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읽는 김수현(이보영 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다. 조승우, 이보영, 김태우, 정겨운, 김유빈, B1A4 바로, 연제욱, 한선화, 노민우 등 화려한 캐스팅과 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가 벌써부터 화제이다. 다음은 『어머니 이야기』의 역자 후기이다.
죽음이 언제 아이의 가냘픈 숨을 앗아갈까 공포에 떨며 침대맡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 나는 이 여인을 안다.
‘죽음’이 아이를 데려간 뒤 수많은 밤을 슬픈 기도로 지새우고, 고통의 가시를 품에 끌어안아 가슴에서 피가 흐르고, 두 눈이 빠져버릴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나는 이 여인을 안다. 나의 엄마.
팔순 생일잔치를 치르고 바로 한 달 뒤 갑자기 외아들의 죽음을 맞이한 엄마는 충격으로 쓰러져 한없이 울었다. 부질없는 후회와 아쉬움과 공포와 허망함이 그녀의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 를 번역하는 내내 채 일 년도 안 된 나의 오빠와의 사별의 기억이 생생히 다시 살아났고, 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애도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안데르센의 작품을 통해서 죽음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었고, 이제까지 막연히 지나치던 여러 의미들을 새로이, 깨끗하게 정의하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이 번역이 심리치료였다.
이 책은 원서로 다섯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단 어린아이의 죽음이라는 슬픈 엔딩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안데르센이 이 글을 썼을 당시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고, 아이를 잃은 부모는 ‘일찍 죽는 게 죄악과 고통의 세상을 사는 것보다 낫다’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그게 꼭 안데르센 시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도 일찍 죽은 사람들에게 흔히 바치는 애도문 중의 하나가 ‘고통이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소서’이지 않은가.
『어머니 이야기』 는 과연 자식을 일찍 잃은 부모에게 위로를 주기 위한 글일까? 그렇다면 아이의 죽음과 상관없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머니’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죽음’이 자기보다 먼저 자신의 집에 와 있는 어머니를 보고 놀라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냐고.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하다.
“저는 엄마니까요.”
바로 이 ‘저는 엄마니까요’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모성애.
『어머니 이야기』 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사랑에 관한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어머니에게서 모성애의 두 가지의 상반되는 선택을 목격한다. 처음에 어머니의 소망은 단 하나다. 아이를 살려서 같이 사는 것이다. (“제가 우리 아가랑 계속 살 수 있겠지요?”) 아이를 죽음의 사자에게서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나 온갖 고생을 이겨내는 어머니는 자기의 눈을 빼어가면서, 문자 그대로 맹목적 헌신의 모성애를 실천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어머니의 기도는 돌변한다. “제 아이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주세요”로. 그리고 그녀는 아이를 포기한다. (“차라리 데려가세요!”) 자신의 죽음을 불사하면서 아이를 지키려던 어머니는 아이를 죽음의 세계로 놓아보내주는 어머니로 변화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그것이 자식을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고통이더라도-감수하려는 것이다. 두 어려운 선택 모두 아이를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엄마라서’ 가능한 것이다. 『어머니 이야기』 는 이렇듯 “저는 엄마니까요”에서 출발하고, “저는 엄마니까요”로 마무리 지어진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머니는 혼돈을 겪는다. 그녀의 혼돈은 단숨에 드리는 두 개의 상반되는 기도에서 드러난다 “가엾은 제 아이를 구해주세요” 하고는 곧 이어서 “하느님의 나라로 데려가주세요”라고 부르짖는다. 거기에 “제 눈물은 잊어주세요. 제 기도도 잊어주세요”라고 덧붙인다. ‘죽음’은 어머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서 그녀에게 묻는다. “네 아이를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냐, 아니면 아이를 네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가달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그러나 어머니는 더 이상 죽음의 사자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죽음의 사자는 삶과 죽음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어머니는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저의 기도가 당신의 뜻에 어긋난다면 듣지 마소서. 당신의 뜻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옆에 두고 싶은 엄마의 사랑이 ‘하느님의 뜻’ 앞에서 재조정되는 순간이다. 자신은 아이를 죽음에서 구해주려고 하나, 죽음으로 데려가는 게 하느님의 뜻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욕구와 하느님의 뜻이 일치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죽음의 이후는 ‘미지의 땅’이고 그것은 말 그대로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곳이지만, 그녀는 하느님의 뜻에 승복한다. 하느님의 뜻이 항상 옳고 선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녀는 목숨만큼 사랑하는 아이를 선뜻 내놓는 것이다. 아이 없이 사는 자신의 삶이 곧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어미로서 느끼는 거의 동물적인 보호본능, 아이를 곁에 두고 사랑해주고 싶은 욕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의 기도를 듣지 말아달라는 아이러니한 기도를 올린다. “저의 기도가 당신의 뜻에 어긋난다면 듣지 마소서”라는 말은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본능적 욕심을 아이의 안녕을 위해 포기하는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의 천명이다.
