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을/이용성
오솔길 따라 홀로 걷는 길가
옷깃을 툭툭 털고 지나가니
너울 너울 춤추던 허공이
침묵하는 시간을 부벼서
배꼽을 떼려나 보다
빛바랜 낙엽은
길을 잃어버린 바람을 등지고
은빛 금빛 날개짓하는 나비되어
나에게도 안녕 너에게도 안녕
바라만 보아도
님처럼 어여쁜
이 가을
제대로
두눈에 담아보자
가슴에 남겨보자
2.추석 /이용성
황악산 기슭에 먹구름 겹겹이 쌓이고
충식이집 풀섶에 청개구리 요란터니
기어코 하늘은 닭똥같은 눈물을 떨군다
무에가 서러운지 천둥 번개 동반하고
기억은 빗소리에 묻혀 찾아 오는가 보다
험한 산속을 벼나락 지게에 동여 매고
좁다란 오솔길 출렁 출렁 넘어오는
작은 어깨에 언제나 놋쇠 주전자 딸랑 딸랑
그 소리가 그립고 그리운 추석 아침
삼남매 무릎 꿇고 탁배기 한사발 부으니
아버지 무덤가 머리 곧추 세운 개망초가
추석 한상 제대로 받고 춤추고 있다더라
3.아침/이용성
휘어진 칼등에서
춤추는 초승달
한점 구름 껴안고
불타는 붉은 태양
눈꼽에 앉은 대지는
보석별이 반짝반짝
복하천 모래밭에서
홰를 치는 물새의 은빛 깃털
아!!
생에 보지 못 한 세상을
처음 담아버린 가슴은
붉은색 설렘이다
당신을
처음 만난것처럼
4.참사랑/이용성
아침
옷을 벗는 금빛 바다에
태양 빗살 춤추고
저녁
옷을 입는 별빛 바다에
달님 빗살 춤춘다
매일마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당겨주고 밀어주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밀당
밤낮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도 의심 못 할
억겁세월 변치 않는
그들만의
사랑
5.초대/이용성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억겁의 시간을 견디면서
백사장 먼지같은 모래알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세찬바람 쉼없이 몰아치는
권금성 정상의 소나무
한방향으로 휘어지고 휘어져도
거미줄 같은 암반을 뚫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반백년 세월
흔적없는 바람과 같이
정처없는 구름과 같이
떠도는 마음 하나는
언제쯤이면
내 삶의 중심으로
초대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