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삶이 있고, 그 삶을 기록한다면 다 수필이나 소설이 될 수 있다. 단지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나뉠 뿐이다. 나는 후자에 속하므로 나의 이야기를 글로써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 하지만 작가는 꾸밈없지만 정제된 언어로, 그만의 글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글에서 만난 작가의 지난 시간은 고단했고, 현재 처한 상황도 객관적 기준으로 본다면 안락한 삶은 아닌듯하다. 주말, 글을 쓰는 여유시간에 카페라떼 한 잔을 마주하며 행복해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부끄러웠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너무 작아져 있었다.
모든 삶은 흔들리고 위태롭다. 단지 우리는 자신에 집중하며 타인의 흔들림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나는 요즘 '이만 하면 괜찮아'라며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데, 이건 타협의 다른 이름이고 우유부단함을 포장한 합리화에 불과한 것 같다. 풀지 못해 도망친 문제와 가시에 찔릴까봐 거리를 유지하는 숙제로부터 나는 너무 안일하게 비껴나 있다. 나선형을 그리듯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힘을 쓰지 않는 거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활자로 치환된 작가의 치열한 삶의 고백이, 의미없이 사라질 나의 이야기에 돌을 던진다. 가라앉은 먼지를 털이개로 털 때처럼, 일상에 작은 먼지같은 균열이 일어난다. 나도 언젠가 작가처럼, 그러나 작가와 다른 나를, 글로써 쓸 수 있을까? 비록 깜냥이 안 되지만, 올해는 좋은 수필을 많이 읽고 흉내라도 좀 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