뇌사 상태의 아들이 깨어나게 해달라고, 아들을 살려달라고 피눈물의 기도를 하던 나의 엄마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어느 날 엄마는 처절한 괴로움을 누르고 “하느님, 당신의 뜻을 구합니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신열아, 네가 힘들지 않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너만 좋으면 된다”는 기도로써 아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다음날 오빠는 숨을 거두었다. 안데르센의 ‘어머니’나 나의 엄마나 그렇게 아이를 놓아주는 모성애를 실천하기까지,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모르는 세계에 아이를 던질 수 있는 믿음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두 눈이 빠질 정도로 울어야 했다. 두려운 암흑 속에서 헤매어야 했다.
‘죽음’에게서 돌려받은 어머니의 눈은 더 밝고 더 잘 보인다고 했다. 그 눈을 통해서 그녀가 절대자, 자신, 아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보게 되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전의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살겠다’라는 욕심으로 눈이 멀어 있었다면 그녀가 다시 찾은 새 눈은 소유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절대자의 선한 뜻을 파악한다. 바로 그 성숙한 시각이 있기에 그녀는 아파하면서도 담대히 아이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성숙을 위해 고통, 암흑, 눈물의 천로역정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죽음’이 아이를 데리고 떠난 뒤, 기도를 마친 어머니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후 그녀는 어떻게 살았을까? 아이가 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그녀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어쩌면 나의 엄마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만약 그녀가 나의 엄마와 같은 모습이었다면 그녀는 많이 울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 슬픔으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매번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이다. 엄마니까…….
‘죽음’이 아이를 데려간 것을 발견한 순간, 시계추가 떨어지고 시간이 정지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참으로 적확한 상황 묘사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을 정지시켜버린다. 삶은 유보되고, 숨만 쉬고 있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된다.
오빠가 뇌사판정을 받은 뒤 나의 부모님께도 시간이 멈춰버렸다. 시계추는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의 현재 속에 멈추어 있었다. 하루하루가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었다. 고문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안데르센의 ‘어머니’처럼 자유롭게 놓아주는 사랑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팔순의 부모님이 단 둘이 사는 집에 시계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무의미한 노력은 끝났다. 죽음을 다시 돌리고 싶어하던 부질없는 욕심도 사라졌다. 이제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미래를 향해 정확히 움직이는 시계추에 맞추어 열심히, 조금씩 전진해나가고 있다. 그들이 곧 향하게 될 ‘미지의 땅’에서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기쁘게 한다. (옮긴이의 글)
“제발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
아이를 찾기 위한, 어머니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정
안데르센의 또 하나의 명작 『어머니 이야기』, 단행본 출간!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영어 원문 수록!
안데르센의 걸작 동화 『어머니 이야기』는 ‘죽음’의 사자, ‘밤’의 여신, 생명의 ‘커다란 온실’ 등 안데르센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한 그림작가 조선경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으로 원작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되살려냈다.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는 ‘미운 오리 새끼’나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눈의 여왕’ 등 안데르센의 다른 동화에 비해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작품은 아니다. 원작은 1847년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영미 유럽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한국에는 주로 ‘안데르센 동화집’의 여러 편 중 하나의 이야기로 소개된 정도이고, 단독으로 번역된 책 가운데 원작을 개작하지 않은 단행본은 이 책이 유일하다.
『어머니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숨은 명작으로, 아이를 데려간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아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동분서주하는 한 어머니의 절절한 모성을 담고 있다. 또한, 『어머니 이야기』는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모티브로 하여 슬픔, 절망, 인정이라는 애도의 과정이 그려지면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만큼 안데르센이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과 시련을 다루는 데에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안데르센 자신이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듯이, 『어머니 이야기』는 어른이 함께 읽기에 충분한 감동과 깊이가 있는 동화이다. 어린이 독자는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어른 독자는 한 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삶과 죽음에 관한 심오한 철학과 강인한 모성의 힘에 감동을 받을 것이다.
Hans Christian Andersen 덴마크의 동화작가이자 소설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들로 옛이야기나 요정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유럽에 어린이를 위해 창작한 이야기로서 오늘날 ‘동화’라고 부르는 어린이문학의 꽃을 피우게 한 ‘동화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진다. 안데르센은 1835년부터 본격적인 동화 창작에 들어가 1872년까지 총 160여 편의 동화를 썼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어 공주』,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등이 그의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사랑했던 여인들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다가 70세의 나이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생을 마쳤다.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초현실주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Illustration as journalism essay로 MFA를 받았다. 1994년 귀국하여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작업을 병행하며 특히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이미지 그림책에 관심이 있다.
