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이야기] 싸리버섯
태풍이 휩쓸며 이재민이 속출했어요.
재해의 성격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인재냐 자연재해냐. 그러나 그뿐,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들의 고통만 남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숲속 풍경은
더 참혹(?)합니다. 태풍이 휩쓴 자리는 폭격 맞은 전장과 다를 바 없지요. 아름드리나무가 몸통째
부러지고 바위와 고목이 뒤엉켜 댐을 만듭니다. 계곡은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 형태를 달리하지요.
이곳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붉은 싸리버섯-국립수목원제공
태풍이 지나간 숲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버섯의 대향연! 백로를 전후로 자라기 시작하는 능이, 송이, 표고, 느타리, 밤버섯, 가지 버섯 등
온갖 종류의 버섯이 기다렸다는 듯 기지개를 켭니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버섯 포자가 비바람과
천둥 번개에 놀라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합니다. 싸리버섯류도 그중 하나. 송이싸리, 붉은싸리,
노랑싸리 등 종류만 수십 가지에 이르는 싸리버섯은 바람과 물 빠짐이 좋은 능선 좌우에 걸쳐
멋진 자태를 연출합니다. 데친 뒤 바로 먹을 수 있는 송이싸리(보라싸리)는 한 자리에서 대형
배낭을 채울 수 있을 정도지요. 물론 운이 좋아야겠지만.
싸리버섯이 자랄 땐 시골 장터가 시끌벅적합니다.
버섯 흥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르지요.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요리 방법도 다양합니다. 전골, 볶음, 파스타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립니다. 효능으로는 혈액순환
개선, 항암, 콜레스테롤 감소, 뼈 건강 증진 등이 꼽힙니다. 특히 섬유질과 무기질이 많아 체내
노폐물과 나트륨 축적을 억제합니다. 그러나 독성이 강한 노랑, 붉은싸리는 끓는 물에 데친 뒤
3~4일 이상 찬물에 우려내야 합니다.
싸리버섯은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버섯에 함유된 독성이 설사를 유발, 장을 깨끗이(?) 청소하기도 합니다. 이를 역이용하는
분들도 있고. 그러나 탈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태풍과 함께 찾아온
싸리버섯의 계절! 세상의 너저분한 패악과 잡티가 말끔히 정리됐으면 합니다.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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