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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산단 입주기업 이탈 현상 이어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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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워너, 창원공장 폐업 확정…클라크, 생산물량 이전 움직임 |
창원 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이 속속 공장 역외 이전 혹은 생산 물량 이전을 해 주목된다. 역외 이전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케이비알이 밀양 공장으로 상당수 물량을 이전·생산하려다 노조 반발로 8개월 넘게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미국 다국적 기업 계열사인 창원 한국 보그워너 씨에스가 폐업을 최종 결정했다. 이 문제로 갈등을 빚던 노사는 지난달 30일 위로금 인상을 조건으로 어렵게 합의했다.
여기에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 창원공장이 생산 물량을 줄일 계획이어서 국외로 생산기지 이전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렇듯 안정적일 것만 같았던 창원 국가산단이 2010년 제이티정밀 철수에 이은 공장 역외 이전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놓였다.
◇보그워너 창원공장, 내년 2월 이후 중국 혹은 인도 이전 확정 = 창원시 성산구 창원국가산단에 있는 한국 보그워너 씨에스는 임·직원 28명으로 소규모이지만 미국 다국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그워너(BorgWarner) 계열사다.
보그워너는 전 세계 60여 개 공장에 직원이 3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창원공장은 자동차나 중장비 냉각팬을 주로 생산한다. 국내에는 창원 이외에도 경기도 평택, 충북 오창·음성 등에 4개 공장이 더 있다.
이 회사는 연 매출 90억∼100억 원으로 소폭이지만 매년 순이익을 내 기업 철수 이유가 적자는 아니었다. 중국이나 인도로 생산 기지를 통합하려는 본사 전략 차원이다.
조합원 18명인 금속노조 마창지역지회 한국 보그워너 씨에스는 경남지방노동위에 쟁의 조정 신청을 하는 등 파업 절차를 밟다가 사측과 협의를 재개해 지난달 29일 사측과 잠정합의, 30일 합의안 조합원 총회 통과로 폐업에 합의했다. 회사는 법정 퇴직금과 함께 직원 1인당 7000만 원 안팎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내년 2월 28일까지 정상 조업하기로 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2009년 사측이 필리핀 이주노동자 3명을 해고하려 하자 전면 파업을 하며 이들 해고를 막아냈고, 이후 같은 노조원으로 끌어안는 등 공단 내 불평등 개선 모범 노조, 모범 사업장으로 잘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조합원 이익성 씨는 "조합원들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말 안타깝지만 회사 측 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세계적인 지게차업체 클라크, 창원공장 폐업 수순? = ㈜클라크 머터리얼 핸들링 아시아(이하 클라크 창원공장) 노사 갈등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조합원 10∼20%가 참여하는 부분파업과 4시간 전면파업 등을 하고, 사측은 대표이사가 직장폐쇄를 언급한 담화문을 발표하며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임금협상 결렬도 한 이유이지만 갈등이 격해진 또 다른 사안은 바로 국내 생산 물량 축소 계획 탓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정지용 클라크 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앞으로 창원공장 생산물량을 4000여 대로 줄이고, 외주인력 100명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또한 창원공장에서 전체 부품을 일괄구매해 중국과 멕시코로 공급하던 체계를 국외 부품 현지 조달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 부분을 두고 올해 몇 차례 협의했지만 진척이 없었다"며 "그런데 10월 초 한철환 대표이사가 직원 조례에서 일방적으로 이걸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여기에 10월 중순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해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 국내 베이스를 적정선까지 유지하고 해외에서 번 돈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구조가 이상적'이라며 창원공장 생산물량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해 노조를 더 자극했다"며 사측을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창원공장에는 사원 250명(노조원 159명), 외주인력 100명 등 3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지게차 사업부였던 창원공장은 1990년 세계 최초 지게차를 생산한 클라크에 인수됐으며, 2003년 1월 ㈜영안모자로 넘어갔다. 백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창원공장은 2006년 이전까지 최대 연간 1만 2000여 대의 지게차를 생산했다. 이후 2006년 중국공장, 2011년 멕시코 공장이 설립되면서 창원공장 생산량은 올해 기준 연 6000대까지 줄었다. 반면 중국공장은 2006년 500대에서 올해 5000대,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 400대가량에서 올해 1000대로 꾸준히 늘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생산량 감축 등 단계적인 폐업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사측은 전 세계 생산기지 베이스 역할을 하고 연구시설이 있는 창원공장 폐쇄는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노조가 임협에 이를 연계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관계기관과 지역 노동계도 노사 갈등이 자칫 직장폐쇄, 폐업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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