1995년에 『마고할미』로 제16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일러스트레이션부문 문체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 『마고할미』, 『잔니 스키키』, 『아기 돼지 삼 형제』, 『혹부리 영감』,『지하정원』,『랄라라』,『In the beginning』,『The crow』,『What is it』『어머니 이야기』 등이 있다.
패션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와 의상 협업을 했다. 조선경 작가의 그림책은 영국 V&A(Victoria&Albert Museum)와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의 런던 패션매장에서 전시, 판매되고 있다. 현재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그림책 출판사 Somebooks를 운영하고 있다. SI그림책학교 교수이기도 하다.
역자 : 강신주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 영문학 석사,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여성문학 박사,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여성학으로 석사학위(D.E.A)를 받았다. 여성주의, 가정, 기독교, 아동 교육, 다중언어 문화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세계를 놀이터 삼아』, 『나는 튀기가 좋다』가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남편과 두 아이, 그리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펠릭스와 함께 살고 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바깥에, 기다란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죽음’이 당신 집에 들어갔었지. 난 그가 서두르며 자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았어. ‘죽음’은 바람보다도 빠르고 자기가 가지고 간 것은 절대로 돌려주지 않아.”
어머니는 큰 호수에 다다랐습니다. 호수에는 큰 배는 물론 나룻배 한 척도 없습니다. 호수는 얼어 있었는데, 걸어서 건너기에는 얼음이 두껍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호수 속으로 들어가 헤치고 나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얼어 있었고 물도 너무 깊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찾으려면 어떻게든 그 호수를 건너야 합니다. 어머니는 호수의 물을 다 마셔버리려고 작정하고 엎드렸어요. 물론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가엾은 어머니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죽음’이 가냘픈 작은 꽃을 잡으려고 긴 손을 뻗었어요. 어머니는 행여 ‘죽음’이 그 꽃의 이파리 하나라도 다치게 할까 두려운 마음에 ‘죽음’의 손을 낚아채어 꽉 움켜쥐었어요. 그러자 ‘죽음’은 그녀의 손에 입김을 불었습니다. ‘죽음’의 입김은 이 세상 어느 바람보다도 차가웠습니다. 차갑게 곱아버린 그녀의 손은 그의...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바깥에, 기다란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죽음’이 당신 집에 들어갔었지. 난 그가 서두르며 자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았어. ‘죽음’은 바람보다도 빠르고 자기가 가지고 간 것은 절대로 돌려주지 않아.”
어머니는 큰 호수에 다다랐습니다. 호수에는 큰 배는 물론 나룻배 한 척도 없습니다. 호수는 얼어 있었는데, 걸어서 건너기에는 얼음이 두껍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호수 속으로 들어가 헤치고 나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얼어 있었고 물도 너무 깊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찾으려면 어떻게든 그 호수를 건너야 합니다. 어머니는 호수의 물을 다 마셔버리려고 작정하고 엎드렸어요. 물론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가엾은 어머니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죽음’이 가냘픈 작은 꽃을 잡으려고 긴 손을 뻗었어요. 어머니는 행여 ‘죽음’이 그 꽃의 이파리 하나라도 다치게 할까 두려운 마음에 ‘죽음’의 손을 낚아채어 꽉 움켜쥐었어요. 그러자 ‘죽음’은 그녀의 손에 입김을 불었습니다. ‘죽음’의 입김은 이 세상 어느 바람보다도 차가웠습니다. 차갑게 곱아버린 그녀의 손은 그의 손에서 툭 떨어져나갔습니다. ---본문
“어떻게 나보다 먼저 여기에 올 수 있지?”
“전 엄마니까요!”
절박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성의 힘을 예찬하다
어느 추운 겨울밤, 가난한 어머니가 아픈 아이를 돌보고 있다. ‘죽음’의 사자가 찾아와 아이를 데려가버리고, 어머니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음의 사자를 찾아 나선 어머니의 여정은 안데르센 특유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마치 구전설화와 같이 친근하면서도 신비하다. 아이에게 들려준 자장가를 한 곡도 남김없이 모두 불러달라는 ‘밤’의 여신, 자신을 품에 안아 따뜻하게 해달라는 ‘가시나무’, 밝게 빛나는 어머니의 두 눈을 요구하는 ‘커다란 호수’, 검고 긴 아름다운 머리칼을 자신의 흰머리와 바꾸자는 ‘온실의 할멈’까지, 어머니는 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준다. 모성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목으로, 아이를 잃은 고통과 슬픔, 아이를 되찾기 위한 절박한 심정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어렵게 찾아간 ‘죽음’의 온실에서 어머니는 아이를 되찾아올 수 있었을까? 탁월한 이야기꾼인 안데르센은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아가며 주인공 ‘어머니’를 딜레마에 빠트린다. ‘죽음’은 어머니에게 두 아이의 미래를 보여준다. 행복으로 가득한 삶과 궁핍과 불행, 죄로 가득한 삶. 둘 중 하나는 어머니의 아이가 겪을 미래라고 말한다. 도대체 둘 중 누가 내 아이란 말인가? 어머니는 혼돈에 빠진다. 아이를 데려와야 할까, 하느님이 계신 ‘미지의 땅’으로 보내야 할까? 독자는 한 편의 동화를 통해 탄탄한 구조로 짜여진 이야기의 힘을 맛볼 수 있다.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하는 이야기의 힘
불후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안데르센은 그 시절 가난한 집의 살림살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자는 가난한 어머니가 아픈 아이를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을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티브와 함께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안데르센은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상실감이 어떤 것인지 ‘괘종시계의 큰 시계추가 떨어지며 시계가 멈춰버렸다’와 같은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한다. ‘어머니’가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슬픔을 딛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충실한 번역으로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어떻게 나보다 먼저 여기에 올 수 있지?”
“전 엄마니까요!”
절박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성의 힘을 예찬하다
어느 추운 겨울밤, 가난한 어머니가 아픈 아이를 돌보고 있다. ‘죽음’의 사자가 찾아와 아이를 데려가버리고, 어머니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음의 사자를 찾아 나선 어머니의 여정은 안데르센 특유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마치 구전설화와 같이 친근하면서도 신비하다. 아이에게 들려준 자장가를 한 곡도 남김없이 모두 불러달라는 ‘밤’의 여신, 자신을 품에 안아 따뜻하게 해달라는 ‘가시나무’, 밝게 빛나는 어머니의 두 눈을 요구하는 ‘커다란 호수’, 검고 긴 아름다운 머리칼을 자신의 흰머리와 바꾸자는 ‘온실의 할멈’까지, 어머니는 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준다. 모성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목으로, 아이를 잃은 고통과 슬픔, 아이를 되찾기 위한 절박한 심정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어렵게 찾아간 ‘죽음’의 온실에서 어머니는 아이를 되찾아올 수 있었을까? 탁월한 이야기꾼인 안데르센은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아가며 주인공 ‘어머니’를 딜레마에 빠트린다. ‘죽음’은 어머니에게 두 아이의 미래를 보여준다. 행복으로 가득한 삶과 궁핍과 불행, 죄로 가득한 삶. 둘 중 하나는 어머니의 아이가 겪을 미래라고 말한다. 도대체 둘 중 누가 내 아이란 말인가? 어머니는 혼돈에 빠진다. 아이를 데려와야 할까, 하느님이 계신 ‘미지의 땅’으로 보내야 할까? 독자는 한 편의 동화를 통해 탄탄한 구조로 짜여진 이야기의 힘을 맛볼 수 있다.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하는 이야기의 힘
불후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안데르센은 그 시절 가난한 집의 살림살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자는 가난한 어머니가 아픈 아이를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을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티브와 함께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안데르센은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상실감이 어떤 것인지 ‘괘종시계의 큰 시계추가 떨어지며 시계가 멈춰버렸다’와 같은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한다. ‘어머니’가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슬픔을 딛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충실한 번역으로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안데르센은 평생 212편의 동화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엽기적인 동화로 오해 받는 작품들이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가 항상 권선징악의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행간의 숨은 의미를 이해한다면 새드엔딩인 작품들도 인생에 관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번역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머니 이야기』 역시 자칫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번역자 강신주의 충실한 번역을 통해 ‘어머니’의 심리를 고스란히 전달하여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의 말미에 수록한 〈옮긴이의 글〉은 작품 해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야기에 담긴 비유와 상징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어머니 이야기』에는 영문판 텍스트를 삽지로 제공하여, 한글판과 비교하며 원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꿈과 환상의 세계를 독창적으로 표현한 그림
『어머니 이야기』는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인정받아온 그림작가 조선경의 인상적인 11컷의 그림을 담고 있다. 『마고할미』로 한국어린이도서상 일러스트레이션부문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그림작가 조선경은 『파랑새』, 『지하 정원』 등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터치가 돋보이는 그림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이 책에서도 순간의 이미지를 독창적이면서 세밀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절망, 아이를 되찾기 위한 의지와 강건한 마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